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7)
757화
다행히 디레트는 멋모르고 선의로 달려온 후배를 혼낼 만큼 냉혹한 사람이 아니었다.
“넌 죽어라 그냥!”
“어째서???”
하지만 그 후배를 이용해먹는 선배는 충분히 혼낼 사람이었다.
디레트는 유크벨티레가 마법 연구를 하느라 허약해진 틈을 타 공격했다.
기껏 공방의 방어 마법들 대상에서 제외시켜줬는데 이런 배신행위를 저지르는 친구의 모습에, 유크벨티레는 꽁꽁 묶인 채 힐난했다.
“디레트. 이런 불명예스러운 기습이라니. 흰 호랑이 탑 수준으로 추락했군.”
디레트는 친구의 입도 막아버렸다. 아주 못하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뭘 하고 있었지?”
“여기 마법진을 개선했습니다만.”
수백 장 넘게 쌓인 종이 더미 사이로 새로 그려진 마법진과 구조도를 발견한 디레트는 작게 탄성을 내뱉어가며 읽어 내렸다.
확실히 친구가 어떤 방식으로 개선하려고 하는지 느낌이 왔다.
“영리한데.”
유크벨티레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역시 후배한테 도와달라고 할 만한 내용은 아니야. 너무 어렵고, 너무 방대해. 이건 그냥 너 혼자서 할 일이지. 이걸 왜 후배한테 부탁을 해?”
“으으읍.”
“…풀어줄 테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불명예, 모욕, 흰 호랑이 탑, 시간 낭비, 이런 거 다 금지야.”
마법 재갈이 사라지자 유크벨티레는 다시 입을 열 수 있었다.
“나는 후배의 조력을 구하고, 후배는 마법을 배운다. 뭐가 문제지?”
“마법을 배우긴 뭘 배워. 지금 2학년 후배가 네 마법을 도우면서 배울 게 있을 것 같아? 최소한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지 배울 수 있을 것 아니야.”
“비블레 교수는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가 그 정도 수준이 된다고 하던데.”
“……”
허를 찔린 디레트는 말문이 막혔다.
이한은 선배에게 밀리지 말라고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힘내십시오. 선배. 선배는 해내실 수 있습니다.
디레트는 속으로 눈치 없이 대답해준 버두스 교수를 욕하고, 유크벨티레를 욕하고, 마지막으로 후배를 욕했다.
적당히 우등생이어야지, 교수 마법까지 도우면서 일을 벌이니 이런 상황이 찾아오는 것 아닌가!
“비블레 교수님이 헛소리 하신 거야.”
“비블레 교수는 마법 관해서는 정확한 편이야. 디레트.”
“조용히 해. 하여간 비블레 교수님의 의견 하나로 후배를 네 어려운 연구에 참가시킬 순 없어. 고작 2학년이라고.”
“교장 선생님도 그 정도 수준이 된다고 하셨는데.”
“……”
친구의 대답에 디레트는 경악했다.
뭐 이런…?
“거, 거짓말 하지 마. 네 성격에 두 분을 찾아가 물어볼 리가 없어.”
유크벨티레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비블레 교수가 내 연구를 점검하던 도중 교장 선생님이 오셨다.”
“왜?”
“이유야 모르지. 바로 교수를 공격하시더군. 공격이 끝난 후, 내 연구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두 사람에게 물어봤지. 두 사람 다 좋은 기회라고 동의했다.”
‘…진짜 투서를 보냈어야 했나?’
디레트는 도움이라고는 안 되는 둘에게 이를 갈았다.
말려도 모자랄 판에 저딴 대답을 하다니.
물론 순수하게 마법적으로 보면 저 대답이 맞을 수도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후배는 도울 실력이 됐고, 도우면서 배워 갈 실력도 됐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후배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인식하고, 유크벨티레에게 긍정의 대답을 해줬을 경우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해야 하지 않겠는가.
“됐고. 내가 도울 테니까 후배는 없던 일로 해. 알겠어?”
“네 도움과 후배의 도움은 전혀 별개의 영역인데…”
디레트는 친구의 말은 무시하고 이한에게 손짓했다. 빨리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후배. 앞으로 여기 공방은 절대 오지 마. 알겠어?”
“후배에게 과한 간섭과 지시를 하는 것 같…”
황녀의 입에 다시 마법 재갈이 채워졌다. 디레트는 후배에게 한 번 더 손짓했다.
빨리 나가!
* * *
‘…마음이 불편하군.’
이한은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이 약간 불편했다.
선배가 괜히 자신 때문에 붙잡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디레트 본인이야 ‘그냥 내가 친해서 도와주는 거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고 말했다지만…
“버두스 교수님. 계십니까?”
이한은 버두스 교수의 공방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이한은 뒤늦게 깨달았다.
‘아하. 징벌방에 가셨겠군.’
생각해보니 볼라디 교수가 교장 선생님의 방에서 유물을 빌려왔었다.
볼라디 교수는 똑똑한 사람이니 자신 대신 버두스 교수를 징벌방에 보냈으리라.
‘다음에 와야겠군.’
주말까지 쉬는 동안 놓친 강의 내용을 각 교수들에게 물어보고 혼자 공부하려고 했었는데, 버두스 교수의 강의는 다음에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생각해보니 버두스 교수의 강의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애초에 자습이니…
“무슨 일이야?”
“!!!”
버두스 교수가 공방 문을 열고 나오자 이한은 깜짝 놀랐다.
“교, 교수님!”
“왜 불러?”
“징벌방에 안 가셨습니까?”
“안 갔는데?”
“…혹시 가르시아 교수님이나 배그렉 교수님이 징벌방에 가셨습니까??”
“안 갔는데?”
“?!”
이한은 더더욱 놀랐다.
셋 중 아무도 가지 않다니.
‘들키지 않았단 말인가?!’
위치 이동 클럽 회원들에게 전하면 기적이라고 감탄할 법할 일이었다.
나중에 볼라디 교수를 만나면 대체 어떻게 되돌렸는지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이한은 원래 하려던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 저번에 불참한 강의 내용에 대해 물어보려고 왔습니다만.”
“그것보단 내 작업을 돕는 게 어때?”
“싫습니다.”
버두스 교수는 제자의 거절에 투덜댔다.
강의 내용을 물어보는 것보다 본인의 작업을 돕는 게 훨씬 더 좋은 학습의 기회일 텐데!
“혹시 선배들이 지팡이 관련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버두스 교수의 강의,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은 재능 있고 뛰어난 학생들이 듣는 매력적인 강의였다.
보통 3학년들이 듣는다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긴 했지만 이한에게 그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커다란 문제는 이한의 지팡이, 정확히는 지팡이에 깃든 정령이 이한한테 살짝 토라졌다는 점이었다.
이한 본인은 나름대로 지팡이를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정령에게는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정령을 ‘내가 활약하고 있구나’라고 만족시키려면 더 많은 마법을 지팡이에 추가해야 했다.
그런데 더 많은 마법을 추가하려면 지팡이의 소재와 구조 자체를 또 교체해서 업그레이드해야 했고…
‘생각해보니 첫 지팡이 제작 강의인데 허들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
남들보다 갈 길이 몇 배로 먼 만큼 이한은 선배들의 지팡이를 보고 싶었다.
자신보다 먼저 시작하고 많이 고민한 만큼 배울 게 많을 것이다.
“기억이 안 나는데.”
“……”
이한이 노려봤지만 버두스 교수는 진지했다.
“교수님. 교장 선생님한테 강의 소홀로 투서 보내겠습니다.”
“말도 안 돼! 진짜 쓰레기 같은 의견들이었다고!”
버두스 교수는 억울함을 담아 외쳤다.
만약 정말로 가치 있는 의견이 나왔다면 버두스 교수가 기억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저번 강의 때 학생들이 내놓은 의견들은 대부분 쓰레기였다.
애초에 학기 초 아닌가.
학생들이 쓰레기 중에서도 특히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만 던지는 시간이었다.
-진은으로 몸통을 구성하고, 안에 베헤모스의 뼛조각을 넣는다면 어떻습니까?
-둘 다 어떻게 구하려고?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지.
-지금 강철 지팡이를 길들이고 있는데, 아무리 해도 정령이 냄새가 고약하다고 안 들어가는군. 혹시 강철로 된 지팡이에 들어가기 좋아하는 존재 아는 사람?
-흐음. 지팡이에 흑자석을 지나치게 추가하면 폭발하는군…!
다시 생각해봐도 쓰레기 같은 의견들밖에 없었다. 버두스 교수는 기억 속으로 흐릿하게 지나가는 찌꺼기들을 마저 고개를 흔들어 지워버렸다.
“차라리 지금 다시 물어봐! 뭐가 궁금한데?”
“불만 많은 정령과 다른 차원의 존재가 준 보석이 건너 갈 지팡이 몸통 소재를 골라야 하는데, 영 고민이 많이 되는군요. 나무가 안정적이긴 한데 한계가 있고, 금속은 호불호를 많이 타고, 그렇다고 보석이나 희금속으로 가자니 언제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버두스 교수는 지루한 주제에 하품을 했다.
2학년 제자에게는 신선하고 고민되는 주제일지 몰라도 버두스 교수에게는 수천 수만 번 넘게 다룬 주제인 만큼 재미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이한은 다시 노려보았다.
“교수님. 저 진지합니다.”
“어? 응. 알겠어. 이러면 어떨까? 다른 학생을 붙여줄 테니까 걔한테 물어보는 거지.”
“흠.”
이한은 그 말에 솔깃했다.
이한도 솔직히 버두스 교수한테 배우느니 선배한테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지팡이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라면 좋습니다. 어느 선배십니까?”
“응? 유크벨티레.”
“…교수님. 그냥 책 추천해 주시면 제가 혼자 공부해보겠습니다.”
* * *
이한은 아까보다 무거워진 배낭을 들고 예지 마법 교수, 파셀레트 교수의 허수관으로 움직였다.
데스 나이트들이 이한을 보더니 투구의 면갑을 올리고는 인사했다.
-워다나즈 군, 반갑네!
“안녕하십니까. 참. 교장 선생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이한은 마침 데스 나이트들을 만난 김에 해골 교장을 찾아가 있었던 일에 대해 따지려고 했다.
보라!
해골 교장이 괜찮다고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건만 이한은 납치당해서 평생 에인로가드에 머물 뻔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한은 해골 교장이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부분에도 약간 의심하고 있었다.
‘혹시 강제로 마법 익히게 하려고 방치한 것 아닌가?’
해골 교장의 인성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흉계였다. 이한은 해골 교장을 직접 대면해 이 흉계를 규탄할 생각이었다.
-주인님께서는 꽤나 분주하신 것 같습니다. 저희도 모습을 보지 못했거든요.
“……”
이한은 의심 섞인 눈빛을 보냈다.
이 기사들이 주인을 위해 입을 맞춘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렇습니까?”
-예. 예전에도 주인님께서 가끔씩 이렇게 안 보이실 때가 있었지요.
“사악한 계획을 꾸미실 때?”
-하하하… 그보다는 좀 더 커다란 계획 아니겠습니까.
“좀 더 커다랗고 사악한 계획을 꾸미실 때?”
데스 나이트들은 제자의 불경한 질문을 못 들은 척 했다.
주인의 미친 분신한테서 탈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다들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교장 선생님을 뵈면 저한테도 말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더 이상 붙잡아봤자 의미가 없었기에 이한은 죽음의 기사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마음 속 의심은 한층 더 견고해진 뒤였다.
‘더더욱 수상하군.’
지금 이한의 마음속에서는 거의 ‘해골 교장과 미친 분신의 결탁! 사실 미친 분신은 해골 교장의 하수인이었다?!’수준의 음모론이 펼쳐지고 있었다.
쿵쿵쿵-
“교수님 계십니까?”
“교수님께서는 주무신다.”
처음 보는 선배가 허수관의 문을 열고 이한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예지몽 때문입니까?”
불확실과 광기가 일렁거리는 꿈은 언제나 예지 마법으로 인한 충격을 탄력 있게 막아주는 좋은 완충재였다.
“아니. 그냥 다른 교수님하고 카드 게임을 하다가 늦게 주무신 거야. 네가 걔지? 워다나즈 가문의 전 학파 수강생?”
“…예.”
“교수님이 이걸 읽어주라고 하셨는데… 찾았다. 학생은 굳이 빠진 걸 물으러 오지 않아도 충분히 진도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듣지 않았는데 그렇게 과신할 수는…”
선배는 가만히 있으라고 손짓한 뒤 카드를 뒤집어서 뒷면의 내용을 읽었다.
“그건 과신이 아니라 자기객관화라고 하는 겁니다…”
“……”
이한은 속으로 예지 마법사들은 참 괴팍한 사람들이라고 투덜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