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3)
763화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자 아그둥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럼 다 같이 버섯밭으로 출발해볼까? 하하! 날씨가 화창한데?”
“여기 햇빛 안 드는데요?”
가이난도는 흑암관 근처에서 날씨가 화창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성격 밝은 사람도 흑암관 근처 오면 보통 기분 우중충해진다고 말하는데…
“흑마법 기준으로는 화창한 거지!”
“???”
“출발! 출발!”
앞장서서 달려가는 아그둥의 뒷모습에 가이난도가 이한에게 속삭였다.
“이한. 칼라로가드 사람들은 조금 이상한 것 같아.”
“그럴지도 모르겠군…”
* * *
물약을 완성해놓고 기다리던 요네르와 시아나는 칼라로가드 학생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11년 전에 여기 버섯밭에 포자를 뿌리셨다고요?!”
“그보다 스켈레톤인 걸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
시아나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화제는 금방 넘어가버렸다.
“맞아. 교수님께서 그 때 선배들과 같이 괜찮은 곳을 물색하다가 저 버섯밭을 발견했지.”
다른 마법학교 고학년의 말에 이한과 친구들은 수군댔다.
“그렇다면 이 밭의 소유권은 사실상 이쪽에 있는 것 아닌가?”
“선배들이 말을 들을까?”
“다른 마법학교에서 온 손님인데 설마 그냥 우기진 않겠지. 여기 증거도 몇 개 있으신데.”
이한은 아그둥이 갖고 온 두루마리를 가리켰다.
버섯밭의 위치와, 그 때 뿌렸던 버섯 포자의 종류, 날짜 등등을 기록한 두루마리였다.
“기껏 >아를칸의 흉포한 짐승 물약>을 완성시켰는데 이 물약을 쓰는 게 어떨까요? 오늘 안에 쓰지 않으면 효과가 사라진다구요.”
시아나는 열심히 완성시킨 물약을 못 쓰는 게 아쉬운지 미련을 보였다.
그러나 친구들(요네르를 포함해서)은 모두 다 평화롭게 교섭을 먼저 하자고 찬성했다. 시아나는 투덜거렸다.
“물약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같으니!”
“정말 미안해. 플레맹 교단의 시아나 사제. 하지만 칼라로가드에서 손님으로 왔는데, 싸움은 가능한 피하고 싶어. 사제가 만든 물약은 정말 대단해보여서 한 번 시험해보고 싶긴 하지만…”
“그럼 어쩔 수 없죠.”
시아나는 상대방의 칭찬에 금세 용서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요네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칼라로가드 규칙에는 다른 마법학교와의 싸움 금지 같은 게 있나요?”
“아. 그런 건 없는데, 그냥 에인로가드 학생들하고 싸우면 보통 처참하게 당하니까.”
“……”
“……”
이한과 친구들은 선배의 선배들이 저지른 만행에 괜히 미안해졌다.
“그, 죄송합니다.”
“무슨 죄송을. 너희들이 한 것도 아닌데!”
아그둥은 손사래를 치며 앞으로 나섰다. 그 뒤를 쫓으며 요네르가 말했다.
“겉모습과 달리 친절한 사람 같은데?”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나한테만 좀 태도가 다르더라고. 워다나즈 가문하고 안 좋은 일이 있었나봐.”
“저런.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텐데.”
요네르의 말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솔하게 이야기할 기회만 생긴다면 워다나즈 가문의 악명에 대해서 해명할 자신이 있었다.
사실 악마는 그냥 짐꾼 같은 건데…
“뭐야, 왜 이렇게 많이…?”
버섯밭을 지키고 있던 선배는 우르르 몰려오는 학생들의 모습에 살짝 당황스러워했다.
게다가 심지어 한 명은 다른 마법학교 학생 같았다.
“혹시 칼라로가드에서?”
“맞습니다. 칼라로가드에서 나온 아그둥이라고 합니다.”
“어… 반갑습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사람의 몸을 언데드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계신 모양이군요.”
“?!!”
이한의 친구들은 경악했다.
‘저게 모습만 보고서도 알 만큼 유명한 연구였어?’
“맞습니다. 알아봐주시니 기쁩니다.”
“>제국 마법 저널>에서 읽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실은 여기 버섯밭 때문에 이렇게 왔습니다.”
아그둥은 예의 바른 스켈레톤 신사처럼 갖고 온 자료들을 증거로 내밀며, 자신의 주장을 설명했다.
버섯밭 소유권 논쟁을 근본부터 뒤엎을지도 모르는 강력한 주장에 선배의 얼굴이 흔들렸다.
“이, 이런…! 이런 비화가 있었을 줄이야!”
“현명한 선택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잠깐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같이 와주시겠습니까?”
선배는 심각한 얼굴로 버섯밭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학생들을 불러 모으려고 했다.
아무래도 소유권에 대해 다시 토의해야 할 것 같았다.
“예. 여기 이 후배들도…”
“그건 안 됩니다.”
선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째서 말입니까!? 여기 학생들이 안내해주지 않았다면 저는 오지도 못했을 텐데…”
“그것과 별개로 여기 버섯밭의 정보는 외부인에게 공개할 수 없습니다.”
선배는 에인로가드 학생답게 철저했다.
칼라로가드 학생이야 당사자니까 참석을 시켜준다 하더라도, 외부인인 후배들까지 참석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참석시켜 줘봤자 버섯밭의 정보만 샅샅이 챙긴 뒤 도둑질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더욱 경계를 풀어서는 안 됐다.
“무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는 어차피 일이 끝나면 돌아갈 겁니다. 그 이후에는 흑마법 학파가 저희 권리를 대신 받아서 버섯밭을 관리할 거구요.”
“그러면 오늘 토의 이후 권리를 물려줄 때 직접 따로 설명을 하시지요. 권리 없는 사람은 참석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야?”
소란을 들은 버섯밭 선배 두셋이 의아해하며 다가왔다.
아그둥은 자신을 도와준 후배들을 참석시켜주지 않는 상황에 대해 호소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으음. 미안합니다만, 권리 없는 사람은 참석시키기 좀…”
“저희 몰래 도둑질하거나 습격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믿습니까.”
‘예리하시군.’
이한의 몇몇 친구들은 찔린 표정을 지었다.
선배들의 예상 그대로 하려고 했었던 것이다.
“아그둥 선배. 저흰 괜찮습니다. 선배께서 참석해서 권리를 주장하시죠. 저희야 나중에 챙기면 됩니다.”
이한은 뒤에서 속삭였지만 아그둥은 고개를 저으며 물러나지 않았다.
“부탁드립니다.”
“안 된다니까요. 지금도 도둑질에, 습격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아그둥이 계속 매달리자 오히려 이한의 친구들이 의아해할 정도였다.
왜 저러시는 거지?
“우리가 꼭 참석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
“글쎄…?”
계속되는 부탁에 버섯밭의 선배들도 답답해진 모양이었다.
“이유라도 갖고 오셔야지, 그냥 부탁만 하면 어떡합니까?”
“이…”
“이?”
“이 분이 누구신지 알고 그러는 겁니까!!!”
“????”
“????????”
이한과 친구들은 아그둥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선배들도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나잖아?’
뒤늦게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깨달은 이한은 경악했다. 선배들도 비슷하게 당황한 것 같았다.
“누, 누군데요?”
“황족인가…?”
“황족이 뭐 대단하다고? 설마 황족 갖고 저럴 리가 없잖아?”
선배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이한은 다급히 아그둥을 말렸다.
“아그둥 씨. 대체 왜 이러십니까?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잠깐만 기다려보십시오!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설득이 통하지 않은 탓에 열이 오른 아그둥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선언했다.
물론 그걸 보는 이한은 죽을 맛이었다.
‘사회적 암살자인가?’
선배들 앞에 가서 ‘이 사람이 워다나즈 가문 출신인 거 알고 있냐!’하는 것만큼 치명적인 일격도 없었다.
선배들 입장에서는 ‘뭐 어쩌라고’싶을 것 아닌가.
“이 분은 제국 마령관의 제자십니다! 그걸 알고서도 따돌린다는 겁니까!”
“……”
“……”
순간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말에 침묵만 맴돌았다. 이한도 당황해서 침묵했다.
‘워다나즈 가문 이야기가 아니었나?’
당연히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라서 저러는 줄 알았는데, 해골 교장과의 관계 때문에 저러는 거였다니.
‘아니. 둘 다 똑같이 민폐다!’
어떤 이유든 간에 선배들 앞에서 저지랄을 하는 게 좋을 리 없었다.
이한은 최대한 빨리 수습에 나서려고 했다.
“잠ㄲ…!”
“어… 우리가 실수한 건가?”
“!”
버섯밭 선배들의 기세가 한풀 꺾이더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황족이든 제국 대가문의 후예든 신경 쓰지 않는 게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이었지만 단 하나, 해골 교장의 관련자는 좀 예외였다.
정말 해골 교장의 제자라면 아무리 후배라 하더라도 멋대로 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해골 교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해골 교장의 제자 본인이 언젠가 보복할 게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 제자라면 얼마나 지독하고 악랄하겠는가!
이런 사소한 원한도 백 년 이상 기억해뒀다가 갚으러 올 수 있었다.
“음. 정말 교장 선생님의 제자라면… 그런데 진짜 교장 선생님의 제자가 맞나?”
“설마 칼라로가드에서 온 사람이 착각했겠어? 잠깐. 쟤 걔 아니야? 그 전 학파 수강생?”
“…말이 될지도 모르겠군!”
버섯밭 선배들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아서 납득해버렸다.
그냥 해골 교장의 제자라면 가짜 소문인가 싶었겠지만 전 학파 수강을 한다니 약간 좀 그럴듯해보였던 것이다.
“선배님들. 오해가 있습니다. 제가 교장 선생님과 같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제자의 정의는…”
“같이 돌아다녔다고?”
“그러니까 우연히…”
이한의 말에 선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속으로 동시에 생각했다.
‘제자 맞군!’
교장 선생님의 그 지랄 맞은 성격에 같이 데리고 다닌 거면 제자라고 봐도 맞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참석하려무나, 후배야!”
“설마 오늘 일로 원한을 품진 않으리라 믿는다! 하하!”
“……”
이한은 전 학파 수강의 소문 위에 추가로 얹어질 소문을 깨닫고 괴로워했다.
“잘 됐습니… 아니. 잘 됐다. 하하!”
한 건 해결했다고 생각한 아그둥이 뼈를 부딪치며 밝게 웃었다.
마령관의 제자가 가진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자리에 참석시키는 데에 성공했으니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이한은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아그둥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아그둥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움찔했다.
“…너, 너무 오래 걸렸나?”
“……”
* * *
이한은 결국 아그둥에게 화를 내지 못했다.
해골 교장의 악명 때문에 잘해주는 사람한테 화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
-그러니까 저는 조금 같이 다니긴 했지만 제자라기보다는…
-…그게 보통 제자 아닌가?
‘젠장. 내가 말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군.’
이한은 속으로 한탄했다.
자신이 말하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질 줄이야.
하긴 본인도 어느 정도는 해골 교장의 제자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으니 설득이 잘 될 리 없었다.
“버섯밭의 권리는 그러면 통일해서 양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선배들은 칼라로가드 쪽 증거를 확인하고 반박할 수 없자 결국 소유권을 포기했다.
이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손해가…”
“속이 쓰리긴 한데 원래 에인로가드에서 이 정도 손해는 심심찮게 겪는 거지.”
“맞아. 나도 사기 쳐서 팔아먹을 때 많거든. 이런 거 살 때는 다 감수하고 사는 거야.”
“……”
앞으로 선배들이 부동산을 판매한다면 백 번은 점검하고 사야겠다고, 이한은 속으로 다짐했다.
“칼라로가드를 대신해서 흑마법 학파가 여길 관리하겠습니다.”
잘 모르는 낯선 학파가 나오자 선배들은 웅성거렸다.
“흑마법 학파가 관리하면, 여기 버섯 가격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음. 학파 쪽 돈이 없으면 가격을 올릴지도 모르겠군… 아무래도 가난할 것 같은데.”
“…가격은 그대로 유지할 겁니다. 흑마법 학파는 돈이 충분하거든요.”
“오!”
이한의 선언에 흑마법 학파 친구들은 당황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