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5)
745화
‘이게 무슨 가이난도식 셈법이란 말인가?’
분명 수많은 제자들이 있는데 저렇게 우기다니.
자기가 방금 먹은 초콜릿도 먹지 않았다고 우기는 가이난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그, 대륙을 불태우려고 하거나 왕족님을 불태우려고 했던 제자들이…”
미친 분신은 손가락을 튕겨 충격파를 날렸다.
뒤로 데굴데굴 굴러가면서 이한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말로 하면 되지 꼭 이래야 하나?’
옛날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야만스러워도 정도가 있지. 예의범절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느냐?”
미친 분신은 진심 어린 경멸의 시선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왕족 앞에서 저렇게 말대꾸를 한단 말인가?
야만스러운 건 알고 있어도 쉽게 참기 힘든 천박함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예절은 잘 몰라서 말입니다.”
이한은 언젠가 해골 교장을 암살하는 김에 미친 분신도 같이 암살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상대는 사실상 지팡이 든 깡패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겠지, 천것.”
‘…검은 거북이 탑이 왜 푸른 용의 탑을 싫어하는지 알 거 같군.’
이한은 돌아가게 되면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혈통이나 가문 꺼낼 때마다 한 대씩 때리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왕족이 생각해보니, 너는 아마 분신을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
미친 분신 입에서 분신 소리가 나오자 이한은 당황했다.
“이 왕족에게서 도망친 찌꺼기들이 있다. 너는 멍청하고 천박하니 왕족과 찌꺼기들을 착각할 수 있겠지. 한 번은 용서해줄 테니 앞으로 다시는 그딴 착각은 하지 말도록. 알겠나, 천것?”
이한은 상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질문을 해도 되냐는 질문을 던지며 정보를 캐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분신이 ‘내가 본체고 나머지가 분신이다’라고 주장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도 몇 대 더 얻어맞아가며, 이한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본체에 남은 게 훨씬 더 많은데 보통 명예욕만 남은 게 분신 아닙니까?
-우유에서 버터를 만들어내면 찌꺼기들이 많이 남는데, 그럼 그 찌꺼기가 버터란 말이냐? 무릇 가장 중요한 것이 본질이다.
-…아… 예… 그러니까 분신들의 제자는 쳐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예. 이해했습니다. 그만 때리셔도 됩니다.
-그냥 대답한 건데 왜 또 때리십…
‘마지막 몇 대는 괜히 더 얻어맞았군.’
이한은 미친 분신을 그만 자극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런데… 안타곤달스란 마법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은 제자가 아닙니까?”
“놈은 하인이다.”
미친 분신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한을 노려보았다.
감히 하찮은 노예를 왕족의 제자로 생각하다니.
예의범절을 모르는 야만스러운 천것이 아니었다면 극형에 처해도 모자랄 무례였다.
“…?”
물론 이한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소리였다.
이한이 안타곤달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름 마법범죄자들 사이에서 대마법사 취급을 받을 만큼 뛰어난 마법사란 건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이한보다도 몇 배는 뛰어난 마법사리라.
그런데 그런 안타곤달스는 하인으로 취급하고 이한은 제자로 여기다니.
‘이상한데?’
“그, 하인이란 분이 저보다 더 마법을 잘하지 않습니까?”
미친 분신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얕게 한숨을 내뱉더니 허공을 향해 외쳤다.
“운명이여, 저주 받으라! 이 왕족에게 왜 마땅한 제자를 주지 않고 멍청한 천것을 던져주는가!”
‘그럼 돌려보내주던가 개새끼야.’
이한은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욕했다.
미친 분신과 이야기한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에인로가드 교수들이 그리워질 지경이었다.
자기가 납치해놓고 불평하다니.
버두스 교수도 저딴 소리는 안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친 분신은 스스로의 불운한 운명을 몇 번 자조하더니 애벌레 하나를 손가락 위에 올렸다.
순간 애벌레의 시간이 빠르게 감기더니 나비로 화했다.
“이 애벌레가 날 수 있을까, 아닐까?”
“날 수 있습니다.”
“어째서? 애벌레인데?”
“지금은 나비잖습니까.”
미친 분신은 나비를 날려 보냈다.
그리고는 저 멀리 바위 사이를 지나가는 쥐를 멈추게 하더니 물었다.
“저 쥐는 날 수 있을까, 아닐까?”
“날지 못합니다.”
“왜? 시간을 주면 날개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쥐는 자라도 날개가 생기지 않잖습니까.”
“그렇지. 천것. 알면서 왜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거냐?”
미친 분신은 이한을 한 번 더 공격했다.
이한은 고통을 견뎌내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자질 차이인가?’
이 미친 분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대충 추측해보자면 제자가 필요한 것 같았다.
그것도 평범한 제자가 아닌 스스로의 명예를 완성시키기 위한 제자.
그 제자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현재 실력보다는 자질이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안타곤달스란 마법사가 그렇게 자질이 없을 것 같진 않았는데…
“이제 이해했습니다.”
“하! 이렇게 느릴 수가.”
“…제가 그 명예로운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합니까?”
이한은 슬슬 탈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가장 좋은 건 이 미친 분신을 설득해서 빠져나가는 거였다.
일반적인 탈출이 어렵다는 건 아까 확인한 만큼 차라리 설득하는 게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다행히 이 미친 분신은 미쳤어도 나름 일관성 있게 미친 만큼 설득만 한다면 돌려보내줄 것 같았다.
“아까 그 방패 마법을 익히면 되는 겁니까?”
“그건 제자가 아니라 마구간지기도 할 수 있는 거다.”
“……”
고대 왕국 마구간지기는 마법에 꽤 뛰어난 모양이었다.
“그러면 뭘 익혀야 합니까?”
“진전(眞詮)은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천것. 하지만 네 우둔함을 감안해서 설명해주자면…”
이한은 긴장했다.
과연 이 미친 분신은 무슨 마법을 익혀야 돌려보내줄까?
“…언령 마법부터 시작하도록.”
“……”
이한은 즉시 계획을 바꿨다.
‘무조건 도망쳐야겠군.’
이 미친 분신을 만족시킬 만큼 마법을 익히려면 이한은 친구들이 졸업하는 동안에도 계속 에인로가드에 남아야 할 수도 있었다.
* * *
앙라고는 신중한 표정으로 앉아서 고뇌했다.
‘격구를 하러 나갈 것인가, 다음 주를 대비해 미리 공부를 할 것인가?’
클럽 내에서 한 사람 몫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야 했다. 선배들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워다나즈 녀석은 벌써 공격수로 나가느니 마느니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앙라고도 질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주를 대비해 미리 공부하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했다.
2학년이 시작된 모든 학생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작년하고는 다르다!
작년 강의는 신입생을 위한,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강의였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교수들은 거칠고 사납게 진도를 나갔다.
첫 주가 이 정도라면 다음 주나 다다음 주는 대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오죽하면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이거 미리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며 술렁댈까.
팟-
“?”
앙라고는 자기 배낭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적거렸다.
‘뭐지?’
소리의 정체는 각 탑의 수석과 차석들이 나눠 가진 종이 뭉치 아티팩트였다.
무슨 흥미로운 이야기라도 나왔나 싶어 앙라고는 종이 뭉치를 둘둘 펼쳤다.
-애들아. 나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한테 납치됐다. 도와줘야 할 것 같군.
-대체 어쩌다가…!
-어디로 납치된 거냐?
“!!!”
앙라고는 깜짝 놀랐다.
8인의 학생 중 누군가가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한테 납치당한 모양이었다.
워다나즈 녀석이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을 조심해’라고 했을 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았었는데, 앙라고의 친구가 납치될 줄이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었다.
-워다나즈가 한 말이 진짜였다니! 외곽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학생을 납치해?! 역시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이야. 워다나즈.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저 불쌍한 녀석을 어떻게 구출할 생각이지?
-앙라고. 납치당한 게 워다나즈다.
-……
앙라고는 잉크를 뚝뚝 떨어뜨리며 멍청한 얼굴로 얼어붙었다.
설마 8인 중 워다나즈가 납치당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말, 말도 안 돼! 투탄타나 리치몬드가 아니라?!
-네놈이 평소 누가 납치되길 원했는지는 알 것 같군. 하지만 불행히도 아니다.
-…다들 즐겁게 대화하는데 미안하지만, 탈출 방법이나 고민해주면 안 되겠나?
-워다나즈.미친분신한테납치당했다고하더라도절대희망을잃으면안됩니다.지금갖고있는아티팩트들중에쓸만한아티팩트가있습니까?밖에연락을전달할만한아티팩트나…
‘뭐야?’
앙라고는 미친듯이 빠르게 올라오는 글자에 당황했다.
누구지?
-황녀님. 천천히 쓰셔도 됩니다.
“……”
-그리고 몇몇 아티팩트는 뺏겼습니다. 교장 선생님을 호출할 수 있는 아티팩트가 있었는데, 분신이라 그런지 자기 마법이라고 바로 알아보더군요.
-뭐를 뭐 할 수 있는 아티팩트라고??
-앙라고. 지금 그게 중요하냐?
-앙라고. 네놈 혹시 미친 분신의 첩자냐?
-아, 아니… 미안하다. 젠장.
-워다나즈. 위치는?
-산맥 어딘가 같은데 확실하진 않아.
‘큰일났군.’
앙라고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가끔 에인로가드에서 며칠씩 실종되는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보통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워다나즈의 상황은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보였다.
워다나즈가 없다고 생각하니 당장 이번 학기가 막막하게 느껴졌다.
과연 작년보다 더 어려워진 올해를 잘 버텨나갈 수 있을까?
탁-
개인실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지젤이 아래로 내려왔다. 앙라고는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모라디! 봤어!?”
“그래. 큰일이야.”
“그렇지. 워다나즈가 없으면 마법을 물어보기도 힘들고.”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아.”
지젤은 두통이 올라오는 걸 느끼며 이마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지금 2학년 체계가 붕괴될 거라고.”
“아, 아니. 그게 무슨… 왜 붕괴해? 시험을 못 봐서?”
“지금 물자를 확보한 것도 워다나즈고 이걸 교환해주던 것도 워다나즈였어. 알파. 게다가 검은 거북이 탑 놈들하고 거래하던 건 워다나즈가 사이에서 중재했기에 가능한 거였는데 사라졌잖아. 넌 그 자식 없이 검은 거북이 탑 놈들을 믿을 수 있겠어?”
“…아니. 그건 힘들 것 같은데…”
“아예 처음부터 따로 행동했으면 모를까 지금 같이 깊게 얽힌 상황에서 갑자기 끊기면 서로 파멸이다. 워다나즈 놈 데리고 와야 해.”
“하, 하지만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찾을 수 있을까?”
“있냐 없냐가 아니라 찾아내야 해. 그래도 작년보다 나은 점들이 있긴 하군. 선배들이 있으니.”
지젤의 말에 앙라고의 얼굴이 밝아졌다.
확실히 그들보다 경험 많고 뛰어난 선배들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과 엮이는 일이라면 쉽게 받아들이진 않겠지만.”
“그렇다면 속이자!”
“……”
같은 기사이자 선배를 속이자는 말을 1초의 고민도 없이 내뱉는 앙라고의 모습에, 지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본인도 속일 생각이긴 했지만 상대가 너무 변한 것이다.
“그래. 정확한 목적은 속이고서 데리고 가면…”
-지금교장선생님을뵈러가는중입니다뵙게되면워다나즈를구해달라고반드시말하겠습니다…
“……”
“……”
두 흰 호랑이 탑 학생은 조용히 서로를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교장 선생님한테 말하는 방법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