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1)
751화
“먼저 네놈의 악함에 경의를 표하마. 하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내 도움을 받는다고 정말 여길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안타곤달스의 지적은 예리했다.
미친 분신은 정신적으로는 불안정했지만 마법적인 면으로는 막강했다.
안 그래도 고대의 대마법사였는데 생명체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마력사념체가 된 지금은 그냥 외차원의 괴물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강적의 눈을 속이고 빠져나가는 건 안타곤달스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았다.
최소한 안타곤달스가 직접 덤비던가 해야 하는데 그러면 정말 확실하게 죽을 수 있었다.
차라리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고발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나았다.
그러면 목숨 몇 개 잃고 빠져나올 수는 있을 테니.
“그쪽 도움만으로 나갈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밖에서도 도움이 있을 겁니다.”
“마령관? 마령관은 못 온다. 꿈에서 깨어나려무나.”
안타곤달스는 이한이 해골 교장을 기대하자 비웃었다.
제국마령관은 대마법사라는 칭호도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위대한 마법사였지만, 세상에 약점 없는 존재는 없는 법이었다.
이 미친 분신은 다른 마법사나 침입자의 접근에는 비교적 무관심했지만 자기 본체의 접근에는 지극히 예민했다.
만약 제국마령관이 이 자리에 온다면 즉시 싸움이 시작되리라.
그리고 그 싸움은 천지가 뒤집히고 영지가 전부 파괴될 만큼 격렬할 터.
‘에인로가드의 영주는 그런 희생을 감당하지 못한다.’
특히 영지에 침입한 무례한 이방인을 내버려두고 있다는 사실이 그걸 증명했다.
제국의 어느 이방인이 에인로가드의 영지에서 이렇게 오만한 태도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는가?
“마령관이 왜 나옵니까?”
그러나 안타곤달스의 비웃음이 무색할 만큼 이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안타곤달스는 살짝 당황해서 말했다.
“여기 에인로가드의 영주이자… 교장이지 않느냐? 당연히 학생의 문제에는 나서겠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 교장 선생님은 마법을 배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방치하고 있는 겁니다.”
“그럴… 그럴 리가?”
안타곤달스는 해골 교장을 옹호해 줄 이유가 하나도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대변했다.
물론 마법범죄자 본인은 마법 배우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긴 했다.
목숨을 잃을 수 있긴 했지만 고대 마법을 배우는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 목숨 정도면 싸게 먹히는 대가였다.
하지만 제국마령관이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 방치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마법사라면 애초에 에인로가드의 영주 같은 작위를 받을 이유가…
“하! 학생인 제가 잘 알겠습니까, 마법범죄자인 그쪽이 잘 알겠습니까?”
“……”
“여하튼 절 밖에서 도와주는 건 다른 학생들입니다. 산맥에 펼쳐진 대마법을 뚫고 들어올 겁니다.”
이한은 해골 교장은 믿지 않았지만 디레트는 믿었다.
선배라면 분명 이한의 친구들을 불러모아서 길을 만들어주리라.
“학생들이라! 밖에서 마법을 뚫는다면 그건 확실히 좋다.”
안타곤달스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누군가 밖에서 마법을 흔들어준다면, 미친 분신은 그 마법을 복구하기 위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넓은 범위에 대마법을 펼친 탓에 한 번 금만 가도 고치는 데에 꽤 수고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주의가 그쪽에 쏠릴 테니, 안타곤달스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대마법의 다른 부분에 샛길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 수준으로는 이 마법에 타격을 줄 수 없다. 말했듯이 스승을 너무 얕보는구나!”
“그쪽이야말로 선배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닙니까? 누군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마침 에인로가드의 속삭임이 새로운 연락을 전해줬다.
디레트의 연락이었다. 힘없는 글씨가 빠르게 올라왔다.
-후배. 지금 학생들 여럿이 모여서 마법을 뚫으려고 하고 있는데, 진전이 너무 없어. 내가 미안해…
“……”
“왜 그러지?”
“선배가 곧 마법을 흔들어서 길을 열어준다고 하는군요.”
이한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허세를 부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답장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는 5서클 마법을 익혔습니다. 한동안은 괜찮을 겁니다.
-……
* *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 구출 야영지>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온갖 클럽 출신 학생들이 계속 오고 가며 마법의 약한 부분을 두드리고 조각을 내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야영지의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마법 텐트 안에서, 유크벨티레는 신중한 표정으로 종이 위에 그린 마법구조도를 들어올렸다.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군… 아름다워.”
“아름답다고? 너 미쳤니? 지금 주말 내내 흠집 하나 못 내놓고 그딴 소리가 나와??”
“디레트. 자기보다 수준 높은 마법을 인정하지 않고 폄하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
“야. 너 꺼져. 필요 없어. 그리고 연구 안 도와줘.”
“!”
유크벨티레는 정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친구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저런 무례한 폭언을?
“하지만 약속했잖나?”
“도움 되면 연구 도와준다고 했지. 도움이 지금 됐어? 이 무능한 마법사야. 차라리 버두스 교수님을 불러오는 게 나았겠다!”
“어떻게 그런 말을? 여기 이렇게 마법을 분석한 공헌은 보이지 않는 건가, 디레트??”
“분석을 해서 도움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거지!”
디레트는 마법구조도를 잡아채서 허공에 던져버렸다. 유크벨티레는 친구의 폭언에 당황한 목소리로 급히 설명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마법이 완성되면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
“반 년 걸린다면서!”
“5개월까지 줄일 수 있…”
“그래. 꺼져!”
“두 분 다 진정하십시오. 밖의 후배들이 듣고 걱정할 겁니다.”
일레그가 다급히 말렸다.
평소 절친한 두 사람은 아웅다웅 다투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은 좀 심했던 것이다.
“디레트 씨.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무슨 일? 있지. 후배가 지금 죽기 직전인데 5개월 걸린다고 지껄이고 있잖아!”
“영지 내에서 죽으면 부활시킬 수 있…”
“저, 유크벨티레 씨. 그게 지금 상황에서 좋은 말 같지는 않습니다.”
일레그는 다급하게 황녀의 입을 막았다.
내버려뒀다가는 후배가 죽기 전에 여기서 누구 한 명 죽을 것 같았다.
분노를 터뜨리던 디레트는 한숨을 내쉬며 털썩 앉았다.
“후배가 5서클 마법을 익혔다고 연락을 보냈어. 아마 걱정하지 말라고 보낸 거겠지.”
“정말 익힌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일레그의 말에 디레트와 유크벨티레가 동시에 힐난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채글라. 후배들을 과대평가해도 정도가 있지.”
“……”
도서관 클럽의 회장은 살짝 시무룩해졌다.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가 가진 재능이라면 정말 해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디레트의 눈치를 조금 보던 유크벨티레가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디레트.”
“유크벨티레. 지금 하려는 말은 확실히 생각하고 말해. 지금 성질 돋우면… 재작년 기억나지? 그 때 꼴 나는 거야.”
“……”
유크벨티레는 잠시 고민하더니 종이에 글씨를 써서 일레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작게 물었다.
“이성을 잃은 디레트가 들어도 괜찮은 말 같나?”
“유크벨티레 씨. 제발 목소리 좀… 예. 괜찮은 거 같습니다.”
일레그의 확인을 들은 유크벨티레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지금 수요일이지.”
“그래.”
“후배는 아직 안 죽었고.”
“그래.”
“그럼 디레트 네가 말한 주말사망 가설은 폐기해도 될 것 같은데. 후배는 네 생각보다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
일레그가 다시 다급하게 속삭였다.
“뒷말은 저한테 안 보여주셨잖습니까. 왜 멋대로 추가하세요?”
“디레트가 듣고 싶어하는 위로를 해봤는데.”
“별로 안 좋은 거 같습니다. 그만하세요.”
“……”
둘의 대화를 듣던 디레트는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걱정한 것과 달리 디레트의 후배는 미친 분신 아래에서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
어떻게 설득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짜 5서클 마법 익혀서 재능 보여준 거 아니겠지?’
가장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다른 게 떠오르지 않았다.
“유크벨티레 선배님.”
“무슨 일이지?”
“버두스 교수님께서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마법 텐트 안으로 서신이 날아 들어왔다.
유크벨티레는 우아한 동작으로 그 서신을 집어 들더니, 공터 가운데에 펼쳐진 모닥불에 던져버렸다.
“저렇게 태워도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쓸데없는 내용이니까.”
유크벨티레는 친구의 걱정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번 학기에 버두스 교수가 지시하는 아티팩트들을 몇 개 만들어서 제출하라는 쓸데없는 내용이 분명했다.
아티팩트들을 보고 싶으면 자기가 만들어야지 왜 유크벨티레 본인을 시킨단 말인가?
“학생들을 더 참가시켜서 기간을 줄여보자. 최소한 방학 전에는 탈출시켜야겠어. 채글라. 혹시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디레트의 말에 안경곰 수인은 온화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를 도와주는 건 제 기쁨입니다. 뭘 하면 되겠습니까?”
“후배들을 협박해서 좀 끌고 와줘.”
“……”
일레그는 살짝 상처받았다.
* * *
“가르시아 교수?”
“예. 배그렉 교수님.”
“버두스 교수의 재갈을 새로 채워야 할 것 같소.”
“아. 감사합니다.”
가르시아 교수는 지팡이를 휘둘러서 버두스 교수의 입을 막은 재갈을 강화시켰다.
어느새 마법이 끝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으읍! 브브븝!”
버두스 교수는 가르시아 교수의 어깨 위에서 발버둥쳤지만, 완벽하게 들어간 봉인 마법은 교수를 놓아주지 않았다.
에인로가드의 명예로운 교수가 갑작스러운 납치를 당해서 산맥으로 끌려가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건 전날 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비블레 교수님! 계신가요?
-들어와! 컥!
버두스 교수의 공방에 방문한 두 교수가, 버두스 교수를 제압하고 납치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보낸 온갖 습격자와 암살자들을 상대해 본 버두스 교수였다.
당연히 공방에도 언제나 그런 상황을 대비해 방어가 되어 있었지만 동료 교수들의 강함은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거 교장 선생님한텐 비밀인 거 아시죠?”
“알고 있소.”
가르시아 교수는 내심 불안했는지 볼라디 교수에게 다시 한 번 부탁했다.
다른 교수들과 달리 이 뱀파이어 교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전부터 짐작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한 학생. 조금만 더 버티세요.’
해골 교장이 교수진들에게 섣불리 나서지 말고 기다리라 말했지만, 원래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은 교장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가르시아 교수는 교장을 믿는 대신 믿음직스러운 동료들을 구해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먼저 든든한 전투 마법사 배그렉 교수.
다행히 이한과도 친밀한 사제 관계였기에 배그렉 교수는 흔쾌히 수락해줬다.
그 다음은 뛰어난 부여 마법사인 비블레 교수.
이 사람도 다행히 이한과 친밀한 사제 관계였기에 가르시아 교수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납치하죠.
-알겠소.
예상대로 비블레 교수는 납치에 동의해 이렇게 끌려와줬다.
-내 제자를 불렀어! 날 구출하러 올 거라고!
-허세부리지 마세요. 교수님. 그럴 틈도 없었잖아요.
-아니야! 내 공방에는 그런 방비가 되어 있단 말이야!
안타깝게도 너무 시끄러워서 재갈까지 물려야 했지만, 일단 준비는 끝난 셈이었다.
“다행히 학생들이 마법의 귀문을 찾아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더군요. 저희도 그쪽으로 접근해서 마법을 뚫어보도록 하죠.”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속에서 뾰족한 돌을 하나 꺼냈다.
가르시아 교수는 그 정체를 금세 알아보았다.
지독할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는, 저건…
‘고대의 유물!’
저런 걸 대체 어디서?
“교장 선생님의 방에서 빌렸소. 이걸 쓰도록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