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17)
817화
“…예상이 틀렸군.”
“아니, 선배님?! 왜 거기서 그러고 계십니까! 원래라면 얼마든 버리고 빠져나가셨을 분이!”
이한은 유크벨티레의 말에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 모습에 캐튼은 속으로 생각했다.
‘둘이 사이가 안 좋은가?’
같은 탑 소속이기도 하고 연구도 같이 하는데다가 이런 일까지 같이 하길래 사이좋은 선후배인 줄 알았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내가 막았어.”
디레트가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후배가 싸우는데 공작만 챙겨서 나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유크벨티레가 멋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길을 막고 등을 떠민 게 바로 디레트였다.
“아. 전 또 뭐라고. 디레트 선배 덕분이었군요.”
그럴 줄 알았다는 후배의 말에 유크벨티레는 아까 느꼈던 정체불명의 감정이 다시 차오르는 걸 느꼈다.
그 모습에 캐튼이 의아해했다. 같은 학년 친구가 저렇게 손을 부들부들 떠는 건 보기 드문 모습이었던 것이다.
“혹시 화난 것이오?”
“…자한 가문의 캐튼. 분노같이 하찮은 감정은 내게…”
“화난 것 같은데…”
“안 났다고.”
말과 함께 유크벨티레는 공격을 재개했다.
캐튼이 뛰어넘은 검들이 다시 뒤쪽에서 날아들었다. 디레트가 불러낸 언데드 괴수들이 살벌한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음. 얼추 된 것 같군.’
눈을 깜박이며 캐튼은 감각을 두텁게 강화하고 본능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온통 시커먼 암흑에, 날아다니는 검들은 환상 음파를 쏘아내며 오감을 어지럽히고, 후배는 투명화 상태에 숨어서 이쪽을 노리고 있었지만…
단련된 검사의 감각은 본능적으로 길을 찾아냈다.
마법사들은 무식하고 단순하다고 폄훼하지만, 자신의 육신 하나만을 깊게 파고드는 검사의 길은 절대 얕볼 게 아니었다.
이제 앞의 마법사들에게 달려들어서 공작을 탈취…
캐튼은 본능적으로 검술의 비기를 앞으로 펼쳤다. 그러자 정면에서 날아오는 염동력이 검격과 충돌했다.
묵직한 손맛에 캐튼은 놀랐다.
“고귀한 혈통의 유크벨티레. 언제 이런 마법을…?”
“내가 시전하지 않았어.”
“속임수로군?”
그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염동력이 연타로 날아들었다.
사납게 날아드는 보이지 않는 공격을 막느라 집중하던 캐튼은 그제야 위화감을 깨달았다.
지금 아티팩트와 소환수들을 통제하고 있는 유크벨티레, 디레트는 이 정도 되는 공격을 날릴 여력이 없었다.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님이었군! 내가 이런 선입견을!”
‘쯧.’
캐튼의 탄성에 이한은 속으로 혀를 찼다.
가능하면 유크벨티레를 의심해주길 원했는데 바로 이한이 범인인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전투 마법사로서 이런 상황에서 전위를 맡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잡았다!”
-■■■■!
그러는 사이 언데드 괴수가 거리를 좁히더니 포효와 함께 캐튼을 덮쳤다. 디레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캐튼이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이한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오싹함을 느꼈다.
팟!
캐튼의 분신이 순간 여럿 생겨나더니 뒤에서 달려오는 언데드 괴수와 아티팩트들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캐튼 본인은 사납게 이한을 향해 돌진했다.디레트는 믿기지가 않아서 외쳤다.
“검술로 저런 분신까지 만들어내는 게 말이 된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이한은 대꾸할 여유도 없었다. 바로 정면에서 >워다나즈의 염력> 3연타를 날린 뒤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뛰었다.
캐튼은 검을 들지 않은 한쪽 팔을 방패처럼 들어 올리더니 함성과 함께 돌진했다. 오러가 타오르는 팔이 염동력과 격돌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돌진을 멈추고 검을 휘두르는 순간 후배가 사라진다는 걸 알았기에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아무리 오러로 강화시켰다지만 5서클에 해당하는 마법을 팔 한 짝으로 세 번이나 막아낸 만큼 캐튼의 팔은 너덜너덜해지고 기묘한 각도로 뒤틀려 있었다.
그러나 캐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하던 목표를 손에 넣은 것이다.
‘상대 검의 사정거리다!’
이한은 만약을 대비해 축장시켜 놓은 마법 2개, >번개 망토 부여>와 >고나달테스의 끓어오르는 힘>을 발동시킨 뒤 지팡이를 옆으로 던지고 검을 뽑아들었다.
여기서부터는 주문보다 검이 더 빨랐다.
꽝!!!
오러가 이글거리는 자신의 검이 가로막히자 캐튼은 즐겁게 웃었다.
“후배님. 훌륭하오! 아직 오러도 쓰지 못하는데 이 정도 파괴력이라니!”
해골 교장에게 배운 강화 마법들과, 특유의 마력을 낭비하듯 사용하는 검사의 육체 강화. 거기에 상대의 마력을 흡수하는 검 새벽별까지.
이 모든 것들을 합치자 캐튼의 오러가 실린 일격을 정면에서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감탄하는 캐튼과 달리 이한은 충격에 전율하고 있었다.
‘뭐 이런 무식한….!’
지금 >고나달테스의 끓어오르는 힘>을 비롯해 여러 강화 마법을 걸고 있었는데도 충격 마법을 정통으로 맞은 것처럼 온몸에 묵직한 파도가 밀려들었다.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었다.
마법사가 소세계를 구현하는 순간부터 고위 마법에 입문할 수 있는 강자로 대접받는 것처럼, 오러를 쓸 수 있는 검사가 격이 다르다고 인정받는 이유를 새삼 알 것 같았다.
순간 걸어놓은 예지 마법이 다음 공격을 경고했다. 사방에서 폭풍처럼 쏟아지는 다음 초식에 이한은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다.
여기서 밀려났다가는 오히려 더 위험하단 걸 직감한 것이다.
“으음!”
한쪽 팔로 초식을 펼치려던 캐튼은 후배의 날카로운 역습에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혹시 예지 마법을 쓰고 있는 것인가?’
마법은 못 써도 견문은 상당히 넓은 캐튼이었다. 모자란 본인과 달리 전 학파를 수강하고 있는 후배라면 예지 마법을 쓸 수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금 역습도 설명이 됐다. 캐튼의 검술에 대해 잘 모르고 경지도 낮은 후배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선배도 사람이다. 시간만 끌면 나한테 유리해질 거다!’
이한은 속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캐튼도 사람이었다.
방금 입은 부상도 부상인데다가 공간이동에 분신까지 구현해낸 만큼 마력이 꽤 소모됐을 것이다.
시간을 끌고 버티면 유크벨티레와 디레트의 지원이 들어오리라.
“흐음.”
그러나 이한은 자신의 판단이 안일했단 걸 깨달았다.
다른 선배들이 마법 연구하는 동안 징벌방에서 검만 휘두른 이 선배는 다치고 마력이 없어도 충분히 이한을 노릴 수 있는 괴물이었다.
쾅, 쾅, 쾅-!
‘검의 궤도가… 비틀린다?!’
분명히 자신이 선공을 잡아 벽을 부술 위력의 강격을 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밀려나면서 수비하는 캐튼과 검을 맞댈 때마다 검이 점점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네 번째 강격이 원했던 것보다 위력이 나오지 않자 이한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내 검을 흘려보내고 있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평상시라면 가능했을 것이다. 이한이 간식 뺐으려고 덤벼드는 가이난도의 공격을 눈감고도 흘려보내듯이, 검술로서 이한보다 몇 단계 위의 경지인 캐튼은 힘이 부족해도 얼마든지 흘려보낼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사방에서 각종 마법 공격을 받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한도 그저 평범하게 공격하는 게 아니라 온갖 강화 마법의 힘을 빌려 강격을 날리고 있었는데…
…그런 공격을 침착하게 흘려보내며 이한을 불리한 상황으로 유도하고 있다니.
소름이 돋는 검술이었다. 이한은 순간 캐튼의 눈동자를 보았다. 고양이 수인 특유의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이 역습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다치고 지친, 불리한 상황에서도 절대 먹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한은 본능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순간 회중시계가 마력을 발하며 이한의 시간을 가속시켰다.
후배의 속도가 평범한 강화 마법과는 차원이 다르게 빨라지자 캐튼은 깜짝 놀랐다.
‘정말 부럽군. 저런 마법 능력이라니!’
놀라고 부러워하면서도 캐튼의 몸은 익숙하게 움직였다.
오러가 깃든 검이 상대의 공격 궤도 앞을 가로막았다.
이한은 알지 못했지만 지금 캐튼이 펼치고 있는 곡예는 그가 익힌 검술, 양류검(楊柳劍)의 비기인 패류잔화(敗柳殘化)였다.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내고 불리한 위치로 유도하는 환(幻)의 정수!
아무리 캐튼이 다치고 지친 상황이라 하더라도 후배가 힘으로 이걸 뚫는 건 쉽지 않았다.
빠르게 자세를 고쳐 잡고, 세 번의 검격이 날아들었다. 캐튼은 흘려보냈다.
다시 두 번의 검격이 날아들었다. 캐튼은 다시 흘려보냈다.
“…?”
오늘 처음으로 캐튼은 검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후배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이다.
‘뭐지?’
그 때 마침 후배의 투명화 마법이 풀렸다. 이한의 눈빛을 처음으로 본 캐튼은 놀랐다.
선배의 검에 압도당한 게 아니라 아직도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유도에서 벗어난 건 놀랍지만, 그 공격으로는 이 방어를 뚫을 순 없…’
콰르릉!
마력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마력이 비정상적으로 응축될 때 들리는 소리가 났다.
캐튼은 경악했다.
후배의 검에 오러가 맺히고 있었다.
위기.
강화.
예지.
가속.
의지 등 상황이 불러온 강력한 집중력이 견고한 의념과 엮여 만들어낸, 일반적인 마력의 응집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플라즈마 형태.
오러가 번뜩이며 이한이 배운 벽암검과 합쳐졌다. 그 일격이 캐튼의 패류잔화를 부숴버리고 검을 뒤로 날려버렸다.
쾅!!!!!
“!”
검이 날아간 캐튼보다 검을 날려버린 이한이 더 놀라워했다.
설마 선배의 방어를 부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다.
“…훌륭했소, 후배님!! 설마 오러를 쓸 줄이야!”
캐튼은 방금 겪은 패배와 상관없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말했다.
이한도 멋지게 감사해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방금 쓴 시간 마법을 포함해 리바운드가 온몸에 몰려온 것이다.
“윽… 으억… 크억… 감사합… 그런데 오러라니… 그게 무슨 소리십…?”
“방금 날린 공격. 그게 바로 오러였소. 음. 투명화 마법이 풀린 것도 그래서였겠지.”
캐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러라는 것 자체가 마력의 이상 응집현상인 만큼 주변 마법에 영향을 끼칠 때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걸 이렇게 보게 되다니, 마법이란 건 참으로 신비한 일이었다.
온몸의 격통을 참으며 이한은 다시 물었다
“하지만 검에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만…”
오러라면 검에서 뭔가 타오르는 불꽃이 피어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질문에 캐튼은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오. 분명 피어오르려다가 속으로 사그라들었… 아.”
“?”
“…후배님. 마력을 흡수하는 검을 들고 있잖소.”
“…아… 죄송합니다.”
이한은 민망해했다.
생각해보니 마력을 흡수하는 흑자석 칼날을 가진 검, 새벽별을 들고 ‘오러가 왜 안 타오르죠?’라는 질문을 하는 것부터가 웃긴 일이었다.
“저. 그런데 선배님.”
“무엇이든지 물어보시오.”
“일단 뒤부터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캐튼은 고개를 돌렸다.
목을 포함한 전신의 급소에는 유크벨티레가 불러낸 날아다니는 검들이, 그리고 머리 위에는 디레트가 불러낸 피투성이 언데드 괴수가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노려보고 있었다.
“앗. 내가 졌소. 항복이오.”
“같은 학년으로서 봐주면 안 되겠나?”
“뭐라도 바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디레트와 유크벨티레가 당장이라도 캐튼을 찢어 죽일 것 같자 이한은 살짝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캐튼은 시무룩한 태도로 대답했다.
“후배님. 난 가진 재산이 없소. 대부분 징벌방에 있어서 의뢰도 연구도 못 했는데.”
“…팔 부러진 거나 줘보십시오.”
“치유 마법까지, 후배님은 나와 달리 정말 대단…”
“조용히 좀 하십시오.”
이한은 두 선배의 눈치를 보며 캐튼의 입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