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70)
770화
‘나중에 다시 고민해보자.’
검은 책을 칭칭 감아서 가방 아래에 봉인한 뒤(이래봤자 별 소용없다는 듯이 검은 책은 부르르 진동했다) 이한은 흑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만난 오골도스 선배가 이한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워다나즈. 반갑다.”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피곤해보이시는데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별 건 아니고. 잘 팔릴 만한 흑마법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느라.”
“!”
오골도스는 밤새 고민했는지 눈밑이 퀭했다.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오골도스는 결국 입을 열었다.
“워다나즈. 네 마음은 존중하는데…”
“?”
“흑마법은 그냥 돈이 안 돼. 괜히 무리하지 마라.”
“……”
시작부터 매섭게 응원해주는 선배의 모습에 이한은 황당해했다.
“해봐야 아는 거 아닙니까?”
“가끔은 안 해봐도 알 수 있는 게 있는 거지. 태양이 뜨는 방향이나, 교장 선생님의 사악함이나… 흑마법도 계속 그럴 것 같다.”
오골도스는 말을 마치고 흑암관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보는 축 처진 어깨가 유난히 좁고 왜소해보였다.
“콜록. 워다나즈 군.”
이번에는 모르툼 교수가 걸어왔다. 이한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탁이라…”
모르툼 교수는 생각에 잠겼다.
눈앞의 제자는 흑마법 학파의 선배들은 물론이고 교수까지 불러모아 마법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청원했다.
모르툼 교수는 피곤하고 귀찮아서 거절하려고 했지만 제자는 설득을 멈추지 않았다.
-교수님이 자꾸 거절하시면 교장 선생님한테 투서를 보내겠습니다!
-…!
“콜록, 그걸 부탁이라고 할 수 있나?”
“예?”
“아니다. 아무것도.”
디레트는 4학년쯤 되어서야 모르툼 교수를 협박하기 시작했는데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2학년인데 벌써 교수를 협박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모르툼 교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설마 자신이 용의 새끼를 키우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참. 콜록. 워다나즈 군.”
“예. 교수님.”
“네 마음은 존중하지만 흑마법은 그냥 돈이 안 된다. 괜히 무리하지 말게.”
“……”
돌아서서 흑암관으로 들어가는 모르툼 교수의 뒷모습에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시작부터 뭐 이런…!
* * *
사실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가 금전적 여유를 얻기 위한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었다.
살점 골렘
-에인로가드의 기존 골렘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시도.
-처음에는 다섯 대 팔렸지만 그 이후 악취와 흉측한 외모로 지속적인 불만 제시.
-결국 판매량 부족으로 폐기.
스켈레톤 군단
-언데드들과 계약을 맺고 구매자들을 도와주라고 명령함.
-언데드들이 거부감을 덜 느끼는 흑마법사들과 달리, 일반 마법사는 언데드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반항하기 시작.
-보상금 지불하고 폐기.
아흐락의 맹독 시리즈
-다양하고 강력한 효과를 갖고 있는 아흐락의 맹독을 제작해서 판매 시도.
-가장 성공적이었으나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구매자들이 불만 표시.
-결국 판매량 부족으로 폐기…
보통 흑마법 쪽에서 시도한 결과들은 흉측하고 악취가 나서 안 팔리거나, 혹은 너무 비싸서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그둥은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꺼내서 발표했다.
“내 생각에는, 더 강력한 고급 흑마법이 판매의 활로가 될 것 같다. 밖과 달리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은 어지간한 건 다 자기가 직접 구현할 수 있잖아. 더 강력하고 희귀한 마법을 팔아야 해.”
“오…”
“내가 연구한 건 >아흐락의 군청색 독>인데, 이 독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어. 위력을 생각해봐!”
칼라로가드에서 온 선배의 말에 학생들은 솔깃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과거 제국의 흑마법사 중 독으로 명성을 얻은 마법사답게, 아흐락의 맹독 시리즈는 에인로가드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괜찮았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독을 이야기하면 꼭 들어가는 >아흐락의 군청색 독>을 제작해서 팔아본다면?
“확실히 군청색 독은 저번에는 재료 부족 때문인지 못 만들었으니, 만들면 다를지도 모릅니다.”
“이건 인기가 좋을지도…”
“콜록. 틀렸네.”
모르툼 교수가 끼어들었다.
그 말에 아그둥이 살짝 당황스러워하며 되물었다.
“틀렸습니까?”
“기록만 안 되어있을 뿐이지, 그 때 군청색 독도 만들어서 팔려고 했었다. 콜록. 하도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구매자를 먼저 찾으려고 했었지.”
“그랬습니까? 몇 명이나 나왔나요?”
“0명.”
“…몇 명이요?”
“콜록. 0명. 자네들은 착각하고 있다. 이 바보들아! 독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봤자 흑마법사들이나 감탄하지… 다른 학생들은 비싸서 안 산단 말일세.”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더 좋은 독을 만들면 다른 학생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일반적인 학생들은 이 독과 저 독이 얼마나 차이가 나고 대단한 건지 잘 알지 못했다.
한 번쯤은 궁금해서 살 수 있지만 그것도 가격이 올라가면 사라지는 것이다.
“왜 안 적혀있죠?!”
“콜록. 창피하다고 그건 안 적더구나.”
“옛, 옛날 일이니까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그렇게 말하는 아그둥도 크게 확신이 없었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괜찮습니다. 선배님. 좋은 독을 모르는 놈들이 나쁜 겁니다!”
“맞아요. 군청색 독을 이 가격에 파는데, 이 자식들! 감사한 줄도 모르고!”
흑마법 학파 학생들이 불평을 토해내며 아그둥을 응원했다.
아그둥은 다른 마법학교 후배들이 보내주는 응원에 감동받고 울컥했다.
“다, 다들 고맙다. 사실 난… >오염체 망토>도 팔리고 그래서,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흑마법 학파가 아니더라도 흑마법의 대단함을 다들 잘 알고 있구나 싶었어.”
“그게 팔렸다고!?”
모르툼 교수는 기침하다가 말고 깜짝 놀라서 외쳤다.
>오염체 망토>를 팔다니.
잘 팔릴 만한 흑마법 아이템을 찾아낸 것보다 그게 더 놀라웠다.
“콜록, 대체 어떻게!?”
“이한이 팔았어요. 교수님.”
“가이난도 군. 콜록. 협박은 팔았다고 하면 안 되지…”
“……”
이한은 어이없다는 듯이 모르툼 교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협박한 게 아니라 제대로 팔았습니다.”
“정말? 어떻게?”
“7층에 오염체 난리가 났었는데…”
이한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물론 우연히 오염체 무리들이 몰려왔다는 이야기는 제외하고서.
설명을 다 듣자 모르툼 교수는 감탄했다.
“콜록, 과연! 상황을 이용한 건가. 그런데 좀 이상하군. 자기들도 마법을 쓸 수 있을 텐데 왜… 그렇게 오염체가 많았나?”
“…그러게 말입니다. 신기하군요.”
“여하튼 잘했네. 워다나즈 군.”
모르툼 교수는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협박해서 강제로 사게 했나 싶었는데, 저 정도 기지라면 칭찬을 받을 만했다.
어쩌면 이 어린 천재가 정말 기발한 방법을 내놓을지도 몰랐다.
“콜록. 그래서… 자네는 뭘 준비해왔나?”
“음. 제가 생각해본 건 방어구 아이템입니다.”
이한은 검은 책에게서 배운 마법을 새로이 꺼냈다.
3서클 마법, >고나달테스의 흑마법 망토>.
흑마법이지만 부여 마법의 속성이 꽤 들어간 마법으로서 아티팩트 제작 마법이었다.
완성된 효과는 언데드나 독, 저주 같은 흑마법 학파의 마법 요소로부터 방어하고 보호해주는 것.
‘이건 정말 안정적이고 유용한 아티팩트다.’
검은 책이 암살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했던 이한이었지만 이 마법의 쓸모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에인로가드를 돌아다니다보면 언데드나 저주, 독을 접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런 요소들을 상대로 안정적인 방어가 가능한 망토라면…
…흑마법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솔깃할 가능성이 높았다.
“콜록. 끝인가?”
“워다나즈. 이건 너무… 심심한 것 같은데.”
모르툼 교수는 물론이고 아그둥과 오골도스까지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건 너무 심심했던 것이다!
“예? 이게 다입니다만.”
“너무 심심하지 않아? 학생들이 이걸 사려고 할까?”
“아티팩트가 꼭 재밌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이런 무난하고 안정적인 아티팩트가 잘 팔릴 것 같습니다만…”
제국 신문 경제란 애독자인 이한은 나름의 확신이 있었지만, 흑마법 선배들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자신이 눈치 못 챈 무언가가 있나?
“알겠다!”
오골도스는 알았다는 듯이 외쳤다.
“워다나즈는 이 망토를 팔기 전에 학교 곳곳에 독을 뿌리려는 겁니다. 그것밖에 없겠죠!”
“과연. 콜록. 저주와 언데드도 같이?”
모르툼 교수는 그제야 조금 설득된 표정이었다. 이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생각 안 했습니다.”
“콜록. 안 했다고??”
“워다나즈. 그러면 이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그렇게 위험한가??’
이한이 고민하는 사이 아그둥이 지원에 나섰다.
“잠깐. 교수님. 시행착오는 마법사의 권리잖습니까. 해보기도 전에 이렇게 말리면 안 됩니다.”
“콜록. 그렇긴 하지. 워다나즈 군이 갖고 온 시약이니, 워다나즈 군 마음대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모르툼 교수도 아그둥의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했다.
자기가 자기 물건으로 하겠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었다. 마법사는 원래 실수를 하면서 배우기 마련이었다.
“콜록. 그럼 공방으로 이동해서 워다나즈 군이 작업하는 걸 한 번 볼까?”
오골도스는 이한에게 은밀히 말했다.
“워다나즈. 팔리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라. 나도 전에 만든 >알 아지프의 저주가 깃든 뼈>가 하나도 안 팔렸거든.”
‘그건 안 팔리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
* * *
“……”
“……”
1차 물량을 가지고 7층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한은 결심했다.
다시는 흑마법 학파 마법사들에게 경제적 조언을 받지 않겠다고!
“이, 이게 왜 다 팔렸지??”
“이런 무난한 게 왜??”
‘흔들린 내가 한심하다.’
이한은 옆에서 경악하는 선배들을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자기들 기준으로 무난하다고 해서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하다니.
놀랍게도 7층 시장 구역에서 판 >고나달테스의 흑마법 망토>(판매할 때는 >흑마법 학파의 방어 망토>로 팔았다)는 순식간에 팔렸다.
“방어 마법의 위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을 텐데? 이 정도면 고위 언데드가 나왔을 때 막지 못하잖아.”
“독도 마찬가지야. 이걸로는 독을 막는데 한계가 있…”
“선배님들.”
이한은 아까 들은 부정적인 의견도 설욕할 겸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선배님들보다 마법 실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
아그둥은 의아했지만 일단 후배의 말을 끊지 않고 기다렸다.
“뭐가 팔릴지, 팔리지 않을지는 좀 더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들만 대단함을 아는 흑마법이 아니라, 적당히 편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이 잘 팔리는 거죠.”
“그… 그런…”
“저런 무난하기만 한 아이템이…”
이한의 말에 아그둥과 오골도스는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더 강한 골렘, 더 강한 저주, 더 강한 독보다 저런 무난한 아이템이 팔린단 말인가?
정말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 눈앞의 현실을 보니 저게 맞을지도…
그 때 아래 층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다급하게 소식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6층에 독성 늪 터졌다!!
-6층에 독성 늪! 6층에 독성 늪! 절대 그냥 들어가지 마라!
“아.”
“역시…”
“…뭐가 ‘아하’고 뭐가 ‘역시’입니까?”
이한은 선배들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