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16)
816화
안타깝게도 디레트는 방금 후배 안에서 자신의 평가가 살짝 내려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꺼비 악마를 불러서 통제하느라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룩! 마법사! 세 명까지만 가둔다!
“그래. 약속은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 어차피 한 명만 넣을 거고.”
-구루룩! 마법사, 신의 있다! 믿는다!
‘평소 자주 소환하셨나 보군…’
이한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유크벨티레가 입을 열었다.
“시작한다.”
“예.”
이한은 가볍게 호흡하고 강화 마법을 시전했다.
>고나달테스의 재빨라지는 민첩>과 >배그렉의 일순 예지>.
둘 다 근거리 마법 전투에서 상당한 이점을 잡을 수 있는 마법들이었다.
“암흑 시야도 가능해?”
“예.”
디레트가 묻자 이한은 >고나달테스의 암흑 시야>도 시전했다.
그 모습에 흥미가 생긴 유크벨티레가 추가로 물었다.
“혹시 투명화도 가능한가?”
“예.”
이한이 >고나달테스의 투명 망토>까지 시전하자 유크벨티레는 작게 고갯짓하며 유심히 훑어 보았다.
원래 마법사의 마법은 마력과 집중력의 한계로 무한히 시전할 수도 없었지만, 만약 시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계속 중첩해서 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법이 하나씩 걸릴 때마다 이후 마법들은 기존 마법과 충돌하며 영향을 주는 것이다.
때문에 몇 개 이상의 마법을 한 곳에 시전하기 위해서는 뛰어나고 예민한 감각, 그리고 충돌로 인한 소모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 막대하고 순수한 마력이 필요했다.
눈앞의 후배가 가진 마력이 유크벨티레가 본 마력 중 가장 순도 높고 뛰어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어디까지 가능한지 활용 예시를 보여줄 때면 매번 새로웠다.
“됐습니다.”
“혹시 거기에 화염 저항도 가능한가?”
“……”
이한은 선배를 한번 째려보고 >하급 화염 저항>을 시전했다.
디레트가 있었다면 말렸을 테지만 하필이면 디레트는 두꺼비 악마와 대화하느라 둘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구룩! 전투가 벌어지면 참가하라니 계약 다르다!
-그러니까 저번에 바친 제물에, 이번에 황소 머리 다섯 개를…
-구루룩! 전투는 참가하기 싫다! 마법사 전투는 아프다!
-공격할 필요 없어. 보호만 해줘.
-구룩! 마법사들을 전부?
-아니. 저기 후배만. 쟤는 안 도와줘도 돼.
“거기에 >하급 냉기 저항>도…”
“싫습니다.”
거듭되는 요구에 이한은 정색하고 거절했다.
솔직히 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봤을 때 화염 저항도 별 필요 없어 보였던 것이다.
“어째서지?”
“저기 선배들을 보십시오. 마력에서 느껴지는 원소 속성이라고는 대부분 바람 계열입니다. 화염은 물론이고 냉기 저항도 쓸 일 없을 겁니
다.”
후배의 대답은 천부적인 감각을 근거로 사용해 매우 논리적이고 타당했다. 유크벨티레는 내심 아쉬웠지만 반박할 수 없어 동의했다.
마침내 두꺼비 악마와 계약 합의를 모두 끝낸 디레트가 둘에게 다가왔다.
“미안. 이야기가 길어져서. 준비 다 했지? 냉기 저항은 안 걸었네?”
디레트가 별생각 없이 묻자 유크벨티레가 대신 설명하려고 했다
“쟤네들은 대부분 바ㄹ…”
“예. 지금 걸겠습니다. 선배.”
이한은 군말 없이 >하급 냉기 저항>을 시전했다.
그 말에 유크벨티레는 투명화 상태의 후배를 빤히 쳐다보았다.
“… 방금 행동은 비논리적이지 않…”
“출발하죠! 선배! 다 지나가겠습니다!”
유크벨티레는 생전 처음 느끼는 낯선 감정에 다시 한번 손끝을 파르르 떨었다.
본인은 아직 몰랐지만, 그 감정의 이름은 바로 분노였다.
‘그러니까 존경받고 싶으면 좀 잘 대해 주라니까…’
옆에 있던 디레트는 안타까워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유크벨티레는 평범한 마법사들은 길가의 돌멩이처럼 여기는 만큼 뭐라고 지껄이던 별로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자신이 인정한 마법사들의 폭언에는 은근히 취약했던 것이다.
디레트 본인이야 안쓰러워서 좀 봐줬다지만 이 후배는 에인로가드에서 온갖 사악한 적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상대가 헛소리를 하면 바로 칼같이 대꾸했다.
“유크벨티레. 그렇게 화낼 거면 그냥 내가 말한 것처럼…”
“무슨 소리지? 나는 조금도 화나지 않았는데. 분노같이 하찮은 감정은 나한테 영향을 주지 못해.”
“…지팡이나 꼭 쥐고 말해라.'”
* * *
팍!
“기습이다!!”
복도가 순식간에 캄캄해지자 이반나 패거리들은 즉시 반응했다.
에인로가드 3학년 정도만 되어도 이런 이상 현상이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통을 지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이미 전투를 대비해 마법을 걸고 있었다.
그 중 몇몇은 음파가 부뒷쳐서 돌아오는 메아리까지 잡아내는, 반향정위(半響定位)까지 청각을 강화시켜놓은 상태였다.
“계단 위쪽! 계단 위쪽!”
“벽이여, 길을 막아라!”
“나무통을 지키고 빠져나가!”
‘과연 선배들이다. 발드로가드와는 비교할 수도 없군.’
습격이 터지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이한은 솔직히 감탄했다.
몇 번이고 연습한 것처럼 조금의 시간 낭비도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마법사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마법 연구나 성적은 조금 부족해도 의뢰나 난전에서 악명이 높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강화 마법 학파는 단순하고 창의성이 부족하다, 부여 마법 학파의 하위학파에 불과하다 등등 야유를 자주 듣지만…
확실히 전투에서 저마나로 저만큼의 효율을 내는 마법 학파도 드물었다.
‘청각을 강화해서 음파를 잡아내는 건가. 환상 마법이 주로 시각을 건드리니 카운터를 치는 거군.’
바로 상황 파악을 끝낸 뒤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모습은 마치 잘 연결된 기계장치 같았다.
후위에 있던 선배들은 복도 벽돌을 끌어내서 엄폐물을 만들어준 뒤 검을 꼬나 쥐고 함성과 함께 역으로 돌격해왔다.
다른 동료들을 위해 엄폐물까지 만들어줬으니 이제 적과 붙어서 시간을 끌 때였다.
“가라.”
그러나 두 5학년 선배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둘 다 푸른 용의 탑, 검은 거북이 탑 소속인 만큼 흰 호랑이 탑과의 다툼은 이골이 난 것이다.
삐이이이익-
허공에서 튀어나온 장검들이 세이렌의 목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이한에게는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그 소리를 듣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크윽!”
“윽!”
강화 마법이 몸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바로 당하지는 않았지만, 강화된 청각을 즉시 노린 환상 마법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감각을 흔들어 놓았다.
“붙어!”
흰 호랑이 밥 학생들은 결국 돌진을 포기하고 엄폐물 뒤로 피한 뒤 방패를 들어 올렸다.
환상 마법을 파훼할 때까지 공격을 방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유크벨티레가 다음 아티팩트를 꺼냈다. 석경(石鏡, 유리로 된 거울)이 색색의 빛을 쏘아내자 복도에 굉음이 터지며 폭발이 일어났다.
“……”
상대도 대단했지만, 이쪽은 그걸 가볍게 능가할 만큼 사기적이었다.
아티팩트를 넉넉하게 잘 준비해서 갖고 온 부여 마법사는 마력이 무한한 마법사와 비슷한 것이다.
“빌어먹을! 소(小) 버두스 선배다!”
“하필 5학년이라니!”
‘소 버두스?’
엄폐물을 포함해서 복도 주변을 그냥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힘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정체를 직감한 모양이었다. 반격하는 대신 도주에 집중하기로 한 것 같았다.
“디레트.”
“알겠어.”
대기하고 있던 디레트는 지팡이를 흔들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거대한 저주가 탁류처럼 흐르더니 저 반대쪽 복도에서부터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유형화된 저주가 홍수처럼 몰려 오는 건 상상도 못 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기겁했다.
“무슨…?!”
이한이라면 그냥 힘으로 뚫고 들어갔겠지만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제정신이었다.
무슨 저주가 있는지도 모르는 탁류에 몸을 던지지 못했다.
“자. 나무통을 내놓으시지.”
“큭…!”
“디레트. 그냥 제압한 다음…”
“넌 조용히 해.”
디레트는 후배들한테서 공작을 뺏어가는 것도 살짝 양심에 찔렸는데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게 제압하고 싶지 않았다.
“선배! 뒤쪽에서도 적 옵니다!”
“?”
“?!”
두 선배는 이한의 외침에 놀랐다. 아직 감각에 어떤 적도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한의 재능을 아는 다레트는 친구보다 먼저 반응했다.
“복도 쪽?”
“예.”
“숫자는?”
“한 명인데, 마력이 범상치 않…”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쪽 복도 끝 모퉁이에서 학생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멋지게 차려입은 고양이 수인 학생의 모습에 디레트와 이한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였던 것이다.
“엇. 후배님?”
자한 가문의 캐튼 선배가 반갑게 인사하자 이한은 당황했다.
현재 복도 주변은 온통 캄캄한데다가…
…이한은 투명화 상태였던 것이다.
‘어떻게?!’
-대답하지 마.
디레트는 텔레파시를 보냈다
-지금 상황이라면 상대도 확신 없어. 떠보는 거야.
“……”
이한은 전율했다.
‘과연 5학년들은 하나같이 다 양심이 없구나!’
이 정도면 반쯤은 교수나 마찬가지라고 봐야 했다.
저렇게 선량하고 귀여운 고양이 얼굴을 하고서 태연하게 후배를 속이려 하다니.
확실히 디레트의 말이 맞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검사의 감각이 뛰어나도 이한을 확실히 잡아내기 힘들었다.
아마 어슴푸레하게 느낀 감각을 확신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 것이리라.
“자한. 넌 후원 받아서 쓸 곳도 없잖아. 다가오지 마.”
“이 목소리는 디레트인가. 부럽소. 이렇게 복도도 어둡게 할 줄 알고.”
“…2학년도 할 줄 알아 그건…”
“나는 고작 검 휘두르는 게 전부인데 말이지. 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오. 일렌딜 후배님이 공작을 잡아다 주면 마법 학습에 도움이 되는 물약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으니.”
“……”
“……”
이한과 디레트는 동시에 일렌딜을 욕했다.
저런 비겁한 짓을!
-공작을 확보했다. 빠져나가자.
나무통을 확보한 유크벨티레가 조용히 두꺼비 악마의 입속에 쑤셔 박은 뒤 텔레파시를 보냈다.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캐튼이 움직였다.
경지에 오른 검사의 본능이란 실로 날카로워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위화감 하나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막아!”
혹시 몰라 주변에 배치해놓은 언데드 소환수들과 아티팩트들이 후방에서 달려드는 캐튼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캐튼은 검을 비틀린 각도로 움켜쥐더니, 부츠로 복도 바닥을 연타하듯이 두드렸다
이한은 처음에는 저 선배가 뭘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곧바로 눈이 커졌다.
‘공… 공간 마법!!!’
“하앗!”
외침과 함께 캐튼이 검을 휘둘러 공간을 찢더니 앞으로 점멸해서 나타났다.
이한도 아직 혼자서는 시전 못하는, 단거리 공간이동 마법을 검술의 비기로 시전한 것이다!
‘미친 거 아닌가 진짜?!’
이한은 욕설이 절로 나왔다.
저런 재주가 있는데 대체 마법을 왜 배운단 말인가?
마치 둘째 형 아르실을 보는 것 같은 박탈감이 느껴졌다.
디레트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바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미친!”
“제가 막겠습니다! 먼저 후퇴를!”
어둠 속에서 투명한 상태의 후배가 가속하며 덤벼들자 캐튼은 신중하게 움직임을 늦췄다.
적을 파악하기 전에는 뚫고 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카카카캉!
“벽암검?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님이오?”
“…틀렸습니다. 저 모라디 가문입니다!”
“으응? 모라디 가문은 이런… 아차. 속임수였군. 후배님. 아주 영리하시오.”
캐튼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난 뒤 온몸에 마력을 순환시켜 감각을 강화시켰다.
상대가 유리한 만큼 이 상황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잠깐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후배님. 왜 거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소. 어느 선배가 후배를 두고 자기만 빠져나가겠소?”
“하하. 캐튼 선배님이야말로 아직 모르시는군요! 유크벨티레 선배님은 피도 눈물도 없어서 얼마든지 저를 버리고 먼저 빠져나가실 수 있습니다!”
“……”
뒤에서 이한을 지원하려고 했던 유크벨티레는 멈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