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20)
820화
라게사는 노련하고 경험 많은 해적인 만큼(그리고 해골 교장과 친분이 있는 만큼) 에인로가드의 교육에 대해서도 꽤 아는 게 많았다.
17년, 29년, 37년 전에 방문했을 때도 에인로가드는 비슷했던 것이다.
37 년 전.
-너는 왜 지팡이가 없느냐?
-빵 한 덩이와 바꿔 먹었습니다.
-…그래.알겠다 너는 왜 망토가 없느냐? 너도 빵 한 덩이와 바꿔먹었느냐?
-아닙니다.
-그러면?
– 저는 반 덩이와 바꿔먹었…
-……
29 년 전.
– 그래도 너는 지팡이가 있구나!
– 예. 저희가 어제 주방을 발견했거든요! 주방의 음식을 싹 털고 그걸로 맡긴 지팡이와 망토를 찾아왔습니다.
-키히히, 그래! 잘 됐다. 그래도 식량을 자기 힘으로 손에 넣었으니까! 그런데 발목에 차고 있는 그 쇠사슬은 뭐냐?
-주방지기한테 붙잡혔는데, 징벌방에 갈 건지 주방의 잡일을 할 건지 물어봐서… 주방의 잡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하루 열 시간씩 주방일을 도와야 합니다
-내가 마법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 뭘 알겠냐만은, 하루 열 시간씩 주방 일을 하고서도 마법을 배울 수가 있느냐?
17년 전.
-놀랍다, 너는 꽤 커다란 짐승을 잡았구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다른 놈들은 안 먹고.저렇게 누워 있는 거지?
-저를 쓰러뜨리고 뺏어가려고 하길래 조금 다퉜습니다…
-저런! 네 잘못이 아니다. 트롤 혼혈의 음식을 뺏어가려고 덤빈 놈들이 멍청한 거지.
-전 나눠주겠다고 했는데 쟤네들이 뒤에서 기습하려고… 히잉…
-쯧쯧. 일주일 내내 굵은 놈들하고는 원래 이성적으로 타협이 안 되는 법이다. 폭력으로 다스려야지. 네 그 주먹을 활용해라.
-하지만 저는 폭력이 싫은데요? 폭력이 싫으면 더더욱 강한 폭력을 가져야지. 하다못해 주먹이라도 강하게 쥐고 있어라! 일주일 내내 굶은 놈들은 몇 대 맞고 포기하겠지만, 이주일 내내 굵은 놈들은 몇 대 맞아도 포기 안 할 테니까.
“달라졌을 것 같진 않은데?”
회상을 끝낸 라게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인로가드는 영주가 바뀌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고통스럽고 처절한 곳일 터였다.
오죽하면 라게사가 종종 휘하 해적들에게 ‘너희는 일 년 내내 바다를 떠돈다고 해서 불평하면 안 된다! 에인로가드란 곳이 있는데…’라며 훈계를 할까.
“제가 1학년일 때에는 다들 배가 고프긴 해도 나름 세 끼 챙겨 먹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 혹시 발드로가드 다닌 거 아니냐?”
“라게사 님!”
이한이 발끈하자 라게사는 킬킬대며 웃었다.
발드로가드만큼 마법학교 학생들을 놀리기 좋은 단어도 없었다.
‘잠깐. 혹시 에안두르데 때문인가?’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에 이한은 움찔했다.
현재 검은 거북이 탑에 소속된 에안두르데는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싸움을 선호하는 성격이었다.
저번에 볼라디 교수의 강의실에서 만났을 때도 ‘다른 탑 친구들한테서 식량을 갈취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한이 식량 보따리를 쥐여주고 친구들한테 나눠주라고 했지만, 솔직히 이한 본인도 정말 나눠줬을지는 회의적이었다
왜냐하면 이한 본인도 저런 식으로 받았다면 안 나눠줬을 테니까?
‘나라면… 몰래 창고에 넣었겠지.
아무리 다른 탑 친구들 챙겨주라는 말을 들어도, 자기 보면 덤벼드는 놈들까지 챙겨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뭐가 예쁘다고 챙겨준단 말인가.
“짐작 가는 게 있습니다.
“뭐지?”
“제 후배 중에 이런 애가 있는데…”
이한은 에안두르데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러나 라게사는 시큰둥했다.
“한 명이 뺏어봤자 얼마나 뺏겠느냐. 그리고 다들 마법사다. 뺏는 건 무리여도 숨기는 건 얼마든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놈들이야.”
“아닙니다. 에안두르데는 마음만 먹으면 정말 지독하게 뺏어댈 녀석이거든요.”
‘혹시 싫어하는 거 아니야?’
이한이 워낙 진지하게 말을 늘어놓자 라게사는 순간 싫어하는 후배인가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럼 내가 물어보고 오지. 넌 뒤에서 투명화로 따라와라.”
라게사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구니 안에 있던 큼지막한 치즈와 둥그런 빵, 커다란 떡과 과일들을 정신없이 퍼먹던 1학년 학생들은 뒤늦게 깨닫고 깜짝 놀랐다.
“누… 누구십니까!”
“진정해라! 너희 애송이들은 다 같이 덤비더라도 이 토르게르드의 딸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할 테니. 나는 그 음식 바구니 주인이다!”
“… 못, 못 돌려줘! 절대 못 돌려준다!”
“……”
“……”
후배의 격렬한 반응에 라게사는 물론이고 이한까지 부끄러움을 느꼈다.
“…뺏으러 온 게 아니다. 애초에 내가 그 음식 바구니를 설마 잃어버렸겠느냐? 너희 애송이들 먹으라고 던져놓은 거다.”
“감, 감사합니다…!”
라게사의 말에 1학년 학생들은 엄청 울며 감격했다.
빠르게 친해진 이들은 라게사의 질문에 의심 없이 대답을 늘어놓았다. 에인로가드의 비밀을 불라고 해도 불었을 기세였다.
“왜 이렇게 굶주렸느냐?”
“나오는 식사량이 너무 적습니다… 그리고 도중에 사라지는 일도 많고요.”
“이렇게 영지가 넓은데 식량을 구해보는 건?
“해보고는 있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채집이나 사냥은 실패할 경우 배만 더 고프게 만드는 일이었다. 특히 초심자가 많은 에인로가드 신입생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에인로가드 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건 훨씬 더 위험했다. 운이 좋으면 대박을 낼 수 있지만 나쁘면 징벌방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저런. 혹시 에안두르데라는 녀석이 음식을 많이 뺏어가서 그런 건 아니냐?”
“에안두르데요? 아닌데요.”
“에안두르데는 오히려 저번에 음식 나눠줬어요. 카르레 사제가 다 훔쳐가서 그렇지.”
“말도 안 돼!”
이한은 깜짝 놀라서 외쳤다.
물론 1학년 학생들도 똑같이 깜짝 놀랐다.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침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방금 뭐였죠?”
“신경 쓰지 마라.날 따라다니는 유령 해적이니까. 어쨌든 에안두르데 때문이 아니라고?”
신입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이 학생들은 흰 호랑이 탑 소속이었고, 당연히 검은 거북이 탑 소속인 에안두르데와는 예전부터 충돌이 잦았었다.
-하. 거북이 놈들. 너희 같은 놈들이 어렸을 때부터 검을 수련한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 악! 아악! 항복! 항복!
-밟는다! 부순다! 이긴다!
-아악! 내가 잘못했다고! 내가 잘못했다니까!
흰 호랑이 탑, 푸른 용의 탑은 물론이고 수틀리면 가끔 불사조 탑 사제들까지 두들겨 패는(특히 카르레 사제가 자주 맞았다) 에안두르데는 검은 거북이 탑 1학년 학생들의 자랑이었다.
그런 에안두르데를 막으려면 흰 호랑이 탑에서는 북부 산맥 출신인 울간 정도는 나서야 했고, 푸른 용의 탑에서는 제국 명문가 펭에린 가문 출신의 수재 알히들 정도는 나서야 했다.
하지만 울간은 산을 주로 돌아다니느라 탑 사이 싸움에 잘 참가하지 않았고, 펭에린도 ‘나는 아직 멀었는데 무슨 유치한 싸움이냐!’하며 잘 참가하지 않는 만큼 이런 싸움에서 에안두르데는 유독 도드라졌다.
“그러면 에안두르데 때문이 맞는 거잖아?”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1학년 학생들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에안두르데는 이쪽에서 선공 안 하면 공격 안 하거든요.”
“음식도 자기 배부르면 더 이상 안 챙겨요.”
‘무슨 맹수냐?’
이한은 후배한테 식량 비축의 필요성을 설명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리고 저번에는 식량 보따리 갖고 와서 나눠줬어요. 이름 밝히면 안 되는 선배한테 받았다는데…”
“그렇군.”
설명을 다 듣고 나자 이한은 에안두르데한테 매우 미안해졌다.
후배는 자신의 말을 충직히 따라줬는데 정작 자신은 후배를 믿지 못한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라게사는 궁금해졌는지 물었다.
“카르레 사제가 훔쳐갔단 건 뭐냐?
보통 사제는 도둑질을 하지 않는 만큼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카르레 사제는 빌도츠칼 교단인데요…”
“오, 빌도츠칼! 제국의 진정한 교단이지!”
라게사는 누가 해적 아니랄까 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1학년 학생들은 황당해했다.
“어쩐지. 빌도츠칼 교단 소속이었군.”
“사제가 도둑질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라게사가 기뻐하자 흰 호랑이 탑 1학년 학생들은 심통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라게사는 코웃음 치며 조롱할 뿐이었다
“너희는 기사란 놈들이 구걸은 어떻게 하는 거냐? 아까 보니까 거지보다 더 게걸스럽게 잘 처먹더구만!”
“……”
“배고프면 훔치고 뺏는 법이야. 당한 놈이 바보지.”
“저희는 사제님이 도둑질할 줄 몰랐죠!”
“그래. 그게 잘한 거지! 키히히!”
더 내버려뒀다가는 학생들이 라게사의 정체를 짐작할 것 같았기에, 이한은 라게사를 말리며 배낭에서 식량을 꺼냈다.
“여기. 음식 좀 더 가져가라.”
“감… 감사합니다! 유령 해적님!”
“여기 있는 통조림부터 먼저 먹는 걸 추천해. 콘비프 통조림은 배가 고프다고 그냥 덥석 구워먹지 말고. 냄비에 넣어서 나온 빵이랑 같이 끓여. 굳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끓이는 편이 나아.”
유령 해적의 지혜에 흰 호랑이 탑 1학년 학생들은 허공으로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역시 유령 해적은 경험 덕분인지 아는 게 많았다.
1학년 학생들이 식량을 허겁지겁 챙겨서 떠나는 모습을 아련하게 지켜보다가 이한은 문득 의아해했다
“잠깐. 에안두르데 때문이 아니면 얘네들은 왜 굶주리는 겁니까?”
“말했잖느냐? 에인로가드는 원래 저게 보통이라고. 쟤네들 지팡이가 왜 없겠느냐.”
“왜 없습니까?”
“그걸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빵이랑 바꿔먹은 거지! 너 정말 에인로가드 학생 맞냐!'”
“…?!”
이한은 라게사의 말에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저희 때는 저런 게 없었습니다. 가이난도가 간식 먹겠다고 책 몰래 바꿔먹은 것 말고는…”
“신기한데? 식량을 주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었냐?”
“저 같은 경우는 주기적으로 외출하고 텃밭을 관리하며 식량을 확보했습니다.”
“……”
라게사는 제국에서 가장 멍청한 마법사를 발견한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네놈 때문이잖아!!!”
* * *
“과연…”
“까무러칠 일이야! 에인로가드 학생들 중에 편하게 그 학년을 보낸 놈들이 있었다니”
“아니. 저희도 나름 힘들었습니다.”
이한의 말에 라게사는 그저 코웃음 칠 뿐이었다.
지팡이를 빵으로 바꾼 탓에 마법을 쓰지 못한 경험이 없는 한 그건 에인로가드 학생이 아니었다.
“그럼 라게사 님. 저는 이만 강의 들으러 가보겠습니다.”
“같이 가자. 구경이나 해야겠다. 어차피 돌아다녀 봤자 날 비블레한테 금화 뿌린 머저리로 보는 놈들만 다가올 텐데.”
“별로 재미없으실 텐데요? 치유 마법 강의입니다.
“치유 마법은 재미없겠지.”
“그러면 다른 곳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냐, 아냐. 어차피 애송이 네가 가는 곳은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거다. 충분히 재밌겠지.”
‘말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닌가?’
이한은 속으로 투덜댔다.
무슨 이한이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사람도 아니고…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였다.
저번에 라게사가 마법을 가르칠 때 복도가 반파된 것도 라게사 본인이 마법을 이상하게 가르쳐서지, 이한의 잘못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한은 암전하게 들은 다른 강의들도 많ㅇ… 아니, 조금은 있었다.
“잠깐만요. 라게사 님. 혹시 유크벨티레 선배님 연구도 보셨습니까? 아직 안 보신 거라면…”
“그 건방진 자식이 제일 날 우습게 보던데?”
“……”
이한은 그렇게 대단한 청동 골렘을 가지고서도 후원에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