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1)
741화
순간 당황한 조르직 교수였지만, 에인로가드에서 학생들에게 관심이 있는 몇 안 되는 교수인 만큼 금세 이유를 알아차렸다.
“마력이 많아서로군.”
“예!”
이한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상한 자리에 이상하게 관심이 많긴 했지만 역시 눈앞의 교수가 가진 실력은 진짜였다.
“마력 흡수 아티팩트는 어떤가? 마법사가 마력 흡수 아티팩트를 착용한다는 개념이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한계까지 차봤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화염 흡수 아티팩트는?”
“조금만 출력을 강화해도 아티팩트 자체가 망가져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
조르직 교수는 오랜만에 당황했다.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소문이 오히려 과소평가된 구석이 있군!’
“혹시 방법이 없는 겁니까?”
학생이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묻자, 조르직 교수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훗날 에인로가드의 교장이 될 마법사에게 저런 질문은 실례 그 자체였다.
“그럴 리가! 마법사의 지혜가 무한한 만큼 방법 또한 무한하다.”
“오오.”
이한은 교수의 자신감에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원소 마법 전문가답게 조르직 교수는 뭔가 다른 모양이었다.
그리고 30분 후.
조르직 교수는 콧수염을 매만지며 고민 가득한 얼굴로 주변에 박살난 아티팩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죄송합니다.”
“전혀 죄송할 일이 아니지. 워다나즈 학생. 제자로서 뛰어난 게 왜 죄송해야 할 일인가? 난 자네 같은 학생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네!”
“교수님…!”
이한은 순간 >벤말파 가문의 조르직을 에인로가드의 교장으로> 모임에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순간이라도 빨리 에인로가드의 교장을 교체하는 게 학생들을 위한 일 아닐까?
“남은 방법이 있긴 한데… 으음. 조금 어려운 방법이라서.”
“괜찮습니다. 교수님. 전 교수님을 믿습니다.”
“고맙다. 워다나즈 학생. 그래. 자네 정도의 인재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고민하던 조르직 교수는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래서 지금 그 꼴이 된 거야?”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이한의 모습을 보고 수군거렸다.
처음 봤을 때는 저주받은 화염 악령이 달라붙은 줄 알았던 것이다.
화르륵!
몇 초마다 주기적으로 이한의 몸에 화염이 치솟고 있었으니…
“다들 걱정하지 마라. 괜찮으니까. 아직은.”
“아직?”
이한의 말에도 오히려 친구들은 더욱 수군댔다.
아무리 봐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가이난도는 아예 가르시아 교수님을 불러오려고 하고 있었다.
“이한이 타죽겠어!”
“안 죽는다니까.”
가이난도의 뒷덜미를 붙잡은 뒤 이한은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갖고 있던 다양한 화염 원소 훈련 아티팩트들이 박살나자, 조르직 교수는 고민 끝에 조금 어려운 방법을 꺼냈다.
-아까 말한 >바그니의 다섯 가지 형상>부터, 이런 아티팩트들을 쓰는 건 결국 그 원소를 통제하는 감각을 체화하기 위해서라네.
-과연…
-그러니 이런 연습이나 도구를 쓰지 않더라도 감각만 체화할 수 있다면 목적은 달성한 셈이겠지.
-하지만 연습이나 도구를 써도 어려운데,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혹시 원소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 원소와 꾸준히 접촉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가?
-예. 아. 화염 원소도 그런 식으로 하면 될까요?
-아니. 워다나즈 학생은 마력이 너무 많아서 그런 식으로 익숙해지기는 불가능하네. 좀 더 강한 방법이 필요하지.
-매일 벽난로 불을 관리한다거나?
-아니. 더 강해야 해!
-…?
‘교수를 믿은 내 잘못이군.’
이한은 씁쓸한 얼굴로 스스로를 내려다보았다.
조르직 교수가 이한에게 건 마법은 >바그니의 화염 황소>였다.
얼핏 들으면 무슨 마법인지 짐작가지 않는 이 마법은, 상대를 황소 형태의 화염 안에 가둬버리는 살상력 높은 화염 마법이었다.
화염 원소를 불러와서 형태를 변환시키고 발사하는 하급 마법들과 달리 상대에게 직접 시전하는 만큼 심화적인 속성이 추가적으로 필요했기에 그 난이도가 높았다.
물론 조르직 교수가 이한을 공격하기 위해서 이 마법을 시전한 건 아니었다.
조르직 교수는 이 마법을 두 가지 방향으로 개량했다.
하나는 화염의 데미지를 없애고 정신적인 고통만 남기는, 환상 마법을 응용한 개량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한에게 이 마법의 통제권을 넘겨주는 개량이었다.
이한이 스스로 화염 황소 마법을 통제해 화염을 밀어낼 수 있도록.
즉…
이한은 주말 내내 몸에 걸린 화염 마법이 자신을 태우지 못하도록 밀어내면서 지내야 했다.
조금만 통제가 느슨해지면 바로 화염 황소 마법이 이한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벤, 벤말파 교수님이 이런 미친 사람이었을 줄이야.”
“분명 선배가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역시 에인로가드 교수는 믿으면 안 된다는 것만 배우게 됐군.”
이한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조르직 교수 입장에서야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고른 것이었지만, 이한에게는 그냥 볼라디 교수의 방법과 큰 차이가 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혹시 배그렉 교수님의 방식이 제국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이란 말인가?’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워다나즈. 주말이야.”
“맞아. 드디어 주말이라고!”
친구들은 이한을 위로하기 위해 외쳤다.
그러면서 슬쩍 이한의 눈치를 봤다.
혹시 주말 강의를 듣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나도 주말에는 쉬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휴…!”
“야. 내가 뭐랬어? 아무리 워다나즈여도 주말에는 쉴 거라고 했잖아. 은화 내놔!”
몇몇 푸른 용의 탑 학생은 내기까지 걸었는지 친구에게서 은화를 뺏어갔다.
“……”
떨떠름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이한은 문득 생각이 나서 친구들을 불렀다.
“맞아. 다들 할 이야기가 있다.”
“!”
“혹, 혹시 첫 주부터 탈출할 거야?”
“아니면 창고?”
친구들은 설마 싶으면서도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모였다.
물론 이한은 그런 것 때문에 친구들을 불러 모은 게 아니었다.
“탈출이나 약탈 때문에 부른 게 아니라, 위험한 사람이 학교에 들어와서 부른 거다.”
“교장 선생님?”
“아니. 교장 선생님이 아니라… 아닌가? 맞나? 여하튼 이건 선배님들한테도 말해야겠군.”
이한은 친구들과 함께 탑 내의 공용 휴게실로 이동했다.
다행히 페르세 같이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선배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지? 격구 관련된 일이냐? 혹시 호르마시가 널 괴롭히기라도 했나?”
페르세는 같은 격구 클럽인 만큼 진지하게 이한을 걱정해줬다.
물론 교장 선생님이 직접 가르치는 제자인 만큼 아직 두려움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 탑에 같은 클럽 후배 아닌가.
호르마시 같은 광인이 괴롭히려고 한다면 마땅히 막아줘야 했다.
“아닙니다. 호르마시 선배님은 그냥 같이 공격수로 무제한 경기에 나가자고 하셨을 뿐입니다.”
‘그게 괴롭히는 거 아닌가?’
2학년 후배한테 제한 없는 격구 경기에 나가자고 꼬드기는 것부터가 좀…
“그러면 뭐지?”
“학교에 위험한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교장 선생님을 말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요.”
이한은 친구들과 공용 휴게실의 선배들을 불러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설명해줬다.
해골 교장의 미친 분신과 사악한 마법범죄자가 학교에 들어온 이야기는 역시 이한 혼자서만 알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만약을 대비해 다른 친구들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페르세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뭐? 정말 큰일이군. 혹시 본관 건물에 들어왔나?”
“그건 아닙니다. 영지 외곽에서 은둔하고 있다던데요.”
“아. 다행이군.”
“?”
페르세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모두 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또, 7층에 자리 잡은 줄 알았잖아.”
“하긴 7층에 자리 잡았으면 우리가 알았겠지.”
“…어, 외곽에 있어도 위험한 거 아닌가요?”
가이난도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었다.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가이난도에게는 악몽을 꿀 만큼 무서운 사실이었던 것이다.
“영지 외곽 정도면 뭐…”
“에인로가드에 괴물이 한두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선배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침착했다.
에인로가드에 위험한 괴물들이 있다고 하나하나 반응했다가는 졸업할 수 없었다.
학교 지하에 봉인된 고대 괴물이 있어도 해골 교장은 졸업 연구 논문을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
“아, 아니.”
“교장 선생님 분신인데요?!”
물론 후배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에인로가드에 괴물들이 많은 건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영지의 산맥에는 거인들과 산맥파괴양이 돌아다니고 지하에서는 가끔 잊혀졌던 괴물들이 기어올라오고…
가끔 심심하면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서 그쪽 괴물들도 나오고!
하지만 이런 천재지변 같은 괴물들과 달리,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과 마법범죄자는 매우 노골적인 의도를 갖고 있는 위협 아닌가.
“후배들. 내 생각에는 교장 선생님 분신이 교장 선생님보다 덜 위협적일 거야.”
“……”
“……”
“이건 농담이지만 어차피 교장 선생님도 알고 계신다면서? 정말 위험하면 알아서 움직이시겠지. 그런 부분에서는 철저하시니까.”
“기껏 말해줬는데 미안하다. 하지만 원래 에인로가드에서 지내려면 자기 눈앞의 괴물만 처치하는 게 편해. 저 외곽에 괴물 있다고 그거 사냥하러 가면 졸업은 언제 하겠어.”
선배들은 미안해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괴물이 나타났다고 그걸 사냥하러 가기에는 선배들이 너무 바빴던 것이다.
“사냥하자는 뜻으로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조심하셨으면 해서요.”
“고맙다. 그런데 우린 대부분 7층 근처에 머물러서 괜찮을 거야. 1학년들은 좀 위험할 수 있겠다.”
“에이. 1학년이 영지 외곽에 무슨 일로 가겠어.”
“……”
1학년 주제에 영지 외곽에 간 적 있었던 이한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하긴 맞는 말이긴 하군.’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니 오히려 약간 걱정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만나고 위협을 겪는 괴물보다, 그러지 못하는 괴물들이 에인로가드에는 훨씬 많지 않겠는가.
이번 분신도 해골 교장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었다.
‘나도 조금 더 침착하게 행동해야겠다.’
“야! 7층에 불났다!!!!”
선배 한 명이 활활 불타오르는 망토를 벗어던지며 휴게실로 뛰어들어왔다.
방금까지 침착하고 담대한 태도로 이한의 질문에 대답해주던 선배들은 비명을 지르며 7층으로 달려 나갔다.
“……”
“……”
* * *
다행히 7층의 화재는 그렇게 심한 게 아니었다.
우리에서 탈출한 샐러맨더가 건물 일고여덟 채 정도를 날려버렸을 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의 협력으로 바로 수습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심한 거 아닌가요?”
“에이. 이 정도면 잘 막은 거지.”
2학년 학생들은 선배들의 말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진화 작업이 모두 끝났는데도 저 멀리서 학생들이 우르르 나타나자 이한은 의아해했다.
“작업 다 끝난 거 아닙니까?”
“아. 쟤네는 석공 클럽 애들이야. 건물 불탔으니까 계약에 따라 수리해주려고 온 거지.”
“좋은 일 하시는군요.”
에인로가드의 이상한 클럽들을 몇 번 경험한 이한으로서는 계약에 따라 수리해주러 오는 것만으로도 꽤 호감이었다.
걸어오던 석공 클럽 학생들은 다른 멀쩡한 건물 앞에 섰다. 2층짜리 마법 공방이었다.
그러더니 거기서 나온 학생들과 말싸움을 벌이더니 지팡이를 휘둘렀다.
콰르릉쾅쾅!
“……”
눈앞에서 공방이 무너지는 모습에 2학년 학생들은 경악했다.
“왜, 왜 부수는 거죠!?”
“대금 지불이 늦었나보군. 쯧쯧. 그러니까 석공 클럽 비용은 절대 미루면 안 된다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