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7)
747화
선배가 괴로워하는 것도 모르고 무정한 후배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선배. 마법 개발과 5서클 마법에 대해 물어볼 게 있습니다만.
이한은 아까 겪었던 일을 설명했다.
미친 분신 놈이 5서클 마법을 익히라고 욕하더니, 갑자기 염동력 방패 마법을 만들라고 한 것이다.
물론 이 염동력 방패 마법 자체가 5서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마법사의 선택에는 사소한 것에도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 있는 법.
미친 분신이라도 하더라도 대마법사인 만큼 그걸 간과할 순 없었다.
왜 미친 분신은 많고 많은 5서클 마법 대신 염동력 방패 마법을 만들라고 한 걸까?
-무영창으로 염동력 방패 마법을 시전했다고??
-선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저 하루 안에 못 익히면 큰일납니다.
-…그, 그래.
디레트는 ‘그게 안 중요하면 뭐가 중요해’라고 쓰려다가 후배의 대답에 정신을 차렸다.
확실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2학년 후배가 익히지도 않은 염동력 방패 마법을 무영창으로 시전하긴 했지만 이게 뭐 그리 대단…
‘나중에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디레트는 참지 못하고 메모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놀라운 일이었던 것이다.
-미친 분신이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어.
-그렇습니까?!
질문하긴 했지만 선배가 바로 즉답하자 이한은 깜짝 놀랐다.
‘역시 5학년부터는 학생보다는 대마법사와 비슷해지나?!’
-일반적으로 5서클 마법부터는 난이도가 좀 크게 올라가는 부분이 있거든. 소세계도 여기서부터 입문하게 되고… 후배, 혹시 마법앵무새라고 알아?
-그게 뭡니까? 희귀한 동물인가요?
-음. 너는 아직 안 들었구나.
마법앵무새는 보통 3학년쯤 되면 해골 교장에게 자주 듣는 소리 중 하나였다.
-네놈은 마법사가 아니라 마법앵무새냐?! 스스로 생각해서 마법을 써야지, 배운 마법만 앵무새처럼 외울 줄 알면 마법사의 자격이 없어!
‘희귀한 동물이 아니었군.’
이한은 디레트의 설명에 속으로 살짝 아쉬워했다.
마법을 도와주는 앵무새가 있나 싶었는데…
-4서클 미만에서는 배우고 외운 마법만 써도 돼. 하지만 5서클부터는 슬슬… 이해를 해야 하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배. 4서클 미만의 마법도 이해는 필요하잖습니까.
-그래. 그렇지. 하지만 그 이해는 완전한 이해가 아니야. 후배. 왜 >화염 화살>을 익힌 마법사가 >화염 창>은 쓰지 못할까? >화염 방패>나 >화염 채찍>, >화염 벽>은?
디레트의 말에 이한은 놀라워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근본적인 원리가 비슷한 이상 >화염 화살>을 익힌 순간 그 마법사는 >화염 창>도 쓸 줄 알아야 했다.
그런데 이한을 비롯한 친구들은 저러지 못했다.
어째서인가?
-결국 단편적인 부분은 이해해도, 전체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부족한 거지. 거기에 필요한 깨달음을 교장 선생님은 돈오(頓悟)라고 하시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고. 하여간, 이런 식으로 완전한 이해를 하면 아주 좁은 영역이지만 그 영역에 한해서는 마법사가 거의 원하는 대로 마법을 시전할 수 있어. 위에서도 말했듯이 >화염 방패>나 여러 마법을 배우거나 연구하지 않았어도 즉석에서 쓸 수 있는 거지.
‘소세계!’
이한은 본능적으로 해골 교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소세계를 익히기 위해서 5서클 마법을 익히라고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지 않았던가.
디레트의 말을 들으니 그 두 가지가 왜 연결되는지 알 것 같았다.
5서클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훨씬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그 이해는 곧 소세계로 향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세계를 자신의 뜻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얼마나 방대한 이해가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소세계 마법에 입문이라도 하려면 5서클 마법들을 익혀야 하는 거군요!
-후배. 맞긴 한데… 지금 소세계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네 목숨 걸려 있는 일인데 다른 마법에 눈이 들어와?
-…죄송합니다.
디레트의 지적에 이한은 사과했다.
생각해보니 지금 소세계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후배. 널 기준으로 봤을 때 저런 이해가 가장 쉬운 영역이 어디일까?
-아무래도 물 원소나 번개 원소의 형태 변화 아닐까 싶습니다. 물 원소는 정말 온갖 다양한 시도를 했고, 번개 원소는 아직 부족하지만 꽤…
-사실 난 염동력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후배의 대답에 디레트는 살짝 머쓱해졌다.
사실 디레트나 미친 분신의 판단이 틀린 건 아니었다.
일단 염력(念力)은 마력 많은 이한과 잘 어울렸다.
여러 원소들 중 순수한 마력 소모량만 놓고 보면 가장 소모가 컸던 것이다.
마법사들이 괜히 염동력으로 복잡한 마법을 시전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마법을 구현하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자연에 넘치는 다른 원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마법사의 정신만으로 시전해야 하니, 마력은 물론이고 난이도까지 높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염동력의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세밀하게 조종하지 않고 마력을 크게 쏟아 부어서 거침없이 휘두르는 마법사라면…
무의식적으로 염동력 방패를 불러낼 정도라면 이미 꽤 체화된 상태라고 봐야 했다.
‘작년에 그렇게 혹사를 해서 저런 것 같아.’
디레트는 작년 후배가 겪은 마법 훈련들을 떠올렸다.
특히 제자가 한 명밖에 없는 모 교수의 훈련이 저런 체화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게 아닌지 의심이 갔다.
-염동력 말입니까?
-무영창으로 바로 시전했잖아.
-아. 그랬죠. 사실 전 물이나 번개가 아니라 염동력과 적성이 맞았던 걸까요?
-…그런 걸지도…
염동력은 물이나 번개 같은 원소처럼 적성이 있는 게 아니었지만 디레트는 후배를 응원하기 위해 동의해줬다.
-여하튼 후배. 그런 염동력 방패 마법을 만들라는 건 결국 염동력에 대해 크게 이해하란 뜻 같아.
지금 이한이 자주 쓰는 염동력 마법은 고작해야 >하급 조종>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 무의식적으로 쓴 방패 마법을 연구하고, 그 마법과 관련된 영역을 좁게나마 완전히 이해한다면?
단순히 5서클 마법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닌 그 이하 마법들 십수개를 같이 익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알겠습니다. 선배. 그럼 여기서 제가 이해해야 할 게…
-일단… 무영창. 염동력 관해서는 무영창으로 시전할 수 있어야 해.
-무영창…
-그리고 압축.
-압축이요?
-단순히 마력과 집중을 써서 염력을 불러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염력을 층층이 합쳐서 강화시키는 거지. 그래야 출력을 자유자재로 늘리고 하거든.
염동력으로 일정 이상의 무게나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압축 속성도 이해해야 했다.
물 속성을 배울 때 회전을 그렇게 끈질기게 팠던 만큼, 완전히 새로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압축… 그런데 선배. 제 방패 마법에 압축의 원리가 들어간 건 어떻게 아십니까?
-그 정도 공격을 염동력만으로 막으려면 압축 필수야. 다음은 당연히 형태 변화. 이건 말 안 해도 알지?
-예.
-다중 조종.
-다중 조종은 어째서?
-즉시 시전했잖아. 방패 하나에만 집중해야 하면 그런 거 못해. 방패를 불러오면서 동시에 의식 분리해서 다른 거 할 수 있어야 가능한 거거든.
-다중 조종…
이한은 정리하면서 과거의 자신을 욕했다.
그냥 한 대 맞으면 되는 걸 왜 이렇게 복잡한 마법을 무의식적으로 썼단 말인가?
‘그래도 해봤던 것들이 여럿 있어서 다행이군.’
이후로도 디레트는 몇 가지 부분들을 더 정리해줬다.
-…대충 이 정도인데, 후배.
-예?
-아니다. 넌 할 수 있을 거야.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감사합니다. 해내겠습니다.
디레트는 아티팩트를 닫은 다음 바로 유크벨티레한테 종이 새를 보낼 준비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절대 하루 안에 해낼 수 없었다.
* * *
주방 클럽의 팔크리우스는 후배들을 데리고 산맥을 오르고 있었다.
평소 웃음이 많은 팔크리우스였지만, 오늘은 인상을 찌푸린 채 먼 곳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심상치 않군.”
“왜 그러십니까, 선배?”
“곳곳에 마법이 깔려 있다.”
아직 가까이 접근하지도 않았는데 몇몇 산봉우리에서 강대한 마법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거인이나 산맥파괴양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훨씬 더 강력한 존재가 에인로가드에 강림한 게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소문을 들었는데요.”
“무슨 소문?”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이 에인로가드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흐음!”
팔크리우스는 신중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에인로가드에 헛소문이 많다지만 가끔 몇몇 소문들은 진실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저 산봉우리들에서 느껴지는 마법들은 방금 들은 소문이 진실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아니겠죠?”
“푸흐흐. 저건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이 아니다. 고작해야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괴물 정도 되겠지.”
“휴. 그 정도면…”
주방 클럽 학생들은 살짝 안심했다.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괴물들도 두려운 존재긴 했지만, 해골 교장의 미친 분신과 비교하면 훨씬 낫게 느껴졌던 것이다.
‘구하려면 빨리 구해야겠군.’
팔크리우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정말 미친 분신이라면 최대한 빨리 구해야했다.
지금이야 다른 후배들이 의욕적이지만, 미친 분신을 보고서도 도망치지 않을지는 확신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대체 워다나즈는 뭘 하다가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한테 납치당했단 말인가?
-여기에 학생들이 무슨 일인가?
“!!!”
주방 클럽 학생들은 머리 위에서 높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기겁했다.
이런 식으로 말을 걸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거인이다!”
“이쿠루샤 님. 저희는 양을 훔칠 생각도, 우유나 치즈를 훔칠 생각도 없습니다. 여기 공물을 갖고 왔으니 용서해주십시오!”
팔크리우스는 노련한 선배답게 재빨리 갖고 온 공물을 바치고 후배들과 함께 거리를 벌렸다.
이쿠루샤는 거인들 중 그나마 말이 통하는 상대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거인은 거인이었다.
기분이 나쁘거나 성질을 부리면 바로 도망쳐야 했다.
-공물… 흠… 괜찮군. 학생들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건 드문 일인데. 무슨 일인가?
“후배 한 명이 길을 잃어서 찾으러 왔습니다.”
-저런.
이쿠루샤는 천둥 같은 혀 차는 소리를 냈다.
-고생하게나. 선물은 잘 받도록 하지.
“예. 감사합니다.”
“선배님. 워다나즈 봤냐고 물어보면 안 됩니까?”
“안 돼. 괜히 접촉했다가 분노만 살 수 있다.”
-워다나즈?
“!”
팔크리우스는 긴장했다.
곧 떠나려는 줄 알았던 이쿠루샤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흥미를 보인 것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쿠루샤 님?”
-워다나즈라고 들은 것 같은데.
“길을 잃은 후배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이쿠루샤는 놀라워했다.
그리고 주방 클럽 회원들도 놀라워했다.
‘왜 저러지?’
‘잘 모르겠는데…’
“예. 혹시 이만 찾으러 가봐도 되겠습니까?”
-아니. 잠깐 기다리게.
“……”
팔크리우스는 눈앞의 거인을 제압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뿌우우우우-
이쿠루샤는 목에 건 나팔을 길게 불었다.
그러자 저 멀리서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거인들이 산맥파괴양을 데리고 우르르 몰려왔다.
“……”
“……”
주방 클럽 회원들은 두려움과 긴장으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팔크리우스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당황스러워했다.
‘거인들이 잔치라도 벌이려는 건가?’
-그 인간 소년이 사라졌단다.
-워다나즈! 워다나즈가 산맥에서 길 잃었다!!
-빨리 구해줘야 한다! 굶어죽을지도 모른다!
-그렇진 않겠… 아니다. 그래. 굶어죽을지 모르니까 빨리 찾아봐라.
이쿠루샤의 말에 거인들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빨리 찾자!
-너 마법사! 도와라!
“예? 예!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