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3)
743화
“엇. 선배님.”
탑 안으로 들어온 이한은 낯익은 얼굴을 보고 놀라워했다.
안경곰 수인 학생, 채글라 가문의 일레그가 온화한 표정으로 이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이한은 눈앞의 남자가 온화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여줘도 속지 않았다.
저번 도서관 클럽에서 이 사제 선배가 보여준 괴력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했던 것이다.
“워다나즈. 반갑다. 학교는 잘 다니고 있니? 너무 과로하지는 않고?”
“괜찮게 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로는… 음…”
이한은 머뭇거렸다.
양심적으로 과로하지 않는다고 말하기가 조금 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선배님도 음악 마법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그래. 음악 마법의 몇 가지 특징에 관심이 많지.”
“음악 마법은 다른 원시 마법들처럼 효율이 별로 안 좋을 텐데요.”
“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이 있거든.”
일레그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5학년으로 올라온 학생답게 일레그는 당장 효율이 나오지 않고 성과가 없다 하더라도 쉽게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 도서관 클럽 학생은 음악 마법이 가진 공간 통제적인 요소에 관심이 있었다.
언령이나 고유세계, 혹은 각종 대마법을 쓰지 않고서도 영역 자체에 마법을 건다는 게 꽤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물론 악보도 거의 실전된 만큼 한정적이고, 효율 연구도 안 된 만큼 효과도 약하겠지만… 그래서 이 탑을 준비했지. 이 탑의 힘이 마법을 증폭해줄 거란다.”
일레그는 거대한 근육이 불끈거리는 팔로 >메아리의 탑>을 가리켰다.
이번 학기에 음악 마법을 연구하면서 일레그는 몇 가지 실전된 악보들을 복원하고, 그 악보들을 활용해 에인로가드 내 몇몇 장소에 음악 마법을 걸어 볼 생각이었다.
최종 목표는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는 음악 마법의 재현!
‘오.’
이한은 근육질 선배의 말을 듣자 약간 솔깃해졌다.
확실히 5학년 선배가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목표를 잡아주자 조금 선명하게 보이는 게 있었다.
음악 마법은 아무래도 너무 제한적이고 한정적이지 않나 싶었지만, 일레그 말대로 악보들을 복원하고 효율을 강화한다면 정말로 원하는 장소에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을 터였다.
‘흠. 할 수 있다면… 일단 개인 휴게실에 체력 회복 효과 하나. 2학년 공용 휴게실에 집중 효과 하나. 아니다. 그걸로는 부족하겠군. 다른 짓을 하면 고통 받는 저주 음악도 하나 추가해야겠군. 기지에 지능 상승 효과 하나. 오두막에는 성장을…’
“워다나즈. 네가 음악 마법 하나를 연주할 줄 안다고 들었는데. 혹시 보여줄 수 있겠니?”
설령 음악 마법을 연주할 줄 모른다 하더라도 일레그 정도의 덩치를 가진 선배가 말했다면 이한은 없는 마법도 즉석에서 익혔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이한은 익힌 음악 마법이 하나 있었다.
“있긴 합니다만, 노래가 조금 이상합니다. 효과도 암흑 원소나 증폭시키는…”
“워다나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일레그가 착해서가 아니라, 다른 음악 마법에 관심 많은 학생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 마법은 지금 밑바닥부터 새로 기초를 세워 올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한처럼 온전한 마법 하나를 시전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됐다.
음유시인 이파두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한을 격려했다.
“워다나즈 학생. 제국에 이상한 노래 같은 건 없어요. 협주곡이든 풍자곡이든, 교향곡이든 광시곡이든 노래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겁니다.”
선배들과 음유시인의 격려를 받자 이한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이한이 겨울 방학 때 연습한 음악 마법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순 있어도 충분히 좋은 마법이었다.
암흑 원소를 증폭시켜 영역의 성질을 바꿔버리는 효과도 얼마든지 필요할 수 있는 것이다.
…주로 흑마법에 한정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러면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한은 따뜻한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찬미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신입생의 희생을 찬미하라, 마법사들이여…”
“?”
“??”
“너희 선배는 무엇을 보았는가? 지옥의 악마들과 그 악마들이 걸어 다니는 것을 보았…”
“???”
“????”
가사가 생각보다 너무나도 특이해서 학생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분명 등을 밝게 밝혀놨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어두워지고 점점 더 암흑 원소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가사에 대해 수군거렸다.
“대체 저게 무슨 가사지? 삼왕국 시절 음악 같은데…”
“그 때도 에인로가드가 있었어?”
“건물은 있었을걸? 아니. 그보다 저거 다 경험담인가?”
“설마… 아니겠지. 제국에서 가장 불운한 놈이 아니고서야…”
연주를 끝낸 이한은 방 안의 암흑 원소가 증폭된 것을 보고, 그리고 이 효과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탑의 효과가 대단하군요! 이렇게 유지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
“……”
“선배님들?”
뒤늦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일레그가 우렁찬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동시에 다른 학생들에게 눈짓했다.
짝짝짝짝짝짝!
“감동적인 노래였어!”
“역시 음악 마법의 효과는 확실히 증명할 수 있겠군!”
“워다나즈, 너 같은 후배가 있어서 참으로 기쁘단다!”
가사에 대한 의문은 깊숙이 집어넣고 선배들은 재빨리 후배를 칭찬해줬다.
이한은 뿌듯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칭찬해주실 줄은 몰랐는데.”
“그러면 다 같이 연습하도록 해볼까?”
일레그는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마법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그 마법을 직접 시전해보는 것이었다.
운 좋게도 여기 후배가 악보를 하나 완성시켜놨으니 연습하기는 더더욱 좋으리라.
“저기. 후배.”
“예?”
“여기 이 가사에서…”
“역시 노래가 이상합니까?”
“아니! 아니!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냥 가사의 뜻이 궁금해서! 여기서 ‘지옥의 악마들과 그 악마들이 걸어 다니는 걸 봤다’는 가사는 무슨 뜻이지?”
“그건 제가 작년에 경험한 일이었는데…”
“……”
* * *
-마법사들이여…
“엇. 노래하는군.”
“음악 마법이 실전성이 있을까?”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일레그 선배가 연구하기로 했다면 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군.”
정리를 끝내고 돌아가려던 석공 클럽 학생들은 >메아리의 탑> 아래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자신들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생각해보니 이런 교양적인 사치는 에인로가드에서 참으로 누리기 힘든 호사였다.
밖에서야 마법으로 녹음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지만 여기 안에서 누가 그런 짓을 하겠는가.
“좋군…”
“나중에 괜찮으면 리치 토벌 서곡 연주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나 그 노래 좋아하거든.”
“좋은 오페라지. 리치가 토벌된다는 교훈도 좋고.”
-너희 선배는 무엇을 보았는가? 지옥의 악마들과 그 악마들이 걸어 다니는 것을 보았…
“?”
“???”
석공 클럽 학생들은 곡에 취해있다가 뒤늦게 가사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메아리의 탑 위로 난 창에서 암흑이 불길하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돌아갈까?”
“그러자.”
생각해보니 아무리 음악이 좋다고 하더라도 마법 연구 중인 공방 근처에서 얼씬거리는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닌 것 같았다.
* * *
“시작부터 이렇게 성과가 있을 줄이야.”
음악 마법을 위해 모인 학생들은 상기된 얼굴로 즐거워했다.
처음에야 가사가 낯설어서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계속 연습하다보니 낯섦도 사라졌다. 오히려 에인로가드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가사였다.
“고맙다. 워다나즈. 주기적으로 연습해봐야겠어!”
“다른 친구들한테도 들려줘야지. 효과는 약하겠지만 곡만으로도 충분히 감탄할 거야.”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쁘군요.”
이한은 선배들이 다들 곡을 좋아해주자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기쁨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어쩌면 이게 예술가의 기분일지도 몰랐다.
‘가사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괜찮나보군.’
“자. 다들. 이리로 모여 볼래?”
일레그는 주말에도 음악 마법을 위해 모여 준 학생들을 위해 따끈한 코코아를 주전자에서 따라주며 서가를 가리켰다.
책장에는 연도가 짐작가지 않을 만큼 낡은 책과 악보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이건 내가 도서관에서 수집한 음악 마법 악보들이야. 완전한 건 얼마 없어서 복원도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당장 익혀볼 수 있는, 상태가 괜찮은 몇 개가 있단다. 여기 이파두르 님께서는 너희들이 이 악보를 연주하고 부르는 걸 도와주실 거야.”
선배의 말에 학생들의 눈빛이 호기심과 기대로 반짝였다.
다들 음악 마법에 관심이 있고, 익혀서 활용하기 위해 모인 만큼 쌓인 악보들을 보고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이파두르 님.”
“음.”
늙은 거북이 수인 음유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상태가 괜찮은 악보를 하나씩 꺼내더니 읽기 시작했다.
“>비를 부르는 도마뱀>, 팬플루트를 사용한 곡 같습니다. 아마 물 원소 관련한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연주 난이도는 중급 정도 되겠군요.”
음악 마법에 있어서 연주는 마법의 동작만큼이나 중요했고, 당연히 연주 난이도가 높은 마법은 난이도도 따라서 올라갔다.
학생들은 신중하게 자신이 잘 다룰 줄 아는 악기와 연주 난이도를 가늠해보며 귀를 기울였다.
“그 다음은 >이악투스의 출정>. 드럼을 사용한 곡이고, 아무래도 타악기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투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제가 한 번 익혀보고 싶습니다!”
선배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외쳤다.
그러자 일레그가 고개를 저었다.
“곡 선택은 다른 방식으로 할 거야.”
“예? 어떻게요?”
일레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이를 접어 만든 제비를 꺼냈다.
학생들은 그 모습에 당혹스러워했다.
“이걸 제비뽑기로 합니까?”
“그래. 안 그러면 인기 좋은 곡에만 여럿이 몰릴 것 같아서 말이야. 최대한 다양하게 연습해봐야 기록이 남지 않겠어?”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음악 마법을 연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넓게 다뤄보면서 정보를 확보하는 게 유리했다.
어떤 악보가 좋고, 어떤 악보는 별로고, 어떤 악보는 특수한 효과가 있고 등 이런 정보들을 모으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음악 마법을 익히기 위해 모인 학생들은 각자 다루는 악기가 한정적이고 잘 부르는 노래도 정해져 있을 터.
자신이 다뤄본 적 없는 종류의 음악이라면 연습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 아닌가.
“곡이 안 맞으면 연습에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일레그 선배도 참.”
이한의 질문에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끄덕이며 동의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연달아서 말들이 나왔다.
“이건 안 그래도 높은 난이도를 더 올리는 거야.”
“탑 안에서만 한정적으로 가능한 수준인데 말이지.”
어느 정도 떠들던 선배들은 의견이 일치됐다고 생각했는지 다 같이 일레그를 불렀다.
“선배님!”
“왜 그러지?”
이한은 자신이 부른 것도 아니었는데 살짝 긴장했다.
과연 일레그 선배는 후배들의 반항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빨리 진행해주십시오! 저희가 연주할 악보를 보고 싶습니다!”
“그래! 기다리렴.”
일레그는 웃으며 제비를 섞기 시작했다.
방금 대화가 이해 가지 않았던 이한이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선배들은 담담하게 말했다.
“일레그 선배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잖아.”
“그래. 우리끼리 적당히 불평했으면 된 거지.”
“……”
선배들의 뛰어난 처세술에 이한은 할 말을 잃을 정도로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