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9)
749화
안타곤달스는 확실히 마법범죄자에 어울리는 인성을 가지고 있었다.
곧 죽게 될 가련한 운명의 소년을 보고서도 진심으로 유쾌하다는 듯이 계속 웃어댔으니.
“…제가 해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나도 곧 불멸의 존재가 될 거다.”
“예?”
“이런. 서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아니었더냐? 난 그런 줄 알았는데!”
“……”
냉소하는 안타곤달스의 모습에 이한은 진심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오늘 안에 완성하고 말겠다고!
* * *
안타곤달스는 아까보다 한결 유쾌해진 마음으로 공방 밖에 발을 디뎠다.
젊은 풋내기 마법사들이 과분한 욕심으로 파멸하는 것만큼 이 마법범죄자를 즐겁게 하는 일도 없었다.
“파멸해라, 젊은 마법사들이여. 하하. 파멸해라!”
“시끄럽다.”
“…죄송합니다. 스승이시여.”
의외로 공방 가까이에서 기다리고 있는 미친 분신의 모습에, 안타곤달스는 살짝 놀랐다.
저 분신의 성격상 지금쯤 흥미를 잃고 다른 곳을 주유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더 시키실 게 있으십니까?”
“……”
“스승이시여?”
상대가 대답하지 않자 안타곤달스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미친 분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저 먼 곳을 노려만 볼 뿐이었다.
그 모습에 안타곤달스는 상대가 또 광증이 도졌다는 걸 깨달았다.
욕심 같아서는 마법을 캐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암흑 칼날이 남긴 상흔이 욱신거렸다. 안타곤달스는 이번 기회는 그냥 몸을 사리기로 마음먹었다.
“이게 맞는가?”
“……”
안타곤달스는 이한처럼 ‘무슨 소리십니까?’같은 말로 매를 벌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안 맞는 건 아니었다.
퍽!
미친 분신은 상태가 이상한 와중에도 안타곤달스를 날려버렸다. 으스러진 뼈를 회복시키며 안타곤달스는 대답했다.
“맞습니다. 스승이시여.”
“무엇이?”
“모든 것들이 말입니다!”
미친 분신은 안타곤달스를 다시 한 번 날러버렸다.
아까보다 훨씬 더 강한 공격에 안타곤달스는 진지하게 도주를 고민했다.
만약 미친 분신이 정말 광증이 심하게 도져서 오늘 안타곤달스를 죽이려고 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다.
“왕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아첨하지 마라. 쓰레기.”
“……”
“이렇게 제자를 길러내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군. 쓰레기.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연히 맞습니다!”
안타곤달스는 미친 분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지금 상황에만 주목해 아첨할 뿐.
그리고 사실 안타곤달스 본인의 철학도 미친 분신과 별다른 차이가 없긴 했다.
마법사가 제자를 길러낸다는 것은 무릇 스승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수 있는 사자를 길러내는 것 아니겠는가.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면서도 견제하고, 제자는 스승의 비전을 훔치면서 빈틈을 노리는 이 관계야말로 진정한 마법의 계승이었다.
“하지만 과연 맞는가?”
“…?”
안타곤달스는 미친 분신이 뭘 고민하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왜 자꾸 똑같은 자문을 계속 던진단 말인가?
‘고밀도마력으로 구성된 사념체의 한계인 것인가? 슬슬 소멸될지도 모르겠군.’
세계는 원래 자신의 존재 외의 것들을 거부했다.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으레 그렇듯 눈앞의 마력사념체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마법으로 세계의 거부를 속이고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지만, 슬슬 헛소리의 빈도가 늘어나는 걸 보니 곧 한계가 닥칠지도…
“안의 제자는?”
“!”
미친 분신의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가워지자 안타곤달스는 상대가 제정신, 그러니까 평소의 미친 분신으로 돌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마법을 수련 중입니다. 스승이시여.”
“네 구더기 같은 목소리에서 경멸이 느껴지는군.”
미친 분신의 말에 안타곤달스는 목덜미에 칼날을 들이민 듯한 서늘함을 느꼈다.
이 미친 분신을 상대하다보면 마치 무력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상대의 사소한 기분 변화 하나만으로도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싸늘한 긴장감.
안타곤달스는 순순히 인정했다.
“죄송합니다. 스승이시여. 아무래도 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해내지 못할 것 같다?”
원래 어지간해서는 미친 분신의 뜻에 무조건 동조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에인로가드의 2학년 학생이 5서클에 해당하는 염동력 영역을 전부 다 체득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안타곤달스는 미친 분신보다 훨씬 더 에인로가드의 수준에 대해 박식한 편이었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물론이고, 천재라고 소문이 난 몇몇 에인로가드 출신 교수들도 저 나이 때 저만한 경지는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시간이라도 넉넉하게 주면 모를까 하루 안에 익히라고 협박하다니.
이런 압박 상황에서는 천재도 자기 능력을 펼치기 힘든 법이었다.
‘괜히 동의했다가 데리고 온 놈이 실패할 경우 더욱 심하게 화풀이할 터.’
안타곤달스는 냉정하게 판단해서 대답을 던졌다.
“예.”
“그래. 실패한다면 쓰레기 네가 죽여라.”
‘?’
미친 분신이 사악하게 미소지으며 하는 말에 안타곤달스는 멈칫했다.
무언가 불길한 감각이 등골을 기어올랐던 것이다.
‘뭐냐, 무슨 생각이지?’
왜 안타곤달스가 손수 학생을 죽이게 하려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안타곤달스 본인을 에인로가드의 공적으로 만들려는 것인가?
하지만 어차피 이 영지에서는 죽음조차 부정당했다. 그런 가짜 죽음으로 공적의 자리에 이름을 올릴 만큼 제국마령관은 한가하지 않았다.
퍽!
안타곤달스가 고민하는 사이 미친 분신이 다시 한 번 전신을 박살냈다.
늙은 마법범죄자는 신음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실패하면 제가 죽이도록 하지요.”
안타곤달스는 젊은 마법사를 죽이는 걸 별로 꺼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호했다.
저런 2학년 학생을 죽이는 게 뭐 그리 어렵겠는가.
“대신 성공하면 널 죽이겠다.”
‘역시.’
미친 분신의 거친 성정에 안타곤달스는 진저리를 쳤다.
아마 안타곤달스의 부정에 성질이 난 모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 소년이 실패해도 안타곤달스를 죽이려고 들 수도 있었다.
“용서해주십시오, 스승이시여. 제 하찮은 목숨을 거두고 싶어하시다니… 제가 어찌 스승님의 판단을 제 판단 아래로 두겠습니까? 그렇게 말하신 이상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안타곤달스는 훌쩍이는 소리를 내며 엎드렸다.
미친 분신은 역겨워하며 대꾸했다.
“한 번만 더 구역질나는 액체를 안구에서 쏟아내면 죽여 버리겠다. 쓰레기. 네놈의 하찮은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두 팔로 넘어가주마.”
“예, 예!”
대답을 들은 안타곤달스는 안심했다.
저러는 걸 보면 화가 조금 풀린 모양이었다. 저 2학년 소년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안타곤달스한테까지 분노가 날아오진 않을 것 같았다.
“꺼져라.”
“예! 감사합니다. 스승이시여.”
미친 분신은 저 먼 절벽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절벽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었다. 열여섯 개의 산봉우리 너머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생명의 흐름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생명들은 분신 본인의 대마법을 찾아 돌파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명들 위로 장막처럼 은밀하게 내려앉은 영주의 시선.
만약 미친 분신이 산맥의 마법 밖으로 나와 저 개미떼들을 건드린다면, 더 이상의 타협은 없고 전쟁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평소 찌꺼기라고 말했지만 미친 분신은 상대를 얕보지 않았다. 결국 자신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존재 아니던가.
괜히 자극할 생각도 없었다. 원하는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굳이 찌꺼기와 손을 섞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저 찌꺼기는 대체 왜 저렇게 개미떼를 소중히 여긴단 말인가?
“…모르겠군.”
* * *
“시간이 됐습니다. 스승이시여.”
미친 분신은 허락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곤달스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공방을 덮은 동굴의 문이 열렸다.
“나오거라. 처형 시간이다.”
“……”
소년은 조롱에 화가 났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걸어나왔다.
젊은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마법은 성취를 이뤘나?”
역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안타곤달스도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친 분신을 쳐다보았다.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스승이시여?”
“최선을 다해서 공격해라.”
미친 분신은 안타곤달스가 아닌 이한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죽일 각오로.”
학생도 아닌 안타곤달스는 죽는다 하더라도 영지의 힘으로 부활하지 못하겠지만, 정작 본인은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안타곤달스는 지팡이를 붙잡은 채 빙글거리며 말했다.
“언제든 준비되면…”
쾅!
순간 안타곤달스는 자신의 육신을 보호하고 있는 방어 마법 세 개가 연달아 발동되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강력하게 압축된 힘이 안타곤달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폭풍처럼 날아든 것이다.
“제법! 원소의 장벽이여, 갈라라!”
역시 노련한 마법범죄자답게 안타곤달스는 놀라면서도 바로 대응에 들어갔다.
아마 상대는 직선거리로 쏘아 보내는 방식의 염동력 마법은 꽤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가장 쉽고 단순한 형태였으니 한정된 시간 안에 익히기도 유리했으리라.
칼날 위에 선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런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건 칭찬받아야 마땅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다양한 원소가 촘촘하게 엮인 장벽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한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염동력이 채찍처럼 길게 휘어지며 장벽을 우회해 안타곤달스를 타격했다.
퍽!
‘무영창으로 이 정도 형태 변화까지?!’
이번에는 아무리 안타곤달스라고 하더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까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높은 영역이었던 것이다.
마치 눈앞의 소년이 염동력을 완전히 체화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안타곤달스가 사악한 마법을 꺼내려고 하자 미친 분신이 가볍게 경고를 날렸다.
성공을 판가름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순간 죽여 버리겠다는 경고였다.
방해에 짜증이 났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한 안타곤달스는 재빨리 마법을 바꿔 소년을 공격했다.
쩌저저저적!
허공에서 생겨난 독충들이 다양한 형태로 비산하며 이한을 물어뜯으려고 날아들었다.
이 마법으로 형성된 독충들은 단순한 형태의 방어 마법을 공략하는 데에는 최적화 된 놈들이었다.
원래 방어 마법이라 하더라도 마법사의 모든 방향을 물샐틈없이 막는 마법은 드물기 마련.
빠르고 변화무쌍한 이 독충들은 방어의 빈틈으로 순식간에 파고들어가 마법사를 중독시켰다.
그러나 이한은 지팡이를 두 번 휘둘러서 빈틈 하나 없는 단단한 방어막을 만들더니 역으로 독충들을 후려갈겼다.
날갯소리를 내며 염동력 방어막의 빈틈을 찾으려고 비비던 독충들은 정확한 타격에 그대로 쓸려나갔다.
‘더 어려운 형태를…!’
이쯤 되자 안타곤달스도 슬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저 소년이 염동력을 완전히 체화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두 팔은 잘려나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안타곤달스의 형태가 일그러지더니 복잡한 형태의 몬스터로 변신했다.
몸의 대부분을 광석으로 된 갑옷이 가리고 있어 외부에서 약점을 찌르기 힘든 구조였다.
푹!
그러나 소년은 얇고 뾰족한 형태로 염동력을 통제하더니 그대로 약점을 날카롭게 찔렀다.
그 광경에 미친 분신이 만족스러워했다.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르침을 잘 이해했군.”
“……”
이한은 순간 집중을 잃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