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32)
732화
“저도 기초를 다지고 싶습니다만.”
“응?”
디레트는 진심으로 의아해했다.
정말로 후배에게는 별 필요가 없어 보였던 것이다.
“지금 쓸 수 있는 독 원소 마법이 3서클 정도 아니었어?”
“아직 불완전한데요.”
언데드 마법사, 버두스한테서 전수 받은 >타각의 독> 생성 마법이 3서클 정도였지만 아직 시전이 완전하진 못했다.
“후배 너도 참 완벽주의자다. 다른 애들은 시전만 해도 다 완벽하게 익혔다고 우겨대는데.”
“아니, 완전하지 않으니 불완전하다고 하는 겁니다!”
이한은 조금 억울해졌다.
물론 시간을 주면 독을 불러올 수 있긴 했지만 이건 아직 불완전한 것 아닌가.
“뼈 원소 마법은 4서클이었고.”
>스켈레톤 전사 소환>은 원래 4서클까지 가진 않았다.
언데드계의 스켈레톤 전사와 계약해서 소환하면 훨씬 더 난이도가 내려갔으니까.
하지만 이한은 몇몇 사악한 흑마법사들의 압박으로 요즘 잘 쓰지도 않는 고대 방식의 사령술을 익혀야 했고, 그 결과가 바로 4서클 난이도의 >스켈레톤 전사 소환>이었다.
다른 차원의 존재를 불러오는 게 아닌, 마법사가 뼈를 하나씩 직접 조립하는 방식의 마법이었으니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그래도 덕분에 이한의 뼈 원소 마법 숙련도는 상당히 높아진 편이었다. 모두 다 >스켈레톤 전사 소환>을 갖고 계속 씨름한 덕분이었다.
“…그렇죠. 하지만 아직 못 익힌 기초들이 있지 않을까요?”
디레트는 상냥한 선배였다.
후배가 고집을 부려도 화를 내는 대신 조용히 원하는 대로 해줬다.
디레트가 꺼낸 각종 기초 마법들을 순식간에 성공한 이한은 시무룩해진 얼굴로 말했다.
“어려운 마법부터 가시죠.”
“잘 생각했어, 후배.”
* * *
“피가 원소로서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알고 있지?”
“예.”
제국의 흑마법사가 뼈나 독, 심지어 암흑 원소까지 다루더라도 피 원소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건 그 비효율성에 있었다.
“하지만 사실 피를 원소 마법으로서 안 쓰는 건 아니긴 해. 몇몇 마법범죄자들은 실제로 쓰고 있고.”
“교장 선생님이요?”
“…후배. 내가 마법범죄자라고 말하는 건 비유가 아니라 진짜 마법범죄자를 말하는 거야.”
피 원소는 뼈 원소에 비해 공격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하거나 보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몇몇 마법범죄자들이 무고한 희생자들 상대로 마법에 필요한 신선한 피를 대량으로 갈취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 인기는 더욱 없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나달테스부터 시작해서 모르툼 교수, 디레트까지 내려오는 이 흑마법의 학풍은 ‘인기없다고 무조건 안 쓰는 건 멍청한 짓이다’였다.
하다못해 이걸 쓰는 놈을 만났을 때라도 잘 알아야 약점을 찌를 것 아닌가.
탁-
디레트가 작은 유리병을 꺼내서 코르크 뚜껑을 열자, 안에서 꿀렁이는 소리와 함께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피 냄새가 났지만 무언가 다른 마력의 기운이 풍겼다.
“이건 연금술로 만든 인공 혈액이야. 보통 피 원소 마법을 시전할 때는 이걸 쓰지. 확장성이 좋거든.”
마력을 함유한 뼛조각을 마법의 시약으로 쓰는 것처럼, 피 원소 마법도 저런 시약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게 많았다.
이한은 디레트의 말뜻에 담긴 다른 뜻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피 원소 마법이 아닌 다른 마법의 시약으로 쓸 때는 쓰지 않는다는 겁니까?”
“맞아.”
흑마법 학파 선배는 영리한 후배의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이 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피 원소 마법을 시전할 때는 워낙 요구량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지만, 연금술로 만든 인공 혈액보다는 진짜 피가 더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디레트는 혈기가 감도는 뼛조각을 꺼냈다.
“이건 내 피를 주기적으로 먹인 뼛조각이야. 인공 혈액을 먹여도 됐겠지만, 내 피를 먹이는 장점이 있지. 마법의 통제나, 여차할 때에는 피 원소 마법도 쉽게 가능하고.”
“이해했습니다.”
이한도 암흑 원소를 뼈에 담금질하듯 불어넣어서 시약을 강화시켰던 전적이 있었기에 디레트의 말을 금방 알아들었다.
피를 사용해서 뼛조각을 강화시키는 건 결국 뼈 원소 마법을 강화시키는 것도 연결되는 것이다.
‘피 원소 마법을 굳이 무리해서 쓰지 않더라도, 이런 식으로 응용하는 것만으로도 위력이 올라가는 거군.’
“물론 일반적으로 암흑 원소나 독 원소가 좀 더 선호받긴 해. 피 원소는 특별한 효과도 없고, 사용 방법도 좀 제한적이라… 하지만 말했듯이.”
“익혀두면 언제나 쓸 곳이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디레트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부터 시작해보자.”
“예. 그런데 이건 얼마나 어려운 마법입니까?”
디레트는 그저 미소지은 채 대답하지 않고 손짓으로 재촉할 뿐이었다.
이한은 의아했지만 일단 자신의 피를 조금씩 뼛조각 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피여, 여기에 모여라…”
뼛조각이 핏빛으로 물들고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이한과 연결되었다.
이한은 디레트가 아까 말한, 자신의 피를 먹이는 장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뼛조각으로 스켈레톤 전사를 소환한다면 훨씬 더 세밀한 조종이 가능해질 것 같았다.
“성공했군.”
“예.”
“그럴 것 같아서 얼마나 어려운지 굳이 말 안 했어. 말해봤자 별 의미 없잖아?”
“…그냥 말해주시죠…”
* * *
그 이후로 디레트는 뼈와 피를, 피와 독을, 독과 뼈를 연결시키는 여러 마법들에 대해 설명해줬다.
피를 이용해 독성을 증폭시키는 마법과, 독성을 이용해 뼈를 터뜨리고 그 주변에 날리는 마법 등.
상당히 다양하고 어려운 것들이 많았기에 이한도 집중을 놓지 않고 들었다.
“그런데 선배님.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습니다만.”
“뭔데?”
“이 강의는 몇 학년 강의인가요?”
“3학년. 왜?”
“…제가 그걸 듣는 게 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어? 그다지?”
“……”
디레트는 회중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시간이 좀 남네. 갔다 와도 되겠다.”
“시간이 남으면 휴식은 어떻습니까? 지금 선배도 휴식이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 가려는 곳이 휴식이야. 후배.”
“?”
디레트가 씩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이한에게 강의실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그 미소에 이한은 괜히 불안해지는 걸 느꼈다.
보통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서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내가 힘들 때마다 종종 가는 곳이거든.”
‘으음. 더 불안해지는군.’
만약 상대가 소환 마법 학파였다면 모를까, 흑마법 학파인 만큼 조금 불안해지는 게 사실이었다.
공동묘지나 늪 지하 석실 같은 곳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디레트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원래 좋은 사람의 취향도 조금 뒤틀려 있을 수 있었다.
지하 2층의 샛길을 열고 들어간 디레트는 앞으로 끝없이 길게 이어진 통로 벽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둘이 발을 디디고 있던 계단이 출렁이며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본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야.”
디레트는 이한이 놀라지 않게 설명했다.
에인로가드가 워낙 넓은 만큼 고학년 학생들은 이동할 때 직접 걸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본관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 샛길이었다.
에인로가드 본관은 그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길들이 본관 밖 에인로가드 영지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런 길을 잘 찾아내기만 하면 동작 한 번으로 쉽게 멀리 나갈 수 있는 샛길이 됐다.
쿵!
“다 왔다. 나가자.”
디레트는 위로 연결된 계단을 불러오더니 먼저 걸어올라 나갔다. 이한은 혹시라도 공동묘지나 맹독 늪 같은 게 나올까 걱정하며 그 뒤를 쫓았다.
그러나 다행히 공동묘지나 시체 썩는 냄새 같은 건 없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건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가 전부였다.
본관 지하 샛길이 연결된 곳은 숲의 한가운데였던 것이다.
“여긴 어딥니까?”
“어둠숲. 주변을 둘러보면 이름이 왜 이런지 이해가 갈 거야.”
이한은 공터 너머의 숲을 확인했다.
대낮인데도 마치 저녁인 것마냥 어두운 숲은 암녹색 나무들로 가득했다.
이 나무들과 수풀들 사이에서 암흑 원소가 주기적으로 순환하듯이 맴도는 게 느껴졌다.
“암흑 원소가 가득한 곳이군요?”
“맞아. 암흑 원소를 다루는 흑마법사가 마력을 회복하기 좋은 곳이지.”
여기 종종 왔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디레트는 의자와 탁자를 불러왔다.
안전한 곳이란 걸 확인한 이한은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흑마법사들한테 좋은 곳이겠군.’
아무래도 흑마법 학파의 학생들에게 이런 식으로 암흑 원소가 강하게 조성된 곳은 궁합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암흑 원소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더라도 그 마력의 특성상 효과가 뛰어나리라.
실제로 오늘 강의 도중 마법을 꽤 많이 썼던 디레트도 숲의 공기를 몇 번 들이쉬자 빠르게 마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이 숲 자체를 좋아했는지 디레트의 얼굴이 밝아지는 게 느껴졌다.
“참. 후배. 여기 다른 후배들한테는 말하지 마.”
“흑마법 학파 선배들한테도 말입니까?”
“걔네들한테는 더더욱. 여기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걔네들이 5학년으로 올라갈 것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이한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방금 디레트 선배가 한 말에서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그럼 난 5학년에 올라가란…?’
“잠깐! 저기!”
“?”
“저건 잡아야겠다, 후배. 어둠달팽이야!”
어둠숲에 사는 희귀한 동물을 발견한 디레트는 이한을 재촉했다.
소환수를 불러낸 뒤 재빨리 허공을 날아 어둠달팽이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꽉 붙잡아. 간다!”
후배를 태운 디레트는 저 멀리서 쏜살같이 달아나는 어둠달팽이를 쫓았다.
그 뒤에 앉은 이한은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의 풍경을 확인하며 혹시라도 모를 다른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하려고 했다.
그 때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
이한은 갑작스러운 풍경에 자신이 환상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창 디레트를 따라 허공을 달리는 와중인 만큼 이런 광경이 눈앞에 나타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뭐지? 어지간한 환상 마법은 통하지 않을 텐데?’
이미 자신을 공격하려는 외부 환상 마법이나 독들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경험했던 만큼 이한은 당황스러웠다.
환상 속에서, 고풍스럽게 차려입은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복색을 봐도 어디 출신인지 짐작도 가지 않을 만큼 독특하고 오래된 양식의 옷차림이었다.
-스승이시여. 당신께서 하라는 대로 이렇게 왔습니다. 이제 대답해주십시오. 나 안타곤달스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
안타곤달스의 이름을 들은 적 있었기에 이한은 충격으로 눈을 부릅떴다.
저 마법범죄자가 에인로가드의 영역 안에는 왜 왔단 말인가?
그러나 안타곤달스 앞에 있는 상대는 더욱 더 충격적이었다.
놀랍게도 그건 인간 형태의 해골 교장이었다.
‘…!!!’
평소에도 인간 형태의 해골 교장이 친절하고 부드러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 환상 속의 해골 교장은 얼음장처럼 싸늘하고 오만한 태도였다.
마치 안타곤달스가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계속된 애원과 부탁에도 불구하고 해골 교장이 아무런 말도 없자 안타곤달스는 살짝 분노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참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기다리겠습니다! 스승이시여. 제게 다시 가르침을 주실 때까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환상이 끝이 났다.
디레트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어둠달팽이를 보며 기쁨으로 소리쳤다.
“후배! 보여?!”
“선배!!”
“어!? 뭐?! 왜!?”
후배가 갑자기 어깨를 꽉 붙잡고 외치자 디레트는 균형을 잃을 뻔하고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건 지금 후배가 외치려는 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큰일났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드디어 미치셨습니다!!!”
“…무슨 소리인진 모르겠으니까 천천히 설명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