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3)
753화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이한은 안타곤달스가 은가면 너머로 자신을 쳐다보자 의아해했다.
그리고는 은근슬쩍 접시를 손으로 가렸다. 이제는 더 나눠줄 양이 없었던 것이다.
“…안 뺏는다. 내가 그깟 사료에 관심이 있어보인단 말이냐?”
“하! 마법사들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말하더군요.”
안타곤달스는 눈앞의 워다나즈 소년이 가진 새로운 재능을 깨달았다.
저 소년은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 재능이 있었다.
마법범죄자가 속으로 분노하든 말든 이한은 식사에 집중했다.
탈출하려면 든든하게 배를 채워놔야 했던 것이다.
뜨겁게 구운 빵에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을 올린 뒤 한 입 베어 무는 이한을 보며, 안타곤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 분신과 제국 마법범죄자 앞에서 저렇게 태연하게 식사를 하는 어린 놈이라니.
“오래 살게 되니 지독한 꼴을 보게 되는군…”
“에인로가드 말하시는 겁니까?”
“아니.”
안타곤달스는 지금 이한이 미친 분신에게 식사를 대접한 게 얼마나 위험한 짓이고, 그걸 미친 분신이 또 화를 내지 않고 얌전히 먹은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옆에 미친 분신이 있었던 것이다.
괜한 말을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러는 사이 식사를 끝낸 미친 분신은 깔끔하게 입과 손을 닦아내더니 안타곤달스를 들어 올려 벽에 박아버렸다.
“식사 도중 재잘재잘 시끄럽다. 쓰레기. 예의범절도 모르나?”
-…죄송합니다. 스승이시여.
식사 도중이라 패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안타곤달스는 속으로 후회했다.
미친 분신이 식사하는 사이 잠시 밖으로 나가 있었어야 했는데…
“노예나 먹을 식사였다. 천것. 다음부터는 더 품위를 갖춘 식사를 준비하도록 해라.”
“아, 예.”
이한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지만 속으로 욕했다.
다 처먹어놓고 저러다니 가이난도도 저러진 않았다.
-스승이시여. 혀를 만족시킬 공물이 필요하신 겁니까?”
안타곤달스가 벽 속에서 공손하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미친 분신이 사실 식도락을 즐겼다면 그건 정말 귀한 정보였다.
어떻게든 이 사악한 존재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안타곤달스에게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하! 쓰레기가 건드린 오물은 필요 없다.”
그 말에 이한과 안타곤달스는 동시에 속으로 욕했다.
‘어차피 누가 차리든 구분도 못할 것 같은데 그냥 좀 시키지.’
‘확실히 제자라고 편애하는군.’
안타곤달스의 욕은 이한의 욕과 조금 달랐다.
미친 분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은 만큼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했던 것이다.
고대 왕국의 풍습으로 봤을 때 제자는 식사를 준비하고 수발을 들어도 됐지만, 그 미만의 존재는 감히 그럴 자격도 없었다.
즉 방금 미친 분신의 대답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자신의 정식 제자로 인정하지만 안타곤달스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뜻에 가까웠다.
‘대체 무슨 차이지?’
안타곤달스는 저 어린 소년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미친 분신의 호의를 산 건지 곰곰이 분석해보았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너무 비정상적인 속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미궁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건방지게 말대꾸를 계속 해야 하나? 뭐지? 좀 더 어린 나이의 육체로 접근했어야 했나?’
“산령(山嶺)에서 노래를 모아와야겠군.”
미친 분신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움직일 준비를 했다.
드넓은 에인로가드의 산맥에 자리 잡고서 이한과 안타곤달스만 괴롭히는 것 같았지만, 미친 분신도 영역에 펼쳐진 대마법을 유지하고 스스로의 수명을 연장하느라 상당히 분주했다.
세계가 거부하는 마력사념체가 다른 대마법사의 영지에서 항거하는 것도 제법 귀찮은 일인 것이다.
그 일과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하는 바가 있는 안타곤달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스승이시여. 산령의 노래가 필요하십니까?
“저 천것의 마법에 필요하다. 무슨 멱따는 소리를 마법이라고 토해내더군.”
이한은 무슨 소리인가 싶다가 금세 알아차렸다.
미친 분신은 지금 음악 마법을 말하고 있었다.
‘나름 괜찮지 않았나?’
일말의 양심이 있었기에 이한은 미친 분신 같은 대마법사 앞에서 자신의 음악 마법이 괜찮지 않냐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미친 분신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안타곤달스에게 물었다.
“산봉우리에 올라가서 노래를 모아온다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고대 마법은 워낙 실전된 게 많아서… 아마 스완송 같은 것 아니겠느냐.”
벽에서 빠져나온 안타곤달스도 궁금해하는 기색이었다.
몇몇 마법에 쓰이는 재료 중에는 새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가장 아름다운 울음소리도 있었다.
이런 시약은 변덕스러우면서도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고대 마법에서도 쓰일 법했다.
“그렇게 강력한 시약이라면 음악 마법의 학습도 빠르게 상승시켜주는 것 아닙니까?”
“그렇겠지. 목숨을 건진다면.”
“예?”
“애송아. 스완송은 잘못 사용하면 마법사의 숨통까지 즉시 끊어버리는 맹독인 걸 정말 모르느냐?”
“모릅니다만.”
“……”
안타곤달스는 그제야 상대방이 2학년이란 걸 다시 기억했다.
나이 있는 마법사들에게는 상식 같은 것이지만 상대에게는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아름답고 귀한 것일수록 지독하고 치명적이지. 새가 마지막으로 남겼으니 지독하고, 가장 아름다우니 치명적인 법 아니겠느냐.”
“지금 산봉우리에서 모아 오시려는 음악도 그만큼 위험할까요?”
당연한 질문에 안타곤달스는 뭐 그런 걸 묻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위험한 게 아니라 훨씬 위험할 것이다. 스완송 정도라면 굳이 미친 분신이 직접 나설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진짜 지금 나가야겠습니다. 준비해주십시오.”
“?!”
이한은 스완송보다 훨씬 더 위험한 시약을 자기 몸으로 확인해 볼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강대한 마력으로 이제까지 모든 독들을 저항해냈지만 미친 분신의 생체 실험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안타곤달스는 눈앞의 소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기회인지 모르느냐? 저 괴물이 고대의 비법으로 준비해 올 마법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궁금하지도 않느냐?”
“안 궁금합니다.”
‘이 놈 마법사 맞아?’
안타곤달스는 경악과 경멸의 시선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물론 은가면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기에 이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보였어도 이한은 무시했을 것이다.
‘그렇게 귀한 거면 자기가 하면 될 것 아닌가?’
만약 안타곤달스가 산령의 노래를 복용한다면 이한은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해 줄 수 있었다.
“언령 마법의 한 음절, 아니, 한 어절을 깨달을 수도 있는데? 정말로 지금 도망치겠다는 거냐?”
“그럼 그쪽 하시죠?”
“나도 할 수 있다면 했겠지. 마법사의 수치 같은 애송이 놈!”
상대의 말에 이한은 더더욱 의심스러워했다.
저렇게 말을 돌리는 건 보통 수상한 놈들이나 하는 짓인 것이다.
최상의 결과로 언령 마법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최악의 결과로는 사망이라니.
그리고 이한이 보기에 최악의 결과 확률이 훨씬 더 높아보였다.
“자꾸 함정에 빠뜨릴 생각하지 마시고 준비나 하십시오.”
“……”
마침 에인로가드의 속삭임이 이한을 불렀다.
-후배. 준비됐어. 너만 준비되면 시작할거야.
-저도 준비됐습니다. 지금 시작해주십시오!
디레트의 연락에 이한은 뛸듯이 기뻐했다.
안타곤달스의 힘만으로는 믿기 힘들었는데, 결국 선배가 도와주러 온 것이다.
“밖에서 준비 끝났답니다.”
“정말로? 그걸 믿느냐? 다시 생각해봐라.”
“지금 하기 싫으셔서 이러는 겁니까?”
“솔직히 썩 내키는 작업은 아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말이 거짓이라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산맥의 대마법을 5학년 학생이 깨뜨릴 수 있다고 보느냐? 진심으로?”
“하. 선배를 모르시니까 하는 소리입니다. 선배는 허튼소리를 할 분이 아닙니다.”
“그래?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안타곤달스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자기 일도 아닌데다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탈출하다 붙잡히는 걸 보는 것도 꽤 즐거울 것 같았다.
“설마 잡혔다고 내 이름을 고변하진 않겠지. 명예를 아는 에인로가드의 학생인데.”
“자꾸 그런 불길한 질문을 하시면 할 수도 있습니다.”
“……”
안타곤달스가 준비를 끝내자 이한은 재빨리 편지를 휘갈겨 썼다.
이건 디레트한테 보내는 연락이 아니라 미친 분신에게 남겨놓는 편지였다.
스승님께.
마법을 연구하러 잠시 떠납니다.
제자 올림.
이건 나중을 대비한 변명이었다.
내용이 좀 짧긴 했지만 이한도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후배. 준비됐어?
-예!
-좋아. 5, 4, 3, 2, 1…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법사라면 어느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한 마력의 충돌이 산맥 전체를 진동시켰다.
마치 세계와 세계가 부딪쳤을 때나 느껴질 법한 충격이었다.
내심 비웃고 있던 안타곤달스는 깜짝 놀랐다.
‘아니?!’
정말 놀랍게도, 미친 분신이 산맥에 걸어놓은 대마법에 균열이 생겨났다.
그 틈으로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자 미친 분신이 검은 마력으로 화(化)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다급한 움직임을 보니 미친 분신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 같았다.
‘그렇다면!’
안타곤달스는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과 약속한 대로 움직였다.
이 제자를 밖으로 치울 수만 있다면 치우는 게 이득이었던 것이다.
강렬한 마력의 움직임과 함께 은가면 사이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미 균열이 생겨난 대마법 위로 안광이 타격하자 새로운 균열이 생겨났다.
하나, 둘, 셋…
‘온다!’
안타곤달스는 미친 분신이 자신의 훼방을 의심하고 붙잡기 위해 날아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서 작별이군. 마법사야. 악의 길 위에서 다시 재회하자꾸나!”
팟!
안타곤달스가 몇 번의 이동 마법을 시전하며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미친 분신도 한쪽으로는 마법의 균열을 막고 다른 한쪽으로는 안타곤달스를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시도했다.
이한은 허공 위에서 벌어지는 현란한 움직임에 시선을 뺏기지 않도록 노력하며 재빨리 뛰쳐나갔다.
‘…드디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학기가 끝나도 공방 안에 갇힐 수 있었다. 이한은 필사적인 각오로 달렸다.
* * *
“이, 이 정도 위력의 유물이라니…?!”
“그야 성 이악투스… 으브븝.”
“디레트 학생. 이한 학생은 지금 어디쯤이죠?”
“지금 위치가…”
“으브븝? 으브브븝?”
“비블레 교수님. 지금 장난칠 때 아니거든요? 조용히 하세요!”
신경이 날카로워진 가르시아 교수가 살기를 흩뿌리며 협박했다.
버두스 교수는 눈치를 보며 쭈그러들었다.
“…죄송해요. 왜 그러는데요?”
“저기 날아간 그리폰이 워다나즈의 그리폰 같…”
“그걸 왜 지금 말해요!”
“켁. 켁켁.”
동료 교수를 상하좌우로 흔들며, 가르시아 교수는 이한의 그리폰을 뒤늦게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이런 상황에서도 주인을 빠르게 찾아낼 맹수가 있었던 것이다.
“봤지!? 봤어?! 내가 그리폰이면 뚫고 갈 수 있다고 했잖아!”
가이난도는 환호성을 지르며 그리폰 위에서 외쳤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다들 긴장한 얼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폰의 힘으로 이 정도 마법을 뚫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대체 마법이 왜 뚫린 거지?”
“잘 모르겠군. 교장 선생님이 오신 건가?”
“…다들 조용히 해. 지금 그거 고민해서 뭐 어쩌겠다고. 워다나즈 자식을 찾아서 데리고 나가는 것만 집중해!”
“모, 모라디. 저기 하늘이 녹아내리고 있…”
“에인로가드니까 가끔 하늘이 녹아내릴 수도 있지! 닥치고 찾기나 하라고!”
“으… 으응.”
2학년 학생들은 하늘이 녹아내리고 마법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초현실적인 광경은 못 본 척 고개를 푹 숙이고, 산맥 위만 뚫어져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