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38)
838화
다행히 이번에는 사라탄에게 끌려간 게 아니라 그냥 쓰러진 거였다.
뒤로 넘어진 이한은 절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 가이난도가 업었어?”
“정확히는… 부축했지.”
“이한!”
라게사의 마법에서 풀려난 가이난도는 상황도 모르고 쫄래쫄래 다가왔다.
“내가 라게사 님을 붙잡아뒀어!”
“?”
“??”
친구들은 처음 듣는 전략적 목적에 의아해했지만, 이한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딱!
“악!”
“야. 이 자식아. 예언 계속 이야기했잖아 쓰러졌다고 멋대로 건드리면 어떡하냐!”
“… 그… 근데, 비, 비상상황이었다고! 흰 호랑이 탑 놈들이 이한 널 납치해서 빼돌릴지도 몰랐어!”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냐??
-야, 이 미친 황자 놈아! 우리가 워다나즈를 납치해서 뭐하겠냐고!
-근데 납치하면 좋긴 하겠는데? 식사부터 마법 강의까지…
-닥쳐.
뒤에서 항의하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무시하고 가이난도는 최선을 다해 음해했다.
딱!
“같이 힘 합쳐도 모자랄 판에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어!”
“아… 아니… 쟤들도 다 같이 했는데…”
같이 이한을 데리고 온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아덴아르트만 혼자 어쩔 줄 몰라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가이난도와 똑같은 실수를 했는데 혼자 아무 말도 듣지 않으니 괜히 더 찔렸다.
“맞… 맞아! 아덴아르트도 같이했어! 쟤 때문에 불운이 두 배로 늘어났을 거야!”
‘내 친구지만 진짜 쓰레기 같다.’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감탄했다. 어떻게 저 상황에서 다른 친구의 발목을?
“미, 미안합니다. 워다나즈.”
딱!
“네가 말렸어야지! 예언 이야기는 네가 옆에서 제일 많이 들어놓고!”
바뀐 지팡이로 때리자 예전보다 훨씬 더 경쾌한 소리가 났다.
꿀밤 세 번으로 화를 푼 이한은 한숨을 푹뚝 내쉬었다.
“됐다. 이제 와서 뭐 어쩌겠냐.”
‘씨이… 때리기 전에 그러지…’
가이난도는 속으로 투덜댔다.
화를 풀 거면 때리기 전에 풀면 어디가 덧난단 말인가?
“예언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니, 그걸 어겼다고 해서 두 배로 불운이 몰려오진 않을 겁니다. 이미 끝났을 수도 있고요.”
티질링이 이한을 위로하기 위해 말했다.
불운을 피하기 위해서 황족과 닿는 걸 피해야 했던 거지, 황족과 닿아서 불운을 겪은 이상 이미 끝난 일이었다. 황족과 몇 번 더 닿는다고 불운이 몇 배로 찾아오지는 않을 터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시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제가 예지 마법 안 듣긴 하는데요, 불운이란 게 소나기처럼 한 번 막아내면 끝인 것도 있지만, 먹구름처럼 계속 머물러 있는 불운도 있지 않나요? 그런 불운일 경우에는 저렇게 예언 어길 때마다 계속 추가로 불운이 닥칠 것 같은데요.”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교묘하게 진실을 호도해서 이한을 위로해 주려던 티질링은 시무룩해졌다.
이한도 같이 시무룩해졌다.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시아나는 당황했다
“아, 아니! 불운 다 끝났을 수도 있어요!”
“안 끝났을 수도 있지. 악마 대공을 만나고 정령왕을 만났으니, 음… 그다음은 이제 차원괴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정령왕은 친절했잖아요!”
“시아나 사제. 광목왕을 말한 게 아니었어.”
“??”
이한은 다시 한숨을 가볍게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불운이 끝난 건지 아니면 아직 안 끝났는데 추가로 접촉해서 몰려올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빠져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광목왕이 약속하고 열어준 차원인 만큼 바깥의 시간은 거의 흘러가지 않았겠지만 원래 정한 시간을 초과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갑자기 시간이 가속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최악의 경우 차원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들 슬슬 출발하자. 잠깐. 라게사 님. 마력 흐름이 이상하신데 혹시 술 드셨습니까?”
“이야기하면 길다. 애송아.”
* * *
잉걸델 교수는 흰 호랑이 탑 5학년 학생, 캐튼과 같이 앉아 쌓인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자한 도와줄 필요 없습니다. 자신의 검술을 다듬으세요.”
“괜찮습니다. 도와드리고 연습하겠습니다.”
자한 가문의 캐튼은 아직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제국 검사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했다.
모라디 가문의 지클린 뒤를 이을 천재적인 재능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것이다.
잉걸델 교수도 그걸 알고 있었던 만큼 캐튼에게 꽤 관심이 있었다.
‘안타깝다.’
0개 학파인 캐튼은 교수의 일을 도우려고 해도 도울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해골 교장이 성질을 내면서 뭐라도 하라고 구박하는 만큼 잉걸델 교수의 일을 돕고 있었지만, 잉걸델 교수 입장으로서는 캐튼이 그냥 검술에만 몰두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
검사의 가치를 말하는 건 검이지 각종 잡일이 아니지 않은가.
“흡!”
서류 분류를 끝낸 캐튼은 옆에서 검을 휘둘렀다. 수십 번 넘는 검광이 번뜩이자 앞에서 새싹이 피어올랐다.
“하하! 해냈다! 교수님! 보셨습니까? 만 번만 더 연습하면 묘목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습니다!”
“……”
잉걸델 교수는 매우 복잡한 표정으로 캐튼을 지켜보았다.
원래 학생에게는 학생 각자의 검술이 있고, 그 검술을 익히는 걸 도와줄지언정 방향을 멋대로 바꾸지는 않는 게 잉걸델 교수의 방침이었지만…
캐튼이 하는 걸 볼 때마다 ‘그냥 검술에 몰두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잉걸텔 교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참았다.
순수하게 검술에 전념하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캐튼이라고 모르겠는가.
재능과 열망이 일치하는 건 축복이었지만,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능을 따를 필요는 없었다.
캐튼이 원한다면 캐튼은 저 길로 갈 자격이 있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더라도 말이다.
‘학생들 보고서나 읽어야겠군.’
잉걸델 교수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서는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붙잡았다.
검 대신 이런 보고서를 읽는 게 어색할 때가 많았지만, 이 또한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잉걸델 교수는 의아함을 느꼈다.
학생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휠씬 빠르게 제출한데다가, 전원이 제출했던 것이다.
‘다 같이 움직이기라도 했나?’
흉터 가득한 엘프 교수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협력하는 걸 보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었다.
서로 아웅다웅하던 2학년 학생들이었지만 위기를 만날 때마다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새삼 쪽지시험을 잘 골랐다고 생각하며 잉걸델 교수는 흐뭇해했다.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시험을 내야겠군.’
보고서를 하나씩 집어 들며 이름을 확인하던 잉걸델 교수는 멈칫했다.
“…??”
안녕하세요. 잉걸델 교수님. 저는 강의를 안 듣지만 고생한 게 억울해서 이렇게 남깁니다. 저보다 못 쓴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이난도
놀랍게도 강의를 안 듣는 다른 탑 학생들 중에서도 보고서를 제출한 사람이 나왔다.
잉걸델 교수는 황당하다는 듯이 이름을 확인했다. 한 명이 아니라 대여섯 명 정도 됐다.
‘…대체 몇 명이서 간 거지?’
혹시 2학년 전원이 가기라도 한 건가 싶어서 당혹스러웠다.
잉걸델 교수는 워다나즈의 이름을 찾았다. 이럴 때는 가장 신뢰가 가는 학생의 보고서부터 보는 게 맞았다.
광목왕, 교만공, 정령억압자, 투전승목왕, 남부 사략함대의 제독과 함께한 5일. -이한 워다나즈
“……”
잉걸델 교수는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있는 학년에는 앞으로 한동안 이런 과제를 주지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 * *
“선배님. 이 지팡이의 형태를 봐주시겠습니까?”
“너무 고전적인데.”
유크벨티레는 이한이 갖고 온 나뭇가지 형태를 보자 보기 드물게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정말 예전에나 쓰던 지팡이 양식이었다.
“그것 말고 단점은 없습니까?”
“고전 양식은 고전 양식인 이유가 있어. 당연히 이유가 있겠지. 그런데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
유크벨티레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푸른 눈동자로 이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평소와 거리가 다른 것 같은데.”
“아. 그렇습니까?”
이한은 강의실 반대편에서 깜짝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마력을 담아서 말하고 있는 탓에 멀리서 말하는데도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유크벨티레는 뭐하냐는 듯이 손가락을 뻗었다.
“이쪽으로 와서 이야기하지.”
“아닙니다. 선배님. 제가 전염병에 걸려서 말입니다.”
“전염병이라고?”
“예 흑마법 학파는 전염병에 걸리기 쉽지요.”
“하긴. 디레트도 그랬지.”
유크벨티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접촉을 피하기 위해 대충 아무거나 갖고 온 이한은 갑자기 슬퍼졌다.
“흥미로운데.”
“제가 전염병에 걸린 게 말입니까?”
“응. 어떤 전염병에 걸렸지?”
원래 치유 마법이나 그쪽 연금술에 크게 흥미 있진 않았지만, 저렇게 마력 많은 후배도 걸릴 수 있는 전염병이라면 궁금하긴 했다.
어떤 마법 질병이길래 그 마력을 뚫고 들어왔단 말인가?”
“어… 대충 교만공하고 광목왕이 힘을 합친 병 같은 건데요.”
“정말? 좀 보여줘.”
유크벨티레가 접근하자 이한은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아예 주변에 염동력 장벽까지 쳤다.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 질병을 옮길까 봐 걱정하는 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방어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으니까.”
“과연. 그런데 이 질병은 그것도 다 뚫어버립니다.”
“더더욱 궁금하군. 보여줘.”
“잠깐. 지팡이 단점이나 먼저 말해주십시오. 저번에 말한 나뭇가지를 심지 안에 넣고 흑자석을 두르는 건 왜 추천하신 겁니까?
유크벨티레는 교만공과 광목왕이 힘을 합친 질병이 뭔지 궁금했지만, 꾹 참고 설명부터 했다.
“가장 효율적이니까.”
“지금 이건 효율적이지 않단 말입니까?”
“그 형태는 고대 마법에 특화된 형태야. 그러니까 고전이지. 굳이 현 제국 마법을 쓸 때 손해를 볼 필요가 없을 텐데.”
“……”
이한은 무슨 소리인지 깨닫고 얼굴이 굳었다.
‘아니 검은 책 이 새끼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요즘 마법 배우는 학생한테 요즘 스타일로 맞춰줘야지 자기 옛날 마법책이라고 옛날 스타일 지팡이 맞춰주면 어떡한단 말인가.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이거 모양 못 바꾸겠죠? 안에 봉인된 정령왕 같은 게 있으면 더더욱?”
유크벨티레는 대답 대신 침묵하며 쳐다보았다.
이한은 ‘그딴 멍청한 질문을 하다니 네가 디레트의 후배가 맞느냐’라는 뜻을 읽을 수 있었다.
“이해했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전염병을…”
“그러면 다음에 흑자석 넣을 때 뵙겠습니다. 선배님. 안녕히 계십시오!”
이한은 재빨리 강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안에서 뭔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나뭇가지는 손에 넣었군. 당연한 일이다.
“…스승님. 혹시 ‘잘했다’라는 단어가 있는 거 아십니까?”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타나서 칭찬하는 미친 분신의 모습에 이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친 분신은 피식 비웃었다.
‘같잖다’라는 단어도 안다. 천것. 당연한 걸로 치하받으려고 하지 마라.
“……”
이한이 칭찬에 목마른 사람은 아니었지만 광목왕->교만공->정령들의사악한억압자->투전승목왕 상대로 무사히 빠져나왔을 때는 칭찬 한마디 정도는 듣고 싶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나?’
있었던 일을 말해보도록
“예. 이런 일이…”
이한은 검은 책이 자신의 몸을 빌려 사악한 마법을 펼쳤다고 고발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미친 분신은 이 마법들이 무슨 마법인지 다 알고 있으려나?’
분리되기 전에 만든 마법이라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마법이 뭔지 아십니까?”
그래. 덴드로비움은 왕족이 기르던 나무지.
“…사람 정수를 흡수하는 나무를 기르셨다고요???”
…그 나무를 기리는 마법이다. 천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