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96)
796화
라게사와 쇠사슬 해적들은 무기를 꺼내들고 기습을 준비했다.
마치 사냥감이 평소 다니던 길로 나타나길 기다리는 사냥꾼 같은 엄숙함이 그 모습에서 느껴졌다.
‘전문가답기까지.’
이미 존경심이 샘솟은 이한의 눈에는 그 모습이 한층 더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버두스 교수는 지금 근처에서 위험이 꿈틀거리는 것도 모르고 태연한 표정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고나달테스 바보 같으니. 내가 많은 걸 달라고 했어? 그냥 연료로 쓸 다이아몬드 다섯 상자만 주면 되는데 그걸 거절하다니! 마법사 맞아!?”
“쳐라! 저 빚쟁이 사기꾼 놈을 짓밟아버려!!!”
라게사의 고함과 함께 해적들이 복도에서 튀어나왔다. 버두스 교수는 깜짝 놀라 외쳤다.
“뭐야!? 뭔데!?”
“내 금화 내놔라, 요 사기꾼 새끼야!”
“투, 투자 실패는 투자자 책임이야!”
버두스 교수는 제국 군도 해적의 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반응했다. 이런 습격은 너무나도 많이 겪어왔던 것이다.
교수가 차고 있는 허리띠와 아뮬렛이 연계해서 빛을 발하더니 강력한 역장을 만들어냈다.
순간 버두스 교수와 해적들 사이의 거리가 확 늘어났다.
“요 사기꾼 새끼. 뭐? 날아다니는 해적선을 만들어주겠다고? 그 해적선 어디 있냐!”
“위대한 마법에는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이라니까!”
“……”
진상을 파악한 이한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에서 해적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이 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건 바로 사기꾼이었다.
‘해적한테 사기를 치시다니.’
“휘-익!”
버두스 교수의 피부가 창백해지고 파랗게 부어올랐다. 라게사가 교수의 피에 간섭해 흐름을 멈춘 것이다.
교수는 숨이 막혀서 헐떡대면서 부츠 끝을 간신히 움직였다. 그러자 >저주 추방의 파동>이 발동되며 간섭이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쇠사슬을 칭칭 휘감은 해적들이 덤벼들었다.
라게사는 목청 크게 소리쳤다.
“놈을 가장 먼저 붙잡은 자는 해방시켜주겠다!”
“!!”
그 말에 해적들의 눈빛이 더욱 불타올랐다.
군도에서 해적질을 하다 붙잡혀서 강제로 복무하던 이들에게 해방은 꿈속에서도 그리는 축복이었다.
‘마법 저항이 걸린 물건이군.’
이한은 해적들이 버두스 교수가 쏘아내는 마탄을 버티며 전진하는 걸 보고 깨달았다.
저 쇠사슬은 해적들을 억제함과 동시에 외부 마법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 역할도 했다. 에인로가드에서도 보기 힘든 특이한 아티팩트였다.
쩡!
해적들은 마법이 걸린 도끼와 커틀러스를 휘둘러 역장을 깨부수려고 했다.
버두스 교수는 안에서 다급하게 외쳤다.
“에인로가드 안에서 나는 제국법이 아니라 영지의 법으로 보호받아! 이러면 안 돼!”
“나도 명목상으로는 영주 허가 받고 왔다, 이 사기꾼아. 역장 풀어라! 몇 대 쥐어박고 가진 것만 털어줄 테니까!”
“누가 저 해적을 부른 거야?!”
버두스 교수는 투덜대면서 아공간에서 아티팩트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최근 못된 동료 교수들의 배신과 습격을 겪었기에 방비 상태가 올라가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라게사는 더더욱 격분했다.
“사기를 얼마나 치고 다녔으면 이렇게 중무장하고 다니는 거냐!”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마법사가 손쉽게 마법을 꺼낸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손짓 한 번에 날아다니는 검과 방패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마법 뒤에는 그만큼의 수고가 필요한 법.
당장 저런 아티팩트는 매일매일 꾸준한 관리와 충전, 확인이 필요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티팩트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면 쓸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아티팩트끼리 충돌날 수 있으니 괜찮은 것들끼리 조합을 고민하고…
지금 버두스 교수는 어지간한 해적 선장보다 방비가 철저한 상태였다.
그렇게 투자를 받아놓고 해적선은 돛 하나도 못 만든 놈이, 자기 방어는 저렇게 철저히 한 걸 보니 더욱 더 분노가 치밀었다.
“마력이여, 휘몰아쳐서 마법을 흔들어라!”
해적 노파는 검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다.
이한은 그 놀라운 광경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마법이 뒤섞이고 있다!’
어느 공간의 마력 흐름이라는 것은 일정한 규칙 아래에 흘러가게 되어 있었다.
마법사들은 그 전제 하에 마력의 흐름을 읽고 끌어와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라게사는 그런 흐름을 일부러 불규칙하게 만들고 주변을 혼돈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시전되어 있던 마법들이 뒤죽박죽 섞이며 혼란되기 시작했다.
버두스 교수가 불러온, 빛으로 된 쐐기를 쏘아내 적을 봉쇄해버리는 검이 비틀거리며 방향을 잃더니 천장에 꽂혔다. 난사하던 마탄도 궤도가 이상하게 비틀리더니 벽과 바닥에 꽂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수를 보호하고 있던 역장이 서로 충돌하며 끼긱 소리를 내더니 빈틈을 만들어냈다. 버두스 교수는 대경실색해서 보강에 나섰다.
‘배그렉 교수님이 왜 부르신 건지 알 것 같군.’
라게사의 마법 전투는 상당히 특이했다.
좋게 말하면 변칙적이고 기발했으며, 나쁘게 말하면 체계가 없고 중구난방이었다.
만약 유미디후스가 버두스 교수를 공격했다면 역마법을 시전해 아티팩트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거나 정면에서 힘싸움을 걸어 아티팩트를 뚫었을 터였다.
하지만 라게사는 그런 식의 전면전보다는 혼란스러운 진흙탕 난전으로 상대를 끌고 갔다.
이럴 경우 자기 자신한테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당장 방금 마법 뒤섞기도 얼마든지 역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련한 해적답게 이 노파는 그런 걸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즐겼다.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울수록 더 자신한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나보다 강한 해골 교장, 아니. 왜 해골 교장의 이름이 순간적으로 나온 건지 모르겠군. 여하튼 나보다 강한 마법사와 싸운다면 참고할 점이 많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과 싸울 때는 정면 승부로는 이길 수 없었다. 어떻게든 판을 흔들고 변수를 만들어야 했다.
“…에잇!”
버두스 교수는 상황이 불리하단 걸 깨달았는지 재빨리 허공에 손을 뻗어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닥치는 대로 안에 있는 걸 붙잡아 던졌다.
짤그랑!
제국 금화와 보석, 각종 희귀 시약과 아티팩트들이 바닥에 던져졌다.
마치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보물을 바닥에 뿌린 버두스 교수는 허겁지겁 왔던 길로 달아났다. 그 모습에 라게사는 코웃음을 쳤다.
“흥. 쫓을 필요 없다. 오늘은 이 정도로 용서해주지.”
“실로 관대하십니다.”
이한은 재빨리 아부했다.
잘 보이면 다음 버두스 교수 강의 때도 강의실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선배들한테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군.’
“키히히. 보는 눈이 있구나. 잠깐. 목걸이는 왜 발동 안 한 거냐?”
해적 노파는 이한이 받은 목걸이를 발동시키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차고 있으라고 하셨잖습니까?”
“…보통 차고서 발동까지 하지. 요 애송아! 식사하라고 하면 빵만 목구멍에 집어넣고 술은 안 마실 거냐?”
이한의 대답에 라게사는 황당해했다.
방금 라게사가 공간의 마법을 뒤섞었을 때, 마법사라면 상당히 강한 어지러움을 느꼈을 터였다.
주변의 마력이 제멋대로 뒤바뀌는데 어지러움을 안 느끼는 마법사는 드문 것이다.
그런데 이 꼬마는 목걸이를 발동시키지 않고서도 태연한 얼굴로 서있었다.
“다음에는 발동까지 시키겠습니다.”
“…그래! 좋구나, 좋아!”
재능에 감탄한 라게사는 폭소를 터뜨리며 이한의 등을 거세게 두드렸다. 이한은 앞뒤로 흔들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가 좋다는 거지?’
* * *
“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라게사 님.”
“안다. 알아.”
해적 노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자신의 마법에 관심이 많았는데 방금 같은 마법 전투를 보았으니 참기 힘드리라.
원래라면 시련과 시험으로 찾아온 도전자의 재능을 확인하곤 했지만, 라게사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유미디후스와 배그렉의 제자기도 하고 똘똘하고 교활한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구나! 오늘 보여준 마법에 대해 설명해줄 수밖에.”
“예? 그게 아니라, 버두스 교수님이 얼마나 사기를 치셨는지 궁금해서…”
“……”
라게사는 황당하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쇠사슬 찬 해적들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게 궁금한가?’
“앗. 죄송합니다. 버두스 교수라고 하겠습니다.”
“그거 때문에 놀란 게 아니야! 진심으로 그게 궁금한 거냐? 으음. 비블레가 대충… 제국 금화 스무 상자였나? 그쯤은 받아간 것 같은데.”
“!!”
충격과 공포로 이한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 그런데 살려두셨습니까?”
“그 때야 몰랐었으니까. 날아다니는 해적선이 곧 나올 줄 알았지.”
라게사는 얼굴에 잡힌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며 투덜댔다. 지금 생각해도 억울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속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에인로가드로 도망친 뒤였고!”
‘혹시 마법범죄자를 잡으려면 제국이 아니라 에인로가드를 뒤져야 하는 건가?’
“너도 투자 함부로 하지 마라.”
“예. 저는 투자를 받겠습니다.”
“키히. 그래. 너는 저 비블레와 다르니까 성실하게 할 거 같아.”
“……”
이한은 순간 시선을 피했다. 다행히 이 대해적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물어본 마법 말인데. 어디 보자… 뭐부터 말해줘야 하나?”
“?”
라게사의 말에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물어봤었나?’
안 물어본 것 같은데…
하지만 이한은 가만히 있었다. 해적의 기분이 좋아보였던 것이다.
“아까 지하 강의실에서 내가 한두 음절로 마법을 시전한 거, 기억나느냐?”
“예.”
“그게 뭐라고 생각하지?”
“주문 축약… 아닙니까?”
이한의 말에 해적 노파는 기다렸다는 듯이 박장대소했다.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던 노파는 낄낄대는 웃음을 간신히 멈추고 말했다.
“그래, 그래! 그럴 줄 알았다니까! 처음 본 마법사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아니다. 이건 해적 마법, 우리 가문의 자랑이야.”
주문을 압축해서 짧게 내뱉는 주문 축약과 라게사가 ‘이-하’나 ‘아이-야’같은 주문으로 시전한 마법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확실히 듣고 보니 그렇군.’
주문 축약이어도 보통 그 마법을 상징하는 단어나 약어가 들어가 있기 마련이었다.
주문이라는 게 애초에 마법사의 집중을 도와주는 도구인 만큼 아예 연관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하’나 ‘아이-야’ 같은 주문은 의자를 앵무새 떼로 변신시키거나 뒷문을 벽으로 바꾸는 것과 별 상관이 없어보였다.
“제국 마법사들이 골치를 썩이며 마력을 묶고 엮고 염병을 떨 때 내 선조는 그저 마력의 흐름에 몸을 맡기셨지. 그리고는 해적답게 외치셨단다.”
“…?”
설명을 듣던 이한의 표정이 기묘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설마 랜덤 마법이란 소리신가?’
마법은 언제나 철저한 계산과 통제를 필요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법이 마법사 자신을 찔러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라게사는 놀랍게도 그런 제국 마법의 근본을 부정하고 있었다.
적당히, 대충, 마력 끌어내서 자유롭게 던진다!
“…어, 그러면 마법이 좀 무작위로 나가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좀 그런 편이지. 사실 아까도 대머리독수리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앵무새가 나왔지. 근데 앵무새도 좋은 새 아니겠냐. 해적의 친구지.”
“마법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요?”
“그 흐름을 즐겨야지! 평범한 마법도 가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었을 텐데?”
“……”
이한은 예전에 화염 마법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려던 때를 떠올렸다.
‘이걸 즐길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