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40)
840화
“아, 아닌데요.”
정곡을 찔린 탓에 이한의 거짓말은 반 박자 늦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다 안다는 듯이 투덜댔다.
“안 감싸줘도 됩니다. 이한 학생. 라게사 님은 예전부터 그랬어요. 학생 안 괴롭힌다고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이었죠.”
‘저런.’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가르시아 교수를 뺀다면 에인로가드 교수진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단말인가
정말로 위험한 말이지만 발드로가드 이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무시하십시오.”
“그러고 있어요. 이한 학생. 그럼 우리 시험 볼까요?”
“…예.”
“농담입니다. 시험 없어요.”
>매우 어렵고 난해한 비전 마법의 이해에 대해서(자신 없는 자들은 오지 마시오)> 강의는 딱히 쪽지시험을 보지 않았다.
가르시아 교수가 보기에 이 강의는 굳이 쪽지시험을 따로 만들어서 학생을 시험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교수님!”
“기쁘죠?”
“어, 기쁘긴 한데, 교수님이 걱정됩니다. 교장 선생님이 징벌방 보내는 거 아닙니까?”
“……”
2학년치고는 벌써 너무 성숙해진 제자의 모습에 가르시아 교수는 마음이 아팠다.
“안 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안 갑니까? 버두스 교수님은 멋대로 시험 빼면 징벌방 가시던데요?”
‘아오.’
가르시아 교수는 속으로 버두스 교수를 욕했다.
학생한테 참 좋은 걸 가르쳐주고 있었다.
“버두스 교수님은 알다시피 자기의… 음… 목적…”
“학생들을 버리고 자기 마법만 연구하고 싶어하는 그 목적 말씀이십니까?”
“…구체적으로 말해줘서 참 고맙네요. 이한 학생. 하여간 버두스 교수님은 평소 전과가 많아서 징벌방에 자주 가시는 거고요. 저는 평소 전과가 없어요.”
해골 교장이 아무리 징벌방에 누군가를 보내는 걸 즐긴다지만 다짜고짜 보내진 않았다.
특히 교수진은 더더욱 그랬다. 한 명 빠지면 당장 강의에 구멍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해골 교장은 냉철한 판단 기준으로 징벌방에 보냈다.
버두스 교수가 쪽지시험을 빼먹었다->버두스 교수라면 사악한 속셈으로 했을 테니 징벌방 행.
가르시아 교수가 쪽지시험을 빼먹었다->가르시아 교수라면 선의로 그랬을 테니 문제없음.
“이런 식이죠.”
‘아니. 의외로 공평하신데?’
이한은 살짝 감탄했다.
누가 교장 아니랄까 봐 이런 부분에서는 꽤나 공명정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제가 징벌방 가면 에인로가드 일에 공백이 많아져서… 비슷한 이유로 5학년 학생들도 잘 안 가요.”
“버두스 교수님은요?”
“애초에 교수님은 빠져도 별로 흔적도 안 나죠.”
“……”
이한은 말문이 막혔다
대체 얼마나 날로 먹으시길래…!
“감사합니다. 교수님.”
“에이. 이한 학생이 따로 고마워할 건 없어요. 시험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거니까요. 안 그래도 이번 주 바쁠 텐데 오늘 강의라도 마음 편히 쉬어요.”
가르시아 교수는 갓 끓인 커피를 내밀었다.
오늘은 강의보다 이한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좀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한 학생. 정령왕의 영역에 다 같이 방문했다고 들었는데요.”
“킥.”
이한이 사레들린 소리를 내자 가르시아 교수는 크게 당황했다.
“괜찮아요!? 커피가 너무 뜨거웠나?!”
“아, 아니. 그냥 놀랐을 뿐입니다. 교수님들 사이에 정보 전달이 너무 빨라서…”
“아. 학생을 가르치는 건 중요한 일이니까요.”
저런 말로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이한은 얼얼한 목구멍을 진정시키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게 새로 받은 지팡이인가요.?’
“예. 아직 완성은 안 됐습니다. 흑자석을 가공해서 여기에 맞춰야 해요.”
“이한 학생. 이건 너무 고대 마법 스타일 같은데요? 혹시 교장 선생님이 시켰나요?”
가르시아 교수는 반쪽짜리 카두케우스 형태의 지팡이를 보고 의아해했다.
현재 제국의 지팡이 형태들은 대부분 지팡이 심지 역할을 하는 특별한 재료와 그 재료 겉을 감싸는 안정적인 재료로 구성하는 편이었다.
이런 구조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마법 구사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별도의 심지를 만들지 않고, 그냥 두 개의 재료를 엮어버리는 방식이라면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
출력을 대가로 마법사가 훨씬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흑자석과 정령왕의 신목(神木)이라는 말도 안 되는 두 재료를 쓰고 있었으니…
“예.”
이한은 검은 책을 탓하고 있었던 만큼 바로 동의했다. 그 대답에 가르시아 교수가 매우 분해하며 외쳤다.
“뭔 지팡이까지 옛날 스타일을 추천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미 안 그래도 충분히 위험한 마법 쓰고 있는데, 더 위험한 마법 쓰란 것도 아니고!”
‘맞는 것 같…’
속으로 생각하던 이한은 슬쩍 물었다.
“이거 형태 바꿀 수 있습니까?”
“안에 강력한 고위 정령이 있으면 힘들어요. 이한 학생. 다시 깨워서 제압해야 하는데…”
깨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힘이 들었고, 제압하는 건 더더욱 그랬다.
이한은 그때 투전승목왕이 날뛰던 모습을 떠올렸다.
두들겨 맞고 꼬리를 내렸지만, 힘을 회복하면 다시 이한에게 덤빌 놈이었다.
‘그냥 포기하고 해야겠군.’
“뭐..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으니까요. 장점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이한은 이를 악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버두스 교수님 시ㅋ… 아니, 부탁하죠.”
“뭘요?”
“흑자석 가공이요. 버두스 교수님이 잘하시거든요.”
“그게 가능합니까? 아. 교환으로?”
버두스 교수는 하기 싫은 일은 때려죽여도 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교환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주는 사람이었다.
이한이 하는 노동의 대가로 흑자석을 가공해달라고 하면 해줄 수 있으리라.
“교환이요? 뭘로 교환할 건데요, 이한 학생?”
“일을 도와드리거나…”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버두스 교수님 도와드린 게 있으니, 버두스 교수님도 절 도와주셔야죠.”
“…교수님…!”
스승의 은혜에 이한은 감격했다.
가르시아 교수한테 진 빚을 이한한테 갚게 하려고 하다니.
“강의 끝나고 같이… 아니다. 혼자 가는 게 낫겠네요.”
“같이 가시죠? 지팡이를 바로 보여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으음.”
가르시아 교수는 머뭇거렸다.
버두스 교수를 찾아가면 분명 험한 대화가 몇 번 오갈 텐데, 제자를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교수님. 저번에 제가 대신 순찰 돌아드리고, 대신 시험 채점하고, 대신 과제 준비하고, 대신 범죄자한테 채울 아티팩트 만들고, 대신 재료 관리했으니까 이한 학생 지팡이 좀 봐주실래요?
-응? 싫어.
-야!
…이런 대화는 2학년 학생한테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한도 만만찮았다.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르시아 교수님은 지나치게 선량하시기 때문에 버두스 교수 같은 악인을 만나면 사기당할 수 있다.’
버두스 교수가 진 빚 받으러 갔다가 부탁 더 들어주고 오면 이한은 뒷목 잡고 쓰러질 수도 있었다.
이한은 갑자기 펄펄 뛰며 화를 내던 디레트 생각이 났다.
‘…헉. 디레트 선배도 이래서 날 볼 때마다 화를 냈던 건가?’
고민하던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가르시아 교수와 달랐다.
선량한 가르시아 교수와 달리 자신은 충분히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난 확실히 다르지.’
“에휴. 알겠어요. 이한 학생. 강의 끝나고 같이 가요. 다른 일은 없었어요?”
“음…”
이한은 방금 여기 오기 전 미친 분신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해골 교장이 옛날 품었던 과거 이야기와, 한 시간 동안 퍼부은 핀잔 말고도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천것. 소세계를 시전했다고?
-예. 덴드로비움과 바실리오스를…
-그럼 이제 쓸 수 있겠군.
-아니오?
-……
-죄송합니다. 근데 당장 5서클 마법들도 못 쓰고 있는데…
-죄송하다고 불가능한 마법이 바뀌기라도 한단 말이냐? 서둘러라. 천것. 대체 언제쯤 제자로서 최소한의 명예라도 갖출 것이냐?
‘세상 끝날 때도 힘들 것 같은데.’
미친 분신은 검은 책을 활용해서 소세계를 몇 번 더 써보라고 권했다.
피를 토하든 말든 뇌에 강제적으로 고위 마법을 집어넣고 시전하다보면 알아서 개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가진 재능이라면 더더욱 가능성 높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실패하면 미치는 거 아닙니까?
-시전도 하지 않았는데 광기부터 걱정하느냐?
-아, 예…
회상을 끝낸 이한은 결정을 내렸다.
가르시아 교수님한테는 말하지 말아야겠다!
‘말하셨다가는 충격받아서 쓰러지실지도 모른다.’
“이한 학생. 지금 혹시 제가 걱정하지 않도록 위험한 일들은 잘라내려고 고민 중인가요?”
‘헉.’
“아닙니다. 왜 그런 생각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건 아니고, 다른 걸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교장 선생님의 과거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너무 많아서 뭘 말하는지 모르겠네요.”
“…그, 생전에 살아계셨을 때요. 소국의 왕자인 거 아셨습니까?”
“그야 알죠.”
“!”
이한은 놀랐다.
“아. 역사서를 보신 겁니까?”
“아뇨… 교장 선생님이 심심하면 말하잖아요. 이한 학생.”
생각해보니 그랬다.
학생이면 모를까 교수들은 접촉하는 시간이 더 긴 만큼 훨씬 더 자랑을 많이 들었을 터였다.
“그러면 이런 것도 들으셨습니까?”
이한은 미친 분신이 생각하고 있는 목표를 설명해주었다.
마법의 힘으로 세상의 독을 제거해버리겠다는 그 목표.
가르시아 교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제자의 말을 경청했다.
“아뇨. 들어본 적 없네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통 저런 마법사들이 마법범죄자 되던데…”
“……”
“아, 아니. 미안해요. 이한 학생 좀 생각하고 말했어야 했는데.”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르시아 교수의 감상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잡은 마법사들은 영원한 시지프스가 되거나 아니면 미쳐서 마법범죄자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마법사라면 무시했을 텐데, 교장 선생님의 분신이 저러니까 조금 걱정이 되긴 하네요. 불가능할 텐데 어쩌려고 저러는 건지.”
“정말로 불가능할까요?”
“글쎄요. 이한 학생. 제가 마법의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니까요. 마법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느끼는 건, 우리가 마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밖에 없거든요.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보다는, 그 방법이 맞는지 틀린지 고민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이한 학생?”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의 말에 동의했다.
가능이냐 불가능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길이 맞느냐 틀리느냐?
“안 그래도 그 분신이 저한테 길을 이어서 걸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아마 강림한 것도 이런 부분에서 미련이 남아서 아닐까 싶습니다.”
“…그걸 먼저 말했어야죠!”
가르시아 교수가 화를 내며 외쳤다.
자기가 지금 저 업(業)을 짚어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무슨 저런 태연한 대화란 말인가?
“아, 아니.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저 가르치다가 속 터져서 분신이 포기할 수도 있고요.”
“그럴… 것 같지는… 않은…”
교수가 보기에 가장 가능성 낮은 게 바로 미친 분신이 제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한 학생 같은 제자를 다시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에휴. 됐어요. 이한 학생. 말려도 안 듣겠죠. 또 찾아가서 마법 배우겠죠.”
“아닌… 아닙니다만.”
믿고 따르던 교수가 실망한 기색을 역력하게 보이자 이한은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