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92)
792화
“다음 주가 클럽 주간…”
“앗. 잠깐만요. 교수님. 방금 시간이 조금 느려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빨리 안 된다니까요.”
“흐음!”
‘진짜 때려야 할지도.’
물론 잘못 맞으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 내버려두면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밀랍으로 붙인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른 마법사처럼 지식에 타죽을지도 몰랐다.
영혼이 지식으로 불타는 것보다 지금 뼈 몇 군데 부러지고 교훈을 얻는 게 낫지 않을까?
“됐습니다, 교수님! 된 거 같아요!”
“?!!!!”
가르시아 교수는 손에 들고 있던 시간 확인용 회중시계를 실수로 부숴버렸다.
그만큼 놀랐기 때문이었다.
“어, 교수님. 혹시 화나는 일 있으십니까?”
“그냥 놀라서 이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요. 이한 학생.”
“교수님께서는 혹시 놀라시면 힘 조절이 잘 안 되십니까?”
이한은 진지하게 물었다.
앞으로 가르시아 교수 밑에서 배워야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이건 생존의 문제였다.
번개 치는 날이나 영체 몬스터 출몰 구역에서는 가르시아 교수와 거리를 둬야 할지도…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빨리 마법이나 해봐요.”
“예. 생각은 찰나에서 순간으로, 순간에서 경각으로!”
주문과 함께 이한은 자신의 체감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마법은 그 자체만으로 그렇게까지 효과 좋은 마법은 아니었다.
일단 마법사의 시간 전체를 늘리는 게 아닌, 체감시간만 늘리는 마법이었으니까.
사람은 위기에 빠졌을 때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은 감각을 받곤 했다.
이 마법은 그런 감각과 유사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마법이었다.
당연히 손발이나 지팡이는 사고(思考)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느릿하게 움직였다.
‘적응이 힘들군.’
팟!
가르시아 교수가 재빨리 허공에 문제를 띄웠다.
육신은 시간을 따라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의식이 가속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장점은 있었다.
한 마법사가 마을에 도착해 밭의 넓이를 측정하고 있다. 다음 그림에서 곡선과 직선으로 둘러싸인 영역들의 합을 최소로 만드는 숫자는…
‘너무 어려운 걸 내놓았나?’
그냥 체감시간을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가속된 사고를 활용하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했다.
이 마법은 그 자체의 활용보다 이후 배울 시간 마법들의 기초나 연계로서 많이 사용되게 될 마법.
순간적으로 빠르게 사고를 가속하는 요령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보통보다 많이 어려운 문제가 좋았다.
제한 시간 내에 다 풀 수 없을 만큼 어려워야지 계속해서 생각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한이 너무 가만히 있자 가르시아 교수는 살짝 고민했다.
아예 접근하기도 힘들 만큼 어렵게 느껴지면 잘못 고른 건데…
“교수님.”
그 사이 마법이 끝난 이한이 입을 열었다.
“문제가 많이 어려웠나요?”
“아뇨. 그게 아니라 작년에 나이튼 교수님께서 내주신 문제입니다.”
“네? 작년에 이걸 나이튼 교수님께서 왜 내주셨죠?”
가르시아 교수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1학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저만 더 어려운 거 풀라고 따로 주셨습니다.”
“……”
충격과 공포.
예상치 못한 사실에 가르시아 교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버두스 교수도 배그렉 교수도 아닌 심지어 나이튼 교수가!
‘관료 출신이라서 믿었는데…!’
에인로가드의 공기는 멀쩡한 외부인들도 미치게 만드는 게 분명했다.
* * *
“교수님. 그러고 보니 아까 뭐라고 하셨습니까?”
다른 문제로 다시 훈련한(이번에는 달려나가는 트롤 돌격대장의 위치를 측정하는 문제였다) 이한은 아까 가르시아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올라 물었다.
“다음 주 클럽 주간이라 외부인들 많이 올 거고, 이한 학생은 불려가는 곳도 많을 거 같다구요.”
“대… 대체 왜 그런 주간이?”
이한은 절망과 배신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가르시아 교수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나도 절절해서 가르시아 교수는 순간 자신이 클럽 주간을 만들었다고 착각할 뻔했다.
“…내가 연 거 아니에요. 이한 학생!”
“선배들은 연구나 할 것이지 왜 이런 쓸데없는 시간으로 마법 인생을 낭비한단 말입니까?”
‘교, 교장 선생님?!’
가르시아 교수는 이한이 투덜대는 모습에서 낯익음을 느끼고 기겁했다.
저건 학창 시절 가르시아 교수가 보았던 해골 교장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한 학생. 물론 외부인들이 에인로가드에 오는 게 싫을 수도 있지만, 이런 행사들은 꼭 필요해요. 작년에도 축제들이 있었잖아요? 외부인들이 들어와야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죠.”
해골 교장은 외부인들이 놀러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에인로가드에도 외부인들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두둑한 금화 주머니를 가진 사람한테서 어떻게 금화를 뜯어낼 수 있을까?
정답은 학교에 적당한 핑계를 붙여 초대한 뒤 겉이 번드르르한 연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러 클럽들의 초대를 받고 에인로가드를 방문한 제국 사람들은 설득과 흥분, 가끔은 협박과 공포로 연구에 기꺼이 투자하곤 했다.
“그리고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좀 더 외부인들을 많이 만나야 해요. 자기들끼리만 뭉쳐놓으면 자꾸 미쳐버리잖아요.”
“……”
가르시아 교수의 말은 신랄했지만 차마 반박하기 힘들었다.
이한이 보기에도 에인로가드 학생들만 모아놓으면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아보였던 것이다.
괜히 흑마법 학파에서 저주용 고독(蠱毒)을 만들 때 항아리 안에 맹독 가진 벌레들을 잔뜩 들이붓는 게 아니었다.
갇힌 공간 안에서 서로 투쟁하며 마지막까지 승리한 벌레는 가장 지독하고 강력한…
‘잠깐. 혹시 교장 선생님이 고독에서 에인로가드의 아이디어를 얻은 건 아니겠지.’
“이해했습니다. 교수님. 하지만 가입한 클럽이 많아서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음. 생각을 좀 바꿔볼 수도 있겠죠.”
“가입한 클럽이 많은 만큼 후원이나 투자도 많이 받아낼 수 있다?”
“…아니, 이제라도 선배들한테 말해서 ‘일을 좀 줄이고 싶습니다’라고 하라고요.”
“교수님. 저는 매번 말하고 있습니다.”
이한은 억울함을 담아 말했다.
누가 보면 스스로 무덤을 판 사람처럼 보일 것 아닌가.
하지만 이한은 나름 선배들의 말도 안 되는 제안들은 전부 다 거절해왔었다.
물론 몇몇 제안들은 받아서 같이 하긴 했지만 그건 후배로서 눈치도 보이고, 또 이한 본인으로서도 이득인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자꾸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예외를 둔 다음 잘하니까 그런 것 아닌가요? 당장 방금 마법도 적당히, 천천히 익혀도 됐는데 억지로 빨리 익혔잖아요.”
“예? 제가 그랬습니까?”
가르시아 교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행히 이한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알아차렸다면 강의실 밖으로 거리를 벌렸을 터였다.
“잊을 수 있죠. 하하. 이한 학생. 다음 마법이나 배워볼까요?”
“교수님이 조금 화나신 것 같습니다만…”
“그럴리가요. 자!”
* * *
다음으로 이한이 배운 마법은 3서클, >하급 시간 감속>과 >하급 시간 가속>이었다.
둘 다 마법사가 아닌 외부 물체에 거는 마법으로서 물체의 시간을 가속하거나 감속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마법사 개인이 아니라 물체에 거는데도 이 마법에는 복잡한 술식과 공정이 여럿 들어갔고, 이를 위해서는 오늘 이한이 완성한 >하급 체내 시간 연장>이 기본적으로 필요했다.
마법사의 사고 시간 자체를 늘려야지 완성할 수 있을 만큼 계산량이 많은 것이다.
‘2학년으로 올라와서 그런지, 가르시아 교수님도 조금 밀어붙이시는 것 같다.’
이한은 속으로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가르시아 교수가 자꾸 ‘이것도 오늘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완성하려고 하는 거죠?’ 묻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혹시 간접적인 압박이 아닐까?
-깽!
‘무슨 소리지?’
지하 1층으로 내려온 이한은 누군가 맞는 것 같은 비명 소리에 의아해했다.
꽤 낯익은 목소리였다.
-깽!!
“……”
마저 걸음을 옮긴 이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지하 1층, 배그렉 교수의 >중급 전투 마법의 이해> 강의실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님. 강의는 왜 꼭 들어야 하는 건가요?
“그러게 말이다.”
이한은 새끼 바실리스크의 질문이 본질을 짚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왜 학생은 강의를 들어야 하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어쩌면 평생 대답하지 못할 난제일지도 몰랐다.
‘마법사는 다른 고차원적인 진리가 아니라 이것부터 먼저 탐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저 들어가기 싫어요. 엉엉…
새끼 바실리스크는 정말 볼라디 교수가 무서웠는지, 이한이 문을 열려고 하자 징징 우는 소리를 냈다.
물론 데리고 오고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 은혜가 있다지만 그걸 감안해도 볼라디 교수는 점수를 잃을 짓을 너무 많이 한 것이다.
“기숙사에 돌아가 있을래?”
그러나 새끼 바실리스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 교수보다 주인하고 떨어지는 게 더 무서웠다.
이한은 새끼 바실리스크를 달래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음. 배그렉 교수님도 엄청나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버두스 교수님이나 교장 선생님보다는 선량한 사람이지.”
-다른 사람은 없나요?
확실히 새끼 바실리스크는 영리했다. 비교 대상이 그렇게 썩 좋은 상대가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한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강의를 듣기 위해 문을 열었다.
“망토여. 나를 삼켜라.”
주문을 외우고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예상대로 후배 한 명이 낑낑대며 구슬을 상대하고 있었다.
볼라디 교수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허가받았으니 투명화는 풀어도 된다.”
“엇. 정말이십니까?”
이한은 놀라워하며 투명화를 풀었다.
원래 1학년 학생들과 접촉하면 안 되는 게 에인로가드 선배들이었지만, 이 규칙에도 예외가 있었다.
교수들의 교육에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동원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볼라디 교수의 다른 제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연히 이한밖에 나설 사람이 없긴 했지만…
‘정말 허가를 받으시다니. 교장 선생님도 배그렉 교수님한테는 은근 친절하시군.’
만약 버두스 교수가 추가로 이한까지 쓰겠다고 말했다면 해골 교장 성격에 징벌방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선배들도 모자라서 2학년 학생까지 시키려는 그 못된 심보가 괘씸하지 않은가.
하지만 볼라디 교수는…
‘나여도 허락했을 것 같긴 하다…’
“에안두르데.”
“!”
고르곤 혼혈 후배는 깜짝 놀라 이한을 쳐다보았다가 날아드는 영성석 구슬을 통제하지 못하고 한 대 얻어맞았다.
에안두르데는 구슬픈 ‘깽’ 소리를 지르며 나뒹굴었다.
“교수님께서 공격하시는 건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만.”
이한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말했다.
원래 볼라디 교수의 행동에 감히 토를 달지 않는 이한이었지만, 아무래도 후배가 맞는 건 조금 이야기가 달랐던 것이다.
볼라디 교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난 공격하지 않고 있다.”
“…?!”
그제야 이한은 에안두르데가 혼자서 염동력 마법을 연습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영성석 구슬을 움직이면서 일정한 형태를 그리다가 실수로 통제를 잃고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아직 저 단계였군요. 후배. 강의 끝났다.”
이한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에안두르데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더니 다시 구슬을 통제하려고 했다.
그 모습에 볼라디 교수는 무표정한 얼굴에 살짝 걱정의 기색을 드리우며 말했다.
“무리하는 것 같아서 걱정되는군.”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