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1)
761화
오랜만에 만난 칼라로가드의 교수가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모르툼 교수는 서둘러 해명했다.
“2학년이지만 보통 2학년이 아니오. 3학년, 아니, 4학년 같은 2학년이지!”
“……”
설득력 없는 모르툼 교수의 말에 타스환 교수가 황당해했다.
못 본 사이 이 에인로가드의 교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1+1=3을 저렇게 진지하게 주장하다니…
“정말이오. 믿어주시오.”
모르툼 교수는 상대방에게 이한이 해골 교장의 제자라고 밝히고 싶었지만,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참았다.
해골 교장의 저주가 남아 있는 상대에게 제자를 알려주는 건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으음… 알겠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모르툼 교수의 진심 어린 태도에 타스환 교수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에인로가드에 손님으로 온 이상 주최 측의 호의를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혹시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도 학생이 부족한 거 아닌가?’
의외로 예리하게 진실을 잡아낸 타스환 교수였다.
* * *
“선배들이 보통 질긴 게 아니군.”
둑 위로 올라가 밭 주변을 확인하고 온 이한은 혀를 내둘렀다.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
더군다나 지금 상대는 동급생이나 후배가 아닌 에인로가드의 선배들이었다.
이 지옥에서 1년에서 2년 이상 더 살아남은 마법사에게서는 어떤 비책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속전속결인데.’
볼라디 교수의 마법 전투 지론은 언제나 속도전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여도 대마법을 쓰기 전에 선공당하면 궁지에 몰리기 마련.
마법사의 경지가 전투력과 비례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였다.
혼란스럽고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고 마법을 실수 없이 시전하기 위해서는 평소 마법 전투 훈련을 어느 정도 받아둬야 하는 것이다.
선배들이 마법 전투에 어느 정도 익숙한지는 몰라도 얕볼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기습하고 싶었는데…
단 한 명도 버섯밭에서 빠지지 않으니 전부 기습으로 처리하는 건 힘들어보였다.
“틀렸어. 한두명 정도는 빠질 줄 알았는데 다들 침낭이든 모포든 두르고 버티는군.”
“저런! 괜히 선배가 아니네요.”
시아나는 간이 솥을 설치하고 위에 연금술사의 차연막(遮煙幕)을 올렸다. 물약을 만들 때 올라오는 색색의 연기가 선배들에게 들키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지금 뭘 만드는 거지?”
“>아를칸의 흉포한 짐승 물약>.”
요네르가 대신 대답했다.
한손에 메이킨 가문의 문양이 그려진 서적을 들고서, 요네르는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집중력으로 솥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를칸이면…”
아를칸 메이킨.
수백 년 전 명성을 떨친 위대한 연금술사이자, 요네르과 같은 가문의 선조 중 하나였다.
“>메이킨 가문의 달콤한 판 초콜릿>과 >메이킨 가문의 마법 같은 초콜릿 에클레어>의 원형을 만들어낸 위대한 연금술사를 말하는 건가?!”
“맞, 맞긴 한데요… 다른 위대한 물약들 중에서 왜 하필 그걸?”
시아나는 이한의 예시에 살짝 곤혹스러워했다.
온갖 위대한 물약을 개발해 낸 연금술사의 작품 중에서 초콜릿과 에클레어를 굳이 예시로 들다니.
“무슨 소리야. 시아나 사제. 저 두 작품이 얼마나 많은 수입을 메이킨 가문에 가져다주는지 몰라?”
“모르죠. 그걸 누가 알아요?”
“제국 신문에 나오잖아?!”
“제국 신문에 메이킨 가문의 수입이 나온다고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경제란을 보면 계산이…”
요네르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둘 다 조용히 좀 해.”
“미안.”
“죄송해요.”
둘은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그럼 저 책은 아를칸의 비전서 같은 건가?”
“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하시는 거 같던데요? 저도 플레맹 교단 비전서 몇 개 갖고 왔거든요.”
시아나가 교단 문양이 새겨진 작은 책자를 흔들었다.
같은 연금술 학파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마법사들의 길은 수백 갈래로 나눠지기 마련.
요네르는 가문의 비전을, 시아나는 교단의 제작법을, 일렌딜 같은 선배는 인공 정령을 만들어서 죽음의 숲을 완성하는…
‘아니. 마지막 예시는 조금 이상한 것 같군.’
하여간 2학년이라고 다들 각자만의 길을 찾아서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이한은 살짝 초조해졌다.
“내가 너무 수동적으로 강의만 따라가고 있는 건가 싶군.”
“뭔 개소리를…? 죄, 죄송해요.”
“……”
친구가 상처 받은 표정을 짓자 시아나가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다들 가문의 비전이나 신전의 비전을 갖고 와서 나름대로 연구하는데 나는 그냥…”
“전 학파 강의를 다 듣고 있죠.”
“…그래. 내가 실언한 것 같군.”
“불안하시면 저랑 같이 >아를칸의 흉포한 짐승 물약> 배우시지 그래요? 메이킨 님이 잘 가르쳐주시는데.”
시아나는 당연히 이한이 거절할 줄 알았다.
지금도 원래 쉬어야 할 상황인데 연금술 강의 때문에 억지로 이러고 있는 것 아닌가.
듣고 있는 다른 강의들이 많은데 강의와 상관없는 물약을 배울 필요가…
“그래도 되나? 고맙군.”
“……”
시아나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보는 사제의 눈빛으로 친구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지?”
“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쉬쉬쉭-
저 아래 쪽에서 뼈로 된 쥐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이한 앞에 도착하자 하나의 뼛조각으로 변했다. 누군가 보낸 메시지였다.
칼라로가드에서 손님 도착. 믿을 수 있는 흑마법 학파 학생 필요. 귀환 요망.
모르툼 교수
“??”
“무슨 연락이에요?”
“다른 마법학교에서 손님이 왔다는데.”
“와!”
시아나는 매우 흥미롭다는 듯이 눈빛을 보냈다.
다른 마법학교 손님이라니!
“잠깐. 발드로가드는 아니죠?”
“아니. 칼라로가드.”
“휴. 다행이네요. 발드로가드만 아니면 됐어요.”
이한은 사제한테 방금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왜 오란 거지?”
“흠. 흑마법 학교니까… 흑마법 학파 학생 분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 서로 교류할 기회를 가지려는 거 아닐까요?”
시아나는 신전에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추측해보았다.
다른 교단의 사제들이 선물 바구니를 들고 방문하면, 어린 사제들도 전부 마중 나와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다.
-후후. 그래서 이렇게 완성되는 거지요.
-대단합니다, 플레맹 교단의 시아나 사제님! 고작 이 나이에 이렇게 연금술에 대해 해박하다니!
-이럴 게 아니라, 제가 추천서를 써보겠습니다. 에인로가드에 말입니다! 시아나 사제님은 제국 최고 마법학교에서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시아나 사제는 아직 어리고, 마법사가 되는 길은 혹독할 텐데…
-괜찮아요! 저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거든요!
‘…음. 생각해보니 실수였어.’
시아나는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잊고 있었던 쓰라린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다른 교단 사제들이 칭찬해주는 바람에 너무 신나서 열심히 능력을 증명했는데, 결국 그 탓에 에인로가드에 입학하게 되었으니…
시아나는 그게 아니더라도 에인로가드에 들어오게 됐을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왜 그러지? 괴로운 표정인데?”
“에인로가드에 입학하게 된 날을 떠올렸거든요.”
“아. 그렇군. 그건 괴로울 만하지.”
“워다나즈 님은 에인로가드에 어쩌다 입학하게 되셨죠?”
“난 졸업 후에 제국 관리가 되려고 자원했는데.”
“아하.”
뱀 수인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뭐 저런 거짓말을 한담?’
말하기 싫으면 안 말하면 되지 참 이상한 거짓말이었다.
* * *
교류회라고 하자 이한은 가이난도와 이미르그, 라파드엘을 데리고 나왔다.
“가이난도. 난 지금 예언 때문에 너하고 접촉하면 안 된다. 알겠지? 가까이 다가오면 공격하겠다.”
“내, 내가 공부 안 하고 놀러간 것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지?”
가이난도는 진짜 예언인지 혹은 친구가 공부 안 한 것 때문에 저러는 건지 혼란스러워하며 눈치를 봤다.
라파드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성질을 긁더니 저렇게 되는군. 황자 놈아. 그러게 공부하라고 했을 때 작작 놀고 했어야지.”
“맞, 맞아요.”
심지어 이미르그까지 동의하자 가이난도는 억울해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난 그저 조금 놀았을 뿐이야!”
“셋 다 시끄럽다. 네가 말을 안 들은 것 때문이 아니라 예언이 그래. 황족하고 접촉하면 불운이 온다는군.”
이한은 예지 마법 강의에서 들은 것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여러 학파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고 기괴한 축에 속하는 예지 마법의 이야기를 듣자 다들 신기해했다.
“황족하고 접촉하면 안 된다고?”
“알겠다! 아덴아르트야!”
가이난도는 깨달았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아덴아르트가 이한을 불운하게 만드는 거지! 난 아니고!”
“황, 황녀님이 어떻게?”
“글쎄? 이한의 식사를 혼자 다 뺏어먹나?”
“그건 네가 할 짓 같은데.”
라파드엘과 이미르그의 눈빛은 슬슬 더 의심이 짙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족 중에서는 이 황자가 이한의 불운을 가져올 것 같았다.
“아니라니ㄲ…!”
“콜록. 뭐냐? 왜 다 왔냐?”
흑암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르툼 교수는 2학년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의아해했다.
“칼라로가드에서 손님 오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교류회인 만큼 친구들도 데리고 왔는데요.”
“뭐? 콜록. 교류회가 아니라… 교류회가 있긴 한데 그건 마법사 카드 클럽만이고, 시약 거래와 마도서 몇 권 교환하려고 온 거다.”
교수의 설명에 이한은 더더욱 의아해졌다.
“그럼 전 왜 부르신 겁니까?”
“콜록. 에인로가드 안을 돌아다니면서 길 안내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
“……”
“그, 그건 보통 선배들이 해야 하지 않나요…?”
이미르그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주눅든 목소리로 물었다. 모르툼 교수가 한숨을 푹 쉬었다.
“맞다. 원래 디레트가 해야 할 일인데. 이제 디레트도 5학년이잖나.”
“혹시 교수님이 3하고 4는 숫자를 셀 줄 모르시는 거 아니야?”
가이난도가 중얼거렸다.
숫자를 1, 2, 5만 아는 게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소리였다.
이한은 당황해하는 대신 모르툼 교수에게 할 일 목록을 받고 확인했다.
노련한 에인로가드 학생은 충격 받을 시간에 일에 착수하는 것이다.
‘오. 버섯밭도 있군.’
어떻게 빠르게 일을 처리할까 고민하던 이한은 ‘마법사 카드 클럽 교류전’을 발견하고 가이난도를 불렀다.
“가이난도. 잘 됐다. 이번 손님들은 마법사 카드도 관심이 있나 보군.”
“으응.”
가이난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반응에 셋 모두 경악했다.
“황자 놈 왜 저러지??”
“불, 불치병 같은데…”
“혹시 좋아하면 한 대 맞을까봐 시무룩한 척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놀랍게도 가이난도는 계속 시무룩했다. 이한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마법사 카드 클럽 교류전이면 네가 계속 꿈꿔오던 기회 아닌가? 왜 그래?”
“이한. 사실… 난 마법사 카드 클럽에 들어간 게 아니야.”
“???”
셋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1학년 때부터 마법사 카드 클럽 노래를 부르던 친구가 거길 안 들어가면 어딜 들어간단 말인가?
“그럼 어딜 들어갔는데?”
“마법사 카드 수집 클럽.”
“같은 거 아닌가?”
라파드엘의 질문에 가이난도가 벌컥 화를 냈다.
“다르거든! 한쪽은 마법사 카드를 즐기는 클럽이고, 다른 한쪽은…”
“뭔데?”
“…비싼 마법사 카드를 수집해서 더 비싸게 파는 클럽이더라고…”
“……”
“착각해서 잘못 들어갔어…”
“뭐야. 별 거 아니었군.”
친구들은 바로 관심을 껐다.
뒤에서 가이난도가 욕설을 퍼붓는 사이 이한은 모르툼 교수에게 마저 설명을 들었다.
“콜록. 이건 >흑마법 학파의 왕홀>이다. 전투 상황에서 쓰기 요긴한 아티팩트지.”
셉터 형태의 뼈 아티팩트는 강력한 음에너지를 흩뿌리고 있었다.
곳곳에 금이 가고 몇몇 부분은 깨져서 과연 써도 되나 싶은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리고 이건 학파 창고 열쇠다. 콜록.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다가 써도 된다. 이건 금고 열쇠. 안에 있는 게 네 보수다.”
“감사합니다.”
모르툼 교수가 3과 4를 셀 줄 모르는 교수긴 해도 학생을 무보수로 부려먹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한은 흡족해하며 방금 받은 뼈 열쇠로 금고를 열었다.
달칵!
안에는 한 줌의 제국 금화가 있었다. 보수로 금화를 긁어가려던 이한은 멈칫했다.
“…교수님. 저희 학파에 다른 금고도 있습니까?”
“콜록. 없는데. 왜?”
“……”
이한은 학파의 전재산을 챙겨가며, 금고 안쪽 구석에 쳐진 거미줄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