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45)
845화
너무나도 뜬금없는 힐난에 이한은 당황했다.
이한 본인 때문에 2학년 놈들을 본 적도 없고, 덕분에 지팡이 수집도 못 했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미친 사람인가?’
하긴 에인로가드는 원래 미친 사람이 많았다.
이한은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저 때문에 2학년을 못 봤다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그리고 지팡이 수집은 또 뭐고요?”
“내 일이 뭔지 아냐?”
“주방을 지키는 거 아닙니까?”
주방지기란 단어에 그 사이 모르는 뜻이 추가된 게 아니라면 이것 말고는 없었다.
“반은 맞았다. 나머지 절반은 학생들에게 식료품을 교환해주는 거지.”
“!!!”
에인로가드에서 처음 듣는 인도적인 역할에 이한은 정말로 놀랐다.
“아니. 에인로가드에 그런 역할이 있습니까? 전 왜 본 적이 없죠?”
“……”
주방지기는 아까보다 훨씬 더 험악하고 퉁명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그리고는 툭 내뱉었다.
“너는 아쉬울 게 없었으니까 본적이 없지.”
“예?”
“나를 만나려면 진심으로 빈궁해야 한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어서 통조림 하나에 지팡이라도 팔 수 있어야 하지. 주방을 털 수 있다면 징벌방에 가는 것도 개의치 말아야 하고.”
상대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웠다.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진정 배고픈 에인로가드 학생 앞에만 나타난단 건가?’
학생이 굶주릴 대로 굶주려서 주방을 털다 붙잡힐 정도가 되면 그 앞에 나타나는 존재라니.
괴팍하고 까다로운 등장조건이었지만 에인로가드에서 이 정도면 평범한 축에 들어갔다.
‘그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식료품을 열심히 비축할 필요가 없었잖아?’
이한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아쉽습니다. 더 버텼다면 저나 친구들도 식료품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받다니 무슨 소리냐?”
“식료품을 주시는 거 아닙니까?”
“교환이라고 했다.”
“……”
그제야 이한은 정신이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이상했던 것이다.
해골 교장의 하수인이 배고픈 학생 앞에 나타나서 굳이 무상으로 식료품을 줄 리 없지 않은가.
“…혹시 뭘 해야 식료품을 주십니까? 잡일이라도 시키십니까?”
“학생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군. 너희 녀석들의 잡일에 그만한 가치가 있겠냐. 무조건 마법 아이템만 받는다.”
주방지기는 절대로 식료품을 공짜로 주지 않았다. 각종 마법 관련 장비들을 받아야 식료품을 내줬다.
학생들이 받은 마법 지팡이부터 시작해서 연금술용 소형 솥이나 냄비, 망토나 모자 등등.
배가 고픈 학생들은 친구 지팡이라도 뺏어서 바쳐야 했다.
‘1학년 후배들이 지팡이가 없던 게 설마…!’
이한은 진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처음에는 검은 거북이 탑의 1학년 학생들이 승리를 기념하고 자랑하기 위해 지팡이를 수집한 줄 알았다.
하지만 검은 거북이 탑 학생들도 배고프고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그런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당연히 음식이 나오는 구석이 있으니까 모은 거였다.
안 그래도 가난하고 가진 거 없는 학생들이 서로 도둑질하게 만들다니.
“대체 왜 그런 것만 받습니까?”
“주인님이 명령했으니까.”
‘아하.’
분개하려던 이한은 바로 납득했다.
해골 교장이 시켰다면 의아할 것도 없었다.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됐다.
“작년에 주인님이 실적이 없다고 욕을 하셨다. 너 때문이지.”
“아니… 그럼 먹을 게 있는데 억지로 참아야 합니까?”
“혼자 먹으면 그만이지 왜 친구들한테도 나눠준단 말이냐. 너 때문이다.”
“그럼 친구들이 굶는데 먹을 걸 안 줍니까?”
“백번 양보해서 친구들한테는 나눠줘도 왜 학생 전체에 나눠주냐. 이건 아무리 봐도 너 때문이 맞다.”
“……”
주방지기의 말에 이한은 살짝 말문이 막혔다.
이상하게 듣다 보니 학생 전체를 먹여 살린 건 좀 과했다는 생각이…?
“잠깐.”
뒤에서 듣고 있던 공작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뭐요, 포로.”
“…내가 누군지 모르나?”
“알지. 주인님의 보물을 훔치려다가 붙잡힌 얼간이잖소.”
주방지기는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 말에 이칼도렌 공작의 얼굴이 확 붉어졌지만, 소리를 치진 않았다.
해골 교장의 하수인에게 제국의 관습으로 화를 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이미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됐다. 그보다 여긴 마령관의 제자 아니냐. 너는 마령관의 하수인이고. 하수인이 제자한테 이렇게 건방지게 굴어도 되는 거냐?”
공작은 준엄하게 예절을 지적했다.
옆에서 들고 있던 이한은 어이가 없어서 지적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전하. 저는 제자가 아닙…”
그러나 주방지기는 그 말을 듣고 우물쭈물 거리며 고민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아니. 왜 사과하십니까! 저 그냥 학생입니다!”
주방지기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자 이한은 괜히 속이 더 터지는 기분이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한이 화를 내거나 말거나 주방지기는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공손함을 유지했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심술이 나도 그렇지 마령관의 제자에게 무례하게 구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당장은 한이 풀리더라도 곧 머지않아 백배, 천 배로 보복이 돌아올 수도 있었다.
이한이 펄펄 뛰며 그만하라고 화를 내도 주방지기는 끝까지 버텼다.
“…그만합시다. 그래서 주방지기님은 여기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저는 배가 고프지도, 지팡이 교환할 생각도 없습니다만.”
“워다나즈 님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저 뒤에 있는 얼간이 때문에 온 겁니다.”
“공작 전하 때문에요?”
“예. 저를 부르더군요.”
주방지기는 허리춤에서 황동으로 된 작은 종을 꺼냈다. 종은 바깥 방향으로 흔들리며 맑은소리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저 얼간이가 배가 불러서 울리지 않지만, 원래는 이쪽으로 울렸습니다.”
주방지기가 갖고 있는 >굶주림의 종>은 에인로가드 영지 안에 있는 굶주린 자를 찾아내는 아티팩트였다.
굶주릴 대로 굶주린 자가 영혼으로 비명을 지르면 종은 그자의 위치를 감지해 그쪽 방향으로 소리를 공명해냈다.
이 아티팩트를 사용해 주방지기는 학생들의 지팡이와 각종 마법 장비, 도구들을 뜯어내고 가끔은 영지 외진 곳에서 굶어 죽어가는 학생도 찾아내곤 했다.
설명을 들은 이칼도렌 공작은 다시 얼굴을 붉혔다.
저 주방지기란 놈이 자신 때문에 여기 왔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나… 나는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는데.”
“말 못 하는 종이 거짓말을 했겠냐. 이 얼간아. 마법은 거짓말을 안 해.”
“…이 무례한 놈 같으니…!”
공작은 분개했지만, 창살 안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방지기는 다시 주섬주섬 종을 집어넣었다.
“공작이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교환할 것도 아니면 가봐야겠습니다. 워다나즈 님. 오늘 무례는 부디 잊어주십시오.”
“아니. 전 괜찮습니다. 따지고 보면 교장 선생님이 나쁜 것 아닙니까.”
“!?”
뒤에서 듣고 있던 공작이 당황했다.
설마 대놓고 스승을 욕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저래도 되나?’
주방지기는 이한이 그렇게 말해주자 감사하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몸을 돌렸다.
“잠깐!”
“?”
“??”
주방지기를 불러 세운 건 공작이었다. 이한과 주방지기는 의아하다는 듯이 공작을 쳐다보았다.
“…아, 아니. 식량을 교환해준다길래. 그래. 뭘 줄 수 있나?”
“……”
안타깝다는 이한의 눈빛에 공작은 영혼 밑바닥까지 발가벗겨진 듯한 수치심을 느꼈다.
차라리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면 이렇게 부끄럽지는 않았으리라.
“일단 네가 내놓을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해야 한다.”
“…여기 반지가 보이나? 이 반지 하나면 요새 하나는 살 수 있을 거다.”
이칼도렌 공작은 검지를 내밀더니 반지를 불빛에 비췄다.
열여덟 개의 보석이 세심하게 컷팅된채 그 빛을 찬란히 발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값비싼 예술품이었다. 그러나 주방지기는 고개를 저었다.
“저건 안 돼.”
“뭐!? 왜 안 된다는 거냐!”
“말했듯이 마법 아이템만 받는다. 마법이 안 걸려 있잖냐.”
“이거 하나면 마법 아이템을 수십 개 살 수 있는데!”
“주인님한테 따져라. 얼간아.”
아무리 말해도 주방지기는 요지부동이었다. 공작은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답답해하더니 이한에게 외쳤다.
“그래, 소년! 네가 교환해주면 되겠군. 마법 아이템과 바꿔다오!”
“아니. 그건 좀…”
“어째서!!”
이한까지 거절하자 공작은 충혈된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도저히 왜 거절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너무… 비싸잖습니까. 제가 가진 싸구려 마법 아이템 몇 개하고 바꾸는 건 좀 양심에 찔리는데요.”
아무리 제국 금화 수집에 몰두하는 이한이라지만 너무 규모가 큰 사기는 뒷일이 걱정됐다.
지금이야 배가 고프니 저런 반지를 마법 가죽 부츠 하나와 바꿔먹으려 한다지만, 나중에 밖에 나가면 생각이 바뀌지 않겠는가.
“내가 괜찮다니까! 내가!!”
공작은 창살 안에서 펄펄 뛰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예술품을 싸구려로 팔아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주방지기는 머리 옆에 손가락을 올리더니 빙빙 돌렸다.
“해. 얼간이 놈 아주 돌아버렸군.”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죄송합니다.”
“저한테 존대도 하지 마시고요.”
그러자 주방지기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한은 한 대 때리고 싶었다.
“공작 전하. 그러면 이렇게 하지요. 제가 그냥 마법 아이템을 몇 개 드리겠습니다.”
당장 작년에만 해도 휴대용 가죽 물통에 마법을 걸어서 팔려고 했던 이한이었다.
버두스 교수의 일을 돕거나, 강의 때 연습용으로 만든 싸구려 마법 아이템들이 배낭에 몇 개 남아있었던 것이다.
공작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그냥 주겠다고? 그럼… 그럼 너는 뭘 얻고?”
“나중에 밖에 나가면 갚으시죠.”
“……”
순간 이칼도렌 공작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에인로가드에 끌려온 이후 처음 듣는 따뜻한 말이었던 것이다.
“…으흑. 으흐흑!”
“공, 공작 전하. 제가 무슨 말실수라도?”
“아니.. 아니야. 고맙네. 고마워! 내가… 내가 꼭 갚겠네.”
공작은 나이도 체면도 잊어버리고 엉엉 울며 약속했다.
이 소년이 마령관의 제자라서 의심하고 경계했던 게 가슴에 사무칠 만큼 미안했다.
어떻게 이렇게 선량한 소년을 모욕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나가면 꼭 후원해주겠네.”
‘으음. 지금 각서 몇 장 더 쓰자고 하면 너무 쓰레기 같겠군.’
이한은 속으로 아쉬워했다.
차마 이렇게 펑펑 우는 사람 앞에서 ‘연구 후원 각서 몇 장 더 써주시겠습니까’라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 * *
주방지기에게 일주일치 식료품을 얻어낸 공작은 감옥 구석에 소중하게 숨겼다. 하도 공을 들여서 위장하려고 하길래 이한이 환상 마법까지 걸어줄 정도였다
유크벨티레가 그런 걸 뺏어갈 사람은 아니었지만, 공작은 이제 아무도 믿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특히나 황족은 더더욱.
-공작 전하. 유크벨티레 선배님이 요리에 관심이 없고 식사에 관심이 없긴 하지만 전하의 식량을 뺏어가진 않을…
-아니야! 난 믿지 않네. 그 황녀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알, 알겠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배님이 지금 바쁘셔서 그렇지. 곧 돌아와서 불편한 점이 있나 확인해주실 겁니다.
-안, 안 돼! 제발.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해주게!
-아니… 주기적으로 방문은 해야죠. 무슨 불편함이라도 있으시면 어떡합니까.
-자네가 와주게! 제발, 제발!!
-…노,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