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23)
723화
검은 거북이 탑, 렌지드는 긴장한 얼굴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별다를 것 없는 7층의 낡고 허름한 건물이었지만 결심한 렌지드에게는 왠지 모르게 고풍스럽고 전통까지 느껴졌다.
‘그래. 이악투스 수프 클럽에 들어가는 거다.’
같은 탑 친구들의 제안 때문에 밀수 클럽이나 외출 클럽도 꽤 고민하긴 했지만 결국 렌지드는 주방 클럽을 고르게 됐다.
주방 클럽이 가진 역사와 철학이 요리사 가문 출신인 렌지드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작년에는 솔직히 별다른 재료가 없어서 요리라고 할 게 없었지. 주방 클럽에 들어가면 식재료를 넉넉하게 쓸 수 있을 거야. 소문에 산처럼 쌓여 있다고 했으니까…’
수많은 선배들이 똑같이 속았다는 건 상상도 못한 채 렌지드는 침을 꿀꺽 삼키고 발걸음을 내밀었다.
-우하하! 결정했구나. 환영이야, 환영!
팔크리우스 선배는 렌지드를 격하게 환영해줬다.
포옹에서 빠져나온 렌지드는 고통에 가득 찬 신음을 내며 비틀거렸다.
“으윽, 갈비뼈가…”
“렌지드?”
“워, 워다나즈!”
렌지드는 이한을 알아보고 반색했다.
다른 탑이지만 이 워다나즈 가문의 친구는 믿을 수 있는 친구였던 것이다.
“역시. 먼저 와있었구나. 잘 부탁한다. 나도 이번에 가입하기로 결정했어.”
“으음. 그렇군.”
이한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렌지드를 쳐다보았다.
아마 클럽 모습은 렌지드가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를 텐데…
“어때. 워다나즈? 클럽 분위기는? 선배들은 어떻지?”
렌지드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워다나즈! 워다나즈 어딨냐!”
“워다나즈 후배님. 우리 같이 내일 음식을 고민해봅시다! 힘을 합쳐서 클럽 역사에 길이 남을 수입을 만들어봅…”
“그럼 난 이만 가본다.”
이한은 후다닥 빠져나갔다.
렌지드는 당황한 얼굴로 이한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 *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 강의를 맡은 사람은 에인로가드에서 가장 사악하고 비열한 사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버두스 교수는 이한의 인사에도 자기가 작업하는 지팡이에만 집중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한은 힐끗 지팡이를 쳐다보았다. 버두스 교수의 작업대 위에 놓인 지팡이는 처음 보는 독특한 마력 파장을 뿜어냈다.
‘놀랍군.’
마법이란 학문은 배우고 익힐수록 언제나 더 새로워지고 경외감이 커지는 학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몰랐기에 그저 넘어갔던 것도 자신이 알게 됨으로서 보이는 영역들이 있는 것이다.
작년이었다면 그저 감각으로만 파악한 뒤 ‘지팡이 위에 고밀도의 마법들이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볼라디 교수에게 주문 단축과 마법 축장을 배우기 시작하고 나자 다른 것들이 보였다.
‘저건 염동력의 통제력을 강화시키는 마법, 그 다음은 염동력의 출력 자체를 강화시키는 마법, 또 그 다음은 염동력의 범위를 늘리는 마법…’
섬세하게 연계 효과를 노려가며 마법들을 압축해 넣은 저 지팡이를, 만약 염동력 계열 마법들을 주로 쓰는 마법사가 붙잡는다면?
어떤 화력이 나올지 짐작가지 않을 정도였다.
이한은 감탄한 뒤 버두스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마력을 끌어올려 전신에 퍼뜨린 채 버두스 교수의 귀에 대고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버두스 교수는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이한을 발견하고 외쳤다.
“조용히 말해! 지팡이 흔들리겠다!”
“처음에는 조용히 인사드렸습니다.”
“나한테 들릴 정도로 조용히 인사하면 되잖아!”
이한은 그저 조용히 미소지었다.
버두스 교수는 다음에도 이한이 귓가에 대고 고함을 터뜨릴 거라고는 상상치 못한 채 손짓했다.
“어쨌든 앉아. 잘 왔어.”
“제 마력이 필요하시군요?”
다른 교수였다면 예의상 한번이라도 아닌 척을 했겠지만 버두스 교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방학 때 학교 밖으로 나가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알아?”
“저런. 방학 때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게 규칙이라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머물러도 되는데? 신청하면 돼.”
‘특별한 사정? 교수 살해 음모라도 꾸민단 말인가?’
이한이 보기에 에인로가드의 긴 역사 속에서도 방학 때 남은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마력을 어디에 쓰면 됩니까?”
“여기하고 여기.”
버두스 교수는 뒤죽박죽 상태인 작업대 위의 보석을 가리키며 지시했다.
하나는 불투명한 회색 보석으로 안에서 바람 원소가 일렁이고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백색 보석으로 순수한 힘을 응축하고 있었다.
“이 두 개면 됩니까?”
“응? 그 사이에 있는 거 다!”
“……”
사실상 작업대 위에 있는 모든 재료에 다 마력을 불어넣으라는 지시였다.
이한의 미소가 살짝 더 짙어졌다.
“그런데 교수님. 오늘 강의가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이잖습니까.”
“응. 마력 충전해.”
“강의에 대한 질문 좀 하고 하겠습니다. 이건 정당한 제 권리잖습니까.”
“마력 충전하고 하면 안 돼?”
이한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마력 충전을 다 하면 버두스 교수는 자신만의 세계로 떠나버릴 테니까.
“왜 학생이 저밖에 없습니까?”
“그건 왜 나한테 물어? 다른 학생들한테 물어야지.”
‘쓸데없이 논리적이군. 때리고 싶다.’
확실히 학생들이 없는 이유는 학생들한테 물어봐야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교수도 조금 짐작은 해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이 강의는 어떤 강의입니까?”
“마력 충전하는 강의야.”
“또 어떤 걸 합니까?”
버두스 교수는 잔꾀가 통하지 않자 투덜거리면서 설명에 들어갔다.
이 강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실 참가한 학생이 자신의 지팡이를 직접 만드는 것이었다.
“…?”
이한은 귀를 의심했다.
물론 뛰어난 부여 마법사들 중에 아티팩트학을 전공한 이들은 지팡이도 만들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지팡이를 만들려면 최소한 저 정도 경력은 쌓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지팡이는 마법사가 의지로 세상을 바꾼다는, 복잡하고도 불안정한 과정을 진행할 때 핵심이자 축 역할을 맡았으며 동시에 증폭과 유도 등의 역할도 맡곤 했다.
마법에 관해서 지팡이가 맡는 역할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하나하나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만큼 당연히 지팡이를 만드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걸 2학년이 만들 수 있습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냥 때리고 싶군.’
버두스 교수가 아까 꺼냈던 논리를 꺼내들자 이한도 예전에 꺼냈던 핑계를 꺼내들었다.
“교수님. 갑자기 마력이 줄어들어서 충전이 힘들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하면 마력이 안 올라올 것 같은데요.”
“그렇게 복잡한 지팡이를 만드는 게 아니니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버두스 교수는 즉시 친절하게 대답했다.
물론 이한은 완전히 믿지 않았다.
‘버두스 교수의 난이도 감각은 마비되어 있는 편이지.’
교수가 쉽다고 말하면 어렵고, 어렵다고 말하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어떤 이유에서 복잡하지 않다는 겁니까?”
“지금 이거 보여?”
“예.”
“어떤 마법 연계인지 보여?”
“예.”
두 천재는 다른 마법사들이 봤다면 절망감으로 눈물을 흘릴 대화를 태연히 나누며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버두스 교수가 작업대 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팡이는 학생들에게 교보재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운 물건이었다.
염동 계열 마법사들이 모인 >녹휘석 마탑>의 의뢰를 받아 제작하고 있는 아티팩트였던 것이다.
당연히 외부 마탑의 의뢰인 만큼 들어가 있는 마법들도 고급이었고 그 보안성도 꽤 철저했다.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 안의 마법을 파악할 수 있다면 아티팩트의 약점이 지나치게 커지는 만큼 어느 정도의 보안은 필수적이었다.
어려운 마법에, 비밀을 지키기 위한 마법까지 걸려 있는 만큼 버두스 교수가 자세히 설명해도 모자랄 판에 알아서 보고 넘어가도 된다고 발언하다니.
하지만 버두스 교수도 이한도 신경쓰지 않았다. 둘 다 충분히 이상한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이 할 건 이런 게 전혀 필요없어. 그냥 재료만 맞추면 돼.”
“재료라면…”
별다른 마법을 지팡이 안에 짜넣는 대신, 그저 지팡이의 재료 배합 비율만 잘 맞추면 된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지팡이의 성분은 물론이고 형태 균형도 마법에 영향을 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훨씬 낫긴 하다.’
“한 해 동안 하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넌 해야지. 네가 못하면 어떡해?”
“교수님. 갑자기 마력이…”
“못해도 돼!”
버두스 교수를 놀릴 만큼 놀리자 이한은 작업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원래 당근과 채찍은 당근이 같이 들어가야지, 채찍만 휘두르면 그냥 채찍인 것이다.
“마력 얼마나 불어넣습니까?”
“최대로.”
콰직!
이한의 손에 들린 보석이 박살났다.
“박살난 보석이 필요한 거였습니까?”
“깨지지 않을 때까지만 넣어야지!”
“……”
버두스 교수는 방금 자신이 대충 내뱉은 말은 잊어버리고 제자를 타박했다.
“최대로 넣으라고 하셨잖습니까.”
“내가 그랬어? 네 마력이 그렇게 많은데 최대로 넣으면 안 돼.”
“예…”
이한은 마력을 불어넣은 뒤 감각을 예민하게 뻗어 보석의 균열을 감지했다.
혹시라도 금이 가거나 깨질 것 같으면 바로 멈춰야 했던 것이다.
옆에서 제자가 빠르게 마력을 충전해서 불어넣자 버두스 교수는 평소보다 두 배 정도는 신이 나서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다음!”
“여기 있습니다.”
“다음!”
“여기.”
“빨리! 다음!”
“교수님. 빨리 하니까 마력이 갑자기…”
“천천히!”
둘이 작업하는 사이 3학년 학생들이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이한과 버두스 교수를 쳐다보았다.
…쟤는 누구냐?
“우리 학년에 저런… 애가 있었나?”
“4학년 선배 아니야?”
“4학년 선배 중에서 저런 사람이 있었다고…?”
에인로가드의 강의는 딱히 학년 제한이 없었지만, 사실상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3학년들이 주로 듣는 강의에 2학년이 굳이 들어와서 들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가끔 고학년 학생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애걸복걸해서 아래 학년 강의를 듣는 일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다.
그런 만큼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을 들으러 온 3학년 학생들에게 이한은 매우 이질적인 존재였다.
같은 학년에서는 본 적 없고, 버두스 교수의 일을 돕는 걸 보면 4학년 학생 같은데, 4학년 선배 중에서 저런 사람이 있었나?
“어. 교수님. 다른 사람들 왔는데요.”
“나도 눈 있고 귀 있는데?”
“…강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깐. 어, 이거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 아닙니까?”
이한은 학생들이 다 낯선 얼굴이라 당황했다.
그래도 같은 학년 학생들은 작년에 이것저것 같이 일을 한 만큼 얼굴들을 대충이라도 기억했던 것이다.
“맞는데요. 혹시 선배님 아니십니까?”
“예?”
“4학년 선배님 아니세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학년 강의 들으실 수도 있죠.”
“저는 2학년인데요…”
“……”
“……”
강의실 분위기가 싸늘해지더니 3학년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버두스 교수님이 혹시 귀찮으셔서 강의 두 개를 같은 강의실에서 하시는 건가?”
“설마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일 돕고 있지 않았나?”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이한은 재빨리 말했다.
“선배님. 저도 이 강의 듣고 있습니다. 다른 강의를 듣는 게 아닙니다.”
“이 강의를? 너무 어렵지 않나? 지금이라도 바꾸는 게 나을 텐데.”
“워다나즈 쟤는 상관없어.”
버두스 교수는 학생들이 시끄러워서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워다나즈요? 혹시 걔입니까?!”
“걔 맞는 것 같은데?”
“달라도 정말 다르긴 하군…!”
그걸로 끝이었다. 선배들은 빠르게 납득한 뒤 각자 자리에 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
이한만 혼자 납득하지 못하고 선배들을 빤히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