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94)
794화
“원래 2학년 학생의 참가를 허락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해주지.”
“아, 예. 감사합니다.”
이한은 속으로 욕했다.
‘누가 보면 어마어마한 특혜라도 베풀어주는 줄 알겠군.’
지금 이한이 돕겠다고 나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에안두르데를 (쓰러지지 않게) 돕고, 볼라디 교수를 (해골 교장한테 불려가지 않게) 돕는 것 아닌가.
그럼 기특한 제자라고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저런 말을 하다니.
역시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뻔뻔한 이들이었다.
“영성석 구슬 다음은 역시 쇠구슬입니까?”
“그렇지.”
“거기에는 공격도 들어가고요?”
이한은 볼라디 교수와 함께 작년 교육 과정을 되짚어보았다.
반응하기 쉬운 재료로 만든 구슬, 그러니까 영성석 구슬로 기초 통제를 배우고, 그 다음에는 쇠구슬, 그 다음에는 원소 형태 변화와 다시 통제…
그리고 막힐 때마다 공격.
‘이게 배그렉 학파의 핵심이지.’
공격이 없었다면 단순히 지루한 반복 학습을 즐겨하는 학파가 됐겠지만, 공격이 들어간 덕분에 매우 스릴넘치는 정신나간 학파가 됐다.
마법 수련하다가 막히면 스승한테 공격받는 학파가 제국에 그리 많지는 않은 것이다.
“글쎄.”
“?!?!”
그렇기에 이한은 교수의 대답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막히면 공격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금속은 불의 시련을 받으면 부러지지만, 어떤 금속은 더 단단해지기 마련.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전형적인 후자였지만 에안두르데까지 후자일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이한에게는 별로 설득력 있게 와닿지 않았다.
‘불의 시련 같은 소리라니. 교수님도 불의 시련을 한 번 받아보셔야 하는데.’
제자가 등 뒤에서 쏘는 화염 마법도 불의 시련 아니겠는가.
교수도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에안두르데를 위해서.’
이한은 후배를 위해 꾹 참고 동의했다.
“과연. 그러면 공격은 제외하겠습니다. 이야. 한결 나아졌군요. 참. 교수님. 쇠구슬을 고무공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습니까?”
의욕적으로 의견을 내놓는 제자의 모습에 볼라디 교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제자의 의견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 성공이든 실패든 거기서 또 배우지 않겠는가.
제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스승이었다.
“다음은 원소 형태 변화 단계인데. 이 때 원소 저항이 붙은 방어용 아티팩트를 좀 구비해놓으려 합니다. 이건 제가 구해오겠습니다. 버두스 교수님 공방에서 훔ㅊ… 아니, 빌려올 수 있거든요.”
볼라디 교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의 응원에 탄력을 받은 이한은 계속해서 개선안을 꺼내들었다.
작년에 배우면서 맺혔던 모든 것들을 쏟아내리라!
“그리고 움직임을 연습할 때 단순반복만 하면 집중력이 쉽게 떨어지는 만큼 다양한 코스와 상황을… 해낼 때마다 칭찬과 포상…”
“음.”
볼라디 교수는 다 동의해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가르침에 관심이 많은데, 진작 허락해줄 걸 그랬다고.
* * *
“…그래서 이제 에안두르데의 체력을 생각해봤을 때 간단한 식사도 강의실에서 제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드는 건가?”
볼라디 교수가 묻자 이한은 멈칫했다.
어쩌다보니 강의가 너무 개선됐는데, 여기서 요리까지 볼라디 교수한테 하라고 하면 선을 넘는 걸지도 몰랐다.
계속 동의하면서 속으로는 ‘이 제자 놈, 어디까지 하나 보자’라고 벼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식사는 제가 만들어놓겠습니다.”
“그렇군.”
볼라디 교수는 적어놓은 카프레제 샐러드 레시피를 지웠다.
만들어야 할 때를 대비해서 몇 개 적어보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상인가?”
“예… 뭐… 너무 과격하거나 건방지거나 그런 건 없었죠?”
이한은 눈치를 보며 물었다. 다행히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
“너무 편안하게 배운다거나 안락하게 배운다고 생각하진 않으시죠?”
“믿는다.”
“……”
차라리 상대가 심드렁하게 ‘한 번 해보고 어떻게 되나 보자’라고 했다면 마음이 조금 편했을 것 같았다.
그냥 믿는다고 하자 오히려 더 부담이 됐다.
‘믿는다니. 만약 실패하면 믿음을 배신했다고 두 배로 화내시는 건 아니겠지.’
이한은 나중에 에안두르데를 만나게 되면 부탁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에안두르데의 마법 수련 성과가 이한의 목숨도 좌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연습에 들어가겠습니다.”
원하는 만큼 강의 시간을 날로 먹은 이한은 지팡이를 붙잡고 일어났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강의 개선안으로 시간을 끌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볼라디 교수가 눈치 챌 수도 있었다. 이제 연습해야 할 시간이었다.
파지지직!
현재 이한이 강의에서 받은 과제는 여러 원소들의 심화 속성 응용과, 다른 학파 마법들의 전투적 활용과 연계. 사악하고 강력한 몬스터 데리고 와서 목숨 걸고 싸우기 등등 많고 많았지만 일단 가장 먼저 마무리지어야 하는 건 번개 원소 형태 변화였다.
최근 화염 원소를 안전하게 쓸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이한이 전투 때 가장 많이 사용한 원소는 번개 원소.
그 숙련도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었다. 화염 원소도 화염 원소지만 번개 원소를 더 꾸준히 갈고 닦아야 했다.
게다가 번개 원소는 형태 변화가 특히 어려운 원소인 만큼 더더욱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 >섬뢰창 부여>나 >번개 망토 부여> 같은 몇몇 형태는 성공했지만…
‘장막이나, 바닥에 함정으로 깔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좀 편하겠지.’
“정령의 힘을 빌려서 번개로 변신했다고 들었다.”
“?!!”
갑작스러운 볼라디 교수의 말에 이한은 기겁해서 몸을 던졌다.
통제에서 벗어난 번개가 방금까지 이한이 있던 자리를 강하게 때리고 바닥을 불태웠다.
“예??”
“겨울방학 때. 교만공이 소환됐다고 들었는데.”
“……”
이한은 유크벨티레의 교류회에서 있었던 일이 볼라디 교수의 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어떤 비열하고 추잡한 배신자가 밀고한 거지? 유크벨티레 선배인가?’
격렬한 분노와 함께 이한은 밀고자를 찾아서 처리하겠다고 맹세했다.
마법사 사이의 신뢰를 망가뜨리고 제국을 파멸시킬 쥐새끼 같으니!
“아닌가?”
“아니진 않지만, 그게, 정확히 말하자면 소환이라기보다는… 원래 어느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있었던 사건도 달라지기 마련…”
“??”
이한은 횡설수설하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볼라디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대응했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었다.
“…예. 교만공이 소환되어서 저도 계약한 정령의 힘을 빌렸습니다.”
“번개로 변신했었고.”
“예.”
페르쿤트라는 뇌공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강력한 권능들을 선보였었다.
그 중 하나는 뇌화(雷化)로, 마법사 자신이 순수한 벼락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변환 마법을 익힌 마법사라면 스스로의 육신을 다른 물질로 바꿀 수 있었지만, 그것도 제약이 많고 난이도가 높은 마법이었다.
그 중에서 순수한 벼락 원소로 변신하는 건 정말이지…
“그걸 연습하려는 거고.”
“예… 예???”
별 생각 없이 ‘예’ ‘예’ 거리던 이한은 경악해서 되물었다.
“뇌화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5서클부터 시작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무리하지 말도록.”
>워다나즈의 염력>을 최근에 억지로 익힌 만큼, 또 다른 5서클 마법인 뇌화에 도전하는 건 꽤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교수님. 저 뇌화에 별 관심 없습니다.”
“그렇군. 그런데도 번개 원소를 계속 연습하고 있다.”
“…그건 형태 변화가 어렵고 까다로워서 그런 거죠.”
“>섬뢰창 부여>나 >번개 망토 부여>는 성공했을 텐데.”
“아직 그걸로는 좀 부족해서…”
볼라디 교수는 제자의 거짓말에 고개를 저었다.
>번개 망토 부여>는 형태 변환 중에서도 까다로운 난이도를 갖고 있었다. 길쭉한 창과 달리 망토의 형태와 펄럭이는 질감을 유지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단숨에 성공시켜놓고 저런 말을 하다니.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이었다.
“…죄송합니다. 뇌화에 욕심 안 내겠습니다.”
이한은 결국 하지도 않은 결심에 사과해야 했다. 정말로 억울한 일이었다.
볼라디 교수는 제자를 다독였다.
“지금은 기존 마법들을 다듬는 걸 우선시하도록.”
‘…그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도 제자의 파멸적인 재능이 영 미심쩍었는지, 볼라디 교수는 화제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수옥탄 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
그 말에 이한은 차라리 뇌화를 익히고 싶다고 고집을 부릴 걸 후회했다.
교수의 의식이 다른 곳으로 쏠리자 작년에 냈던 과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한이 1학년 동안 내내 고생해서 완성시킨 >워다나즈의 수옥탄>.
볼라디 교수는 그 수옥탄에 대해서 책 한 권, 그리고 수옥탄의 발전 방향성에 대해 책 한 권을 쓰라고 강요했다. 4서클 마법을 익힌 1학년 학생한테는 믿기 힘들 만큼 가혹한 처사였다.
“그… 작성하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 완성되려면…”
“보고 싶군.”
“……”
이한은 식은땀을 흘리며 책을 꺼냈다.
나름 시간 날 때마다 쓰고 있었지만 볼라디 교수의 기준에 맞을지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흠.”
책을 받은 볼라디 교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독서에 집중했다.
>워다나즈의 수옥탄과 그 기초 원리에 대하여>와 >수옥탄 마법의 한계와 그 발전 방향성에 대하여>.
이한은 책 제목이라도 조금 더 잘 지을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배그렉 교수가 지도한 워다나즈의 수옥탄이라고 할 걸 그랬군.’
제목에서 아첨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똑똑똑-
‘누구지?’
집중해서 읽던 볼라디 교수는 잠깐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흥미롭군.”
“밖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교수님.”
“그래. 안 그래도 소개해주려고 했다.”
소개해 줄 사람이 악마 공작이어도 지금처럼 볼라디 교수가 책을 자세히 읽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이한은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디 손님을 맞이한 뒤 볼라디 교수가 책에 대해 잊어버리길 바라며.
“들어오십시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심술궂게 생긴 노파였다.
덩치가 크고 혈색이 좋았는데, 거의 볼라디 교수와 맞먹을 만큼 체격이 좋았다.
“키히. 설마 에인로가드에서 날 부를 줄은 몰랐는데.”
“결투 클럽 학생들을 위해 부탁받았습니다.”
“결투 클럽? 클럽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결투 뒤에 클럽이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보는 거야?”
볼라디 교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한은 방금 대화를 듣고 상대가 다음 주 클럽 주간 때문에 방문한 손님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투 클럽을 담당하는 교수는 키르민 쿠 교수고, 두 교수는 친구 사이였으니…
‘부탁해도 이상하지 않겠군.’
물론 볼라디 교수가 상당수의 제국 결투 클럽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는가.
뛰어난 결투 마법사를 초대할 인맥은 충분할 터였다.
“이 분은 유미디후스의 스승이시다.”
“!”
이한은 볼라디 교수의 소개에 깜짝 놀랐다.
설마 유미디후스의 스승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한이라고 합니다. 저 또한 유미디후스 님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반갑다. 난 해적이다.”
“…성함이 해적이십니까? 아니면 가문이?”
“직업이 해적이다.”
“……”
믿기 힘든 충격적인 말에,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드디어 마법범죄자를 강의에 사용하려고 부르는 건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