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7)
767화
사실 찻집 2층에는 털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친구들에게는 기묘한 믿음이 있었다.
이한이라면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에서도 무언가 털어올 수 있지 않을까?
“…2층을 턴 게 아니라 거래를 한 거다.”
친구들의 시선에 어이없어하며 이한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선배와의 거래로 마법 물품을 받았다고.
“마법 공간으로요?”
“그래. 시아나 사제.”
“…혹시 그런 공간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물건도 같이 갖고 나오신 거 아니죠?”
갖고 나온 물자의 양이 너무 많아서 시아나는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이한은 그 질문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가 그럴 리… 잠깐만.”
이야기하던 이한은 혹시나 싶어서 다시 확인했다.
에인로가드 파수꾼 클럽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니잖나! 시아나 사제!”
“죄, 죄송…”
‘…말 안 꺼내서 다행이야.’
옆에 있던 요네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본인도 ‘혹시 착각해서 더 갖고 나온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서 이만큼 받은 거다. 다들 오해하지 말라고.”
“뭘 지불했는데?”
이한은 천진난만한 해골로 앉아 있는 다른 학교의 흑마법사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을 돌렸다.
“그건 비밀이다.”
“……”
친구들은 즉시 수군거렸다.
“이한이 비밀이라고 할 정도면 진짜 위험한 거래 아니야?”
“교장 선생님의 심장 같은 거라도 찾아서 팔았을지도…”
“난 워다나즈 놈이 자기 피나 살점을 조금 팔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한은 지팡이를 휘둘러 염력으로 친구들의 대화를 밀어낸 뒤 받아온 물자를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마도척사(魔道擲柶)? 누가 이겼어?”
“아직 한창 진행 중이라 승패는 알 수 없…”
“가이난도가 졌어.”
“황자 놈이 꼴찌다.”
친구들이 비겁하게 승패를 말하자 가이난도는 슬쩍 윷놀이판을 밀어버리고 외쳤다.
“물자 확인해보자! 물자!”
“나도 도울게. 그나저나 대체 무슨 거래를 했길래 이만큼을 받은 거야?”
아그둥은 이한이 찻집에서 대화하는 사이 벌인 짓을 짐작도 하지 못하고 물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아그둥 선배. 참. 선배도 좀 나눠드리겠습니다.”
“뭐? 아니야. 그럴 순 없지. 선배가 되어서.”
“아닙니다! 에인로가드까지 방문하셨는데, 이 정도는 흑마법 학파의 우호를 상징하는 선물이죠.”
“그래도 체면이 있지…”
콰직!
둘이 대화하는 사이 친구들은 작업을 시작했다.
단단히 밀봉된 나무 상자들과 통을 작은 손도끼로 쪼개고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이다.
“각자 수량 확인하고 메모해놔.”
“중상품 흑수엽(黑樹葉) 한 상자.”
“염목근(焰木根) 한 상자.”
“이한, 이 나무통은 자갈나무 수액 같아.”
“먹을 건 없어? 여기 손질된 화작나무 한 상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가이난도. 마석, 토(土) 속성으로 한 상자…”
‘나처럼 밀수했나?’
이한은 상대방에게 받은 물자를 정리하며 속으로 놀라워했다.
종류도 종류였지만 그 양이 생각보다 너무 풍부했던 것이다.
상대도 같은 에인로가드 학생일 텐데 이 정도 양의 물자라니.
뭐지?
“허. 숲이라도 털었나?”
“!”
옆에서 중얼거리는 아그둥의 말에 이한은 깨달았다.
대부분의 시약들이 전부 다 숲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과연. 하지만…’
에인로가드 영지에 굴러다니는 게 산하고 숲이었지만 그 안에서 쓸만한 자원을 찾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특히 이런 시약들은 전문적으로 재배하고 기르는 노력을 들여야 어느 정도 쓸만하게 나오기 마련.
상대는 어딘가 숨겨진 비밀 숲을 몇 개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부럽군. 과연 선배들이다.’
이한은 얼굴 모르는 비버펭귄여우의 재력에 살짝 감탄했다.
앞으로 파수꾼 클럽에서 대면하게 되면 조금 더 친절하게 행동할 것 같았다.
저런 재산을 에인로가드 영지 안에 꿍쳐놓다니…
“헉, 헉헉. 정리 다 했어. 이한.”
“고생했다. 다들.”
가이난도는 먹을 게 없다고 이한이 속은 거 아니냐고 투덜댔지만 친구들은 꽤 만족스러워했다.
어차피 식량이야 학기 초에 크게 밀수해서 갖고 들어온 만큼 아직 버틸만했고, 이런 시약이 훨씬 요긴했던 것이다.
마령관의 제자가 이만한 양의 시약으로 뭘 할지 궁금해진 아그둥이 물었다.
“이걸로 무슨 연구를 할 거야?”
“흑마법 학파 학생들하고 같이 금…”
이한은 강의나 연구에 필요한 시약을 제외하고, 흑마법 학파의 공방과 시설을 사용해 나머지 시약들로 무언가 좀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학파 내 다른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면 어찌어찌 팔만한 게 나올 것이고 그러면 흑마법 학파의 금고도 조금은 쌓일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외부인한테 말할 수 없었다.
금화 될 만한 흑마법 아이템을 만든다는 건 좀 없어보였던 것이다.
“금?”
“금단의 연구를 조금.”
“!?”
비버-펭귄-여우:물건은 가져갔지?
고나달테스:그래. 아주 가난하진 않은 모양이군.
비버-펭귄-여우:허세 부리지 마. 에인로가드에서 저 정도로 시약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고나달테스:후후. 과연 그럴까.
이한은 허세를 부리면서도 나중에 파수꾼 클럽 내에서 의뢰를 맡길 때 뭘 대가로 지불해야 하나 고민했다.
진짜 식량이라도 지불해야 하나?
‘그런데 선배들이 식량에 그렇게 집착할 것 같진 않은데.’
비버-펭귄-여우:아티팩트를 작동시키면 남은 물건을 넘겨줄게. 서둘러. 숲이 울고 있어.
“아그둥 선배님.”
“왜?”
“교수님께서 설치한 아티팩트를 가동하러 가고 싶은데요.”
아그둥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한은 서둘러 변명했다.
“제가 처음부터 오염체를 토벌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지금 상황을 보다보니 좀 심각해져서…”
“그래. 그래. 그런 거겠지. 계획을 짜볼까?”
* * *
다른 상황이었다면 조금 고민해보고 말렸겠지만, 타스환 교수가 남긴 아티팩트 덕분에 아그둥은 후배들을 말리지 않았다.
계획도 간단명료했다.
“내가 보호 마법을 걸 테니까, 최대한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동하는 거야.”
아그둥이 일행을 오염체로부터 보호하는 마법을 걸면, 안전한 버섯밭을 통해 아티팩트 위치로 최대한 빠르게 이동한다.
도착만 하면 가동시킬 수 있었으니 그걸로 끝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미르그가 중얼거렸다.
“이, 이동하면서 유지되는 보호 마법을 어떻게 다 거시려는 거지…?”
‘그러게?’
이한은 이미르그의 지적에 의아함을 느꼈다.
고정된 지역에 거는 보호 마법과 달리 이동하면서 유지되는 보호 마법은 그 난이도부터가 달랐다.
여기 있는 전원에게 각자 보호 마법을 걸어주려면 마력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집중력 소모도 어마어마할 터였다.
“아그둥 선배님. 어떤 마법을 쓰실 겁니까? 저도 돕고 싶습니다.”
“아. 워다나즈! 이번에는 정말 그럴 필요 없어.”
아그둥은 웃으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소환 마법이 시전되더니 허공에서 매우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망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오염체를 압축시킨 뒤 날실과 씨실로 엮어서 만든 옷감 같았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이제까지 본 망토 중에서 가장 최악인 망토를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
입학했을 때 망토가 찢어져서 나뭇잎을 기워 붙이고 다녔을 때도 저것보단 나았을 것 같았다.
“…혹시 이걸 입어야 하나요?”
“응. 칼라로가드에서 연구 끝에 만들어 낸 >오염체 망토>지. 어때?”
아그둥은 뿌듯함을 담아서 말했다.
오염체를 상대할 일이 많은 칼라로가드에서는 매번 소모 심한 퇴치 마법을 일일이 거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깊게 고민했다.
그 고민 끝에 얻은 성과가 바로 지금 이 >오염체 망토>였다.
오염체를 밀어내거나 퇴치하는 파장을 만들어내는 대신, 오염체와 같은 존재로 인식시켜주는 아이템.
자기와 같은 존재라고 착각에 빠진 오염체는 이 망토를 걸친 마법사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
“어…”
“음…”
친구들은 누구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 한 명이 나서서 ‘도저히 못 입겠습니다!’라고 외쳐주길 원했지만, 아무도 나서질 않았던 것이다.
“별, 별로인가?”
아그둥은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생각보다 반응이 미묘하자 당황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서둘러 외쳤다.
“너무 좋아요!”
“세상에 이런 아이디어가!”
“제국 신문에 실으면 이걸 사업화하자고 투자가 들어올 겁니다!”
이한은 그렇게 외치며 아직 가만히 있는 친구들에게 눈짓했다. 그 모습에 친구들은 억지로 장점을 짜냈다.
“다행이다. 순간 너희들이 시큰둥해하는 줄 알았지 뭐야.”
“……”
“칼라로가드의 이름으로 만들었다니 치사하지 않아?”
가이난도가 뒤에서 작게 투덜댔다.
만약 발드로가드의 이름으로 만들었다면 가차없이 안 입겠다고 말했을 텐데!
‘그나저나 흑마법 학파가 가난한 이유를 알 것 같군.’
이한은 망토를 두르며 생각했다.
이 망토의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별도로 마법을 걸거나 마력을 충전할 필요 없이 오염체를 속일 수 있으니 위험 지역에서는 매우 요긴하게 쓰이리라.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나머지 장점들을 모조리 잡아먹고 있었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런 기괴하고 역겨운 망토를 두르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몇 배로 비싼 망토를 사면 샀지…
‘아무리 성능이 좋더라도 이런 식으로 만들면 안 된다. 또 하나 배웠군.’
장맛비처럼 우울한 얼굴로 망토를 두른 이한 일행은 빠르게 버섯밭을 돌파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오염체들은 이한 일행을 마치 돌멩이 대하는 것처럼 아무런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말 좋은 성능이었지만 학생들은 감탄해하는 대신 코에 걸린 마법을 확인했다.
“냄새 마비 저주가 곧 풀릴 것 같은데 괜찮을까?”
“쉿. 소리 내면 오염체가 이상하게 여길 거야. 조금만 더 참아.”
대화하는 사이 이한과 아그둥은 가장 앞에서 지팡이를 찾아 헤맸다.
시커멓고 탁한 액체가 부글거리는 못 근처에 꽂힌 도목(桃木) 지팡이 아티팩트를 발견하자 아그둥이 손짓했다.
“찾았다. 저기야!”
“갖고 오면 될까요?”
“잠깐. 방어 마법들을 해제해야…”
꽝!
이한은 염동력으로 날려버린 뒤 아티팩트를 끌어왔다.
아그둥은 슬슬 선배로서의 품위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놀란 기색을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 과여. 여도려 마버이가.”
“아그둥 선배. 턱뼈 빠지셨습니다.”
* * *
일렌딜은 에인로가드의 교장, 교수, 학생들을 전부 저주하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진정해, 다들… 조금만 참아. 알겠지?”
근처에 대피한 정령들은 오염체들의 난동에 질식할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오염체들이 계속 숲 안을 돌아다닌다면 정령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자신들의 차원으로 돌아가야 하리라.
“마법사 하나 고용했으니까… 곧… 효과가…”
평소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하는 일렌딜이었지만 오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배는 빨랐다.
그만큼 7층 숲의 일이 중요했던 것이다.
바콴탈라나:난 거짓말 같은데. 잘 모르겠군. 너무 큰 거래는 하지 않는 걸 추천해.
이악투스:오! 꼭 하는 게 좋겠다. 난 처음부터 고나달테스 녀석이 믿음직스러웠다니까?
이한은 바콴탈라나가 자신을 편들어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파수꾼 클럽의 다른 회원들은 일렌딜에게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짧은 사이에 오염원을 모두 흡인하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이악투스 같은 경우는 아예 대놓고 속마음이 뻔히 보였고…
하지만 일렌딜은 수상한 제안을 결국 받아들였다.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일렌딜은 누구한테 살인 청부를 맡겨야 상대가 고통스러울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자제하려 애썼다.
그 순간 7층의 숲이 굉음과 함께 뒤섞이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땅과 물이 서로 위치를 바꾸며 오염원들을 끄집어내자, 파수꾼 클럽 회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이악투스:말도 안 돼! 어떻게!
고나달테스:뭐가 말도 안 된다는 거지?
이악투스:…지금 7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법의 수준이 말도 안 된다는 거지!
고나달테스:그런 뉘앙스가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