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9)
759화
매정하게 거절하려는 청동 골렘 선배를 붙잡고 늘어지며, 이한은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털어놓았다.
하지만 청동 골렘 선배는 차가운 금속 심장을 가진 덕분인지 흔들리지 않았다.
미래를 조금 예지했다고 괜히 간섭하려고 시도했다가는 더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후배. 네가 힘든 건 알겠지만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은 다 힘든 법이다.”
여기까지 말한 골렘 선배는 뒤늦게 눈앞의 후배가 전 학파 수강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걸 감안하면 확실히 어떤 학생은 더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선배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두 미래를 바꾸려고 하지는 않아. 섣불리 바꾸려고 드는 게 더 위험하다고.”
“저는 좀 구체적으로 위험하단 말입니다. 제가 이번 주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시잖습니까.”
“모르는데?”
“예?”
“잘 몰라. 뭘 했는데?”
골렘 선배는 이한을 마치 제국 수도에서 갓 인기를 얻은 음유시인 보듯이 쳐다보았다.
이런 음유시인들은 제국의 어느 누구나 자신을 알 거라고 착각하기 쉬웠지만 수도를 떠나서 지방의 여관에 도착하면 ‘무슨 돼지 멱따는 소리를 부르고 있냐’같은 야유를 듣고 현실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한은 부끄러움으로 살짝 얼굴을 붉혔다.
하도 선배들이 ‘쟤’나 ‘걔’같은 호칭으로 부르다보니 당연히 다들 알 거라고 판단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다들 자기 일로 바쁜데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겠는가.
“죄송합니다.”
“죄송까지야. 난 애초에 밖을 잘 안 나가기도 하고.”
“강의는 들으셔야 하잖습니까?”
“예지 마법으로 빠져도 되는 강의는 최대한 빠지고 있지.”
“……”
이한은 경악했다.
예지 마법의 세계란 대체 얼마나 넓단 말인가?
“그래서? 이번 주에 무슨 일을 겪었는데?”
골렘 선배는 심드렁한 태도로 후배를 재촉했다.
그래봤자 강의 도중 교수들이 해결하기 까다로운 과제나 내줬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한테 납치당했다가 간신히 탈출했습니다.”
“……”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을 겪은 후배의 대답에, 골렘 선배는 경악으로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금속 심장도 떨리게 만들 만큼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
“그, 그래서…”
“예. 그래서 강의를 못 들은 겁니다.”
“내가 말한 건 그래서 예언에 고대의 존재를 대면하게 될 것이고 밤이든 낮이든 밖을 돌아다니지 말라고 나왔냐는 거였지만… 그렇군.”
“……”
“그보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빠진 강의를 들으러 온 거냐?”
“하지만 듣지 않으면 다음 주에 더 힘들잖습니까?”
“음… 그래. 그렇구나.”
이한은 선배가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선배는 이해한 게 아니라 그냥 넘어간 거였다. 원래 미친 사람하고는 논쟁을 벌이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긴 전 학파 수강하는 녀석이니까.’
“선배님. 도와주십시오. 저는 예언에서 나온 미래를 피해야 합니다!”
“끙. 섣불리 바꾸려고 드는 건 정말 안 좋은 짓인데… 알겠다.”
골렘 선배는 고민 끝에 결국 이한의 말에 넘어갔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감내하라고 하겠지만, 해골 교장의 미친 분신이라면 뭐라도 하긴 해야 할 것 같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건 그 미래의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이기도 해. 괜히 피할 수 있는 미래를 더 다가오게 하는 걸 수도 있단 말이지. 행운과 불운의 제약도 마찬가지다. 괜히 과신해서 멋대로 남용했다가는 더 강한 불운이 닥쳐올 수도 있어. 알겠냐?”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골렘 선배는 쇳소리를 내며 예지 마법을 준비했다.
몇 가지 시약(운석을 주로 한 별 관련 시약이었다)과 주문, 그리고 선배의 팔이 통째로 날아간 일을 제외하면(선배는 다른 팔로 날아간 팔을 끼우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제법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불운을 피할 방법을 알려주시오!”
선배의 눈빛에 별빛이 어리더니 방금까지 들은 것보다 더 낮고 묵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국의 황족과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걸 피한다면, 불운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예언이 끝나자 선배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배가 어떤 예언을 받았는지 궁금했던 선배가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예언이 어떤 걸 피하라고 했지?”
“황족하고 닿는 걸 피하라고 하더군요.”
“나쁘지 않군! 쉬운 제약이 걸려서 다행이다.”
황족하고 닿는 걸 피하는 정도면 제약 중에서 쉬운 게 맞았다.
특히 여긴 폐쇄된 에인로가드 아닌가. 황족을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다.
“으음. 저하고 같은 학년인 친구들 중에 황족들이 있습니다만.”
“저런.”
후배의 말에 골렘 선배는 제안을 하나 내놓았다.
“걔네들에게 누명을 씌워서 징벌방으로 보내는 건 어떠냐?”
“…그냥 제가 피해보겠습니다.”
* * *
>복잡한 마법 대신 물약 한 방울로> 강의는 다행히 2학년 강의였다.
마침 우레걸음 교수의 각수관에서 작업 중이던 요네르와 시아나를 발견한 이한은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2학년 강의라니. 다들 정말 기쁘지 않나?”
“……”
“……”
둘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 서로 시선만 교환했다.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하나요?
-그냥 못 들은 척 가만히 있자…
“그래서 워다나즈 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쉬시는 줄 알았는데?”
막자사발 안에 곤충의 허물을 넣어 가루로 만들고 있던 시아나 사제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질문에 요네르가 대신 대답했다.
“빠진 강의 내용 공부하려고 온 거 아니야?”
“메이킨 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납치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겠어요.”
“……”
이한은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시아나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하지만 진정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납치당한 순간에도 공부를 놓으면 안 되는… 죄송합니다.”
“됐어. 시아나 사제. 편하게 말해도 돼.”
“그럼 그냥 돌아가서 쉬시지 그러세요?”
조금 덜 편하게 말하라고 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며 이한은 질문을 던졌다.
“내용만 들으면 돌아가도록 하지. 이번 주에 뭘 했지?”
“복잡한 연금술을 시작하기 전에 시약에 대해서 먼저 공부했죠.”
“과연…”
이한은 두 우등생의 말에 집중하며 깃펜을 들었다.
연금술의 완성도는 만드는 마법사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시약의 품질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여러 시약들을 확인하고 먼저 공부하는 것도 당연했다.
‘다행히 정석적이군. 강의는 무릇 이래야 하는데.’
만약 누군가가 에인로가드 강의 평가를 부탁한다면 이한은 우레걸음 교수를 높게 평가해주고 싶었다.
모 마법 학파 강의처럼 교수의 작업물을 훔쳐서 확인하는 강의는 좋은 강의가 아닌 것이다.
“메모한 거 보실래요?”
“고마워. 시아나 사제.”
>한 해 동안 필요한 시약 목록들과 채취 방법>
-설송화
-잠쑥
-에인로가드의 용암
-산환버섯, 안개구름버섯
-드워프버들
-마법사의 눈물(100년 이상 살았어야 함)
…
…
채취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산환버섯, 안개구름버섯은 7층 버섯 재배 밭에 있다. 선배들이 점령하고 있으니 몰래 훔칠 것.
-에인로가드의 용암은 데스 나이트들에게서 훔칠 것.
-설송화는 영지의 빙하 구역이나 본관 7층-8층 사이의 한빙지옥 구간에서…
-만약 힘들 것 같으면 선배들에게서 훔칠 것.
“…시아나 사제. 혹시 위치 이동 클럽에 가입했나?”
“그게 무슨 클럽인데요? 공간 이동 마법 클럽?”
특이한 이름의 클럽에 시아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온갖 클럽이 다 있다더니 정말 특이한 클럽도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여기 채취 방법이 조금… 편향된 것 같아서. 이 방법은 누가 추천한 거지?”
혹시 랫포드가 추천했나 싶어서 이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한. 교수님이 추천했어.”
“우레걸음 교수님이요.”
“……”
이한은 우레걸음 교수를 속으로 높게 평가했던 것을 조용히 취소했다.
연금술을 가르치는 이 교수는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훔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나?”
“교환할 수 있으면 교환하라고 하시긴 했는데, 가격이 다 만만찮아서 훔치는 걸 배우는 게 나을거라고 하시더라고.”
“…그래.”
이한은 일단 채취 방법을 받아 적었다.
안 되면 저 방법이 최후의 방법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와장창!
안쪽 공방에서 들리는 굉음에 이한은 멈칫했다.
요즘 워낙 습격과 전투가 많아서 긴장을 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 놈아!
-저주 받아라! ■■■■야!
-너는 ■■■■■…
하도 빠르고 억세게 쏘아붙이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정확히 들리지도 않았지만, 누군가 싸우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이한은 대체 우레걸음 교수의 공방에서 감히 누가 싸우나 싶어서 물었다.
“대체 누가 각수관에서 교수님을 공격하는 거지?”
“응?”
요네르는 의아해하며 친구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이한이라면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벤도졸 교수님이셔. 이한. 너 대신 우레걸음 교수님의 일을 돕고 계시는데.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
대답하기도 전에 안에서 욕설과 함께 우레걸음 교수가 뛰쳐나왔다.
“꺼져!”
-너나 꺼져라!
“저 미친 야만인 때문에 수염 다 빠지게 생겼군! 너희들, 오늘 어지간하면 놓고 돌아가라! 내가 오늘은 작업을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저 짐승을 솥에 처넣어버릴 테니까!”
“괜찮으시다면 구경하고 싶습니다!”
교수들의 싸움 구경을 기대하며 시아나가 대답하는 사이, 우레걸음 교수는 이한을 뒤늦게 발견했다.
지은 죄가 있는 이한은 움찔했다.
‘아차. 먼저 도망칠 거 그랬나?’
그러나 우레걸음 교수는 이한을 공격하는 대신 눈물을 글썽대며 외쳤다.
“대체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벤도졸 교수를 대신 보낸 거냐? 응??”
나름 믿었던 제자가 벤도졸 교수를 보낸 것에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물론 오두막을 돌보는 게 귀찮은 잡일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벤도졸 교수를 보내서 대신 시키는 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닌가.
“제가 보낸 게 아닙니다. 교수님! 제가 무슨 능력으로 교수님을 조종할 수 있겠습니까?”
‘몇몇 교수님은 조종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네르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벤도졸 교수님이 멋대로 움직이신 겁니다. 저는 정말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 이 미친 야만인 자식이…!”
우레걸음 교수는 다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한은 요네르와 조용히 시선을 교환한 뒤 각수관 밖으로 몰래 빠져나갔다.
“시아나 사제. 빨리 나와.”
“조금만 더 구경하고 가면 안 될까요?”
* * *
우레걸음 교수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이한은 그걸 바로 따르지 않았다.
협상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도둑질부터 하는 건 너무 과격하지 않은가.
‘여기가 버섯 재배 밭인가?’
7층 학생들 마을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밭.
팻말에 ‘버섯 재배 중’ ‘훔쳐가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았다.
버섯 재배 중
훔쳐가지마시오
“……”
몇 글자가 지워진 건 못 본 척 하고, 이한은 이 밭을 돌보고 있는 주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확인했다.
마침 근처 바위에서 마법을 연습하고 있는 선배가 보였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혹시 이 밭 주인 되십니까?”
“음. 그런데. 무슨 일이지?”
선배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버섯을 조금 사고 싶습니다만…”
“정말이냐?!”
후배의 말에 선배는 체통도 잊어버리고 펄쩍 뛰었다. 그만큼 기뻤던 것이다.
“정말 사러 왔단 말이지?! 훔치러 온 게 아니라?!”
“…예. 그, 혹시 버섯 가격이 많이 비쌉니까?”
“그렇게 비싸지 않아. 세 소쿠리에 제국 금화 한 닢.”
“!”
이한은 5서클 마법을 처음으로 익혔을 때의 정신력으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걸 간신히 견뎌냈다.
‘에인로가드 물가로는 비싼 게 아니다. 에인로가드 물가로는 비싼 게 아니다. 에인로가드 물가로는 비싼 게 아니다…’
이를 악문 채 이한은 질문했다.
“그 정도면… 지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다려봐. 내가 가장 좋은 놈으로 골라줄 테니까.”
“선배님. 그런데 저 사람들은 누굽니까?”
대화하고 있는 사이, 밭 근처에서 이한을 노려보고 있는 몇몇 선배들이 있었던 것이다.
선배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손짓했다.
“아. 쟤네들? 자기가 밭 주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미친놈들이야. 무시해.”
“…그러면 혹시 저 사람들한테도 돈 내야 합니까?”
“아냐. 아냐. 나한테만 내도 돼. 쟤네들이 돈 내라고 하면 무시해버려.”
“……”
“안 돼! 가지마!!”
이한이 스르륵 뒷걸음질치며 거리를 벌리자, 선배는 비통한 목소리로 어떻게든 불러 세우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