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71)
771화
“설마 제가 독을 퍼뜨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죠?”
일단 이한은 6층에 독성 늪을 터뜨리지 않았을 뿐더러…
…설령 독성 늪이 터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한은 이 >고나달테스의 흑마법 망토>, 아니, >흑마법 학파의 방어 망토>가 잘 팔렸으리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팔릴 수밖에 없는 물건인 것이다.
“당연히 아니지. 워다나즈.”
오골도스는 동의하면서 눈을 찡긋했다.
“…혹시 겉으로는 아니라고 대답하시면서 속으로는 맞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아니시죠?”
“어? 아니었나?”
“아닙니다.”
이한은 정색하고 대답했다.
사람을 뭘로 보고!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작년에 디레트 선배하고 코홀티 선배가 같이 독 뿌려서 영역 봉쇄했었잖아.”
“……”
생각해보니 흑마법 학파 선배들은 이한이 거인들을 지하에 숨겨놓는 걸 도우려고 복도에 독을 뿌린 적이 있었다.
이한은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반성했다.
‘음. 사람은 누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법이군.’
“어쨌든 이번엔 저 아닙니다.”
이한의 말에도 흑마법 학파의 다른 학생들은 ‘과연 정말일까?’로 토론을 시작하려고 했다.
짜증이 난 이한은 동료들을 불러모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아. 맞아. 망토를 더 만들어야지. 교수님이 도와주시면 편할 텐데.”
“교수님 사라지셨어. 내 생각에는 도망치신 것 같아.”
“디레트 선배님을 부를까?”
이한은 지팡이로 바닥을 탕 쳤다. 흑마법 학파의 학생들은 의아해하며 시선을 돌렸다.
“일단 디레트 선배는 부르지 마시고.”
“어. 왜?”
“부르지 말라면 부르지 마 이 자식아.”
가이난도는 이한이 화를 내자 찔끔하며 물러났다.
‘그냥 물어본 건데…!’
“망토 제작은 지금 염료 담가놨으니 기초 공정 끝나는 대로 계속 작업할 수 있을 겁니다. 전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급한 대로 다른 걸 팔아야죠! 선배님.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모, 모르겠는데. 뭐지?”
이한의 기세에 오골도스는 살짝 압도됐다.
제국 금화만 관련되면 이 후배는 선배는 물론이고 교수도 압도하는 기세를 뿜어냈다.
“해독 관련 아이템 말입니다! 망토보다 싼 가격에 팔면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겁니다.”
망토를 만들었고 잘 팔린다고 해서 망토만 파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독성 늪을 누가 터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온 이상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법.
“뭐? 그러니까 해독 물약이나 피독주 같은 걸 팔자는 거냐?”
“맞습니다.”
일시적으로 중독 상태를 막아주는 해독 물약이나 독의 접근을 막아주는 피독주 같은 아이템들.
던전을 탐색하는 모험가들에게는 필수적인 아이템이었지만 에인로가드 학생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필수적이진 않았다.
말했듯이, 정말 성능이 뛰어난 게 아니라면 학생들이 비싼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기들이 찾아서 배우면 되니까!
“그런 어중간한 걸 살까? 직접 하거나 더 좋은 걸 사고 싶을 것 같은데.”
“선배님!”
“??”
“다른 학파 학생들은 흑마법에 대해 잘 모릅니다!”
“……”
“그러니까 학생들이 흑마법 아이템을 깊게 고민할 거란 생각은 하지 말죠. 그냥 좋다고 광고하면 다들 믿을 겁니다.”
사실로 세게 맞자 오골도스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확실히 생각해보니 다른 학파 학생들이 쉽고 어려운 흑마법을 구분할 능력은 없을 것 같았다.
애초에 관심들도 없었으니…
“워다나즈. 한 가지만 더.”
아그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뭐죠, 선배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6층에 독성 늪이 터지긴 했는데, 독성 강하지 않은 늪들이 여럿인데다가 빈 공간들도 많아서 요령만 알면 대응하기 쉬울 것 같은데. 과연 저런 소모품들이 팔릴까?”
“흠.”
이한은 칼라로가드에서 온 선배의 조언을 듣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건 선배께서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 뭐든 도와줄 수 있긴 한데 내가 뭘…”
* * *
“여러분. 들어주십시오! 저는 칼라로가드에서 왔습니다!”
“칼라로가드? 흑마법 학교잖아?”
“다행이군. 발드로가드면 돌멩이 던지려고 했는데.”
7층을 오가던 학생들은 칼라로가드 학생을 보자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지금 6층에 독 늪이 터졌는데, 정말 위험한 늪입니다!”
“어떻게 위험합니까?”
“…정말 위험합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혹시 특정 원소 사용에 제약이 걸린다거나, 마력 운용에 방해가 된다거나…”
“그보다 더 위험합니다!”
“???”
아그둥은 대답을 피하고 과장된 동작으로 팔을 흔들었다.
“한동안 6층에 들어가지 마시되, 만약 정말로 6층에 들어가야 한다면 저기 흑마법 학파의 학생들에게서 해독 물약을 구매하십시오! 피독주나 방어 망토도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금색 머리칼을 가진 소년이 달려오더니 풀썩 쓰러졌다.
“큭… 독, 독이…!”
“이런! 여기 해독 물약을 마셔라!”
흑마법 학파 학생들이 서둘러 달려오더니 쓰러진 가이난도를 부축해서 물약을 먹였다.
“여러분. 보셨습니까!”
아그둥은 스켈레톤 상태라서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안 그랬다면 어색해하는 표정이 얼굴 가죽으로 드러났을 테니까!
“6층에 아무 준비 없이 내려가시면 위험합니다!”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방금 들은 정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독성 늪이 그렇게 심한가?
-대체 누가 터뜨린 거야? 혹시 흑마법 학파가 터뜨린 거 아닌가?
-에이. 흑마법 학파가 터뜨렸으면 저렇게 해독 물약을 준비했겠어? 더 퍼뜨리고 있었겠지.
-칼라로가드 쪽 마법사가 와서 같이 준비했나봐. 쟤네 원래 저런 거 안 하잖아.
“……”
이한은 웅성거리는 대화를 들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자작극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아예 의심조차 받지 않으니 그건 그거대로 좀 떨떠름했다.
이제까지 흑마법 학파가 어떤 이미지였길래 이런 물약을 팔 거란 생각조차 안 한단 말인가?
‘심지어 아그둥 선배가 준비했다고 생각하다니!’
“물약 하나 주세요.”
“아. 예.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흑마법 학파가 이런 걸 할 줄 몰랐는데. 좋은 일 하네. 응원합니다.”
“예…”
“칼라로가드에서 온 사람 때문에 눈치 보여서 하는 거지?”
“아닙니다. 그냥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희는 원래 독을 더 퍼뜨리는 쪽이었잖아.”
“…사실 저희 학파에 코홀티란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주도했던 거였습니다. 그 분께서 졸업하셨으니 이제 저희도 이런 일들을 하려고요.”
학생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물약을 사갔다.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은데다가(에인로가드 기준으로) 6층의 상황을 봤을 때 대비해서 나쁠 것 없었으니까.
“가이난도. 30분 후에 한 번 더 저쪽에 가서 쓰러지는 척 해줄래?”
“후후. 알겠어.”
가이난도는 이한 옆에서 가짜 독을 만들며 어떻게 해야 더 실감나게 보일까 연구했다.
다들 뛰어난 마법사들인 만큼, 제대로 된 중독 증상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아그둥 선배. 감사드립니다. 선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겁니다.”
“그, 그래.”
분명 다른 학교 학생한테 ‘당신이 아니라면 이렇게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거다’라는 말을 꼭 듣고 싶긴 했었는데…
‘왜 이상하게 안 기쁘지?’
* * *
주말 내내 이한은 흑마법 학파의 학생들과 함께 금고를 채우고 이미지를 바꿨다.
오죽 놀라웠으면 에인로가드 파수꾼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이악투스:흑마법 학파가 독이 아니라 해독 물약을 팔고 있다는 거 들었나?! 대체 왜 그런 일을 해주는 거지!?
비버-펭귄-여우:원래는 코홀티란 졸업생이 독의 위력을 유지하려고 해독제 판매를 금지했었던 모양이야.
이악투스:지독하군!
“……”
나중에 코홀티 선배를 만나면 사과하기로 하고, 이한은 금고를 마저 정리했다. 흑암관의 창밖에서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태양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다행이군. 계속 이렇게 수입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번 수입은 참가한 학생들이 수고비를 나눠 가지고도 금고를 채울 만큼 충분했다.
문제는 이걸 유지할 수 있느냐였다.
‘벌써 걱정하지 말자. 다음에는 다음의 기회가 있겠지.’
새로 저주가 터지거나 언데드 소란이 일어난다면…
…물론 이한 본인이 일으킬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살짝 기대만 할 뿐!
“거기서 뭐하고 있어?”
“!”
이한은 깜짝 놀랐다.
흑암관의 문을 열고 흑마법 학파에서 가장 불쌍한 5학년 학생이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디레트 선배.”
“넌 왜 이 새벽부터… 잠을 안 잤어?”
“선배는요?”
“나야 뭐…”
“저도 뭐…”
“……”
“……”
두 사람은 동시에, 속으로 서로를 아주 가엾게 여겼다.
“저는 주말에 작업한 거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작업을 했는데?”
“교수님하고 다른 학생들의 힘을 빌려 아이템을 제작해서 판매했습니다.”
“…팔리긴 했고?”
“예. 꽤 성과가 있었죠.”
“그래…”
디레트는 후배의 말을 믿진 않았지만 굳이 추궁하진 않았다.
슬픈 이야기를 더 해서 무엇하겠는가.
“여기 커피 드시죠.”
“고마워.”
“그건 뭡니까?”
이한은 디레트가 들고 온 잔을 보며 의아해했다.
잔에서 왜 독기(毒氣)가 느껴지지?
“벨가릉의 독. 맛이 써서 잠 깰 때 괜찮지.”
“…그냥 커피를 드시죠??”
“야. 커피콩은 비싸다고.”
디레트는 투덜거리면서도 뜨거운 양철 잔을 받아들였다.
선배한테 커피를 만들어주는 후배를 또 에인로가드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보통 선배의 커피콩을 훔치면 훔쳤지…
“잠깐. 교수님 힘을 빌렸으면 왜 난 안 불렀지?”
“교수님께서 부르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내가 커피를 마시기 전이었다면 넘어갔을 텐데, 커피를 마시니까 잠이 깬다. 교수님은 절대 그런 소리를 할 분이 아니시거든?”
‘커피를 괜히 드렸군.’
디레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악한 교수를 탓할 일이지 선량한 후배를 탓해서 무엇하겠는가.
“오늘 오전 강의는 뭐 들어?”
“없을 수도 있잖습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예. 사실 있습니다. >검과 인생>인데, 잉걸델 교수님 강의일 테니 비교적 괜찮은…”
“그거 잉걸델 교수님 아닐 텐데?”
“예?”
“줘봐.”
디레트는 커피를 홀짝이며 이한의 강의 목록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 이 강의는 잉걸델 교수님 강의 아니야.”
“그러면 누가 가르칩니까?”
에인로가드에 마법사는 많아도 뛰어난 검사는 의외로 드물었다.
“자한 가문의 캐튼. 흰 호랑이 탑 5학년이지.”
“!”
흰 호랑이 탑 5학년이라는 말을 듣자 이한은 살짝 긴장했다.
아무래도 흰 호랑이 탑과 푸른 용의 탑은 오랜 역사의 다툼이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입니까?”
“자한? 그 자식은…”
‘역시 강화 마법의 달인인가? 아니면 다른 마법 쪽일지도.’
“…에인로가드에서 가장 멍청하지.”
“???”
디레트의 말에 이한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예?”
“멍청하다고.”
“5학년이신데 멍청할 리가 없잖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선배 기준으로 멍청하단 거죠?”
“아니. 그냥 객관적으로 멍청한 건데… 후배. 네가 전 학파 수강생이지?”
“예.”
“자한 걔는 이거야.”
디레트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캐튼 선배도 전 학파 수강생이란 말입니까?”
“아니… 0개 학파라고. 걔는 다 낙제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