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04)
804화
“…선배님은 격구 선수로서 자존심도 없습니까! 그런 타락한 금화를 냉큼 받아들이시다니!”
“!?”
생각치도 못한 후배의 비난에 카르넬라는 당황했다.
“뭐… 뭐? 잠깐. 후원 받는 게 격구 선수로서의 자존심하고 무슨 상관이야? 타락한 금화는 무슨 소리고? 금화도 타락이 있나?”
“됐습니다. 선배님은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잠깐만, 후배! 돌아와! 무슨 소리인지는 말해주고 가라고! 돌아와!”
평소 선량하고 성실했던 후배가 화를 내고 뛰쳐나가자 카르넬라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자존심 있는 격구 선수는 금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였나??
* * *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이한은 결심했다.
흥겹고 즐거운 클럽 주간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데스 나이트들을 부르겠다!’
기대했던 선배들은 클럽 주간이 충격과 공포의 마법범죄자 토벌전으로 바뀌는 데에 크게 실망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한도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처음에는 그냥 회피하고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인타렌달스의 수완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저 말도 안 되는 후원 규모와 속도를 보라.
이 상태로 하루 지나면 >에인로가드 후원자 길드>를 만들어서 이한을 찾아다닐 수도 있었다.
‘지팡이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금화가 지팡이보다 강할 줄이야.’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클젠베르그 경.
-정말 놀라운 일이군!
“위대하신 죽음의 기사 여러분!”
마침 저 멀리서 순찰을 돌고 있는 데스 나이트들이 보이자 이한은 재빨리 달려나갔다.
-흑마법 학파에 후원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심지어 클럽 주간이지 않나? 클럽도 아닌 학파에 후원을 하다니.
-제국이 넓은 만큼 별난 사람들도 많은 것 아니겠습니까.
-하긴 옛날에는 흑마법 학파도 꽤 융성하고 인기가 좋았었네.
-정말이십니까? 상상도 가지 않는군요!
“……”
이한은 데스 나이트들의 대화에 경악했다.
그러는 사이 데스 나이트들은 이한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후ㄱ…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학생 아닌가!
-후ㄱ… 워다나즈 님!
데스 나이트들은 이한이 모르는 사이 ‘후ㄱ’로 시작하는 특이한 인사말을 앞에 붙였다.
해골 교장의 부하 사이에서 도는 이상한 유행에 대해 물어볼 시간이 없었던 만큼 이한은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지금 큰일이 났습니다! 당장 다른 기사분들을 불러 모아서 학교를 포위해야…”
강하게 말하던 이한은 멈칫했다.
방금 들었던 데스 나이트들의 대화가 다시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방금 큰일이 났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큰일이긴 한데 더 큰일도 있어서… 궁금한 게, 이런 상황에서는 혹시 어떻게 될까요?”
이한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최대한 돌려서 설명했다.
수상한 마법범죄자가 제국 대귀족 가문의 선조를 부활시켰다. 부활한 선조는 가문의 은닉 재산을 유용해 마법사들을 후원했다. 이 사실이 발각될 경우 그 후원된 재산은 어떻게 되는가?
-?
-??
데스 나이트들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의문을 품었다.
-이한 학생. 언데드 상태로 일으키는 게 아니라 멀쩡한 상태로 부활시키는 건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네.
-그리고 그렇게 부활한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마법사들을 후원한답니까? 심지어 수상한 마법범죄자가 부활시켰는데요?
“…아, 그냥 좀 상상해주십시오!”
이한은 화를 냈다.
다른 학생이었다면 바로 징벌방에 끌고 갔을 테지만 데스 나이트들은 찔끔하며 물러섰다.
일단 이한은 평범한 징벌방에 끌고 가봤자 별 의미가 없을 뿐더러, 기사의 양심을 생각해봤을 때 저런 불쌍한 마법사를 징벌방에 끌고 가는 건 지나치게 불명예스러운 일이었다.
-그럴 경우 제국법에 따라 그 재산은 몰수되어서 원래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겠나?
“어째서입니까? 가문의 선조한테도 권한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한 번 죽은 이상 재산의 소유권은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야. 사실 옛날 고대 왕국 시절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 심지어 반란까지 일어났고 말이야. 흐음. 황제 폐하께서도 그 일들을 아시기에 제국법에 확실히 명문화시킨 게 아닐까?
“……”
이한은 쓸데없이 유능하고 박식한 제국 황제를 속으로 욕했다.
법에 빈틈도 좀 있어야 사람 사는 정이 있지 뭐 저리 철저하단 말인가.
-그래서 이건 왜 물어본 건가? 잠깐. 혹시…
데스 나이트, 클젠베르그 경은 이한을 알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귀족 가문의 옛 선조를 부활시켜서 재산을 갈취하려는 거군!
“그건 정말 확실히 아닙니다.”
-아닌가?
클젠베르그 경은 매우 머쓱해했다.
당연히 이것 말고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이한은 깊게 갈등했다.
‘지금 기사들을 불러 모으면…’
이한의 머릿속에 디레트 선배가 금화 주머니를 뺏기고 엉엉 우는 상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디레트는 금화 주머니를 뺏긴다고 엉엉 우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지만(오히려 이한이 그런 사람에 가까웠다), 지금 이한 옆에는 후배의 모욕적인 상상에 분노할 디레트가 없었다.
“위대하신 죽음의 기사 여러분.”
-참고로 주인님께서 저희를 그렇게 부르실 때는, 무언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시키실 때 주로 그렇게 부르십니다.
“…죽음의 기사 여러분.”
이한은 바로 말을 바꿨다.
과연 오래 산 기사들답게 돌려서 지적하는 솜씨가 보통 매서운 게 아니었다.
“지금부터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명예를 걸고 비밀을 지켜주실 수 있으십니까?”
-…!
-!!
데스 나이트들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후계자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꽤나 심각한 사안 아니겠는가.
-주인님을 공격하는 일입니까?
“아닙니다.”
이한은 대답하고서 멈칫했다.
‘맞나?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지도.’
-사실 주인님을 공격하는 일이어도 됩니다. 그냥 해본 질문이었거든요. 명예를 걸고 비밀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나 또한 명예를 지키겠네.
데스 나이트들은 너무나도 선선히 약속해줬다. 이한이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괜찮겠습니까?”
-이한 학생처럼 불쌍한 사람을 돕는 건 기사로서의 의무잖나.
-저도 동의합니다.
“……”
이한은 기사도에 사람이 상처입을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래도 이런 도움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이한은 침착하게 오늘 있었던 공포스러운 일화를 설명했다.
-……
-……
그리고 데스 나이트들도 똑같이 기겁했다.
감히 예상하지 못한 집념이었던 것이다.
-신이시여, 무슨 저런 방법을?
-역시 주인님의 찌꺼기답게 보통이 아닙니다.
-민폐도 보통이 아니군그래.
“저. 듣고 계십니까? 금화는 내버려두고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없을까요? 하다못해 흑마법 학파 후원 금화만이라도.”
-이한 학생. 학생의 마음은 아주 잘 이해했네.
-워다나즈 님. 저도 이해했습니다. 애초에 달카드 가문이 이 금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도의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선조의 재산 아닙니까. 선조가 죽었다고 후손이 재산을 멋대로 써도 된다? 감히! 건방지고 무례한 놈들!
후배 데스 나이트가 분기탱천해서 외치자 클젠베르그 경이 속삭였다.
-자네가 이해하게. 후손이 재산을 탕진해버렸거든.
“아, 예…”
-좋아. 일을 키우지 말고 조용히 수습하세.
백전노장 기사들의 든든한 협력에 이한은 울컥했다.
요즘 모습도 안 보이는 해골 교장과 달리, 역시 이 기사들이 에인로가드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 *
푹푹푹!
데스 나이트들은 그림자 도약을 시전해 인타렌달스를 포위한 뒤 암흑의 검을 찔러넣어 어떤 짓도 할 수 없도록 봉인했다.
그런 다음 재빨리 아공간 마법이 걸린 자루에 쑤셔넣고 손짓했다.
-이동!
“……”
눈 깜박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대를 제압하는 솜씨에 이한은 경악했다.
만약 자신이 저 위치에 있었더라도 그대로 제압당했을 것 같았다.
기사가 마법사의 천적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하도 강력한 마법사들만 봐서 잊고 있었는데…
영지인 에인로가드의 힘을 받아 강화된 데스 나이트들은 마법사 상대로 극악한 힘을 발휘했다.
어떤 마법을 쓸 수 있던 간에 그보다 먼저 제압한다!
-이쪽 계단으로.
-후ㄱ, 워다나즈 학생.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면 됩니다.
-그 다음에는 여기 구덩이에 발을 푹 넣고!
이한은 데스 나이트들을 따라 본관 내 지름길을 이동하며 속으로 외웠다.
나중에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몰랐다.
-첫 번째 방은 비어 있나?
-아닙니다. 죄수 있다는군요.
-두 번째 방, 세 번째 방은 찼을 테고.
-아! 일곱 번째 방이 비었다는군요. 잘 됐습니다!
“?”
이한이 의아해하자 친절한 데스 나이트 한 명이 설명해줬다.
-여긴 주인님께서 직접 설계한 심문실, >마법사들의 진실>입니다. 뛰어난 마법사들은 일반적인 방에 가둬놓으면 탈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괜히 들었다.’
설명을 들은 이한은 바로 후회했다.
일곱 번째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한은 순간적으로 강한 두통을 느꼈다.
복잡한 마법들이 너무 많은 탓에 정보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감각이 덜 예민한 마법사였다면 차라리 나았겠지만, 이런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날카로움을 가진 이한은 두통을 피할 수가 없었다.
‘큭…! 무슨 마법이…’
-꺼내라.
털썩!
자루에서 나온 인타렌달스가 바닥에 떨어졌다.
몸 곳곳에 암흑의 검이 꽂힌데다가 납치까지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타렌달스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과연 험악한 고대 시절에 해골 교장을 섬겼던 사람다웠다. 데스 나이트들은 속으로 감탄했다.
-인타렌달스. 왜 이렇게 끌려온 지 아시오?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주인과 우리의 주인은 적이기 때문이오.
데스 나이트들은 해골 교장과 미친 분신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인타렌달스가 잘못된 주인을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타렌달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쪽은 제 주인께서 본체가 아닌 분신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실 수 있습니까?”
-…어…
데스 나이트들은 멈칫했다.
그러게?
-훨씬 더 강하고 사악하시니까 이쪽이 본체지.
“그건 직접 비교해봐야 알 수 있을 텐데요.”
-그쪽은 주기적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사념체 같은 존재잖나.
“그렇다 하더라도 분신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이야기가 토론으로 흘러가자 이한은 클젠베르그 경에게 눈빛을 보냈다.
노련한 죽음의 기사는 부하들을 호통쳤다.
-쓸데없는 대답해주지 말게! 인타렌달스. 당신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오. 금화를 놓고 조용히 학교를 떠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손에 죽을 것인가?
“이제 와서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죽더라도 이유를 알고 싶군요. 제가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과 접촉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 당신의 주인이 당신을 속이는 걸지도 모릅니다.”
-헛수작 부리지 말게.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이 당신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인타렌달스는 죽음의 기사가 하는 말을 믿지 않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왕자의 시종장으로서 온갖 일들을 해낸 유능한 실무자답게 상대의 말 속에 숨은 빈틈을 찾아낸 것이다.
“거짓말이군요.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은 제가 온 사실을 모를 겁니다. 불운 때문에 계속 엇갈렸거든요.”
“…사실 제가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입니다.”
보다 못한 이한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인타렌달스는 오늘 처음으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말,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