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38)
738화
“에인로가드의 몇 안 되는 장점이 바로 이런 귀한 몬스터들을 볼 수 있다는 거지. 하하하!”
벤도졸 교수는 학생들의 표정이 변하는 것도 모르고 신나서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까지 화를 내더라도 몬스터 이야기만 하면 언제든지 행복해지는 것이다.
학생들은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자. 그러면 다들 악몽작을 만나러 가볼까?”
“교수님.”
이한은 손을 들고 불렀다. 그러자 벤도졸 교수가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설마 만나기 싫은 건 아니겠지? 너 같이 하찮은 인간이 악몽작 같이 귀한 몬스터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된다고??”
“여기…”
이한은 외투 주머니에서 참새 몬스터를 하나 꺼냈다.
아직 중독 상태라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악몽작이었다.
“……”
벤도졸 교수는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서 대답도 하지 못했다. 눈만 끔벅이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악몽작을 쳐다만 보았다.
닐리아는 그 모습에 살짝 기대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심장마비로 쓰러지시는 거 아냐?
그러나 벤도졸 교수는 충격을 간신히 이겨냈다.
“말… 말… 말도 안 돼! 누가 악몽작을! 너! 네놈이 악몽작을!”
“교수님! 워다나즈가 안 했어요!”
악귀 같은 표정을 짓는 교수를 본 친구들이 재빨리 거짓말을 꺼냈다.
내버려뒀다가는 이한을 공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이한을 공격한 교수가 이제까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굳이 그 숫자를 더 늘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해보세요! 워다나즈가 어떻게 악몽작을 쓰러뜨리겠어요!”
“고작 2학년이에요 저희!”
학생들은 외치면서도 자신들의 거짓말이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는지 자신감이 붙었다.
확실히 2학년 학생이 악몽작을 이렇게 쓰러뜨려서 데리고 왔다는 건 이상하게 들렸다.
하지만 불행히도 벤도졸 교수는 겨울 방학 때부터 이한을 본 사람이었다.
“닥쳐! 제국에 저런 2학년이 어디 있냐!”
“……”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물론 악몽작을 쓰러뜨린 건 본인이 맞긴 했지만…
‘너무한 거 아니야?’
“아까 악령한테 안 당하고 제일 먼저 도착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네놈이 악몽작을 죽일 거라는 걸!”
“안 죽었는데요 아직…”
“으흑흑. 미안하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야!”
벤도졸 교수는 학생들의 말을 무시하고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악몽작에게 외쳤다.
그리고는 이한의 손에서 악몽작을 홱 뺏고는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깐. 이 독은…?”
이한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말했다.
“사실 제가 키우는 바실리스크가 물었습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벤도졸 교수는 자연의 섭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은 미친놈 바라보듯이 교수를 쳐다보았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예. 감사합니다.”
“네놈한테 한 말이 아니라 바실리스크한테 한 말이야!”
교수가 소리치자 바실리스크가 불쾌하다는 듯이 쉿쉿소리를 냈다.
주인을 위협하는 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벤도졸 교수는 하늘이 무너지는 걸 목격한 마법사처럼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네 주인의 적이 아니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실리스크는 계속 쉿쉿소리를 냈다.
벤도졸 교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한을 노려보았다.
미친듯이 분했던 것이다.
“내… 내가 아끼는 제자야!”
“??”
“누가 있겠냐! 네놈 말이다!”
교수는 속삭이며 화를 냈다. 그 소리를 또 들었는지 바실리스크가 다시 반응했다.
벤도졸 교수는 눈치 없는 이한에게 빠득 이를 갈았다.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
“너, 너는 내가 아끼는 제자란다. 하하.”
-……
“자. 이거 봐라. 하하. 친하다.”
더러운 인간 종족 따위와 접촉하고 싶지 않았지만 벤도졸 교수는 꾹 참고 제자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도 바실리스크는 의심스러워했다.
“교수님. 언제까지 이래야 합니까?”
“바실리스크가 의심을 풀 때까지!”
교수는 으르렁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한은 냉정하게 되물었다. 이럴 때 챙기지 않으면 에인로가드 학생은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다음 강의는 다 같이 모여서 출발하는 게 어떻습니까?”
“…네, 네놈…!”
사악한 제자의 제안에 벤도졸 교수는 경악했다.
인간 종족답게 지독할 만큼 사악한 놈이었다!
바실리스크가 다시 쉿쉿소리를 내려고 하자 교수는 다급하게 수락했다.
“알겠다! 다 같이 모여서!”
“무슨 동물을 만나러 갈지도 미리 이야기하는 건 어떻습니까?”
“개ㅈ… 그래!”
“하하. 우리 친해.”
이한과 벤도졸 교수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제야 바실리스크는 경계태세를 풀고 조용해졌다.
* * *
갖고 있던 몇 가지 비약과 마법으로 간신히 새끼 바실리스크의 독을 해독해낸 벤도졸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 자라지 않은 바실리스크의 독이었고, 또 악몽작 자체가 워낙 강한 몬스터여서 다행이었다.
온갖 악몽과 영체가 응축된 곳에서 태어나는 악몽작이 아니었다면 이런 맹독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귀여운 녀석은 아직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독이 왜 이렇게 강한 거지?’
벤도졸 교수는 애틋한 눈빛으로 이한의 소매를 쳐다보았다. 이한은 불쾌하다는 듯이 소매를 숨겼다.
“악몽작이 조금 회복되었으니 강의를 시작하겠다.”
“…헉! 맞아. 강의 시간이었지?”
“우리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순간 고민하고 있었네.”
학생들은 그제야 강의 시간이라는 걸 깨닫고 책을 꺼냈다.
벤도졸 교수는 악몽작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말했다.
“이 악몽작이란 몬스터의 가장 아름다운 점 중 하나는 이 보석 같은 눈동자다. 이 눈동자를 마주치면 생명체들은 강한 환상 마법에…”
악몽작을 사냥할 때는 눈동자를 주의할 것. 타고난 환상 마법을 갖고 있음. 위험!
“날갯짓할 때는 안에 깃든 악령을 마구 불러내지! 빛이 부딪칠 때 화려하게 변하는 이 색이 정말로 아름다워!”
악몽작이 날갯짓할 때 쏟아지는 악령들을 주의. 악령 상대 방법을 준비할 것.
“이 녀석이 숲에 오랫동안 자리 잡으면 점점 더 영체 몬스터들이 늘어나는데, 이 또한 녀석이 새로 알을 낳으려고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지! 이대로 숲을 계속 내버려두면 이 귀여운 녀석은 늘어난 영체를 싹 집어삼켜서 알로 만들어버리거든!”
악몽작이 숲에 자리잡으면 최대한 빨리 토벌할 것…
학생들은 진지하게 벤도졸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에인로가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갖 위험한 몬스터들에 대해 박식해야 했던 것이다.
최소한 어떻게 도망치고 피해야 하는지, 어디서 나오는지 파악해두지 않는 학생은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원래 사냥꾼만큼 사냥감에 대해 깊게 관심을 갖고 파악하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벤도졸 교수는 그 예외에 해당됐다.
“녀석이 졸린가보군. 잠깐 쉬도록 하지.”
벤도졸 교수는 악몽작 위에 나뭇잎을 엮어 만든 임시 마법 이불을 살짝 덮어줬다.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마법이 걸린 이불이었다.
교수가 다가오자 이한은 슬쩍 노트 페이지를 넘겼다.
‘악몽작을 어떻게 사냥해야 하는지’ 내용을 보면 벤도졸 교수가 심장마비에 걸릴 수도 있었으니까.
“유니콘은 얼마나 챙겨주고 있냐?”
“예?”
“유니콘 말이다! 유니콘!”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정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만…”
“이… 이틀! 사… 사흘!!”
벤도졸 교수가 다시 심장마비가 온 것 같은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니기소르 사제가 의아해했다.
혹시 날짜를 두려워하시나?
“하루에 다섯 번은 찾아가야지 이 저주 받… 아끼는 제자야!!”
“무리입니다. 그리폰도 그렇게 자주 못 찾아가는데.”
교수가 아무리 펄펄 날뛰어도 이한은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교수가 하란다고 정말 다 했다면 이한은 1학년 때 언령 마법을 익혀야 했을 테니까.
“핑계대지 마라! 네놈에게 남는 시간이 분명 있을 거다. 강의 일정표를 꺼내!”
이한은 반신반의하며 일정표를 꺼냈다.
벤도졸 교수여도 여기서 더 짜낼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교수 아닌가.
혹시 이한이 못 보는 무언가를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벤도졸 교수는 즉답하지 못하고 끙끙 소리를 내며 머리를 붙잡았다.
마치 아주 복잡한 퍼즐처럼, 이 강의 일정표는 조금의 빈틈도 허락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 빈 시간은… 제기랄. 클럽이 있군. 그럼 여기 빈 시간은… 그리폰이군… 여기 빈 시간은… 제기랄, 제기랄!! 네놈은 강의를 왜 이렇게 많이 듣는 거냐!!”
뒤에 있던 학생들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이한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기 텃밭 관리는 뭐지? 강의인가?”
“강의는 아니고, 우레걸음 교수님의 오두막을 돌보는 겁니다.”
“그럼 이건 내가 하겠다. 이 시간에 유니콘을 만나러 가라!”
“…어, 그래도 되긴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우레걸음 교수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다.
같은 교수가 잡일하러 오두막에 방문하다니.
“뭐! 또 뭐가 문제냐!”
“아닙니다. 교수님께서 원하신다면 양보해드리겠습니다.”
“여기 이 >사악한 비버 찾아가기>는 뭐냐?”
“아. 잘못 썼나봅니다. 버두스 교수님의 공방에 찾아가 재료를 손질하고 밑작업하는 일입니다.”
“강의냐?”
“이게 강의겠습니까?”
“그럼 이것도 내가 할 테니 이 시간에도 유니콘을 만나러 가라!”
“!”
이한은 처음으로 벤도졸 교수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꼈다.
버두스 교수를 대신 만나러 가주겠다니!
“교수님께서 원하신다면야…”
벤도졸 교수는 강의 일정표에 남은 빈틈을 어떻게든 박박 긁어모았다.
그 중 대체 가능한 잡일이 있으면 최대한 빼냈다.
‘아니. 내가 이렇게 일을 많이 했었나?’
이한 본인도 하나씩 나올 때마다 놀랄 정도였다.
이렇게 많았을 줄이야.
간신히 유니콘을 위한 시간을 확보한 벤도졸 교수는 일정표를 홱 던진 다음 일어났다.
“자. 다음은 악몽작과 친해지는 방법이다.”
“친, 친해지는 방법이요?”
“전 친해지고 싶지 않습니다만…”
벤도졸 교수는 화강암 같은 얼굴로 학생들의 불평을 무시했다.
“위험하고 사나운 몬스터라 하더라도 무작정 싸우는 방법만 선택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마법사는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 몬스터와 친해지는 방법을 배운다는 건 그 몬스터를 가장 깊게 파악한다는 거다.”
“과연. 사냥할 때도 더 도움이 되겠네요.”
흰 호랑이 탑 학생의 대답에 벤도졸 교수는 태워죽일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학생은 겁에 질려 노트로 얼굴을 가렸다.
“악몽작과 친해지기 가장 좋은 방법은 변환 마법이다. 다행히, 이 녀석이 친근감을 느끼는 몇몇 동물들이 있지. 다음 시간까지 이런 동물들 중 하나로 변신하는 방법을 익혀오도록 해라! 완전하게는 못 하더라도 최소 팔 정도는 변신시켜야 하니까!”
“교수님. 저는 변환 마법을 전공하지 않는데요?”
학생의 질문에 벤도졸 교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어쩌라는 거냐? 알아서 구해와라. 물약을 구하든 주문서를 구하든. 그것도 마법사의 능력이야!”
“……”
슬슬 교수에 대한 파악이 끝난 학생들은 무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대신 자기들끼리 상의했다.
“작은 곤충 계열 몬스터, 새 계열 몬스터… 뱀 계열 몬스터도 의외로 괜찮다는데? 친근감을 가진대.”
“곤충보단 뱀이 나을 거 같은데.”
“윽. 난 둘 다 싫어한다고.”
‘바실리스크는 안 되겠지?’
이한은 어떤 동물로 변신할지 같이 고민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작년에 배운 2서클 마법, >하급 변신>은 신체의 일부분을 바꾸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을 익힌 만큼 벤도졸 교수의 요구에 맞춰 준비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팔이여. 짐승의 앞발이 되어라.”
한동안 안 쓴 마법인 만큼, 확인을 위해 이한은 가볍게 시전했다.
펑!
제자의 한쪽 팔이 바실리스크의 머리로 바뀌는 모습에, 벤도졸 교수는 저 놈은 그냥 통과시켜야 하나 살짝 고민했다.
악몽작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정말 그래야 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