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4)
764화
“워, 워다나즈.”
“제대로 생각한 거 맞냐?”
이미르그와 라파드엘이 뒤에서 머뭇거리며 속삭였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텅 빈 금고를 ‘재정적으로 충분함’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이한은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흑마법 학파는 돈이 충분해.”
“…??”
“???”
둘은 혹시 워다나즈가 그들이 모르는 흑마법 학파의 비밀 재산이나 금고라도 발견했나 고민했다.
하지만 이한에게도 나름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가격을 크게 올려봤자 사는 사람만 줄어든다. 거기에 흑마법 학파가 가난하다고 떠벌리는 셈이지.’
버섯밭의 가격을 올려봤자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는 대신 훔치거나 다른 곳에서 구하려고 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게다가 흑마법 학파가 가난하다는 소문까지 돈다면?
‘어느 거래든 손해를 보게 될 거다.’
고작 2학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한은 비정한 에인로가드 경제 세계를 빠르게 체득해나가고 있었다.
이 또한 약점을 보이면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아그둥 선배. 저분들에게 저희 흑마법 학파의 풍족함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어어?”
아그둥은 갑작스러운 부름에 당황했다.
딱히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가 경제적으로 어떤지는 잘 몰랐던 것이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으으음.”
하지만 감히 마령관의 제자가 꺼낸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그둥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흑마법 학파가 얼마나 풍족하느냐… 아, 도착하자마자 벌꿀차를 대접받았습니다.”
“그건 대단하군요!”
확실히 대단한 게 맞았기에 다른 선배들이 놀라워했다.
부여 마법 학파 같은 경우는 외부인이 오든 말든 물 한 잔 내주지 않았다.
‘생각보다 흑마법 학파가 돈이 많았던 건가?’
“그 벌꿀차는 디레트 선배나 다른 선배들 드시라고 만든 건데…”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계속하시죠.”
이한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고생하는 선배들 마시라고 만들어놨더니 교수가 외부인들에게 선심을 쓸 줄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또한 교수의 제자로서 감당해야 할 운명이었다.
“새로 들어온 제자들도 저희 칼라로가드보다 몇 배는 많고요.”
“그렇습니까?!”
“??”
선배들은 물론이고 이한도 살짝 놀랐다.
그랬나?
‘서로 0명이면 몇 배는 맞긴 한데…’
“또, 학파의 고학년 학생들은 각자 의뢰가 몰려와서 엄청나게 바쁩니다. 여기 2학년 학생이 제 일을 도와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아그둥 선배님. 거기까지만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한은 재빨리 차단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에인로가드 선배들이 이상한 점을 눈치 챌 것 같았다.
* * *
“다들. 산환버섯을 캘 때에는 숨을 주의해.”
거래가 끝나고 버섯밭의 버섯을 채취하며 아그둥이 조언했다.
산환버섯 자체가 마력을 흩어지게 하거나 감소하게 만드는 저주에 쓰이는 시약인 만큼, 버섯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루를 잘못 마시면 마법사의 마력에도 데미지가 갔다.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게 가장 좋아. 간단한 방풍 마법을 걸면 더 좋고.”
“과연…”
이한은 아그둥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맨몸으로 산환버섯을 따서 소쿠리에 채워 넣었다.
“……”
아그둥은 멀어져가는 마령관의 제자를 경악의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역시 마령관의 제자라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비범했다.
‘그러고 보니 학파의 같은 학년인 친구들도 남다를지 모르겠군.’
아그둥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 다른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가이난도. 안개구름버섯은 온도에 민감해서 잘못 건드리면 기화한다고 했지. 얼음 줬잖아.”
“잉잉. 차갑다고.”
“냉기 저항 마법은 배웠다가 빙수 먹을 때 쓸 거냐! 빨리 써!”
“……”
그건 아닌가?
아그둥이 살짝 헷갈려하는 사이 멀리서 음산한 마력의 파동이 한 줄기 밀려왔다.
그 파동에 아그둥이 눈살을 찌푸렸다. 흑마법 학파의 마법사로서 익숙한 파동이었던 것이다.
‘오염체나 타락체인가?’
오염체는 대륙의 마력물질이 우연히 다른 성질의 마력과 융합해 별개의 돌연변이로 재탄생한 몬스터였다.
마법사들이 공방에서 대충 갖다버린 폐수나 슬라임이 문제를 일으키는 게 대표적인 오염체였다.
타락체는 다른 차원의 존재가 대륙에 떨어졌다가 이차원(異次元)의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본질을 잃어버리면 탄생하는 몬스터였다.
여러 폭주 정령이나 악마, 아주 드물게 천사 같은 존재도 타락체 중에서 볼 수 있었다.
둘 다 얼마든지 까다로워질 수 있는 적이었지만 노련한 마법사라면 얼마든지 상대할 방법이 있기 마련.
게다가 흑마법 학파는 저런 계열의 오염되고 타락한 존재들을 상대하는 데에 특화된 이들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한도 심상찮음을 느꼈는지 서둘러 아그둥 옆에 달려왔다.
더 멀리 있었지만 마력을 느끼는 감각이 워낙 예민해 저 먼 곳의 파동을 잡아낸 것이다.
아그둥은 놀라지 않았다.
마령관의 제자라면 자신보다 훨씬 더 먼저 잡아냈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오염체나 타락체 같ㅅ… 같아. >오염된 자들이여, 물러나라!>나 >타락을 향한 결의> 중 뭐부터 써야 할지 고민인데. 뭐부터 쓸래?”
자꾸 존대가 튀어나오려는 걸 꾹 자제하고서 아그둥이 물었다.
그 질문에 이한은 당황했다.
“…둘 다 모릅니다만?”
“?!?!”
이한의 대답에 아그둥은 깜짝 놀랐다.
너무 자연스럽게, 마령관의 제자라면 당연히 익혔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오염된 자들이여, 물러나라!>는 3서클 방어 마법으로서 오염체의 접근을 막고, >타락을 향한 결의>는 4서클 방어 마법으로서 타락체의 접근을 막는, 둘 다 퇴치에 적합한 방어 마법이었다.
경험 많은 정통 흑마법사라면 보통 익히는 마법인데…
“정말 이 두 마법을 안 익혔다고?”
“죄송합니다.”
보통 마법을 익히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건 가이난도가 주로 하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드물게 이한이 사과했다.
‘내가 뭘 놓쳤나?’
이한은 속으로 의아해했다.
분명 작년 흑마법 강의 때 저 마법들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혹시 1주일 동안 빠진 탓에 놓친 것인가?
‘젠장. 흑마법 강의부터 챙겼어야 했나.’
“아, 아니. 죄송할 건 없지! 사과하지 마! 사과하지 마!”
아그둥은 마령관의 제자가 사과하자 질색하며 외쳤다.
그리고는 두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 설명해줬다.
“…둘은 이런 마법이야.”
“…선배님. 저 2학년입니다.”
“그렇지? …그, 그러네?”
이한의 노려보는 시선을 받고 나서야 아그둥은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는 아직 2학년이었던 것이다!
‘내가 왜 이 당연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
분명히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전혀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령관의 제자라는 사실에만 너무 몰두한 탓에…
‘…맞아. 아무리 마령관의 제자라 하더라도 2학년이지…’
아그둥은 조금 반성했다.
아무리 상대가 마령관의 제자여도 그렇지 아직 익히지도 않은 마법을 쓰라고 제안하다니.
“…미안하다. 친구들을 불러와주겠어? 밭에 방어 마법을 설치할거라서.”
“예. 저도 돕겠습니다.”
“고맙다.”
이한의 말에 아그둥은 뼈를 덜그럭대며 웃었다.
‘이건 내가 책임져야겠군.’
학교는 달라도 가장 고학년인 만큼 아그둥은 책임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적의 파동을 감지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한은 아그둥에게 물었다.
“선배님. 오염체와 타락체는 같은 성질의 마력을 뿜어냅니까?”
“아. 정확히는 조금 달라. 둘 다 난폭하고 뒤틀린 마력처럼 느껴지지만, 오염체는 조금 더 기존 마력이 변질된 느낌이라면 타락체는 반전된 느낌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과연. 선배님. 제 생각에 지금 다가오고 있는 건 오염체 같습니다.”
“!?”
후배가 대뜸 대답하자 아그둥이 당황했다. 아직 상대의 정체가 식별될 만큼 가깝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설마 여기서 구분이 가나?’
이 거리에서 그 차이가 느껴지는 거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감각이었다.
고작 2학년이 마력 파동 자체를 느끼는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데…
“일단 이 근처는 에인로가드 선배들이 꾸준히 마법과 연구를 진행하는 곳 아닙니까. 타락체보다는 오염체가 나올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도 타락체는 확률이 훨씬 낮으니까요.”
“날카로운 의견이군.”
아그둥은 뼈 턱을 주억거리며 동조했다.
영리한 학생이라 그런지 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감각을 집중해봤는데 마력이 변질된 느낌이 납니다.”
“……”
“선배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럼 >오염된 자들이여, 물러나라!>를 칠 준비를 하자!”
아그둥은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여기서 몇 번만 더 말실수를 하면 마령관의 제자에게 칼라로가드라는 학교 자체가 이상한 곳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물론 이상한 곳은 맞았지만, 원래 제국의 마법학교 학생들은 발드로가드를 제외하면 다 자기네 마법학교의 부끄러운 점을 숨기려고 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마법학교는 언제나 부끄러운 존재였지만 그래도 자기들끼리 부끄러워해야 하지 외부인에게까지 알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
“흑석, 정향, 성스러운 뼛조각, 금색 머리카락. 이런. 금색 머리카락을 다 썼네.”
“저 머리카락도 됩니까?”
“오. 좋은데?”
이한은 친구들을 불러 가이난도의 머리칼을 조금 뽑아오라고 지시했다. 가이난도의 비명이 밭 너머로 흘러나갔다.
“오염된 자들이여, 그 힘을 다루는 마법사를 두려워하라. 오염된 자들이여, 그 힘을 다루는 마법사를 두려워하라…”
반복 영창.
같은 주문을 거듭해서 마법의 위력을 늘리는 기술이었다.
버섯밭 같은 넓은 영역에 방어 마법을 걸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식으로 위력을 늘려야 했다.
“후. 잠깐 쉬자.”
아그둥은 뼈마디가 쑤셔오는 느낌에 잠깐 주문을 멈췄다.
육신을 언데드로 바꾸면 체력 문제는 비교적 자유로워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증이나 소모가 없진 않았다.
“여기 팔쪽 뼈가 좀 닳았네. 부러지기 전에 교체해야겠다.”
“불편하지 않아요?”
가이난도의 질문에 아그둥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웃었다.
“이렇게 교체할 수 있는데, 이 얼마나 합리적인 방법이야? 이렇게… 뼈를… 빼고… 새로… 끼우면… 됐다!”
가이난도는 ‘저는 살 좀 까져도 가만히 기다리면 낫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그둥이 너무 고생해서 뼈를 교체했기에 차마 말하지 못했다.
‘흑마법사들은 다들 너무 이상한 것 같아.’
“좋아. 다시 시작하자.”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그둥이 첫 번째 작업을 하는 동안,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며 어떻게 마법을 펼치는지 확인한 이한이 입을 열었다.
선배 흑마법사도 있는 만큼 실수하더라도 수습이 가능한 상황.
그걸 아그둥도 알고 있었던 만큼 흔쾌히 수락했다. 이런 체력이 필요한 작업은 든든한 조수가 붙어주면 좋았다.
“그래주면 고맙지. 지금 서쪽은 거의 다 끝났으니, 서쪽만 조금 마무리해주겠어? 난 나머지 구역들을 시작할…”
“오염된 자들이여, 그 힘을 다루는 마법사를 두려워하라.”
한 번 주문을 외우자 버섯밭 위로 강력한 마법이 빙 둘러졌다.
그 모습에 시아나가 아쉽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 번에 걸었는데…!”
“나, 나도 두 번일 줄…”
“……”
아그둥은 황망한 눈빛으로 에인로가드 2학년 학생들의 대화를 지켜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