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33)
833화
‘차라리 시련이 더 나은 것 같은데.’
대개 시련이란 것은 난이도가 높고 위험할 수는 있어도 끝이 있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어떻게 해야 끝에 도착할 수 있을지는 짐작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신목림은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대뜸 자기한테 맞는 나뭇가지를 찾아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마법사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직업이라지만 이렇게 아무 단서 없이 그냥 할 수는…
“뭐 도움될 만한 건 없습니까?”
“선택받을 때까지 돌아다니라니까?”
“흠. 알겠습니다.”
이한은 라게사의 말은 무시하고.자신이 배운 예지 마법 중 뭘 써야 하나 고민했다.
돌 점은 좀 약할 것 같았고, 정령 금화 점이나 다섯의 악마 점 정도는 써야 할 것 같았다.
‘정령 금화 점은 불가능하겠고.’
특수한 마법 공정을 거친 금화 다섯 개가 필요한 만큼(심지어 그 중 앞면이 나온 건 정령한테 바쳐야 했다) 정령 금화 점은 쓰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섯의 악마 점 정도가 만만해 보였다. 예언 중 가짜인 2개를 맞히지 못하면 강력한 불운의 저주를 받았지만, 정령 금화 점보다는 나았으니까.
“예지 마법? 위험하다. 애송아. 미래를 들여다보는 쾌감에 취해서 파멸한 예지 마법사들이 얼마나 많은…”
“흠. 알겠습니다.”
이한은 다시 무시하고 시약을 점검했다.
그름달 때 채취한 광대버섯, 차원들 중 마계에서 구한 뼛조각, 주사 등등.
라게사는 이한이 자기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걸 깨닫고 투덜댔다.
“예지 마법으로 크게 다쳐봐야 저런 짓을 안 하지.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라고!”
“아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꼭 지금 쓰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확인한 겁니다.”
이한이라고 겁이 없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학생들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았다.
잘못하면 한동안 강력한 불운에 시달린다는데 어찌 두렵지 않을까.
예언 때문에 가이난도가 가까이 올 때마다 지팡이를 휘둘러 쫓아낼 정도로, 이한은 예지 마법을 상당히 신경 썼다.
문제는 지금 숲에서 원하는 나뭇가지를 찾는 게 답이 없어 보여서 그렇지!
‘일단 다른 녀석들이 어떻게 하는지 봐야겠군.’
시약 점검을 끝낸 이한은 친구들이 하는 걸 지켜보았다.
혹시 누군가 운 좋게 알맞은 나뭇가지를 손에 넣는다면 그걸 보고 참고할 생각이었다.
슉!
아까 신기루를 붙잡은 학생은 차라리 나은 편이었다.
신목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던 학생들은 슬슬 여기 숲이 매우 기괴하단 걸 알 수 있었다.
팟!
나뭇가지를 꺾기는커녕 건드리는 순간 숲 어딘가로 공간이동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풍덩!
갑자기 구름이 꺼지더니 아래의 커다란 물웅덩이로 빠지게 되거나.
“방… 방금 이상한 곳에 갔다 왔어. 너희들도 봤어? 웬 정령들이 날 데리고 미궁으로 안내했다니까??”
혹은 미궁 안을 계속 헤매는 환상 속에 빠져들거나.
적대적인 몬스터만 없었지 이 숲은 에인로가드 근처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배배 꼬인 신비를 품고 있었다. 괜히 미친 정령왕이 가꾼 숲이 아닌 것이다.
“…다들, 밧줄로 서로 묶는다.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마. >아군의 각인> 손등 위에 새겨.”
보다 못한 지젤은 무질서하게 돌아다니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불러모았다.
마법사라 하더라도 여기 숲을 완전히 통제하는 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몇 가지 대비는 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마법 밧줄로 서로를 묶고, 한 번 새겨넣으면 시간이 지나서 사라질 때까지 서로의 위치를 알려주는 아군의 각인 마법을 걸고…
“과연. 이런 방법이라면 장기적인 탐색에 유리하겠군.”
“뭘 평가하고 있는 건데!? 너도 와서 명령 내려!”
지젤은 기가 막혀서 소리를 질렀다.
같이 옆에서 명령 내려야 할 놈이 구름 위에 앉아서 흥미롭다는 듯이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저렇게 움직이는군’이러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던 이한은 재빨리 변명했다.
“나는 푸른 용의 탑이라서 괜히 끼어들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지.”
‘헉. 그런가?’
옆에서 듣던 앙라고는 살짝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다른 탑 소속이면 눈치 보여서 괜히 나서서 명령을 내리기 힘들지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이한. 내가 보기에도 그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냉소하며 내밸는 지젤부터 시작해서 평소 이한의 편을 들어주던 더르규까지 난색을 보였다.
“우우우!”
몇몇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아예 야유를 보냈다.
“워다나즈는 헛소리하지 말고 평소처럼 지시를 내려라! 우리는 지시를 원한다!”
“맞다! 워다나즈는 평소처럼… 억, 어억!”
지젤은 창피함을 모르고 떠드는 친구들을 걷어찼다.
아무리 다른 탑 학생의 명령을 따르는 것에 익숙해져도 그렇지 방금은 정말 너무 추했다.
“야. 오라고.”
“알겠어. 알겠어. 각자 3인 1조로 나뉘자고. 수중 호흡하고 진실의 빛 부여 걸어줄 테니까… 또 뭐가 필요하지? 오염체 방어까진 필요 없겠지?”
이한은 저서클 마법에서 가능한 부여 마법들을 종합 세트로 우르르 시전했다.
눈치를 보던 앙라고가 손을 들었다.
“워다나즈. 말할 게 있다.”
“오. 뭐지? 마법 추천인가?”
“아니. 친구들 데리고 오라고 했잖나. 다른 탑 놈들도 빨리 불러오는 게 어떤가 싶어서…”
“……”
이한과 지젤이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자 앙라고가 다급히 변명했다.
“아, 아니! 나쁜 뜻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탑 친구들한테도 이 기회를 나눠줘야 하잖아!”
“그러시겠지.”
“하. 앞으로는 데리고 올 때 경쟁이라도 시켜야겠군.”
“근데 앙라고가 너희 답 차석 아니야?
“닥쳐.”
* * *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각 탑을 돌며 친구들에게 이 기쁜 조직을 알렸다.
-오, 친구들이여! 워다나즈의 일을 돕다가 우린 우연히 자비로운 나무의 정령왕을 만나게 되었다네! 정령왕이 말하길, ‘친우들을 불러 나뭇가지를 꺾어가도록 해라!’ 부디 너희들도 와서 나뭇가지를 꺾어갔으면 하는군! 여긴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야!
“이게 안 기뻐!? 정령왕이 초대해서 영역을 열어줬다는데!?”
가이난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요네르를 쳐다보았다.
요네르는 침착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애들아! 요네르는 하나도 안 기쁘대! 너무 천재라서 정령왕의 선물이 필요가 없대!”
“우우! 우우우!”
요네르는 물약병을 하나 꺼낸 뒤 친척의 머리통을 향해 휘둘렀다.
짤막한 비명과 함께 발성 금지 물약에 당한 가이난도가 허우적댔다.
그러자 방금 야유하던 몇몇 친구들이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난 가이난도 놀린 거야.”
“맞아. 메이킨.”
“…지금 좋아할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
“어째서지?”
살코의 질문에 요네르는 근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령왕이 아무 대가 없이 선물을 주는 존재는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행운이 아닌 건 아니잖나. 우리가 너무 에인로가드에 절여져서 정령의 호의를 무시하는 걸 수도 있다.”
‘…그, 그런가?!”
요네르는 살짝 당황했다.
아무리 자신감 있는 학생도 흔들리게 하는 마법의 말, 너는 너무 에인로가드일지도 몰라’를 듣자 확신이 흔들린 것이다.
“맞아. 메이킨!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 그리고 워다나즈는 정령하고 사이가 좋잖아.”
“???”
“????”
진상을 아는 요네르와 몇몇 친구들은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정령하고 사이가 좋다니?
“왔구나. 다들. 온 걸 환영한다.”
“너희들에게 이 풍경을 같이 보여주고 싶었어. 하하.”
균열을 지나 광목왕의 영역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이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반겼다.
그 모습에 요네르는 더욱 경계심이 올라가는 걸 느꼈다.
…이상한데?
“황자 놈은 왜 저러고 있어?”
“몰라. 어디서 이상한 거라도 주워 먹었겠지. 저번에도 딸꾹질버섯 주워 먹었잖아.”
“읍읍읍읍!”
“자. 다들 이쪽으로 따라와! 설명해줄 테니까!”
낮선 영역의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하는 다른 탑 친구들을 부르며,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재빨리 신목림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설명을 끝낸 뒤 후다닥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가 기회를 받게 된 거야. 그럼 이만! 우리도 찾아봐야 해서. 행운을 빌게!”
‘이상하군. 이야기가 조금 많이.생략된 것 같은데.’
슬슬 살코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정령왕이 초대하고 기회를 준 건 맞는 것 같은데, 왜 그 사이에 많은 내용이 생략되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일까?
1시간 후
“이 호랑이 탑 새끼들 어디 갔어?!”
분노한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길을 안내하고 사라진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을 찾아 헤맸다.
방금 전까지 나무 꼭대기 위에 매달려 있었던 탓에 다들 꼴이 엉망이었다.
물론 당연히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자기들 나뭇가지를 찾아보려고 신목림 어딘가로 가버린 뒤였다.
“젠장. 속았다! 워다나즈 놈 이름도 설마 거짓말은 아니었겠지?”
“그건 아닐 겁니다.”
“어째서?”
“아무리 그래도 설마 워다나즈 님의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나중에 지독하게 보복당할 텐데.”
랫포드의 예리한 추측에 살코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말이 되는군. 젠장. 너무 막막한데. 예지 마법도 잘 안 먹히고… 엇, 워다나즈!”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멀리서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쳤다.
“워다나즈, 아무리 좋은 기회여도 그렇지. 거짓말을 하다니!”
“무슨 소리냐?”
“여기가 이런 곳인 것도 말해줬어야지!”
“난 말하라고 했는데.”
“……”
“……”
살코는 아까 연락을 전한 흰 호랑이 탑 놈들을 반드시 거꾸로 매달아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이한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흰 호랑이 탑 놈들이 사실을 몇 개 빼놓았나 보군. 괜한 짓을 했어. 말 안 해도 어차피 왔을 텐데. 다들 마법사인데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잖나.”
“?”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
난 미리 들었으면 고민 좀 했을 것 같은데…
“다들 그렇지?”
“어, 어? 물론 그렇지.”
“다들 똑같은 생각일 거다. 워다나즈!”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과 살코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급히 말했다.
“일단 서로 흩어질 경우 대비해서 추적 수단 마련해놓고 돌아다니는 걸 추천한다.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위험한 건 없는데 사람 지치게 만드는군. 얼마나 돌아다녀야 할지 모르겠는데.”
“워다나즈. 예지 마법은 해봤나? 우리 쪽에서도 시도해봤는데 영 효과가 없군.”
살코는 예지 마법 학파 수석인 친구에게 기대를 걸고 물었다.
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해봤지. 다섯의 악마 점을 해봤다.”
“!”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2학년이 그런 난이도 높은 예지마법을 벌써 시전해도 되나?
놀란 학생들은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바로 납득했다.
‘하긴 워다나즈는 원래 저랬지.’
‘나 참. 내가 왜 놀란 거지?’
이한은 친구들이 놀라다 말자 살짝 의아해하며 마저 말했다.
“해봤는데 실패했다.”
“역시. 난이도가 높은 마법일 테니…”
“아니. 마법은 성공했는데 악마가 바친 시약을 돌려주더군. 여기 숲이 정령왕의 광기로 덮여 있어서 뭘 말해줄 수가 없다고.”
“……”
“……”
생전 처음 듣는 제물 반려 사태에 학생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때였다.
-황자가 나뭇가지를 찾았다! 황자가 나뭇가지를 찾았다!!
-아니, 저 자식은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대체 왜!? 뭐가 좋다고!?
“!”
“!!!!”
처음으로 숲에서 나뭇가지를 획득한 사람이 나오자 모두 깜짝 놀랐다.
“저쪽이다! 가보자!”
이한을 비롯해 모두들 서둘러 달려나갔다.
푸른 용의 탑 학생 몇 명이 모여서 가이난도를 구경하고 있었다. 가이난도는 펄떡이는 나뭇가지를 붙들고 소리쳤다.
“이한! 이거 봐! 나뭇가지를 얻었어!”
사람 크기만 한 나뭇가지는 펄떡이며 가이난도의 머리통을 철썩철썩 때렸다
이한은 당황해서 라게사를 불렀다.
“저거 괜찮은 겁니까?”
“원래 저런 재료는 주인을 까다롭게 고르잖냐. 괜찮다. 애초에 안 맞는 놈이었으면 골라지지도 않았을 테니. 버티기만 하면 나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다. 그나저나 저 애송이놈, 황족 아니었느냐? 그래도 나름 고귀한 피를 받았는데 제일 빨리 찾다니.”
“예? 제일 빨리 찾으면 좋은 거 아닙니까?”
라게사는 킬킬대며 드디어 진실을 털어놓았다.
“숲 어디를 찾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지가 중요하지.”
“…?”
“도량이 좁은 마법사는 숲이 빨리 찾아간다. 바로 포기한 놈을 더 볼 것도 없으니 적당한 나무를 보내서 손을 잡아버리는 거지. 오히려 도량이 넓은 마법사일수록 숲이 계속 지켜본다. 얼마나 오랫동안 걷고 기다릴 수 있는지 기대하는 거야. 키히히. 내가 그래서 선택받을 때까지 돌아다니라고 하지 않았냐?”
“아하. 과연.”
이한은 메아리의 돌을 열고 미친 분신을 부를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미친 숲을 상대로 협박하는 방법을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