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36)
736화
“이봐. 함정 같은데.”
“마르캉. 정신 차려라! 함정이다!”
얼데의 외침에 다른 독방에 있던 학생들이 수상쩍음을 느끼고 말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얼데를 선배라고 외치는 사람이 징벌방에 돌아다니다니.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됐다.
“함정 아니다! 나하고 같이 작업한 후배가 날 만나러 온 거야!”
“……”
“…이 자식, 거짓말을 하다가 자기도 취해버렸군!”
다른 학생들은 탄식했다.
밖에 밀수품이 있다고 허세를 부릴 때 뺨을 때려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했어야 했는데, 내버려둔 탓에 증세가 악화된 것이다.
징벌방이 워낙 외롭고 슬픈 곳인 만큼 여기 갇힌 학생들은 광기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르캉. 다른 탑인 널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같은 징벌방 동지로서 조언하마. 거짓말 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거짓말은 자신도 속아 넘어가는 거짓말이야.”
“맞아. 나도 예전에 처음으로 징벌방에 왔을 때는 교장 선생님의 방을 털다가 왔다고 거짓말을 했었지. 그 거짓말이 또 거짓말을 불러서 결국 교장 선생님의 방을 정말 털어야 했다고.”
“이 멍청한 자식들이 누구를 광증 걸린 환자로 모는 거야?! 진짜 후배라고!”
당연히 얼데는 발끈했다.
워다나즈 가문의 기특한 후배가 자신을 만나러 왔는데 이 비열한 자식들이 음해를 하고 있었다.
“마르캉.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네가 후배라면 정말 널 만나기 위해서 이 위험하고 난해한 징벌방 미로를 뚫고 여기까지 오겠나? 진심으로?”
“얘 말이 맞아. 저건 함정이야. 교장 선생님의 새 하수인일지도 모르겠군.”
“……”
독방 친구들의 말에 얼데는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갓 2학년이 된 놈이 징벌방 미로를 뚫고 여기까지 찾아와서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교장 선생님이 보낸 하수인일까?
“…그런데 저걸로 위장해서 뭘 어쩌려고?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이미 징벌방인데.”
“그냥 네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즐기시려는 거지. 교장 선생님 취미잖아.”
그럴듯한 말에 얼데는 점점 흔들렸다.
그 때 이한이 계단을 내려와 복도 끝에 도착했다.
복도 양옆에 위치한 독방에 선배들이 가득한 걸 보고 이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여기 계셨군요.”
“…!”
“!!”
학생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재빨리 돌아서서 벽을 보고 섰다.
해골 교장의 새 하수인이라면 상대하는 것 자체가 위험했던 것이다.
“얼데 선배님?”
“……”
“혹시 갇히셔서 화나신 겁니까?”
얼데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못 들은 척 했다.
이한은 의아했지만 일단 도착한 이상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차례대로 꺼냈다.
“여기 간식 좀 갖고 왔습니다. 놓을 테니 심심하면 드십시오.”
바구니 안에는 갓 구운 흰색 빵과 찍어먹을 벌꿀, 딸기로 만든 잼, 햄과 계란이 들어간 간단한 샌드위치, 돼지고기 통조림과 소고기 통조림 등이 들어 있었다.
밖이라면 돈 받고 팔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작업의 성공을 위해 희생한 선배에게 돈 내놓으라고 할 만큼 이한은 냉정하지 못했다.
“혹시 드시고 싶은 분 계십니까? 넉넉하게 갖고 왔는데. 금화 안 받고 그냥 드리겠습니다.”
“……”
선배들의 두려움은 최고 수치에 도달했다.
금화를 받지 않고 식료품을 주겠다고 꼬드기는 하수인이라니.
대체 무슨 수작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다들 화가 나신 건가?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배. 징벌방에서 나오면 뵙죠.”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계단으로 향했다.
위에서 내려오던 데스 나이트가 이한을 발견하자 크게 외쳤다.
-잠깐!
“!”
-이쪽 길이 아니라 저쪽 벽에 숨겨진 길이 더 빠릅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데스 나이트가 체포하는 대신 길을 알려주자 학생들의 확신은 더더욱 짙어졌다.
후배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징벌방의 학생들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 지독한 함정이었다.”
“난 무심코 대답할 뻔했어.”
“마르캉. 먹으면 안 된다. 내 장담컨대 그건 무조건 독이야!”
얼데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해서 바구니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징벌방에서 그런 인내심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온갖 마법으로 확인을 시도해본 얼데는 결국 빵을 한 입 베어물었다.
“…맛있는데?”
“뭐? 설마 먹었어?”
“이것도 멀쩡하고, 이것도 멀쩡하고… 야, 이 멍청한 자식들아!! 진짜 후배 맞잖아!!!”
얼데는 뒤늦게 진짜 후배였다는 걸 깨닫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얼데의 주장을 믿지 못했다.
“후배가 먹을 걸 갖다 줬다니 그게 말이 되냐?”
“지효성 독이겠지.”
“마르캉. 그럼 네가 설명해봐라. 그 후배가 진짜 후배였다면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고, 또 데스 나이트하고는 어떻게 친분이 있었겠냐?”
분했지만 얼데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던 것이다.
‘큭.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지?’
* * *
강의를 끝내고 나오면서, 이한은 페르세 선배와 그 친구들을 발견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
페르세는 멍한 눈빛으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옆에 있던 친구들이 대신 해명해줬다.
“미안. 방금 강의에서 페르세가 무척추동물로 잘못 변신해서 아직 후유증이 있나봐.”
“그, 그렇군요.”
하지만 선배들의 표정은 친구가 잘못 변신한 걸 감안해도 어둡고 피곤해보였다.
이한은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말했다.
“다들 힘내십시오. 곧 주말입니다.”
“…난 주말에도 강의 있다.”
“!”
선배의 우울한 대답에 이한은 당황했다.
주말에도 강의가 있다니?
‘그게 말이 된단 말인가?’
“왜 주말에 강의가 있습니까?”
“글쎄. 가르쳐야 할 내용이 많아서? 수련이 부족해서? 교수님이 미쳐서?”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만…”
“넌 전 학파 마법을 다 듣고 있잖아. 심한 건 그게 심한 거지.”
“……”
선배의 말에 이한은 상처받았다. 옆의 다른 친구가 타박했다.
“왜 네 강의가 저주받은 걸 후배한테 그래?”
“흥. 사실이잖아.”
‘괜히 인사했다.’
이한은 앞으로 피곤해 보이는 선배들이 보이면 먼저 말을 거는 건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피곤한 만큼 보통 날카로운 게 아닌 것이다.
‘이건 벤도졸 교수 강의겠지?’
다음 강의로 시선을 돌리자 >지독하게 아름다운 생물들>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확실히 이름만 봐도 벤도졸 교수일 가능성이 높게 느껴졌다.
심지어 강의 장소도 본관에서 꽤 멀리 떨어진 서쪽 악몽메아리숲.
여기 숲은 작년에 흰 호랑이 탑 학생과 검은 거북이 탑 학생 몇몇이 식량을 얻으려고 찾아갔다가 실종될 뻔한 적이 있었기에 지금 2학년들한테도 악명이 높았다.
온갖 악령이나 영체 계열 몬스터들이 날뛰며 숲의 침입자들을 쫓아내려 하는 것이다.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이 대부분 멀쩡하지 않았지만, 저런 곳에서 강의를 하겠다는 교수는 그 중에서도 드물었다.
이한은 오솔길을 따라 걸어갔다. 길 자체는 몇 번이고 온 적 있는 만큼 별로 어렵지 않았다.
산맥으로 들어가면 모를까, 에인로가드 2학년 학생쯤 되면 평지에서 길을 잃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이상하게 조용하군.’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디레트와 함께 어둠숲에 갔다가 웬 미친 마법사의 분신이 남긴 함정을 밟은 적 있는 만큼 이한은 괜히 조심스러워졌다.
“샤르칸.”
소환수를 불러낸 이한은 주변을 탐색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샤르칸을 소환한 것에서 끝내지 않고 광구(光球)를 지팡이 위에 띄우고, 다른 강화 마법들을 시전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과민했나?’
만약 위협이나 적이 있었다면 진작 나왔을 텐데 별다른 습격도 없고 감각에 잡히는 적도 없자 이한은 스스로가 잘못 생각했나 싶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숲 안에 난 커다란 공터가 보였다. 목적지인 이번 강의 장소였다.
아니나 다를까 벤도졸 교수가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얼굴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헉, 뭐냐?! 어떻게 도착한 거냐!”
이한의 인사에 교수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설마 이렇게 빨리 도착하는 학생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반응에 이한이 오히려 더 당황스러워했다.
“곧 강의 시작이잖습니까? 당연히 도착하죠. 그런데…”
공터 주변을 둘러본 이한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이 강의가 흑마법 강의면 혼자 듣는 게 이해가 갔지만, 아무리 벤도졸 교수가 미친 사람이어도 >지독하게 아름다운 생물들> 같은 강의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왜 공터에 아무도 없단 말인가?
“왜 아무도 없습니까?”
“아직 도착을 안 했으니까 없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그보다 넌 어떻게 도착한 거야?”
“…혹시 오는 길에 함정이 있었습니까?”
“함정은 무슨! 그건 함정이라고 할 수도 없지. 시험 정도다!”
최근에 어디서 들은 것 같은 말을 하는 뻔뻔한 교수에게 이한은 끈질기게 캐물었다.
그 결과 이 >지독하게 아름다운 생물들> 강의가 어떤 강의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강의는 원래 매번 에인로가드 영지 내의 위험한 곳에서 열리는 강의였다.
원래라면 그 생물들을 직접 데리고 와서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벤도졸 교수는 좀 더 세심하게 마음을 썼다.
희귀하고 강력한 생물일수록 위험한 곳에서 사는 만큼 그 자리에 직접 찾아가 보여주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은 그런 벤도졸 교수의 마음에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언제나 많은 학생들이 늦게 도착하거나 탈락하곤 했다.
그런 불성실한 학생들 때문에 가슴이 아플 때도 종종 있었지만 벤도졸 교수는 꿋꿋하게 자신의 교육 방향을 유지해왔다.
당장 교수는 이번 악몽메아리숲도 숲에 고인 마력이 강한 날짜를 고르고, 몬스터들을 더욱 자극해서 사납게 만들지 않았던가.
교육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없다면 이렇게 성실하기 힘든 것이다.
‘…큰일 났군. 예상보다 더 미친 강의다.’
이한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꼈다.
벤도졸 교수의 강의라고 짐작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광기는 예상했었는데 이건 그걸 뛰어넘고 있었다.
매 강의마다 새로운 위험 지역에 찾아가야 한다니.
“왜 대답을 안 하냐! 어떻게 도착했냐고!”
“그냥 걸어왔습니다만.”
“그냥 걸어왔다고? 습격은? 악령은? 유령 무리 같은 건?”
“없었습니다.”
“……”
벤도졸 교수는 충격과 불신의 눈동자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학생한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이 악령 놈들. 설마 비열하게 상대를 골라서 덤비는 건 아니겠지!”
벤도졸 교수가 펄펄 날뛰며 자신의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분석하는 동안 이한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리폰? 바실리스크? 유니콘?”
“셋 다 아닙니다만.”
“그럼 뭐가 궁금한 거냐!”
“다름이 아니라, 학생들이 다 늦게 오면 강의는 어떻게 진행합니까?”
“다 못 가르치면 주말에도 하는 거지.”
벤도졸 교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주말에 학생들이나 가르치고 싶지 않았지만 에인로가드의 규칙에 따르면 어쩔 수 없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과연.”
“잠깐 이리 와봐라! 왜 몬스터들이 나타나지도 않았는지 확인해봐야겠…”
말을 꺼낸 벤도졸 교수는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다시 숲속으로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놀랍게도 이 소년은 다른 학생들을 데려오려고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