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4)
754화
그리폰이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었다.
“누가 그리폰 깃털 잡아당겼어?! 살코, 너지!?”
“조용히 해라. 바보 황자 놈아! 그리폰은 워다나즈를 못 찾아서 저러는 거다!”
“애들아. 내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요네르의 말에 지젤은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해독 물약이 끝나기 전에 못 찾으면 다 같이 전멸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
“아니. 그 전에 화난 그리폰이 우리를 먹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
“……”
“……”
요네르의 말에 친구들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이 그리폰이 부리를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눈빛이 희번덕거리는 게 마법사들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
가이난도는 억울해하며 말했다.
“진짜 이한이 사라져서 널 데리고 온 거야!”
일단 학생들의 말에 따라왔지만 그리폰은 주인 아닌 존재는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믿지 않았다.
교활한 마법사들이 이한 없는 틈을 타서 그리폰의 힘을 이용하려고 속인 걸 수도 있었으니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
그리폰이 울음소리와 함께 급강하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학생들은 그리폰을 붙잡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저기, 저기 이한이야!”
“너희들…! 어떻게 왔지?!”
쏜살같이 산길을 주파해 내려오던 이한은 친구들을 발견하고 놀라워했다.
그리폰은 몸을 흔들더니 친구들을 모두 떨어뜨리고 이한을 태우려고 했다.
“폰리그! 그러면 안 되지!”
-!
“친구들한테 사과해. 갑자기 떨어뜨리려고 하다니.”
-……
폰리그가 억울해하자 친구들은 눈치를 보며 말리려했다.
그래도 그들의 말만 믿고 여기까지 열심히 날아오지 않았는가.
“맞아! 사과해!”
가이난도는 먼지를 털어내며 펄펄 뛰었다. 하필이면 가장 바깥에 앉은 탓에 혼자 한 바퀴 구른 것이다.
폰리그는 기억해두겠다는 듯이 가이난도를 노려보았다.
“워다나즈. 빨리 빠져나가자. 물약의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그래. 다들 고맙다. 이렇게 와줄 줄은 몰랐는데.”
이한은 새삼 감동해서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그냥 평범하게 실종되었어도 구하러 오기 어려웠을 텐데 미친 분신한테 납치당한 곳까지 이렇게 찾아오다니.
“잠깐. 다들 지금 강의 듣고 있을 시간 아닌가?”
“어… 오늘 강의 쉬더라.”
“맞아. 교수님께서 일이 생기셨다고.”
친구들의 말에 이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누가 봐도 선의의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굳이 거짓말 안 해도 된다. 나 구해주러 강의를 빠진 건데.”
“아, 아니. 교수님이 진짜 일이 생기셨다고 했는데…!”
이한은 친구들의 해명을 무시하고 그리폰 위에 올라탔다. 모두 올라타자 그리폰이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가이난도는 안심한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선배들은 도움이 하나도 안 되더라. 그렇게 모였는데 며칠 넘게 마법 하나 해제 못하더라고.”
“무슨 소리지? 이거 선배들하고 교수님들이 해결한 건데.”
“교수님들?”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설마 교수들까지 왔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님하고…”
“아. 그런 거였구나!”
“배그렉 교수님하고 버두스 교수님도 같이 오셨지.”
“워다나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 * *
“후배가 합류했대요. 곧 빠져나올 것 같아요!”
“이상하군.”
“??”
볼라디 교수의 말에 디레트는 살짝 당황했다.
“어떤 점이 이상한 거죠, 교수님? 물론 후배가 그리폰을 길들인 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긴 하지만, 원래 쟤는…”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이상하다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도, 버두스 교수도 뒤늦게 이상함을 깨닫고 얼굴이 굳었다.
“차원이?!”
“뭘 소환했나본데?”
“추적자겠군. 연락을 보내라.”
볼라디 교수는 냉정하게 지시를 내렸다.
해골 교장의 분신이 불러 온 추적자라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닐 터였다.
“뭐, 뭐라고 보내야 할까요?”
“다른 존재로 변장하도록. 근처에 학생들이 있나?”
볼라디 교수는 마법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야영지를 확인했다.
다행히 강의가 끝나고 온 학생들 몇몇이 하늘이 녹아내리는 걸 보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다.”
“으악!! 무제 ㄱ… 배그렉 교수님! 무슨 일이십니까?”
펑!
볼라디 교수는 지팡이를 흔들어서 학생을 변신시켰다. 이한과 비슷한 생김새로 변환된 학생은 깜짝 놀라서 외쳤다.
“이, 이게 무슨?!”
“도망치도록. 다음!”
버두스 교수는 이해하고서 감탄했다.
“비슷한 기운을 뿜게 변신시켜서 추적자들을 혼란시키는 거군! 효율적인 방법이야.”
“지금 그런 소리 할 때에요!?”
갑자기 강제로 변신된 탓에 당황하고 있는 후배들을 정신 차리게 만든 것은 디레트였다.
“다들, 본관으로! 다른 차원의 추적자들이 쫓아오고 있으니 혼란에 빠뜨려야 해!”
“네, 넵!”
후배들은 당황한 와중에도 각자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발 늦게 도착한 이쿠루샤와 거인들은 이한과 비슷한 기운을 풍기며 도망치는 학생들을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지금 뭐하고 있는…
“이쿠루샤 씨. 학생을 탈출시켜야 하는데 고약한 추적자가 붙었습니다. 속이기 위해서 변장시키고 있어요!”
안면이 있는 가르시아 교수의 설명에 이쿠루샤는 금세 상황을 깨달았다.
-추적자들을 속이려는 건가. 알겠네. 협조하지. 여기 거인들도!
“어… 음… 네!”
가르시아 교수는 ‘거인들도 변신시키는 게 과연 통할까?’하고 생각했지만, 일단 상황이 급한 만큼 변신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어딘가 이한과 비슷하게 생긴 거인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거인들은 급박한 와중에도 서로의 못생긴 얼굴에 폭소를 터뜨렸다.
-웃고 놀 시간이 없다! 각자 흩어져라!
-알겠다!
“교수님!”
그러는 사이 저 멀리서 그리폰이 나타났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가르시아 교수와 디레트는 눈앞의 학생을 거의 일 년 만에 만나는 것 같았다.
“이한 학생…!”
“으악! 이한이 거인이 됐다!!!”
감동적인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가이난도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가는 거인에게 손가락질했다.
그 모습에 거인은 뿌듯해했다.
인간 마법사도 속일 만큼 변신이 잘 먹힌 것이다.
-하하. 바보 마법사!
거인은 만족해하며 떠나갔다.
“…다들 잘 들어요. 지금 흩어져서 본관으로 이동할 거예요. 배그렉 교수님. 여기 두 명을 맡아주세요. 비블레 교수님. 여기 두 명을 맡아주세요. 만약 학생 잃어버리면 교수님 목숨도 거기서 끝이에요. 알겠어요?”
혹시라도 버두스 교수가 귀찮다고 학생들을 버리고 올까봐 가르시아 교수는 강하게 말했다.
“디레트 학생. 학생은…”
“제가 여기 두 명을 데리고 갈게요.”
펑! 펑! 펑! 펑!
이한과 비슷한 이목구비로 바뀐 친구들을 본 지젤은 토할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모라디.”
“…됐어. 내가 자원해서 나선 거니까.”
“모라디. 그건 내가 아니라 나로 변신한 살코가 흉내 낸 건데.”
“이 새끼가…”
“모라디. 내가 진짜 맞다. 살코가 농담한 거야.”
“……”
“옵니다!”
순간 학생들은 어두워진 하늘의 모습에 밤이 온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수천 마리가 넘는 박쥐들이 햇빛을 차단시키며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가 중얼거렸다.
“사냥개들…! 하필 저렇게 귀찮은 추적자들을!”
“출발!”
볼라디 교수는 야영지에 남은 학생들과 이한 일행을 나눠서 출발시켰다.
이한은 볼라디 교수와 같이 그리폰을 타고 이동하며 물었다.
“교수님. 저게 왜 사냥개입니까?”
아무리 봐도 박쥐 형태의 몬스터였지 사냥개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쥐들 몇 마리가 사라지더니 이한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일렁이는 연기와 그림자로 피어오르더니 갑자기 네 장 날개의 악마로 변했다.
볼라디 교수는 손짓 하나로 악마를 분쇄시킨 뒤 대답했다.
“탐욕공의 사냥개다. 시야에서 놓치지 말도록.”
이한이 만난 악마 대공, 교만공 가리사이마와 맞먹는 다른 악마 대공인 탐욕공.
그 탐욕공의 애완견들을 마법사들은 탐욕공의 사냥개라고 불렀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의 형태가 아닌, 어느 형태로도 변할 수 있는 몬스터였지만…
쉭!
“!”
이한은 시야 밖의 사냥개 하나가 공간이동으로 거리를 좁히는 모습에 경악했다.
분명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즉시 공간이동을 시전한 것이다.
마법사가 평생을 연구해서 쌓아올린 마법을, 다른 차원의 기괴한 존재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쓸 수도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정도 되는 공간이동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고?
콰지지지지직!
서쪽 상공에서 갑자기 비취색 연쇄 번개가 터져 나오더니 사냥개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버두스 교수가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가르시아! 피아식별! 피아식별!!!”
배그렉 교수와 달리 가르시아 교수는 확실히 전투에 익숙하지 않았다.
전투 마법사라면 아군과 적군을 능숙하게 구분하는 기술들이 있었지만, 가르시아 교수는 그런 부분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버두스 교수는 자신이 사정거리에 있는데도 과감하게 파괴력 높은 마법을 불러오는 가르시아 교수의 모습에 허둥지둥 방어했다.
“알아서 막아주세요!!”
“배그렉! 자리 바꿔줘!”
볼라디 교수는 무시하고 그리폰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속도를 올리란 뜻이었다.
건방진 지시에도 불구하고 그리폰은 속도를 올렸다. 그만큼 탐욕공의 사냥개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군. 저래서 사냥개인가!’
악마들 중 이성이 있는 존재들과 달리 저 악마들은 아무런 이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위력적인 마법을 맞아도 굴하거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오로지 목표물만을 쫓을 뿐.
게다가 능력까지 살벌했다. 상대방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 바로 공간이동이라니.
쾅!
탐욕공의 사냥개 하나가 접근하자 이한은 이번에 익힌 워다나즈의 염력을 시전했다.
내구성은 그리 강하지 않았는지 충격파 형태의 일격을 맞자 악마는 그대로 먼지로 분해되었다.
볼라디 교수는 그 모습에 질문했다.
“방금 마법은?”
‘아차.’
아차 싶었지만 이미 보여준 이상 속일 수 없었다.
볼라디 교수라면 방금 무영창에 즉시 시전으로 만들어낸 마법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분신한테 납치당했을 때 배웠습니다.”
이한은 미친 분신이 어떻게 자신을 압박했는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고자질했다.
이건 우연이고,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정말 희박하고…
“위험한 방식의 가르침이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볼라디 교수는 미친 분신의 교육 방침을 비판했다.
마법이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신뢰로 전수되어야지 저렇게 거친 우격다짐으로 배우게 하는 게 아닌 것이다.
“그 자는 스승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
이한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니…
아니…!!
물론 볼라디 교수가 해골 교장의 미친 분신을 비판해주는 건 좋았다.
적어도 볼라디 교수가 ‘좋은 방법이군 역시 고대 사람들의 지혜란’같은 소리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한은 감동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볼라디 교수가 저런 소리를 하니 너무 억울했다.
왜 이렇게 억울한 것인가?
이한은 본인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러지?”
볼라디 교수는 제자가 괴로워하자 마법의 리바운드가 돌아왔나 싶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먼지가 눈에 들어갔나 봅니다.”
“그래도 시야에서 적을 놓치지 말도록.”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