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76)
776화
속마음을 들킨 이한은 새끼 바실리스크를 떠보듯 몇 가지 이름을 던져보았다.
꽤 거창한 >요르문간드>나 >우로보로스>, >카두케우스>부터 시작해서 >구렁덩덩>, >가이난도>, >시아나> 같은 친숙한 이름까지.
-힝. 다 별로인 거 같아요.
“음. 좋은 이름이 떠오를 때까지만 바실이라고 해도 될까?”
슬슬 귀찮아진 이한은 새끼 바실리스크를 속일 생각으로 말했다.
일단 바실이라고 한 다음 어영부영 계속 부르다 보면 이름이 붙어버릴 터.
-네, 좋아요!
새끼 바실리스크는 지능은 높았지만 권모술수로 단련된 에인로가드 학생을 이길 수는 없었다.
바실이는 이한의 사악한 속셈도 모르고 신나게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 사악한 마법사는 언제 다시 만나요?
“?”
이한은 새끼 바실리스크가 천진난만한 태도로 묻자 의아해했다.
‘사악한 마법사가 대체 누굴 말하는 거지?’
에인로가드 본관 대문에서부터 영지 정문까지 일렬로 세워도 모자랄 것 같은데…
“누구?”
새끼 바실리스크는 왜 모르냐는 듯이 대답했다.
-주인님을 때리는 사람이요.
“…그러니까 누구?”
새끼 바실리스크는 대답하려다가 방금 먹은 간식이 목에 막혔는지 캑캑 소리를 냈다.
이한은 안타까워하며 작은 그릇에 우유를 따라줬다.
“천천히 먹었어야지.”
-네? 누가 뺏어가면 어떡해요?
“……”
‘지능 높다고 생각한 건 취소해야겠군.’
주인이 자신의 지능 평가를 몇 단계 낮췄다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한 채, 새끼 바실리스크는 우유가 담긴 그릇을 열심히 핥았다.
“그래서 누굴 말한 거지?”
대답 대신 새끼 바실리스크는 계속 그릇을 핥았다. 이한이 보기에 텅 비어버린지 한참 됐는데도.
이한은 그릇을 회수했다. 그러자 새끼 바실리스크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눈동자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역시 더 빨리 먹어야 했어!’
“다 먹었잖아…”
-남았었어요!
“안 남았어.”
그릇 바닥을 보여주면서 설명해도 새끼 바실리스크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눈물을 그렁거리며 꼬리로 책상 바닥을 몇 번이고 두드린 뒤에서야 새끼 바실리스크는 그릇이 비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 무서운 마법사요.
“…바실아. 넌 구체적으로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종족부터 시작하자.”
-뱀파이어요.
“아. 배그렉 교수님이군.”
이한은 바로 이해했다.
하긴 새끼 바실리스크 입장에서는 볼라디 교수를 무서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강제로 성장시켜서 이한과 싸우게 만들려고 했으니…
“오늘은 안 만나.”
-내일은요?
“우유 좀 더 마실래?”
이한은 슬쩍 대답을 피하며 그릇에 우유를 다시 채웠다. 새끼 바실리스크는 환호성을 지르며 다시 머리를 그릇에 처박았다.
-꼴깍, 그, 다른, 무서운 마법사는…
“먹고 말해.”
새끼 바실리스크는 열심히 할짝대더니 다시 한 번 그릇을 비웠다. 아쉽다는 듯이 그릇을 빤히 쳐다보며 새끼 바실리스크가 말했다.
-다른 무서운 마법사는 언제 사라지나요?
“누구? 잠깐, 언제 사라지냐니. 같이 있던 사람인가?”
이한은 로지네 교수를 말하는 건가 싶었다.
-뱀 수인이요.
“…어, 시아나 사제가 왜? 나쁜 사람은 아닌데.”
-무, 무슨…! 제 독을 억지로 뽑아가려고 했어요!
새끼 바실리스크는 몸을 파닥이며 항의에 나섰다.
지금 생각해도 무서웠던 것이다.
‘아. 그랬었지.’
생각해보니 시아나는 새끼 바실리스크가 태어났을 때 날카롭게 끝이 갈린 커다란 황동 주사기를 들고 다가왔었다.
식물이나 동물에 꽂아 넣어서 액체를 추출할 때 쓰는 연금술사의 도구였지만, 갓 태어난 바실리스크 눈에는 고문도구처럼 보였으리라.
그리고 실제로 고문도구로도 쓸 수 있었으니…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냥 연금술사라 그래.”
-연, 연금술사들은 다 무서운 사람들인가요?
“음. 어떤 면에서는 조금 그럴지도.”
새끼 바실리스크한테 상식 교육을 시키던 이한은 문득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말이 안 통해서 못 물었던 것들이 몇 개 있었다.
“바실아. 혹시 지금 쓸 수 있는 능력이 뭐가 있지?”
-저 꼬리 휘두를 수 있어요!
새끼 바실리스크는 빙글 꼬리를 휘둘렀다. 이한은 무성의하게 박수쳤다.
“그거 말고는?”
-우유 마시기?
“…혹시 사안(邪眼)은?”
바실리스크의 유명한 혈통 능력은 석화의 저주가 깃든 마안이었다.
숨결로 생명을 고갈시키는 맹독도 유명했지만 역시 저 특유의 사안은 여러모로 유용하리라.
-쓸 수 있어요!
“!”
이한은 감탄스러운 눈빛으로 새끼 바실리스크를 쳐다보았다.
소매 속에서 맨날 마력만 쪽쪽 빨아먹는 줄 알았더니 나름 능력 개화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정말?”
-저, 저 안 쓸래요. 안 쓰고 싶어요. 쓰면 힘들어요…
“꼭 쓰게 한다는 건 아니고. 하하. 그냥 물어본 거야. 안 자랐으니까 아직 힘들겠지.”
이한이 보기에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새끼 바실리스크가 마안을 자주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분명 몸에 부담이 가리라.
“독은?”
-잠깐만요. 잇… 이익.
새끼 바실리스크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아주 조금 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배가 고파서 우는 소리를 냈다.
-엉엉. 배가 너무 고파요…
“…여기 간식 더 먹으렴.”
이한은 한 방울의 독액을 재빨리 시약용 유리병 안에 챙기며 간식을 내밀었다.
신나서 간식을 몸으로 칭칭 감는 새끼 바실리스크를 보며 이한은 물었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먹이를 주는 게 더 좋은 건가? 마력보다?”
-둘 다 좋아요!
‘음. >식탐이 강하다>도 추가해야겠군.’
이한은 나중에 지원금 신청할 때 바실리스크의 문서를 작성하게 된다면 >식탐이 강하다>도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참. 너 성장은 언제쯤 해?”
-으브븝?
먹이를 한참 집어삼키던 새끼 바실리스크는 눈을 깜박였다.
“덩치 커지는 거 있잖아.”
꿀꺽!
-제 생각에는…
“덩치 커져야 너도 팔에 안 매달려있고 따로 다니지.”
-…저, 저 덩치 안 커져요. 저는 안 자라는 특수한 바실리스크에요.
“……”
* * *
강의가 끝나고 문을 나선 샤일스는 멀리서 이한을 발견하자 살짝 미안해졌다.
‘음… 바실리스크 어를 배울 거 그랬나?’
생각해보니 워다나즈가 해준 게 그렇게 많았는데, 바실리스크 어 하나 배우지 않고 거절하다니.
무례하고 은혜를 모르는 행동이었다.
물론 와이번 어가 매우 유용한 몬스터 언어긴 했지만 바실리스크 어도 언젠가 쓸모 있을지 모르는 법 아닌가.
‘그런데 진짜 어디에 쓸모 있지?’
바실리스크 마차 같은 게 나오는 게 아니라면…
“워다나즈!”
“어. 샤일스? 잠깐만.”
이한은 친구가 다가오자 소매에 대고 쉿쉿소리를 냈다.
샤일스는 그걸 보고 의아해했다.
“방금 뭘 한 거지?”
“네가 연금술사가 아니라고 말했지. 바실리스크한테.”
“과연. …잠깐, 바실리스크한테 말했다고!?”
샤일스는 귀를 의심했다.
그러자 이한은 한숨을 내쉬며 샤일스에게 설명했다.
“샤일스. 여기 바실이는 위험한 몬스터가 아니라…”
“아아아니, 바실리스크가 있어서 놀란 게 아니거든??”
이한이 바실리스크를 기르고 있다는 건 어지간한 친구들은 이제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개소리 하지 마’ ‘앞에 워다나즈를 붙인다고 다 믿을 줄 알아?’하던 친구들도, 슬슬 한두명씩 그 낌새를 눈치채고 ‘진짜 기르는 거 같은데’ ‘그냥 애완용 뱀 아닐까?’같은 식으로 흔들리더니, ‘바실리스크가 맞구나’ ‘앞으로 워다나즈가 드래곤 길러도 놀라지 않겠어’하며 체념한 것이다.
“잠깐. 연금술사가 아니라고 말한 건 어째서지?”
“좀 긴 이야기가 있어. 그래서 왜? 다음 강의 가야 하는데.”
휴식 시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강의로 가려는 친구의 모습에 샤일스는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잠깐. 이거 이야기하려고 한 게 아닌데.’
샤일스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바실리스크 어를 한 거잖아 그럼?”
“아. 원래 평소에 바실리스크하고 자주 의사소통을 하고, 음악 마법을 연습하다보니 좀 수월하더군.”
“…하여간 했단 거지?”
“했지? 그러니까 말을 한 거잖나.”
“과연.”
샤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방금 미안해진 마음이 싹 사라졌다.
“혹시 샤일스. 바실리스크 어에 관심이 생긴건가? 잘 됐다. 만약 배우겠다면 같이 여기 바실이하고…”
“난 와이번 어 배울거다. 그럼 이만!”
매몰차게 돌아서는 검은 거북이 탑 친구의 모습에, 이한은 은혜도 모른다고 투덜거렸다.
* * *
“워다나즈 학생! 납치당했다고 들었는데 건강해서 보기 좋군!”
벤말파 가문의 조르직 교수는 평소처럼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기분 탓인지 멋들어지게 기른 갈매기 모양의 콧수염도 오늘따라 더 활기차게 날갯짓하는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벤말파 교수님. 걱정해주셔서 다행입니다.”
“그래! 정말 걱정했다네.”
“어, 교수님도 혹시… 참가하셨습니까?”
이한은 구출하러 온 세 교수 사이에 사실 조르직 교수도 있었나 의아해했다.
보이진 않았지만 가르시아 교수나 볼라디 교수의 성격상 조르직 교수도 납치했을 수 있었다.
“뭘 말인가?”
“아닙니다.”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다른 일로 바빴다네! 워다나즈 학생. 황제 폐하에게 투서를 썼지!”
“예??”
이한은 깜짝 놀랐다.
누구한테 뭘 썼다고?
“자네가 납치당한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벤말파 가문의 조르직이 차기 교장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멋들어지게 서신을 썼지.”
그 대답에 이한은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제자의 비극을 자기 자신의 야망을 위한 발판으로 삼다니!
‘>벤말파 가문의 조르직을 에인로가드의 교장으로> 모임은 탈퇴해야겠군.’
야망에 갇힌 조르직 교수는 자신이 제자 안에서 버두스 교수 비슷한 위치로 떨어졌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죽음의 기사들이 그걸 압수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어떻게 하면 저들의 감시를 뚫고 투서를 보낼 수 있을까?”
“방법 찾으면 말해주십시오. 교수님.”
“하하! 걱정 말게. 에인로가드의 차기 교장으로서, 차기 교수의 부탁을 못 들어주면 안 되지! 그럼 강의를 시작해볼까? 들어가게, 워다나즈 학생!”
“예.”
이한은 교수의 말에 따라 원소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 멈춰 섰다.
“방금 뭐라고 하셨…”
콰르르륵!
“으악! 물 원소가 폭주한다!!”
“비키십시오.”
이한은 주변 폭포에서 물이 사방으로 거세게 쏘아져나가자 지팡이를 휘두르고 주문을 외워 통제권을 확보했다.
물 원소는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원소인 만큼, 다른 마법사가 실수해서 폭주시켰다 하더라도 자신 있었다.
“훌륭해! 워다나즈!”
“벼락 장막이 터졌다! 모두 주의해!”
‘오늘 왜 이래?’
물론 원소의 방이 원소 에너지가 강하게 흐르는 곳인 만큼 학생들이 연습하다가 실수로 폭주할 가능성도 높은 곳이긴 했지만, 오늘은 좀 불운이 과했다.
이한은 선배들과 같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번개 원소를 수습했다.
“헉… 헉. 감사합니다. 워다나즈 선배.”
“예?”
“아. 맞아. 너 2학년이었지. 순간적으로. 하하.”
“……”
하도 정신없게 뛰어다닌 탓에 이한은 방금 조르직 교수가 한 말을 잊어버렸다.
학생들이 수습하는 걸 흐뭇하게 지켜 본 조르직 교수는 지팡이를 휘둘러 주변을 정돈하더니 다시 연습을 지시했다.
“자, 워다나즈 학생! 저번에 했던, 몸에 화염 마법을 걸었던 방법은 어땠나?”
“그 이후로 납치당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괜찮네. 그럴 수 있지. 다시 하면 그만이니.”
조르직 교수는 열정적으로 외쳤다.
뛰어난 제자를 가르치기 위한 수고는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옆에 있던 아덴아르트는 또 다시 불을 붙인다는 말에 경악의 시선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전에, 화염 마법을 몇 번 시전해보게.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군!”
“예.”
이한은 가장 최근에 시전했던, 미친 5학년 선배한테 공격당하며 연습한 >하급 화염 장벽>을 시전했다.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시전되는 모습에 조르직 교수는 의아해했다.
“아니? 훨씬 나아졌군!”
“이것만 연습해서 그렇습니다.”
“그럼 다른 마법들도 해보게!”
이한은 몇 가지 저서클 화염 마법들을 시전했다.
평소와 달리 안정적으로 시전되는 화염 원소 마법에 이한은 멈칫했다.
‘…어?’
“문제를 극복한 것 같네만?”
“…그런 것 같습니다.”
“흐음! 흥미롭군. 과연 이유가 뭐였을까…”
조르직 교수는 종이에 ‘상시 화형?’ ‘고대 마법사의 분신에게 납치?’등등을 적으며 흥미로워했다.
과연 이 중 뭐가 원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