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2)
752화
가르시아 교수는 살짝 당황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유물을 자세히 확인했다.
지금 중요한 건 학생을 구하는 일 아니겠는가.
교장 선생님도 종종 ‘뛰어난 마법사라면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법’이라고 했으니 이해해주리라.
‘…이해 안 해줘도 어쩔 수 없고!’
“잠깐. 고대 유물에, 세계를 관통하는 힘. 돌멩이 형태에 교장 선생님이 갖고 있는 유물이면… 이거 성 이악투스의 돌 아닌가요?”
유물을 확인한 가르시아 교수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돌에 갇힌 지독한 마력은 그저 무식하게 마력량을 압축시켜서 때려 박은 게 아니었다.
그건 하나의 세계였다.
막대한 마력으로 돌 안에 새로운 세계를 하나 구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의 목적은 오로지 관통을 위해 존재했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들을 관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또 관통하기 위한 질서의 세계를 함유한 돌.
마법사라면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잘 알았지만 이 돌은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만한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렀소.”
“그건 교장 선생님이 사용자보다는 제작자의 이름이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거 아닌가요…”
버두스 교수가 동의한다는 듯이 으브븝 소리를 냈다.
아티팩트는 원래 제작자의 이름을 붙이지 사용자의 이름을 붙이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규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
너무 대단한 사용자는 제작자 대신 이름이 붙기 마련이었다.
“이걸 그냥 쓸 수는 없어요. 배그렉 교수님. 몸이 불타버릴 거예요.”
가르시아 교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한 아티팩트도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는데 하물며 하나하나 따로 이름이 붙는 고대 유물이라면 어떻겠는가.
특히 이 성 이악투스의 돌은 전설이나 해골 교장의 푸념으로 들었을 때도 위험하게 느껴졌는데,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자 얼마나 위험한 유물인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가르시아 교수나 배그렉 교수도 그 대가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리라.
이런 유물은 편법이나 우회 방법을 준비해야 하는데…
“방법이 있소.”
볼라디 교수는 버두스 교수에게 손을 뻗었다. 그걸 본 가르시아 교수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비블레 교수님한테 강제로 쓰게 시킬 수는 없어요!”
납치까지는 가르시아 교수의 양심이 허용했지만, 강제로 유물을 사용하게 만들어서 반작용을 떠넘기는 건 선을 넘은 일이었다.
그 외침에 볼라디 교수는 아주 미세하게 당황한 표정으로 가르시아 교수를 쳐다보았다.
“…아닌가요?”
“아니오.”
가르시아 교수는 머쓱해졌다.
자기 혼자 인신공양을 생각했을 줄이야.
볼라디 교수는 버두스 교수의 팔을 묶은 봉인 마법을 끊었다.
그 즉시 버두스 교수는 수인(手印)을 맺으며 마법을 시전하려고 했다.
퍽!
볼라디 교수는 다시 상대를 제압했다.
“가만히.”
“으브브브븝…”
이번에는 풀어도 버두스 교수가 움직이지 않았다. 현실을 받아들인 버두스 교수는 집이 무너진 비버처럼 시무룩해졌다.
“이 유물을 사용하도록.”
볼라디 교수는 다른 고대 유물을 꺼내서 비버 수인에게 내밀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 형태의 보석에 가르시아 교수는 비명을 질렀다.
“아나바달다의 물방울?!”
전설에 따르면 어떤 업화에서도 소유자를 지켜준다는 고대 유물, 아나바달다의 물방울을 직접 목격하자 가르시아 교수는 정말로 놀랐다.
“대체 어떻게 구하셨어요, 배그렉 교수님?!”
“교장 선생님의 방에서 빌렸소.”
“……”
가르시아 교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본인이나 버두스 교수는 징벌방에 가든 심층 징벌방에 가든 영원 징벌방에 가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지만 배그렉 교수는 본인이 끌어들인 것 아닌가.
게다가 저 두 개의 고대 유물을 구하기 위해 방을 얼마나 박살냈을지도 걱정됐다. 방의 파손도에 따라 해골 교장의 분노도 올라갈 테니까.
“진행합시다.”
“앗, 네. 학생들이 자리를 비울 때 들어가도록 하죠.”
가르시아 교수는 최대한 조용하게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원래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실종되더라도 교수들이 직접 찾으러 가는 일은 없었다.
그런 만큼 다른 학생들 앞에서 교수 셋(그 중 한 명은 심지어 봉인된 상태였다)이 이한 학생을 구하러 찾아온 모습을 보여주는 건, 조금 미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가르시아 교수에게도 나름 변명거리가 있었다.
‘이제까지 실종된 에인로가드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에게 납치당하지는 않았으니까…!’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은 모두 불행했지만 그 중 어떤 학생은 조금 더 불행한 법이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그런 학생에게는 예외적인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세 교수는 투명화 마법을 시전하고 가볍게 야영지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 대낮이라 그런지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작업물들을 둔 채 일단 학교로 돌아간 것이다.
학생들도 강의를 빠지지 않는데 멋대로 빼먹고 올라온 가르시아 교수는 죄책감 섞인 표정을 지었다.
“하아. 다른 학생들한테 미안하네요…”
“?”
“?”
버두스 교수와 볼라디 교수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가르시아 교수를 쳐다보았다.
가르시아 교수는 눈앞의 두 사람이 자신의 죄책감을 상담하기에는 가장 거리가 멀다는 걸 깨닫고 화제를 돌렸다.
“…작업 진행할까요?”
“여기가 좋을 것 같소.”
볼라디 교수는 5학년 학생들이 쓰던 마법 텐트를 가리켰다.
드넓은 공간을 안에 담은 마법 텐트는 산맥에 펼쳐진 대마법의 약점 앞에 정확히 설치되어 있어서 작업을 진행하기 편리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학생들의 뛰어남에 감사해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세 교수는 투명화 마법을 풀고 텐트 안을 둘러보았다.
“이건…”
“으브븝?”
볼라디 교수는 버두스 교수의 재갈을 풀어주었다.
버두스 교수는 텐트 안의 마법진과 작업물을 보더니 말했다.
“유크벨티레의 작업물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비블레 교수님. 유크벨티레 학생이 이한 학생을 도와주려고 여기 왔을 리 없잖아요.”
“그… 그렇지만 유크벨티레의 작업물 같은데… 뭐지?”
버두스 교수는 혼란에 빠졌다.
유크벨티레는 후배를 도와주러 여기 올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유크벨티레의 마법이었다.
이 상충되는 사실이 버두스 교수의 논리회로에 오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저희가 빌릴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거니까요.”
“정확하오.”
“정확해. 바로 진행하면 되겠는데.”
“그럼 당장 하죠.”
가르시아 교수는 돌과 물방울을 집어 들었다.
그 때 텐트 문이 열리더니 디레트가 혼자 안으로 들어왔다.
“나쁜 자식. 친구도 아니야. 지금 한시가 급한데 자기 연구 확인하겠다고 돌아가다니…!”
익명의 푸른 용의 탑 친구를 욕하며 들어온 디레트는 세 명의 교수가 텐트 안에 있는 걸 보고 당황했다.
“…여기서 뭐하세요?”
“어… 그게…”
세 명의 교수들도 디레트 못지않게 당황했다.
“작업 진행하는데?”
“구출 준비 중이었다.”
사실 가르시아 교수만 당황했다.
버두스 교수와 볼라디 교수는 당황하기보다는 당당했다.
다행히 디레트는 ‘에인로가드 교수가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만 구해주려고 한다!’나 ‘교장 선생님! 여기 교수님들 보세요!’같은 식으로 소란을 피우는 대신 영특하게 상황을 알아차렸다.
“후배 도와주러 오신 거예요?!”
“쉿, 쉿…! 디레트 학생. 목소리 낮춰요.”
“세 분이나 도와주러 오실 줄은 몰랐는데…!”
디레트는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고학년이나 후배의 친구들과 달리 교수들까지 이렇게 와줄 줄이야.
심지어 그 볼라디 교수에 그 버두스 교수까지 있었다.
“난 아닌데? 난 납치당했… 컥.”
버두스 교수는 가르시아 교수가 가볍게 등을 치자 단말마의 비명을 토해내며 고꾸라졌다.
“맞아요. 디레트 학생. 이렇게 세 명이서 왔어요. 물론 에인로가드의 학생이라면 실종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가야 하지만, 교장 선생님의 분신 상대로 어떻게…”
“저도 동의해요!”
디레트는 격정적으로 외쳤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익명의 푸른 용의 탑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가르시아 교수 같은 정상인과 이야기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규칙이든 뭐든 예외가 있지 않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해골 교장의 분신한테 납치당한 건 예외 상황이 맞았다.
“그런데 교수님. 저와 제 친구들의 수준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였거든요. 혹시 이걸 돌파할 방법이나, 역마법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방법이 있어요.”
“!”
디레트는 감탄했다.
역시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이 가진 마법의 넓이는 과연 짐작조차 불가능했다.
5학년에는 올라왔지만 디레트는 자신이 언젠가 저런 식견을 가질 수 있을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여기 고대 유물을 써서 뚫을 거예요.”
“……”
디레트는 예상과 다른 방법에 살짝 당황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역시 교수님들이라 그런지 이런 고대 유물도 하나씩 준비해두는 모양이었다.
“대단하시네요. 이런 유물을 만드시다니.”
“교장 선생님 방에서 훔친 건데?”
“……”
버두스 교수의 말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디레트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 저도 필요한 거 있으면 훔쳐요.”
“나도 그래.”
“…작업이나 진행하죠.”
“아. 잠깐만요. 후배한테 연락할게요. 지금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을 거예요.”
* * *
이한은 불로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염동력으로 베이컨을 올렸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베이컨 기름이 튀었다.
쩍-
뒤에 있던 달걀들이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스스로 쪼개져서 프라이팬 안으로 톡 들어갔다. 이한은 귀중한 기름의 절반은 달걀로, 나머지 절반은 빵을 구울 때 쓰도록 분배했다.
에인로가드에서 오래 있다 보면 기름도 절약하게 되는 것이다.
“……”
그런 이한을 안타곤달스는 세상에서 제일 한심하고 멍청한 마법사 보듯이 쳐다보았다.
은가면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면 훨씬 더 지독한 경멸의 눈빛을 던졌을 것이다.
“좀 드시겠습니까?”
“아니. 난 식사가 필요 없다. 그보다 염동력을 어디에 쓰는 거냐?”
“예? 다른 마법사 분들은 잡일에 염동력을 안 씁니까?”
“쓰지. 하지만 요리에 쓰진 않는다!!”
안타곤달스는 마법에 대한 모욕을 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염동력을 사용해서 연금술을 진행하거나 마법의 밑작업을 할 수는 있다지만, 고작 달걀 프라이를 만들고 베이컨을 굽기 위해 5서클 마법을 쓰는 마법사는 없었다.
그럴 능력이 있으면 보통 하인이나 노예를 부리면 되는 것이다.
“전 대마법사가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무슨 미친 소리를…”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골 교장의 미친 분신이 불쑥 들어왔다.
이한은 자기 먹을 걸 접시에 올린 뒤 분신을 보며 물었다.
“좀 드시겠습니까?”
사실 별로 나눠주고 싶지 않았지만, 원래 미운 놈일수록 트집잡히지 않게 좀 더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 법이었다.
안 그러면 이한 본인이 먹을 음식도 뺏길 수 있었으니까.
그 말에 안타곤달스는 식겁해서 이한을 쳐다보았다.
‘겁이란 게 없는 놈인가?’
지금 탈출하기 전에 최대한 몸조심해도 모자랄 놈이 미친 분신한테까지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니!
그러나 미친 분신은 화를 내는 대신 수락의 뜻을 내보였다.
“갖고 와라.”
“예.”
이한은 갓 끓인 커피와 함께 식사를 앞에 놓았다.
미친 분신은 얌전히 맨손으로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다.
‘…혹시 내가 미쳐버린 것인가.’
안타곤달스는 이 초현실적인 광경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아 진심으로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