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85)
785화
“그런… 그런 선배가 있었단 말입니까?”
“어? 어.”
카르넬라는 후배의 목소리가 조금 흥분한 것처럼 올라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착각이겠지?’
“그런 선배를 제가 왜 이제까지 몰랐을까요?”
“방금 말했듯이 비사교적이고 괴팍한 사람이라서?”
“에인로가드에 비사교적이고 괴팍한 사람이 한두명입니까? 그건 단점도 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이 선배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쓰지 않고, 자기 일에 열심히 골몰하는 분 같군요.”
“버두스 교수님도 그런 사람인데 아무도 안 좋아하잖…”
“어떻게 감히 그런 말씀을!”
“미, 미안하다, 야. 너 부여 마법 학파도 들었었지?”
카르넬라는 후배가 부여 마법 학파에도 소속되어 있다는 걸 뒤늦게 떠올리고 사과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여 마법 학파 마법사들은 버두스 교수를 욕한다고 화를 내지 않았다.
그냥 어느 상황에서든 버두스 교수의 이름을 꺼내면 불길하고 재수 없다고 화를 냈다.
“…아닙니다. 선배님. 제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버 모 교수와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 걱정하지 마. 이 호르마시는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그럼 그 선배 뵙기 전에 선물이라도 좀 준비해가는 게 어떻습니까?”
“……”
카르넬라는 살짝 서운해졌다.
자기도 변환 마법 학파 선배인데 왜 저 미치광이 괴팍한 선배만 존경해준단 말인가?
* * *
에인로가드 영지에 대(大) 산맥이 있다면 7층 영역에는 소(小) 산맥이 있었다.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나 소나 별 차이 없이 느껴지긴 했다. 산맥 봉우리 몇 개 줄어든다고 거기 올라가는 학생들의 고생이 줄어들진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7층 영역에는 학생들이 마련해놓은 몇몇 등반 수단들이 있었다.
쿠르르릉!
어느 폐가 지하실로 들어간 뒤 광차(鑛車)에 올라탄 카르넬라는 옆면을 세 번 두드렸다.
그러자 광차는 스스로 레일 위를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지하 동굴 속에서 사신다니. 참 검소하고 소탈한 분 같습니다.”
“그, 그 정도인가…?”
카르넬라는 후배가 소중하게 껴안고 있는 꾸러미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지금 만나러 가는 선배한테 저런 선물까지 해줘야 하나 싶었다.
탁!
몇 분 걸리지 않아 광차가 멈췄다. 그 사이 얼마나 깊게 내려왔는지 주변은 캄캄했다. 보이는 거라고는 저 멀리 지하 골짜기 너머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식물과 광물의 빛이 전부였다.
커다란 동굴 앞에 멈춰선 카르넬라는 이한 앞으로 손을 뻗었다.
“후배. 여기서부터는 섣불리 움직이지 마. 함정에 당할 수 있거든.”
“자기 공방을 철저히 지키다니. 보안 의식이 철저한 분이시군요.”
“…자룬 선배! 자룬 선배! 호르마시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카르넬라는 욕설을 한 번 내뱉더니 다시 외쳤다.
“자룬 선배! 강의 시간입니다! 안 나오면 여기 불 지를 겁니다!”
그래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카르넬라는 침을 뱉더니 중얼거렸다.
“여기 올 때마다 이래야 한다니. 맹렬한 화염이여, 쥐로 변해 안으로 들어가라!”
병에서 쏟아낸 강력한 화염이 생쥐로 변신하더니 안으로 쪼르르 들어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쪽에서 번뜩이는 화염과 욕설, 고함이 튀어나왔다.
“호르마시, 이 저주 받을 자식! 배상 청구하겠다!”
“교수님한테 하시죠! 교수님이 시킨 거니까!”
“교수님은 지불 안 한다고!”
씩씩대는 소리와 함께 안에서 키 작은 드워프가 튀어나왔다.
방금까지 불을 끄고 있었는지 수염과 머리털 끝이 그슬려있었고, 나머지 행색은 마치 괴팍한 은둔자처럼 낡고 형편없었다.
이 사람이 바로 서부 강철구두 드워프 가문 출신의 자룬 선배였다.
자룬은 망치 형태의 지팡이를 든 채 눈을 뒤룩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다른 습격자라도 있나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놈들은?”
“없어요. 자룬 선배. 강의 때문에 왔다니까!”
“흥. 그렇게 말하고 날 습격해서 황금을 뜯어내려는 거겠지. 내가 한두번 당한 줄 알아?”
그렇게 말하고 자룬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에인로가드 학생들 중에는 ‘강의 시작했어 자룬 어서 나와 봐 하하’하고 안심시킨 뒤 습격해서 황금을 약탈하는 놈들이 여럿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카르넬라는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완전히 미쳤어. 저 선배. 저래서는 졸업도 못 하고 영원히 이 에인로가드의 광인으로 남을 거라고.”
“아닙니다. 선배님. 자룬 선배님은 그저 상처가 많으신 겁니다.”
“…후배 너 혹시 저 선배랑 예전에 만난 적 있냐?”
이상할 정도로 자룬에게 호의적인 이한의 모습이, 카르넬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까지 자룬 선배를 보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생이 없었는데…
“없는데요?”
“그런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건데?”
“그냥 존경하는 거죠. 제가 선배님을 존경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흐음. 이 호르마시를 존경하는 것보다 더 존경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카르넬라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눈치가 빠르시군.’
당연히 이한은 바실리스크 배변 주기 확인하려는 선배보다는 황금을 쌓아놓는 선배를 더 좋아했다.
“빨리 출발해서 강의나 하시죠.”
“…오늘은 자습하라고 해. 일이 있어서.”
“또 징벌방 가시려고요?”
“가면 가는 거지 뭘! 방해하지 마!”
오늘따라 쉽게 설득 안 될 것 같은 선배의 모습에 카르넬라는 승마용 채찍으로 탁탁 벽을 치며 불만을 표했다.
“저도 일 때문에 온 거거든요. 그럼 안으로 들여보내줘요. 무슨 일인지 봐야 교수님한테 변명이라도 하죠.”
“뭐? 안 돼! 내 황금을 탐내려고 그러는 거지?”
“아, 자룬 선배! 선배의 냄새나는 돌덩이한테는 별 관심도 없다니까! 쥐새끼 한 마리 안 기르면서 무슨 재산은 재산이야! 모두가 당신처럼 누렇고 번쩍이는 돌에 환장하는 줄 알아?!”
이한은 살짝 움찔했다.
자룬은 카르넬라의 말이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민하다가 이한을 가리켰다.
“저 놈은? 저 놈은 누구인데? 처음 보는 얼굴이야. 저 놈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후. 자룬 선배. 얘는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고. 전 학파를 다 듣고 있어. 황금에는 가장 관심이 없다고. 그냥 마법에 미친 자식이란 말이야!”
“……”
이한은 할 말이 많았지만 최대한 무해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카르넬라의 외침이 꽤 효과가 있었는지 자룬이 움찔했다.
“전… 전 학파를 다?”
“그래!”
“미친 놈 아니야 저거?”
‘너무하시는군.’
이한은 살짝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카르넬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후배를 변호했다.
“선배만 하겠어? 하여간 빨리 문이나 열어. 뭐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보고하지.”
자룬은 투덜거리면서 동굴 안에 길게 설치한 마법들을 하나씩 멈췄다.
‘뭐라고 중얼거리시는 거지?’
-호르마시 저 자식… 내 황금을 탐내는 놈들과 손을 잡았을지도 몰라…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저 옆의 놈도… 미친 놈 같고… 전 학파라니…
“……”
이한은 못 들은 척 넘어갔다.
마침내 동굴 끝에 도착하자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룬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마법사의 공방 같기도 하고, 광부의 작업장 같기도 한 기묘한 공간이었다. 둘을 반반 섞으면 이런 공간이 될지도 몰랐다.
한쪽에는 소형 골렘들이 채굴 장비를 들고 열심히 광석을 채취하고 있었다. 이렇게 채취된 광석들은 곧바로 손수레에 담겨져 공방으로 이동됐다.
이동이 끝난 광석들은 변환 마법을 맞아 잘게 부서지고, 연금술 용액에 담겨져 정수가 추출됐다.
“모여라, 내 자식들아.”
자룬이 주문을 외우자 광석이 녹아들어간 정수에서 순수한 잉곳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완성된 형태의 금속 주괴는 비전문가인 이한이 보기에도 매우 순도가 높고 깔끔해보였다.
“으. 뭔 광석을 자식 취급하냐.”
카르넬라는 질색하며 중얼거렸다. 자룬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외쳤다.
“못생긴 와이번을 자식 취급하는 너보단 낫다!”
“미쳤어요, 선배? 어떻게 하늘에서 가장 귀여운 생물하고 이딴 돌덩이를 비교하지??”
“호르마시 선배님. 혹시 자룬 선배님은 매일 이 작업을 하시는 겁니까?”
공방을 둘러보던 이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카르넬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죽어라 이 짓만 하고 있어.”
‘세상에!’
왜 에인로가드에서 돈 모으는 재주 하나는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에인로가드는 제국의 가장 뛰어난 마법학교였지만, 동시에 가장 시약이 풍부한 영지기도 했으니까.
강의 시간도 버리고 광맥 지역만 주구장창 돌아다니며 캐낸다면 졸업할 때까지 쌓이는 재산의 양은?
‘이 선배… 친하게 지내고 싶다!’
이한이 기뻐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카르넬라는 딱딱댔다.
기껏 좋은 후배 들어왔는데 선배란 작자가 후배 도망갈 짓만 하고 있으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다른 드워프들은 후배 들어오면 밀주도 만들어서 대접해주고 배 터지게 먹여준다던데 선배는 대체 뭐가 문제야?”
“그건 동부 드워프야, 이 머저리야! 난 서부 드워프고!”
자룬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사교스럽고 술 좋아하고 잘 먹이는 거 좋아하는 동부 드워프와 달리 서부 드워프는 조용하고 고독한 채광을 즐겼다.
물론 자룬은 그 중에서도 좀 심하게 내향적이긴 했지만…
“선배님. 작업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뭐?”
자룬은 불쑥 말을 꺼낸 후배의 모습에 살짝 당황스러워했다.
“작업을 도와주고 싶다고?”
“예. 변환 마법은 물론이고 연금술도 공방에서 일한 적 있습니다.”
“흥. 그래봤자 애송이지. 이거 모래로 바꿔봐.”
자룬은 단단한 돌멩이를 꺼내더니 내밀었다.
암석 모래 변환 마법은 간단한 기초 변환 마법이었지만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얼마나 곱고 미세하게 갈리느냐에 따라 변환 마법에 익숙한지가 나오는 것이다.
이게 되지 않으면 작업을 시킬 수 없었다. 억지로 시켰다가는 괜히 손실만 늘어났다.
팟!
“…제법 쓸만한데. 혹시 >성분 증폭>이나 >성분 변환> 마법은…”
“쓸 줄 압니다.”
“연금술 공방에서 일할 때 가장 어려운 물약 뭐까지 다뤄봤냐?”
“도브룩의 환혼 물약 제조를 보조했습니다만.”
“…!!!”
자룬은 경악의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고작 2학년이 이 정도 수준이라니. 믿기질 않았다.
‘과연 전 학파를 아무나 듣는 게 아니군…!’
“자룬 선배. 그래서 뭐 때문에 강의를 못 가는데. 말해보라고.”
“…따라와라. 보여줄 테니까.”
자룬은 뚱땅거리는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공방 안쪽에는 주먹 크기 만한 황금 구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한은 본능적으로 황금 구체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게 뭔… 잠깐, 늘어나고 있잖아?!”
카르넬라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현재 제국 변환 마법은 무(無)에서 황금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일시적이거나, 혹은 가짜 황금이 한계였다. 황금이 가진 그 완벽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황금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늘어나고 있다니.
이 미친 선배가 제국 마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견을 했단 말인가?
“황금을 창조했다고!?”
“바보 같기는. 황금을 어떻게 만든단 말이야? 차원 연결을 응용한 거다.”
자룬은 후배를 타박하며 설명했다.
황금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다른 차원에서 황금을 갖고 오는 건 가능한 법.
자룬은 짧은 순간에도 연결된 차원이 무수히 변환하고 명멸하는 마법진을 만들어낸 뒤 황금이 관측되면 확보하는 마법을 구축해냈다.
카르넬라도 완성도에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였다.
“대단해. 선배. 이거라면 졸업은 정말 쉽겠는데.”
“아직 완성하려면 멀었어. 안정적으로 구축하려면 필요한 재료들이 많거든. 오늘 처음 시동한 거야. 그래서, 내 작업을 도와주고 싶다고?”
“예!”
이한은 이 존경스러운 선배 밑에서 가르침을 받으려는 열망에 가득 차서 대답했다.
자룬은 이한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말했다.
“난 보수는 못 주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십니까?”
갑자기 제정신이 돌아온 이한은 차갑게 정색하고 선배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