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27)
827화
유크벨티레를 일단 강의실 구석으로 끌고 간 이한은 작게 속삭였다.
“대체 왜 다른 선배님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하셨으면서 라게사 님한테만 그러십니까?”
“?”
이한의 말에 유크벨티레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후배들한테 친절하게 대했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난 딱히 다른 학생들한테 친절을 베푼 적이 없는데. 오히려 디레트 때문에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인 너한테만 특별히 친절하게 대했지.”
“??”
이번에는 이한이 고개를 갸웃거릴 차례였다.
“언제요?”
“아까 지팡이에 대한 조언을 해줬잖아?”
“…그건 강의니까 당연한 거잖습니까.”
이한은 이 선배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
“다른 후배의 질문이었다면 그런 막연한 방식의 질문은 듣지 않았을걸. 질문자의 역량도 중요한 법이니까.”
“아니 이걸 어떻게 안 막연하게 물어봅니까. 저 2학년이거든요.”
지금 강력한 정령부터 각종 권능의 보석들까지 전부 감당할 수 있는 지팡이를 만들어야 하는데, 2학년인 이한이 처음부터 다 짜내는 건 무리였다.
“그리고 선배도 흥미롭다고 하셨잖습니까. 흥미 없었으면 디레트 선배가 말했어도 무시하셨겠죠.”
“내가 언제.”
“아까 흑자석 넣는 것도 흥미로운 시도라고 하셨고, 메아리의 돌 어디서 구했냐고도 물어보셨는데요.”
“……”
유크벨티레는 오랜만에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후배의 연구에 흥미를 가졌다고?
아직 2학년인데다가 본인의 인공차원 연구를 매몰차게 거절한 후배의 연구를?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닌데.”
“아닙니까?”
“그래. 난 흥미 없어.”
“어쨌든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라게사 님을 설득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한은 유크벨티레가 자기 연구에 흥미있든 없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기에 깊게 따지지 않고 넘어갔다.
“최소한 다른 선배들한테 대하는 것 정도는 해야죠.”
“이해가 안 가는군… 나는 오히려 라게사 님을 존중하고 있는데.”
“???”
유크벨티레는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에게 친절히 설명해줬다.
이름도 잘 모르는 후배들을 무시하는 것과 달리, 라게사는 한 명의 마법사로서 존중하는 만큼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
“…이름도 모르십니까?”
“왜 기억해야 하지?”
‘이 사람은 그냥 무관심한 게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관심한 후배들한테는 질문에 대해 꼬박꼬박 제대로 답해주고, 관심 있는 라게사한테는 제 할 말만 하면서 속을 박박 긁어놓는 걸 보면 계속 무관심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긴 디레트 선배 속도 박박 긁어놓는 사람이다.’
“여하튼 제가 말하겠습니다. 그냥 뒤에 계세요.”
“하지만 네 수준으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텐데.”
“디레트 선배한테 일러바치기 전에 입 다물고 가만히 계십시오.”
“……”
유크벨티레는 후배의 포악함에 경악하며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무례할 수가?
* * *
“그러니까 이 청동 골렘이 이렇게 쓸모가 있고, 또 이 선배님께서는 인공 차원 연구도 진행하는데..”
“저번에 그 교만공 나왔던 그거 말이냐?”
“그걸 라게사 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이한은 깜짝 놀랐다.
인공 차원 연구 도중 일어난 사건사고를 후원자가 미리 알고 있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그걸 어떻게 알게 된 건지가 더욱 궁금했다.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해적이 대체 어떻게?
“거기 참가한 마법사들이 편지 보내면서 알려주던데?”
“……”
이한은 제국의 마법사들이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걸 깨닫고 전율했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
앞으로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만나보지도 않은 동쪽 끝 지역의 마법사가 ‘오! 마령관의 제자 오셨군!’같은 소리를 지껄일 수도 있었다.
“그건 근데 그쪽 마법사들이 실수한 겁니다.”
“원래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야 뛰어난 마법사지. 불완전한 세상을 다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젊은 마법사의 오만이다.”
“하지만 어떤 마법에 있어서는 필수적으로 그런 예민한 통제가 필요한…”
변명하던 이한은 갑자기 자신이 이걸 왜 해야 하나 싶었다.
‘그냥 공작 한 명 잡아줬으면 됐지 라게사 님까지 꼭 설득해야 하나?’
해줘도 이제 사람 속 박박 긁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왕 벌인 거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이한은 유크벨티레를 열심히 찬양했다.
푸른 용의 탑에서도 인망이 높고 여러 도움을 주고(칼렌다리움을 생각해보면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교우 관계가 훌륭했으며(디레트 같은 친구가 있었으니 이것도 일리가 있었다), 후배의 존경을 받는다(이한이 잠시 존경하기로 했다)…
짠하다는 듯이 들고 있던 라게사는 혀를 차며 말했다.
“됐다. 됐어. 애송이. 그래도 같은 학파 선배라고 금칠을 해주는 솜씨가 아주 예술이구나. 나 같으면 진작 창 밖으로 던져버렸을 텐데.”
“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한은 모르는 척 대답했다.
그리고 던질 거면 버두스 교수부터 던질 것 같았다.
“이리 와봐라. 비블레의 제자.”
라게사의 부름에 유크벨티레가 의기양양한 태도로 쪼르르 달려왔다.
“네 후배의 설득이 이 늙은 해적의 심금을 울렸다. 좋다. 제국 사람들은 비블레한테 속은 머저리가 제자한테 또 속았다고 비웃겠지만 후원해주마.”
“!”
유크벨티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가볍게 흥분으로 떨렸다.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 이번 일은 칭찬해주도록 하지. 용케 완고하고 고집 센 마법사를 설득했어.”
“선배님… 제발 목소리 좀 낮추거나 그냥 입을 닥쳐주십시오…”
“라게사 님. 그런 먼지보다 못한 하찮은 자들의 비웃음은 신경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유크벨티레는 라게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라게사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너야 평생 친구도 없이 마탑에 박혀서 살겠지만, 이 토르게르드의 딸에게는 명성과 평판이란 게 있거든? 하여간, 후원은 좋지만, 조건이 있다.”
“인공 차원이 완성되면 두 번째로 방문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너나 많이 가라. 내가 말한 조건은 여기 이 불쌍한 후배의 지팡이 제작을 도와주는 거다.”
“?”
유크벨티레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짓을 왜 해야 한단 말인가?
“?”
이한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싫었다.
“싫은데요?”
“아니…너는 왜?”
라게사는 유크벨티레도 아니라 이한이 거절하자 당황했다.
당연히 이 불쌍한 후배가 고마워할 줄 알았던 것이다.
“들어보니 흑자석으로 지팡이 만든다면서? 보통 어려운 게 아닐 텐데?”
“흑자석을 빼면 뺐지 버두스 교수랑 같이 작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
논리적으로 완벽한 반박에 라게사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크벨티레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반문했다.
“버두스 교수가 아니라 날 지목했는데. 후배.”
“하하. 제가 잘못 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혼자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좋은 지팡이를 만드는 기회를 날리는 것도 아쉬운 일이고 그리고… 에이. 아니다. 어쨌든 도움은 필요하다. 애송이.”
라게사는 입을 열려다가 말을 삼켰다.
이한은 괜히 궁금해져서 물었다.
“마지막에 말씀하시려던 이유는 뭡니까?”
“들으면 애송이 네가 너무 상처받을까 봐 좀 그런데.”
“하하. 괜찮습니다.”
“그래. 알겠다. 어차피 비블레를 포함한 전 학파를 듣는 녀석인데 이상한 사람 한 명 더 옆에 둔다고 이제 와서 뭐 달라지겠냐고 하려고 했…”
“……”
이한의 눈 깊숙한 곳에서 슬픔과 고통이 차올랐다. 라게사는 그걸 보자 괜히 말했다고 후회했다.
“야. 그러니까 애송이 네가 상처받을까 봐 말 안 하려고 했잖아.”
“아, 아닙니다. 상처 안 받았습니다.”
“미안하다. 여하튼 좋은 기회라니까? 더 좋은 지팡이를 만들 기회를 놓치지 마.”
앞으로 이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겪을 고난과 시련들을 생각해본다면, 자신이 직접 지팡이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꽤 요긴할 게 분명했다.
고난과 시련에 맞춰 지팡이를 변화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극복하기 쉬워지리라.
옆에서 곰곰이 계산해보고 있던 유크벨티레가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후배를 도와주면서 낭비하는 시간과 라게사한테 받을 금화로 인한 시간 단축을 계산해봤을 때, 받는 게 이득이었던 것이다.
“돕겠습니다.”
“넌 조용히 해라. 지금 네 의사가 중요한 줄 아느냐?
“……”
* * *
사실, 흑자석이란 희귀금속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이한일지도 몰랐다.
보통 이런 마력 흡수 성질을 가진 금속은 마법사들이 건드릴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괜히 갖고 다녔다가 자기 마법이나 방해받는 만큼 더더욱 그랬다.
“저는 별일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마력량으로 압도한 거겠지.”
유크벨티레는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렸다.
마법사에게서 뻗어져 나오는 마력을 화살표로 그리고, 흑자석이 마력의 방향을 이리저리 교란하는 걸 그린 뒤, 마지막으로는 막대한 마력량이 그런 교란을 찍어누르는 것까지 그렸다.
“이건 뭡니까?”
“마법사잖아.”
“……”
흉측한 그림 솜씨에 이한은 순간 트롤을 그린 건가 싶었었다.
“그림은 제가 그릴까요?”
“어째서?”
“그림이 알아보기 힘들어서…”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안 충분한 것 같은데요.”
“중요한 건 마법이란 개념이지 그걸 어떻게 그리느냐가 아니야. 알겠어? 그리고 이 정도면 알아보기 충분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선택을 한 거지. 디레트도 잘 알아봤다고.”
“앗, 예.”
상대가 갑자기 다다다 말이 길어지자 이한은 살짝 당황했다.
“혹시 제가 말한 것 때문에 기분이 나쁘신 건 아니죠?”
“전혀 아닌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다행입니다. 그럼 이 흑자석 지팡이 말인데요. 단점은 알겠는데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고 마법사를 방해하는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기 마련.
이한은 그걸 자세히 듣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마력을 쉽게 비축할 수 있고, 주문을 시전할 때 견고성이 뛰어나지. 강한 마법은 지팡이가 버티지 못하고 부러지는 경우도 있으니. 또, 마법의 핵으로서도 강력하다고 할 수 있겠군.”
마력을 쉬지 않고 빨아들이는 만큼 축전 능력은 확실하고, 그러면서도 버텨야 하는 만큼 견고성이 뛰어난 건 당연했다.
하지만 마법의 핵으로서 강력하단 이야기는 이한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과연 그런가.’
지팡이의 역할은 주문과 비슷했다.
없어도 마법은 가능했지만, 있을 경우 마법사의 능력을 증폭시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마법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바꾸는 일인 만큼 불안정한 학문이었고 그걸 통제하기 위해 여러 수단이 마련되었다.
마법사의 집중력을 위해 주문이 있는 것처럼 지팡이 또한 그랬다.
마법이란 현상이 진행되는 동안의 핵심, 중심, 근원(根源).
그게 바로 지팡이의 역할이었다.
흑자석 지팡이의 경우 주변의 마력을 온통 흡수할 테니 어떤 불안정하고 난해한 마법을 시전할 때도 그 존재감은 매우 뚜렷할 터였다.
막말로 혼수상태에서 마법을 써도 흑자석 지팡이의 존재는 느껴질 테니…
“그 정도면 확실히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너는 고서클 마법을 최대한 빨리 익히고 싶어하니까. 시전할 때 수월하겠군.”
“…그냥 지팡이 견고성 말한 겁니다.”
유크벨티레는 후배의 항의는 무시하고 제 할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흑자석만으로 구성할 수는 없어. 다른 차원의 돌, 마법석, 나무 정령… 이런 요소들을 유지하게 할 강력한 물질이 필요하지.”
“버두스 교수님 창고에 있을까요?”
“아니. 없을 거다. 그 정도 재료는 들어오는 대로 즉시 사용되니까.”
“교수님은 왜 그렇게 사치스러운 겁니까?”
유크벨티레는 자신도 들어오는 대로 즉시 훔쳐서 사용했지만, 조용히 말을 돌렸다.
“흑자석을 제어할 수 있는, 지팡이 심지로서 가장 괜찮은 재료는…”
이한은 조용히 선배의 말을 경청했다.
‘제발 구하기 쉬운 재료. 제발 구하기 쉬운 재료.’
“왕(王)급 정령의 나뭇가지가 좋겠는데.”
“…다른 거 하죠 우리?”
이한은 방금까지 끼적거린 종이를 구기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