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02)
802화
해골 교장의 부하보다 더 두려운 존재는, 분명 해골 교장의 부하인데 교장 직위를 모르는 부하였다.
그 말은 즉슨…
“그… 고나달테스 님이 정확히 어떤 분이십니까?”
이한은 혹시 제국에 동명이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박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물었다.
“깨달음을 얻은 대마법사이자, 고귀한 왕족의 핏줄, 위대한 전륜(轉輪)의 운명을 타고난 분이시지요! 설마 정말 모르고 질문하신 겁니까?”
“…인타렌달스 님은 어디 출신이십니까?”
“저는 마르가다 왕국 출신입니다.”
“……”
지금 제국에 마르가다 왕국이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한은 삼왕국 시절에나 들어본 것 같은 왕국 이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로서 상대의 정체는 확실해졌다.
해골 교장의 부하가 아니라 미친 분신의 부하였다.
‘에인로가드의 방어, 이래도 괜찮은 게 맞나?’
물론 워낙 넓은 만큼 침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지만, 영지에 미친 괴물이 있는 상황이라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미친 괴물의 부하가 이렇게 대놓고 들어올 줄이야…
“대체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무슨 뜻인가요?”
“에인로가드 영지는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잖습니까. 요즘은 더더욱 그럴 텐데요.”
이한은 두렵고 고통스러웠지만 어떻게든 적에게서 하나라도 더 캐내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데스 나이트들한테 제보해서 방어를 강화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허가를 받고 들어왔습니다.”
인타렌달스는 귀족답게 웃으며 말했다. 이한이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허가요?”
“예. 혹시 허가장이 궁금하신 걸까요?”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한은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부탁했다.
놀랍게도 인타렌달스가 내민 허가장은 진짜였다.
달카드 가문의 인장과 핏방울로 증명된 자격에 따라, 다음과 같은 인물의 에인로가드 입장을 허한다. 약속한 만큼의 황금을 쓰지 않을 경우 저주가…
에인로가드의 규칙은 허술하지 않았다.
먼저 클럽 주간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분을 확실히 증명해야 했다.
귀족 가문의 경우는 반지의 인장과 핏방울이 증명 수단이었다.
둘 다 쉽게 위조할 수 없는 만큼 신분 증명으로는 확실했던 것이다.
이제 이런 신분 증명을 하고 나면 ‘얼마만큼은 반드시 투자하거나 후원하겠습니다’하고서 에인로가드에 들어가게 되는 것인데…
“??????”
이한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달카드 가문은 아산의 가문일 텐데.’
같은 푸른 용의 탑 친구인 아산.
대대로 제국 재무관을 맡아온 대귀족 가문이 왜 이런 미친 분신과 협력하고 있단 말인가.
‘아산… 설마 네가 배신자였나…!’
말도 안 되는 배신감에 전율하고 있는 사이 인타렌달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눈앞의 귀족 소년은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아까부터 계속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그…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달카드 가문 소속이십니까? 제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아하.”
인타렌달스는 교양 있게 웃었다.
그제야 소년이 왜 당황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저는 ‘지금’ 달카드 가문의 소속은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살아 있었을 때는 가문의 이름이 달카드도 아니었죠, 그 때는 이름들도 이런 형식이 아니었으니.”
“……”
놀랍게도 눈앞의 상대는 달카드 가문의 먼 선조였다.
이제는 그 이름도 남지 않았을 만큼.
상대가 보여주는, 고대 양식의 인장 반지와 핏방울을 본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달카드 가문은 더 황당할 것이다.
누군가 자기네 가문을 사칭하는데 그게 부활한 선조였다니.
‘말도 안 되는 악몽이다.’
“저는 고나달테스 님의 명을 받아 이렇게 잠깐 부활해서 에인로가드에 방문했습니다. 이제 좀 설명이 되었을까요?”
고나달테스의 시종장이었던 인타렌달스는 주인의 명령을 받아 잠시 죽음을 거스르고 부활했다.
그리고는 에인로가드에 방문하기 위해 옛 인장 반지와 재산을 챙겼다. 다행히 후손들이 챙기지 못하고 유실된 황금들이 제법 있었다.
‘나중에…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지금은 못 물어보겠군.’
이한은 어찌나 충격을 받았는지 황금에 대해 듣고서도 그 매장지를 묻지도 못했다.
“조금 이해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이란 소년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그 이유는 임무와 관련되어 있기에 말씀드릴 수 없군요. 혹시 떠오른 게 있으실까요?”
“아! 지금 떠올랐습니다. 6학년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6학년 사이에서 찾아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과연. 감사합니다.”
인타렌달스는 우아하게 인사하려고 돌아보았지만, 이미 소년은 빠르게 사라진 뒤였다.
‘성격이 급한 소년이군!’
* * *
“푸흐! 너 어디 가냐?”
이한이 빠르게 7층 마을 구역을 벗어나려고 달려 나가자, 팔크리우스가 발견하고 붙잡았다.
“선배, 혹시 매수당했습니까!”
“어어? 뭔 매수?”
“아니면 됐습니다. 이거 놔주십시오. 지금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소리냐, 너? 외부인한테 금화를 뜯어내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이야?”
주방 클럽의 배불뚝이 선배는 이한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놓고 어딜 간단 말인가.
“푸흐… 너. 지금 겁을 먹은 거구나. 맞지?”
“겁을 먹긴 했습니다만…”
“너 같은 천재도 겁을 먹는구나. 하지만 누구나 그런 법이지. 나 또한 그랬으니까.”
팔크리우스는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말했다.
2학년 때 처음으로 클럽 주간을 맞이했던 순간이 떠오른 것이다.
그 때는 정말로 정신없고 두려웠었다. 손님이 친절하게 질문해도 마법을 헐뜯는 것처럼 들렸을 정도로.
-이 마법 냄비는 쓸만합니까?
-지, 지금 내 냄비를 모욕했어?!
‘음. 추억이군.’
팔크리우스는 자신 때문에 솥에 머리부터 처넣어야 했던 손님에게 다시 한 번 사과를 보내며, 후배를 응원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워다나즈! 누구나 극복해야 할 일이야. 그리고 너라면 누구보다도 더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다. 네가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극복할 수 있겠냐?”
“그거 때문에 겁먹은 게 아닙니다. 선배님.”
“내가 100% 확실한 건 없다고 했지? 푸흐. 하지만 너라면 100%에 가까울 수도 있어. 제국 마법학교에서도 너 같은 천재는 정말 드물다고.”
배불뚝이 선배는 이한의 등을 사정없이 두들기며 격려했다.
후배를 괜히 거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평소에 칭찬하진 않았지만, 이한의 실력은 에인로가드의 선배들 앞에서 거들먹대도 충분한 실력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널 보고 싶어하는 손님들이 있거든. 따라와. 내가 네게 금화를 쥐어줄 테니!”
“혹시 옛날 옷차림을 한 손님은 아니죠?”
팔크리우스는 이해하지 못하고 껄껄 웃으며 이한을 끌고 갔다.
주방 클럽의 식당에는 벌써 외부 손님들 몇몇이 와서 흥미롭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보십시오, 이 식칼은 주인이 아무리 서툴더라도 뼈와 살이 아닌 그 틈새를 가르게 해줍니다. 정육 길드에 이 식칼이 도입되는 걸 생각해보십시오!”
“흐음. 하지만 우리 길드의 장인들이 이 식칼 때문에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르잖나.”
“…어… 그건 생각 못 해봤네요. 길드의 장인들을 줄이면 어떨까요?”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가?”
제빵 길드와 정육 길드에서 온 사람들은 주방 클럽 회원들이 연구하고 있는 마법들에 대해 한 마디씩 첨언했다.
그러다가 이한과 팔크리우스를 보고 외쳤다.
“팔크리우스!”
“안녕하십니까. 골라덱 씨!”
“2년 전 자네가 날 솥에 처박았을 때보다는 훨씬 안녕하지!”
“푸흐흐. 죄송합니다!”
“아냐. 자네의 마법 덕분에 그 얄미운 제과 길드 놈들의 콧대를 꺾어버릴 수 있었어.”
제빵 길드에서 나온 골라덱은 팔크리우스를 몇 번이고 칭찬했다.
이 에인로가드의 마법사가 없었다면 수도 설탕 전쟁의 패자는 제빵 길드가 되었으리라!
“혹시 이 마법사가 바로 그 후배인가?”
“그렇습니다. 골라덱 씨.”
이한은 가벼운 긴장감을 떨쳐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인타렌달스는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맞지요?”
“전 학파를 수강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외부 마법사들에게 벌써 인정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메이킨 가문의 요아넨 님에게 인정을 받은 게 맞습니까?”
“푸요 장인도 당신의 이름을 말한 적 있어요. 놀랐습니다.”
“5학년 선배들과 벌써 연구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5서클 마법을 정말 완성했습니까?”
“…??????”
이한은 자기소개를 하기도 전에 알아서 해주는 손님들의 모습에 당황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푸흐. 워다나즈. 여기 방문하는 분들은 바보가 아니야! 아주 열심히, 예리하게 조사를 하신다고.”
제국에 재산이 많다고 해서 금화를 허투루 낭비하는 사람만 있진 않았다.
적어도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금화를 최고의 인재에게 투자하고 싶어하는 이들이었다.
골라덱은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에인로가드가 비밀스러운 마법의 성지라지만, 우리 장인들 또한 제국 곳곳에 귀가 있지. 감히 말하건대, 우리가 놓친 정보는 하나도 없을 거야. 그렇지 않나?”
“……”
이한은 올해와 작년에 맞서 싸웠던 수많은 강적들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숨길 수가 없습니다. 놓치신 게 하나도 없군요!”
“그렇지? 하하.”
“난 당신을 후원하고 싶소.”
“나도!”
손님들의 제안에 이한은 멈칫했다.
“아직 연구는 말하지도 않았습니다만?”
“연구가 뭐 그리 중요하겠소. 중요한 건 사람이지.”
‘아니…!’
옆에 있던 선배 한 명이 국자를 들고 파르르 떨었다.
자신의 야심작, >독 요리를 담아도 먹는 동안 버티게 해주는 그릇>은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해놓고!
‘이래서 마법사 아닌 놈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팔크리우스는 후배의 활약에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푸흐. 축하한다. 워다나즈.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겠구나. 물론 너무 오만해하지는 마! 버두스 교수님처럼 멋대로 굴면 온건한 후원자들도 화를 낼 수 있거든.”
팔크리우스의 말에 손님들은 정색하며 말했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불길한 이름, 꺼내지도 말게!”
“…정확히 제가 뭘 해야 합니까?”
이한은 혹시 몰라서 확인차 물었다.
공짜 금화는 좋았지만, 원래 세상에 공짜란 건 없지 않은가.
팔크리우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솥뚜껑만한 손을 흔들며 설명했다.
“말했듯이 버 모 교수님처럼 멋대로 굴지만 않으면 투자자나 후원자들도 화를 내지 않아. 연구하고 있는 걸 보여주고, 투자자나 후원자의 부탁이 있으면 들어주고.”
“부탁 말입니까?”
“연구의 방향성이나… 개선 방안, 가끔은 자식에게 마법 재능이 있나 봐달라는 부탁도 들어올 때가 있긴 해.”
‘별로 어렵지 않겠군.’
오만하고 깐깐한 마법사라면 자존심 상하는 제안에 치를 떨 수도 있었지만, 이한은 금화만 준다면 후원자 저택에 방문해서 화려한 마법 생일 축하 잔치도 열어줄 수 있었다.
버두스 교수가 정확히 무슨 짓을 했는지는 다 알지 못했지만…
‘…내가 그 정도까진 가지는 않겠지?’
“제국 금화 스무 닢.”
“그렇다면 나는 서른 닢을.”
“육십 닢…”
후원자들이 각자 액수를 상의하는 동안, 누군가 팔크리우스에게 물었다.
“여기가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이 있는 곳 맞습니까?”
“맞습니다.”
“과연. 저 사람들은?”
“후원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죠.”
“다 필요 없으니 돌아가라고 해도 좋습니다.”
“예?”
팔크리우스는 상대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당황했다.
인타렌달스는 금화가 가득 찬 거대한 궤짝을 꺼내더니 쾅 소리와 함께 올려놓았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에 대한 후원은 나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여기 모인 분들은 다른 마법사들을 도와주시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