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25)
725화
“바닥이 너무 미끄러운 것 아닙니까? 치우는 거 도와드릴까요?”
선배들이 자꾸 넘어지자 이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버두스 교수는 바닥을 보며 신경질을 냈다.
“저 바닥은 왜 미끄러워서 자꾸 방해하는 거야!”
“교수님께서 실험하고 나신 뒤 대충 버리신 거 아닙니까?”
이한의 의심에 버두스 교수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항변했다.
“학생들이 치운다고!”
“……”
절대 ‘안 그랬어’라고는 말하지 않는 버두스 교수의 말에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들. 도와드릴…”
“괜찮다니까!”
“워다나즈. 너 지금 선배들이 바닥 미끄러운 거 하나 통제 못하는 얼간이로 보이니? 혹시 우리가 발드로가드 학생처럼 보이는 거야?”
선배들이 역정을 내자 이한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당장 두 번 넘어지지 않았던가!
상대가 가이난도였다면 바로 개소리하지 말라고 지팡이가 먼저 나갔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그래그래. 저긴 신경 꺼. 마력 흡수 부여나 시전해봐.”
버두스 교수는 안달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재촉했다.
저 쓰레기 같은 바닥 때문에 벌써 58초나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비블레의 규칙으로, 마력이여 흡수되어라.”
슬금슬금-
이한과 버두스 교수가 작업대에 머리를 가까이 박고 있는 동안 선배들은 의자를 슬금슬금 옮겼다.
저 후배가 정말 >비블레의 마력 흡수 부여>를 익혔을까?
“아무리 쟤가 걔라도 그건 좀… 말이 안 되지 않아?”
“애초에 난 >비블레의 마력 발산 부여>도 익혔다는 게 안 믿기는데.”
“시군팅. 네가 부여 마법 학파잖아. 어떻게 생각해.”
기하학적으로 수염을 땋은 3학년 드워프 학생이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음. 난 다른 학생들한테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
“……”
‘쓰레기 새끼.’
다른 학파 학생들은 경멸에 찬 시선을 던졌다.
물론 그들도 양심적으로 학파의 후배들을 잘 챙겨주진 못했다. 당장 그들 강의 과제 해결하고 연구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까.
하지만 부여 마법 학파는 그 정도가 조금 심했다.
제자가 교수의 이름도 종종 까먹고, 선배가 후배의 존재도 가끔 까먹는 학파.
밖에서 보면 왜 학파라고 하는지도 의아할 정도였다.
‘저 놈들은 그냥 따로 활동하는 게 맞지 않나?’
“>비블레의 마력 흡수 부여>가 어려운 마법은 맞지? 내가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편이지.”
강의실 안의 학생들이 마법 이름을 듣고 경악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비블레의 마력 통제 마법 시리즈는 부여 마법 학파를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커다란 벽이었던 것이다.
의외로 그 마법 학파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필요에 따라 마법 한두개 정도 배우는 경우는 많았다.
부여 마법도 그 특유의 유용성 덕분에 관련 강의를 듣는 다른 학파 학생들의 숫자가 제법 됐고.
당장 지금 강의도 다른 학파 학생들이 여럿 듣고 있지 않던가.
물론 학파를 전공하지 않는 만큼 높은 난이도의 마법은 익히기 힘들었지만 애초에 학생들도 그 정도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다른 학파 학생들이 원하는 건 익히기 쉽고, 범용성 높아서 자기 학파 마법에 응용하기 좋은 그런 마법이었는데…
-자. 다들 받아. 교수님의 >비블레의 마력 발산 부여> 마법이야. 기존 마력 속성 변환 마법보다 훨씬 뛰어나고 편리하지.
-와, 이런 걸 그냥 턱턱 줘도 돼?
-어차피 교수님은 신경도 안 쓰셔. 하여간 너희가 원하는 건 대충 이 마법들 안에 있으니까 알아서 잘 익혀봐.
-고맙다. …잠깐. 이거 익힐 수 있는 거 맞아?
기존 마법보다 뛰어나고 편리한 대신 훨씬 더 세심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암기하고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만큼, 부여 마법 학파를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은 턱턱 튕겨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부여 마법 학파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몇 개는 익히지 못하고 튕겨나갈 때가 많았다.
“그럼 대단한 게 맞군. 발산을 익힌 것부터 시작해서 흡수를 저렇게 빨리 익혔으니까.”
“아니. 저게 가능하냐는거지. 시군팅. 너 관심 없는 거 알겠는데, 네 기준에서는 어떻지?”
시군팅은 아무 말도 없었다. 학생들은 의아해하며 시군팅을 붙잡고 흔들었다.
“왜 말이 없어?”
“아. 미안하다. 오늘 강의 끝나고 저 후배한테 무슨 작업을 부탁할까 고민하고 있었지.”
쿠당탕탕탕!
선배들은 시군팅을 뒤로 밀어버렸다.
이한이 고개를 들자 선배들은 먼저 외쳤다.
“이제 정말 바닥이 멀쩡해졌다!”
“기름칠한 마차 바퀴를 굴려도 여기 위에서는 멈출 테니 걱정하지 마라! 다시 집중해!”
“괜찮습니다. 작업 다 끝났거든요.”
“…?!?!?”
* * *
선배들이 앞에서 떠드는 동안 이한은 버두스 교수를 도우며 증폭, 증량, 가속, 폭발, 만곡, 환상 마법들을 추가로 익혔다.
평소와 비교 되지 않는 작업 속도에 흥분한 버두스 교수는 기세를 타고 외쳤다.
“다음 작업도!”
“헛소리하지 마십시오 교수님.”
버두스 교수는 제자가 마법에 너무 관심이 없고 열정이 없다며 투덜댔지만 이한은 무시했다.
이제 이한도 강의 내용에 맞는 준비를 해야 했던 것이다.
‘무슨 강의 시작 전에 힘을 다 뺀 것 같군.’
혹시 몰라서 의자와 바닥을 한 번 점검하고(오늘 강의실 안이 유난히 미끄러운 것 같았다) 이한은 자리에 앉았다.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이란 강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지팡이는 어떤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그 성능이 변덕스럽게 달라졌다.
예를 들어 청수목(靑水木)으로 지팡이의 뼈대를 잡고 안에는 심해의 대공이 남긴 파편을 넣는다면 그 지팡이는 정말 극단적인 물 원소 특화 지팡이가 될 것이다.
마계의 금속으로 틀을 잡은 뒤 악마의 피로 문양을 그려 넣는다면 악마 소환 마법을 시전할 때 이점이 있을 것이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쉬우면서, 성능도 제법 나올 만한 지팡이.’
지금 이한이 쓰는 지팡이는 말하는 떡갈나무가 만들어 준 지팡이였다.
처음 기본 지팡이는 에인로가드에서 만든 만큼 그 형태나 균형은 완벽에 가까웠지만 특별히 더 강한 힘이 있거나 마법이 잠들어있지는 않았다.
-교수님 막는 사이 뺏어서 달아나!
-이 강도떼들이! 너희들은 지금 제국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정당한 소유물을 절도하고 있어!
-교수님만큼 제국법 안 지키는 분이 어디 계신다고 제국법을 들먹이십니까!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지만 이한은 집중하기 위해 무시했다.
말하는 떡갈나무가 만들어 준 지팡이에는 나무 정령이 깃들어있었다.
거기에 서리거인 왕과 공간이동 조각상까지.
지팡이의 몸체에는 나무 정령이 깃들어있고 끝에는 서리거인 왕의 푸른 원석과 공간이동 조각상의 광석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옮기는 건 가능하겠지만, 저것도 감안해서 만들어야겠군.’
지팡이가 버틸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은 억지로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 지팡이가 금이 가거나 깨져버릴 수도 있었다.
-세상에! 진짜 익혔어! 이거 봐!
-에인로가드의 기적이군!
-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잠깐. 이거 증폭 아냐? 증폭도 쟤가 했나?
-내놔! 강도떼들아!
쨍그랑!!
-젠장. 벌써 돌아오셨어! 다들 흩어져! 시간을 끌어!
이한은 주섬주섬 간단한 마법진을 그린 뒤 소환 마법을 준비했다.
이 지팡이를 처음 받았을 때는 마법을 몇 개 쓰지 못했지만, 지금 이한은 에인로가드에서 시간을 보내며 쓸 수 있는 마법들이 꽤 늘어난 상태였다.
지금 쓰려는 마법은 2서클, >하급 정령 대화>.
소환 마법 학파에 해당되는 마법으로서 계약하지 않은 정령에게 몇 가지 질문을 시도하는 마법이었다.
이한은 정령과 만날 일이 워낙 없는 만큼 쓰지 못했지만, 열심히 익혀두긴 했었다.
‘배워놓길 잘했군. 역시 마법은 익혀두면 손해 보진 않는다.’
이한은 지팡이의 나무 정령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마법을 시전했다.
“정령이여. 질문에 대답해주십시오.”
마법은 정확히 시전되었지만 정령에게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지?’
자신이 무언가 실수했나 싶어 이한은 의아해했다.
해본 적이 없는 만큼 뭐가 잘못된 건지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선배님… 선배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제야 주변을 둘러본 이한은 선배들이 절뚝거리며 코피를 흘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별 거 아냐.”
“혹시 또 버두스 교수님의 마법을 배우려고 하신 겁니까?”
“그, 그런 셈이지.”
“대단하십니다.”
후배가 존경의 시선을 보내자 선배들은 양심의 통증을 느꼈다.
차마 ‘네가 진짜 익혔는지 아닌지 내기 걸어서 확인해보느라 싸웠어’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단한 건 네가 대단하지. 버두스 교수님 일을 도울 능력이 있는 학생은 처음 본다.”
“?”
이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이한이 부여 마법의 몇몇 부분에서는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부여 마법 학파에는 이한보다 뛰어난 선배들이 분명 있을 터였다.
“부여 마법 학파에 선배님들 계시지 않습니까?”
“아. 버두스 교수님 일 도울 능력이 있는 사람은 교수님의 일을 안 돕고 보통 자기 마법을 하니까.”
“……”
새삼 부여 마법 학파 내부의 삭막한 인간관계를 깨달으며, 이한은 씁쓸해했다.
‘생각해보니 선배들이 버두스 교수의 일을 맡았으면 나까지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본인의 마력 특성상 선배들이 일을 맡아도 무조건 참가하게 된다는 건 깨닫지 못하고 이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선배님. 혹시 이 마법에 틀린 게 있는지 좀 봐주시겠습니까?”
“부여 마법? 부여 마법이면 네가 나보다 잘 할 것 같은데.”
“하하. 농담이 너무 과하십니다.”
“농담 아닌데.”
“알겠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 농담 아니라고…”
선배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일단 이한이 말한 문제를 확인했다.
나무 정령이 깃든 지팡이였는데, >하급 정령 대화>를 시전해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마법 제대로 시전했는데? 딱히 문제되는 건 없어보이는군.”
“그렇습니까?”
“내가 다시 시전해보도록 하지.”
선배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하급 정령 대화>를 시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한은 갑자기 불길함을 느꼈다.
‘…설마 내가 무서워서 대답을 안 한 건 아니겠지.’
“정령이여. 듣고 계십니까?”
지팡이 앞에 긍정을 표시하는 문양이 그려졌다가 사라졌다.
“되는데? 희한한 일이군. 이유가 뭐였을까?”
선배는 고민에 잠겼다.
이 마법은 맞냐 틀리냐로만 대답할 수 있는 만큼 질문자도 어느 정도 예리한 질문을 던져야 했다.
“선배님. 혹시 제가 무서워서 대답을 안 한 거냐고 물어봐주십시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한의 말에 선배는 웃음을 터뜨렸다.
“야. 물론 네가 에인로가드 학생들한테는 무섭게 느껴질 수 있긴 해. 전 학파를 다 듣고 있으니까.”
“……”
이한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선배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정령들이 그런 것에 겁먹지는 않는다구.”
“해보십시오.”
“알겠어. 알겠어. 혹시 여기 이 마법사가 두려워서 대답을 안 하신 겁니까?”
놀랍게도 대답은 부정이었다.
이한은 깜짝 놀라서 선배의 어깨를 꽉 붙잡고 외쳤다.
“선배님. 보십시오!!! 정령이 절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그래. 축하한다. 왜 이렇게 기뻐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힘 좀 풀어줄래? 아까 버두스 교수님 때문에 부러진 쇄골이 아직 아프거든.”
“죄송합니다.”
억센 손아귀에서 풀려난 선배는 어깨를 문지르며 고민에 잠겼다.
“흠. 이유를 진짜 모르겠네.”
“지팡이를 새로 만드는 것 때문에 몇 가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뭐. 어쩔 수 없지. 닥치는 대로 다 물어보자고.”
선배는 품속에서 정령 소환 마법 책을 꺼내더니 차례대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사악한 존재와 계약해서 그렇습니까?”
“윽.”
“혹시 지나치게 위험한 싸움을 했습니까?”
“으윽.”
“…왜 그래? 어디 아프냐?”
“아닙니다. 계속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