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48)
848화
“나도 동의한다. 위치 이동 클럽의 몇몇 회원들은 세상의 모든 물건이 자기 거라고 하지만…”
“……”
“…거기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적어도 이 물건은 우리 에인로가드 학생에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선배님!”
세비우스의 말에 이한은 아첨하듯 손뼉을 쳤다.
솔직히 권리가 없었어도 개선된 공간 확장 배낭이라면 무조건 훔치자고 했을 것 같았다.
그만큼 필요했던 물건인 것이다.
“쉿. 여기서부터는 조용히 해야 해.”
세비우스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이한에게 물었다.
“혹시 5층 가본 적 있나?”
“없습니다.”
“그렇겠지. 4층도 갈 일이 잘 없으니까.”
에인로가드 1학년 때는 본관 건물을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보통 2층, 가끔 3층 정도가 전부였다
2학년이 되면 고학년 학생들이 모여 있는 7층 마을로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만큼, 4~6층은 의외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갈 일이 적어지는 것이다.
‘난 4층 많이 갔는데…’
이한은 1학년 때부터 4층 자주 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선배한테 이상한 후배로 여겨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5층도 4층과 크게 다르진 않다. 이상한 강의실, 이상한 함정.”
“교장 선생님의 이상한 하수인도요.”
세비우스는 다시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이한은 서운해했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손님용 숙소가 있다는 점이지. 다른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쪽에서 자주 묵는다.”
칼라로가드 학생들처럼 에인로가드의 특정 학파와 친분 있는 손님들은 그쪽 학파 마탑에 묵어도 됐지만, 가끔 학교의 어떤 교직원과도 친분이 없는 손님들도 있는 법이었다.
“발드로가드 놈들은 친분과 별개로 마탑 같은 곳에 잘 안 머무르고.”
“어째서입니까? 마법이 싫어서?”
“아니.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머무르면 자주 습격당하니까.”
“……”
이한은 같은 에인로가드 학생으로서 살짝 미안해졌다.
“여하튼 5층 숙소는 꽤 안전한 곳이야. 애초에 손님이 아니면 보이지도 않고.”
세비우스의 설명에 따르면 5층에.위치한 >방문자 숙소>는 작은 마을 같은 곳이었다.
손님의 자격이 있는 사람만 도달할 수 있는 작은 마을.
당연히 손님이 아닌 학생들은 5층을 아무리 헤매고 다녀도 그 마을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자. 이런 곳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겠냐?”
선배의 질문에 이한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같은 학파 후배이자 같은 클럽 후배로서, 이럴 때 유능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손님을 하나 납치합니다. 그 손님을 앞장세우면 길이 나타나겠지요.”
“…그것도 쓸만한 방법이긴 하겠군. 내가 말한 건 다른 층에서 접근하는 방법이었지만.”
해골 교장도 건드릴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에인로가드 본관 건물이 가진 혼돈이었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쌓인 마법들이 제각기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는 만큼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다
영리한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이런 혼돈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공간이 중첩되어서 길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그 주변 마법들은 약화된다. 강한 보안이 있는 곳을 뚫을 때는 다른 층에서 접근해야 해.”
“과연. 감사합니다.
이한은 후회했다.
손님을 납치하는 것 말고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공간 중첩 현상이 일어날 때 인근 마법이 약해지는 걸 이용합니다’라고 말했다면 얼마나 기특해 보였겠는가.
‘큭. 조금 더 생각해보고 말할걸.’
세비우스는 품속에서 지도를 하나 꺼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다 자기만의 지도가 하나씩 있었다. 지도를 만들지 않으면 너무나도 길을 잃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세비우스의 지도는 특이했다. 지형 대신 시간만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혹시 중첩되는 시간입니까?”
세비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위치 이동 작업을 하는 마법사를 까다롭게 고르는 세비우스였지만, 이 후배가 뛰어난 파트너라는 걸 부정하지는 못했다.
아직 2학년이란 단점만 제외하고 보면 이렇게 유능한 인재도 찾기 힘들었다.
…너무 유능해서 무서울 정도였으니!
“원래는 30분 후에 저쪽 돼지탑 조각상 근처에 길이 열릴 거야.”
“그런데 왜 이쪽으로 오셨습니까?”
“근처에 독성 늪이 생겨서 들어가기 힘들어. 길이 안 열릴 가능성도 높아졌고.”
“……”
이한은 화제를 바꿨다.
“그럼 여기는요? 여기 천장은 47분 후에 열린다고 되어 있는데요.”
“여긴 누가 복도를 부숴버려서 한동안 못 이용하지.”
세비우스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어떤 무식하게 미친놈이 6층 복도를 박살 내버린 탓에 편한 길 하나가 또 막힌 것이다.
“……”
이한은 조용히 침묵했다.
‘혹시 가이난도와 아덴아르트 때문에 불운이 몰려오고 있나?’
이상하게 불운한 기분이…
“그래서 1시간 후에 열리는 여기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마법을 설명해주지.”
세비우스는 마침 잘 됐다 싶어서 설명을 시작했다.
후배도 >심화 환상 마법과 영체학 이론> 강의를 듣는 만큼 여기서 배우는 마법들을 설명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먼저 >오고닌의 현혹>. 3서클 마법이다. 상대에게 거는 마법이고, 저항력을 약화시켜 시전자에게 유리한 환상을 보게 만들지.”
“오고닌의… 현혹…”
이한은 열심히 메모하며 들었다.
뛰어난 환상 마법사는 말 그대로 상대를 조종할 수 있다지만, 원래 고등한 지능을 가진 생명체를 조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 사고를 완전히 읽어내고 정확히 유도해야 하는 만큼 보통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닌 것이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상대의 저항력을 일반적으로 약화시킨 뒤 알아서 상상하게 만드는 게 효율적으로는 더 나은 방법이었다.
“다음은 >오고닌의 곡해>. 마찬가지로 3서클 마법. 이건 마법사 자신에게 건다. 주변 지형에 맞춰서 모습을 위장해주지.”
한밤중의 에인로가드 복도에서 >오고닌의 곡해>를 자신한테 걸면, 아마 상대한테는 교수로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 상황에서 가장 위화감 없는 모습을 위장해주는 마법이 바로 >오고닌의 곡해>였다.
“이 두 마법은 보통 같이 쓰이지.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둘 다 영혼에 접근하는 마법이군요. 맞습니까?”
“…그래. 정확하다.”
이한이 핵심을 찌르자 세비우스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번 학기 강의에서 배우는 마법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두 마법은 그 자체의 효과와 별개로 영혼에 접근하기 위해 개발된 마법이었다.
위대한 환상 마법사 오고닌이 후학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뛰어난 마법을 개발해준 것이다.
마법 자체의 성능도 좋고 배우면 영혼에 대한 접근도도 높아진다니 세비우스는 오고닌이 만든 마법들을 볼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적의 영혼에 접근해서 겉면을 흐트러뜨리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영혼 겉면을 흔들어서 파장을 만든다… 그런데 오고닌 님 말고 다른 마법사분께서 만든 마법은 없습니까?”
순수한 호기심으로 이한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세비우스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지금 오고닌 님의 마법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아,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미안하다. 선배답지 못하게 행동했군. 가끔 후배들 중에서 오고닌 님의 마법은 심심하다고 무시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야.”
세비우스는 오고닌이 만든 마법을 등한시하고 다른 마법들을 먼저 익히려는 후배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겉멋에 취한, 아주 바보 같은 짓이었다.
“저도 오고닌 님 존경합니다! 엄청 존경합니다!”
이한은 속마음을 들킬까 봐 재빨리 외쳤다. 세비우스는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꽤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는 >오고닌의 탐지>다. >오고닌의 감정 인지>를 배웠다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
“배웠습니다.”
“…그, 그래. 여하튼 이건 인근의 영혼들이 뿜어내는 파장을 감지해 적개심을 잡아내는 마법이다.”
원리와 별개로 쉽게 설명하자면 주변 적 접근을 미리 잡아내는 마법이었다.
셋 다 확실히 효율적이고 편리했다. 특히 위치 이동 클럽 회원들에게는 더더욱.
‘확실히 내가 오고닌 님에게 너무 편견을 가졌던 것 같군.’
이한은 다시 한번 반성했다.
저번에도 느꼈던 거지만 오고닌과의 첫 만남 때문에 너무 편견을 가지고 대한 것 같았다.
어쩌면 발도르오른이란 뛰어난 환상 마법사를 만나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해골 교장 옆에 있으면 펭에린 가문의 알시클도 신입 마법사처럼 느껴지는 법이었으니까.
“이 세 마법들은 원래 이번 학기 동안 배워야 하는 마법들이야. 너는 다른 방식으로 영혼 인식을 배워왔으니까 강의를 통과했지만, 나중에라도 익혀놓으면 나쁠 건 없을 거다.
오늘은 내가 대신 시전해줄 테니까.”
“엇.”
세비우스가 >오고닌의 탐지>를 설명하는 동안 >오고닌의 현혹>과 >오고닌의 곡해>를 익힌 이한은 멈칫했다.
지금 배우라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탐지도 그냥 마저 배워라.”
“예… 근데 선배님. 이건 선배님이 먼저 말해주셨어야 하는 것 아닌…”
“조용히 해.”
‘선배라고 너무하시는군.’
이한은 속으로 투덜댔다.
* * *
발드로가드의 4학년 학생, 알자드크 가문의 잔단니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마법까지 쓸 줄이야.”
고대 마법 흑제관을 목격한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돌아오고 나서 꽤나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자기 딴에는) 마법 공부를 진지하게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잔단니는 더더욱 충격이 컸다.
저 에인로가드 학생은 어떻게 저런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인가?
“…너무 주눅 들 것 없다. 에인로가드 학생들 기준으로도 그 마법이 평범하진 않으니까.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을 거다.”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고용한 마법사, 가랄은 잔단니를 위로했다.
원래 가랄의 성격과 맞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방금 말은 진심이었다.
흑제관 같은 마법은 아무리 에인로가드 학생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분명 고대 유물 같은 예외적인 방법을 사용했으리라.
“절 속이시는 거 아닙니까? 그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분명 태연하게 시전했는데요.”
“… 6학년쯤 되면 태연한 표정 정도는 유지할 수 있겠지. 겉모습으로 구분할 순 없다.”
가랄은 자신도 말하면서 약간 혼란스러웠다.
솔직히 어떻게 시전한 건지 묻고 싶기도 했다.
‘고대 유물을 사용했다면 왜 눈치를 못 챘지?’
가랄의 말과 다른 학생들의 응원에 잔단니는 마침내 기운을 차렸다.
하긴 에인로가드 6학년 학생이라면 어떻게든 납득을 할 수 있을지도.
“곧 있으면 에인로가드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끝날 텐데 계속 이렇게 있어도 되나?”
“괜찮습니다. 구경은 첫날에 다 했거든요. 남는 시간은 느긋하게 쉬다가 돌아가야죠.”
“……”
‘이 자식들 진짜 마법사 맞나?’
가랄은 속으로 황당해했다.
마법사라면 다른 마법사들의 구역에 방문했을 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서 가져가려고 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런 탐구심이 없다면 마법사가 아닌 것이다.
물론 발드로새끼들한테 그런 절실함을 바라는 게 사치라지만 이건 너무 나태한…
쨍-
그러거나 말거나 발드로가드 학생들은 고급 가죽 가방에서 꺼낸 포도주를 홀짝이며 숙소 안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한 명은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둘은 교양 있게 마법사 카드를 즐겼다.
가랄은 돈 받고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대 때리고 싶었다.
“…그 배낭. 저번부터 느낀 건데 꽤 특이하군. 기성품 같지는 않은데.”
“역시 안목이 좋으시군요! 맞습니다. 제 선배님의 선배님께서 에인로가드 마법사한테 받은 선물입니다. 우정의 증거지요.”
“…??”
용과 쥐도 친하게 지낼 수가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