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00)
800화
순간 대화를 보고 있던 >에인로가드의 파수꾼> 회원들은 모두 다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이 새끼 진짜 해골 교장 아닌가?
그러나 이한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이런 의심은 몇 번이고 받지 않았던가.
고나달테스:어떻게 아냐니. 내가 너희보다 학교에 관심이 많고 활동적이니까 알겠지.
이악투스:예를 들자면 징벌방에 학생들을 보내는 것처럼요?
고나달테스:이악투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라. 내가 진짜 교장 선생님이면 왜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겠냐? 그냥 다 잡아가면 잡아갔지. 내가 너희들하고 만나자고 한 적이 있나?
바콴탈라나:타당한 지적이군. 고나달테스의 가명 때문에 우리가 지나친 의심을 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회원들은 솔직히 인정했다.
만약 새로 들어온 회원의 가명이 고나달테스가 아니라 >멋쟁이 4학년> 정도만 됐어도 의심을 좀 덜 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고나달테스란 가명을 달고 있는 이상, 평범한 말도 수상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젠장. 나도 괴롭다.’
‘정말 해골 교장이 아닌 것인가?’
‘어떤 미친 학생이지?’
이성적으로는 해골 교장이 이런 식의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리란 걸 모두 알았다.
해골 교장이 잠입했다고 가정한다면 모순되는 정황이 몇 가지 있기도 했고.
하지만…
에인로가드의 학생이라면 어느 누구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해골 교장의 광기는 도저히 그들이 측량할 수 없는 영역의 무언가라고!
만약 이 모든 게 해골 교장이 그리고 있는 커다란 계획이고, 그들이 놀아나고 있는 거라면?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고나달테스:명예로운 파수꾼의 회원들이여! 마법사라면 까마득히 낮은 가능성 때문에 겁먹는 대신,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식으로 서로를 몰아가면 클럽에는 불신만 감돌고 양질의 정보는 공유되지 않을 것이다.
이악투스:네 말이 맞아… 미안하군. 괜한 소리를 해서.
불가살이:맞아. 동의해. 그리고 여기에 교수가 있을 리가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니까.
다들 진정한 것 같자 이한은 쐐기를 박았다.
고나달테스:나는 올해 이칼도렌 공작을 우연히 목격했지. 들어보니 에인로가드의 보물을 훔치려다가 붙잡혔다는군.
바콴탈라나:다른 사람일 가능성은? 아무리 그래도 제국의 대귀족이자 공작을 에인로가드에 가둔다니.
불가살이:교장 선생님이라면 가능은 하지… 가능은.
이악투스:나도 동의해. 믿기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군. 그래서 이칼도렌 공작이 손님으로 참가한단 건가? 왜?
불가살이:내가 알기로는 속죄의 의미로 금화를 쓴다던데.
‘아니. 이 선배 누구지?’
이한은 불가살이의 정보에 대해 꽤 놀랐다.
다른 선배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한은 이칼도렌 공작의 정보가 에인로가드 내에서도 꽤나 비밀스럽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이한이 댄 핑계처럼 우연히 갇힌 걸 본 선배라 하더라도…
…손님으로 참가하는 이유까지 알 수 있나?
‘혹시 이 선배. 이칼도렌 공작하고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나? 불가능은 아닌데.’
당장 이한도 징벌방 관리 정령과 친분을 쌓고 몰래 자유이용권을 받지 않았던가.
에인로가드의 규칙이 삼엄하다지만 간수와 친해지면 예외가 있는 법이었다.
이 선배도 이칼도렌 공작이 갇힌 장소를 찾아내고 접근법을 알아냈다면…
‘대단한 사람이군. 공작 정도면 해골 교장도 만만찮게 보안을 해놨을 텐데. 어떻게 접근한 거지?’
이악투스:속죄의 의미라면…
바콴탈라나:형량을 줄여주는 대신 학생들에게 돈을 쓰라는 거겠지. 교장 선생님답군.
고나달테스:칭찬 고맙다.
이악투스:……
바콴탈라나:……
고나달테스:농담한 거야. 미안.
이악투스:다시는 그딴 개같은 농담하지 마라.
‘이런 유머 감각 없는 선배들 같으니.’
이한은 속으로 투덜댔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볍게 던진 농담에 저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다니…
바콴탈라나:좋은 정보 고맙다. 공작이 참가한다니.
불가살이:다들, 명예로운 파수꾼 회원이니까 공작을 납치하거나 폭력적인 수법으로 설득하지 않을 거지? 그럴 거라고 약속해줘.
이악투스:불가살이.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납치할 거니까 안 알려줘도 된다.
불가살이:야!
고나달테스:납치해도 되나?
이악투스:교장 선생님이 잠깐 풀어준 게 무슨 의미겠어.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해골 교장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이번 이칼도렌 공작이 속죄의 의미로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회원들은 ‘아하, 교장 선생님이 공작을 탈탈 털어도 된다고 허락하신 거구나’로 이해했다.
물론 그 진의가 정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면 나도 안 할 수는 없다.’
이한은 이칼도렌 공작도 잊지 말고 납치해야겠다고 메모했다.
선배들에게만 좋은 일을 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 * *
“선배님. 이번 주방 클럽에서 수도 제빵 길드와 정육 길드 사람들을 초대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푸흐! 너 어떻게 알았냐?!”
덩치 큰 배불뚝이 선배, 팔크리우스가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밀이다. 다른 놈들이 알아내면 여기 7층에 오시기도 전에 가로채려고 할 거거든!”
“혹시 제 연구도 지원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흐음.”
껄껄 웃으며 맹물 수프를 끓이던 팔크리우스는 후배의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건… 나도 대답하기 어려워. 남의 금화를 뜯어, 아니, 선물받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지.”
다른 클럽의 선배들에게 주먹을 날리고 식칼을 휘두를 때도 쾌활했던 팔크리우스 선배였지만, 금화와 지원 이야기가 나오자 매우 진지해졌다.
팔크리우스도 마법사인 이상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100%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금화를 못 받은 적도 있었고,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했을 때 금화를 받은 적도 있었지. 금화 가진 놈의 심리는 너무 어려운 거 같아. 대마법보다 더 어렵지.”
“동감합니다. 선배님.”
이한은 매우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연구자로서 남의 돈을 지원받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연구하려는 놈들은 흘러넘치니 그들끼리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푸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어. 네가 진심으로 연구를 준비하면…”
“…찾아온 사람들도 분명 이해해주겠죠?”
“응? 아니. 네가 진심으로 연구를 준비하면 사람들은 관심 안 가질 테니까, 화려한 속임수로 속여야 한다고.”
“…감사합니다. 하나 배웠군요.”
“푸흐흐. 다행이네!”
팔크리우스의 말에 이한은 제정신을 차렸다.
생각해보니 금화 가진 놈들 상대로 정공법을 펼치려고 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었다.
‘맞는 말이야. 화려함을 팔아야 한다.’
이한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직 제대로 된 연구 하나 없이 몸으로 마법을 익히고 있는 이한이, 어떻게 하면 화려한 속임수를 펼칠 수 있단 말인가?
주방 클럽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깃펜을 끼적거리는 이한을 보자 같은 학년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이한은 왜 저러고 있어?”
“다음 주 대비하고 있다는데.”
“아. 클럽 주간!”
가이난도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는 건 즐거웠지만, 현재 가이난도가 소속된 클럽은 원하는 클럽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이난도 너네 클럽은 누구 온대?”
“유명한 수집가 누구 온다던데… 몰라. 관심 없어.”
“왜 관심 없어? 친해져서 마법 연구 지원 받으면 좋잖아.”
“으흑. 마법사 카드로 번 더러운 돈은 받기 싫다고…”
“……”
“……”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 중 한 명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미친 것 아니야?’
‘내버려둬. 워다나즈가 알아서 혼내겠지.’
가이난도는 무시하고 친구들은 이한에게 다가갔다.
“워다나즈. 지금 뭐하고 있어? 도와줄까?”
“아. 다음 주에 외부 손님 오면 인사로 쓸 자기소개 준비하고 있었다. 대충 완성됐는데 한 번 들어줄래?”
“오…!”
“자기소개 중요하지.”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마법사는 자신이 누군지를 소개해야 했다. 그 사람한테서 뜯어내야 할 금화가 있다면 더더욱 그랬다.
어느 학파 소속이고, 누구 밑에서 배웠고, 어떤 업적이 있고…
결국 제국 사람들은 숫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한 달 내내 트롤 변신 마법 시전시 피부색 변화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보다는 ‘변환 마법 학파의 차석이에요!’가 잘 통하는 법.
과연 워다나즈답게 주말이 시작되기 전부터 벌써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는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입니다…”
-일단 가산점을 주고 싶군.
-근데 워다나즈 가문은 조금 위험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나?
-위험하지만 밝힐 가치가 있지. 마법명가의 이름에 기대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친구들은 냉정하게 점수를 매겼다. 요네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평소 가문 이름은 잘 쓰지도 않았으면서.’
평소 가문 이름은 신경도 안 쓰던 친구가 금화 관련된 일이 되자 바로 꺼내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저는 에인로가드 2학년 수석입니다.”
-약간 얄밉지만 이것도 추가 점수를 주겠어.
-이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지.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은 약간의 질투심과 함께 점수를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에인로가드의 모든 학파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살짝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거 아니야?
-이건 근데 증거가 많아서 괜찮아. 그리고 마법사들한테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거지,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통할 거야.
-과연.
“저는 각 학파에서도 전부 수석을 차지했고…”
-……
-……
“작년에는 푸요 장인의 지팡이 공방, 요아넨 메이킨 님의 연금술 공방 등등에서 일을 도왔습니다.”
-…메이킨. 친구한테 무슨 일을 시킨 거야? 요아넨 메이킨 님이면 그 분 아니야? 연금술사 열셋을 미치게 만들었던…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일단 열셋이 아니라 열넷이고, 이한은…
이한은 친구들이 쓸데없이 이야기하자 눈썹을 찡그렸다.
“집중해주면 안 되나?”
-미, 미안.
-집중할게. 계속해.
“저는 작년에 다음과 같은 적들과 대면했습니다. 록 드레이크, 서리거인의 왕, 구울의 왕, 바실리스크, 씨 서펜트 등등…”
-……
-잠깐. 잠깐만.
“응?”
친구들이 멈춰 세우자 이한은 의아해했다.
“문제라도 있나?”
“방금 좀 너무…”
“…허황되다? 거짓말 같다? 과장되다?”
“맞, 맞아. 좀 이상하게 들릴 것 같은데.”
“하지만 정말 다 겪은 일이 맞는데.”
이한은 살짝 억울했다.
아직 과장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우, 우리야 믿지. 워다나즈. 우린 믿어!”
“사실 요약해서 듣다보니 안 믿기긴 하지만… 여하튼, 외부 사람들한테는 좀 충격적일 것 같다는 거야.”
친구들이 꺾이지 않고 진지하게 말하자 이한은 흔들렸다.
“그래? 그러면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할까?”
“록 드레이크, 구울의 왕, 바실리스크, 씨 서펜트.”
“그것만 남기라고?”
“아니. 그거 다 빼자고. 서리거인의 왕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충격적일 것 같아.”
“……”
이한은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친구들의 조언대로 뺐다.
“저는 작년에 서리거인의 왕과 상대해서 시련을 통과했습니다. 이게 그 증거입니다.”
-좋다!
-깔끔하고 훌륭해!
“그리고 올해에는 마법범죄자 안타곤달스와, 옛 고대 대마법사의 미친 분신을 만나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