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51)
851화
원래 후배를 엄격하게 대하는 세비우스였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까지 매몰차게 굴지는 못했다.
“…일단 잠깐 쉬자고. 저렇게 쉬운 길만 찾다 보면 자기한테 부족한 능력을 키우지 못해. 나중에 어려운 연구를 하다 보면 막힐 텐데, 그때 더 힘들 거다.”
“저 정도 재력이면 막힌 부분을 해결할 능력을 갖춘 마법사를 고용할 수 있을 텐데요.”
“시끄러워.”
말문이 막힌 세비우스는 결국 선배의 권위를 휘둘러서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침울해진 후배를 보자 조금 미안했는지 세비우스는 화제를 바꾸려고 시도했다.
“그보다 저 가랄이란 마법사는 널 6학년으로 알고 있던데. 잘하고 있어. 신분은 숨길수록, 혼란스러울수록 좋지.”
워다나즈 가문인 게 알려진 건 아쉬웠지만, 학년을 속인 건 잘한 일이었다.
덕분에 세비우스까지 신분 위조가 될 터.
“근데 선배님. 저 2학년이라고 말했습니다만.”
“뭐?”
“실은 저번에 이야기 나눴거든요.”
이한은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가랄과 함께 갓 방문했을 때 우연하게 조우한 일과, 실수로 흑제관을 소환한 것까지 슬쩍 설명했다.
‘이렇게 슬쩍 지나가듯이 말하면 안 이상해 보이겠지?’
물론 별로 효과는 없었다. 세비우스는 실수로 흑제관을 소환했다는 후배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저번에 분명히 ‘마법 좀 보여줬다’라고 말했었는데 그 좀이 생각했던 좀이 아니었던 것이다.
‘두 번 실수하면 에인로가드 멸망시키겠군.’
“여하튼 그때 사람 붙잡고 문답하길래 분명히 2학년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6학년이라고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아. 혹시 절 도와주시는 겁니까?”
이한은 눈송이 마탑 출신 마법사가 보여주는 호의에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추악하게 보복을 하는 걸 막기 위해 이한을 6학년이라고 불러주는 것일까?
“머리에 화살 맞았냐? 너 같으면 너 붙잡아서 강도질 하는 놈을 위해서 거짓말을 해주겠냐고.”
“…에인로가드 학생이 좀 불쌍하
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습…”
“없어.”
“그럼 뭡니까?”
선배가 자꾸 트집만 잡자 이한의 목소리도 퉁명스러워졌다.
세비우스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네가 스스로 2학년이라고 주장하고 다니는 미친 6학년이라고 생각했겠지. 에인로가드 고학년들 중에는 미친 사람들 많으니까.”
“……”
너무 말도 안 되는 가설에 이한은 경악했다.
“뭔… 사람을 어떻게 보시는 겁니까?!”
“2학년이라고 말했는데도 6학년이라고 생각하는 거면 이거밖에 더 있겠냐? 받아들여. 저 정도면 곱게 미친 거야.”
“뭘 받아들이란 겁니까!”
그냥 6학년으로 오해받는 것도 싫었는데 스스로를 2학년이라고 주장하는 미친 6학년은 더더욱 모욕적이었다.
“말했듯이 나쁠 거 없다니까? 다른 사람으로 착각 당하는 게 좋아. 날 보라고. 일부러 무례하게 굴고 있잖아.”
“차라리 가이난도라고 하겠습니다.”
“안 돼. 주변 사람의 이름으로 가명을 대는 건 추적당할 수 있어.”
둘이 옆에서 진지한 태도로 이야기를 나누자, 잔단니는 궁금하다는 듯이 가랄에게 물었다.
“저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겁니까?
“아마 저 보석들을 쓸지 안 쓸지 상의하고 있겠지.”
“안 쓸 이유가 없지 않나요?”
“음.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은 비효율을 싫어해.”
가랄은 사치나 낭비라고 하려다가 잔단니를 위해 참았다.
잔단니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이게 효율 아닙니까? 돈이 없어서 저러는 것도 아닐 테고요.”
“…제발 입 좀 다물고 있게. 좀.”
“!?”
안 그래도 이미 충분히 불행한 에인로가드 학생들을, 그것도 약간 미친 6학년 학생을 도발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것이다
* * *
회의를 끝낸(정확히는 이한이 포기했다) 둘은 다시 돌아왔다.
가랄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어떻게 됐나? 쓸 건가?”
“뭘요?”
“여기 보석.. ”
“아”
“??”
그제야 떠올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한의 모습에 가랄은 당황했다.
이거 회의한 게 아니었나?
“씁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잔단니 씨.”
“잔단니라고 불러도 됩니다. 워다나즈. 저와 친한 사람들은 다 잔단니라고 부르거든요.”
“예. 잔단니 씨.”
가랄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잔단니는 워다나즈 가문의 6학년 학생과 친해지고 싶은 모양이지만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았다.
일단 상대가 그러고 싶지 않은 것 같았고…
“시작하시죠.”
“좋습니다. 갑니다!”
잔단니는 보석 스카라베를 꺼냈다. 그리고는 주문과 함께 가방 안으로 집어 던졌다.
우웅-
미약한 마력 파동과 함께 공간미로의 일부가 지워졌다. 그 비효율성에 이한은 자기 보석도 아닌데 가슴이 아팠다.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예. 다음 가시죠.”
잔단니는 다음 보석을 꺼내서 던졌다.
던지고, 또 던지고…
이한은 보다 못해서 조언했다.
“그냥 던지는 것보다 어느 정도 조종을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조종이라뇨?”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한은 무영창으로 염동력 마법을 시전한 뒤 보석으로 만든 브로치를 마치 나비처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섬세한 움직임에 옆에서 보고 있던 가랄과 세비우스는 동시에 감탄했다.
작은 물체를 움직이는 염동력 계열 마법은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우지 않은 반쪽짜리 마법사도 쓸 수 있을 만큼 쉬운 마법이었지만, 무게가 올라가고 움직임을 섬세하게 조종하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저 정도로 움직이려면 서클이 최소…
“앗. 저 염동력 마법 못 씁니다.”
“…하하. 무영창으로 쓰란 게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염동력 계열 마법 말한 겁니다. 1서클이어도 충분해요.”
“그것도 안 익혔습니다만?”
“…왜죠?”
이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잔단니는 오히려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
“쓸 일이 없으니까요?”
“……”
“……”
가랄은 둘 사이에 뛰어들어가서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깊이 고민했다.
그러나 이한은 인내심을 발휘했다.
‘상대를 가이난도의 동생이라고 생각하자. 상대는 가이난도의 동생이다.’
“그러면 지금 배워보도록 합시다.”
“지금요? 그런데 워다나즈. 저는 연금술사인데 굳이 이런 마법이 필요할까요?”
“하하. 물론이지. 이 새끼야.”
“네?
“아. 죄송합니다. 잔단니 씨. 여하튼 연금술 학파여도 익혀둬서 나쁠 거 없죠. 절 믿으세요. 하하.”
가랄은 이한이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웃자 더욱 무서워졌다.
미친 마법사가 웃는 건 별로 좋은 징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한은 폭발하는 대신 인내심 있게 잔단니에게 염동력 마법을 가르쳐줬다.
“자. 이런 식으로 띄우는 거죠.”
“이거… 재밌군요! 발드로가드에서는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는데요.”
“강의에서 안 가르쳐줬습니까?”
“저는 연금술 강의만 들었거든요.”
“…하하. 자. 여기 영성석 구슬을 회전시키면서 연습해보시죠. 자. 자. 자!”
“악! 악! 아픕니다!”
“이런. 죄송합니다. 에인로가드에서는 가끔 구슬이 공격도 하거든요.”
“?”
세비우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르시아 교수님이 가르칠 때 저런 식으로 가르치진 않을 텐데?
가랄도 놀랐는지 속삭였다.
“가르시아 교수께서는 요즘은 저렇게 가르치나?”
“으음. 교수님도 사람이니까 화가 나실 때가 있을지도…”
영성석 구슬에 몇 대 맞긴 했지만 잔단니는 염동력 마법에 푹 빠졌다.
발드로가드의 교육은 원래 품위와 자유가 가득했다.
그래서 잔단니는 1, 2학년 때는 여행, 문학, 미술, 경배(傾杯, 음주), 음악, 연극, 철학, 토론, 무도(舞蹈), 승마 등 다양한 마법 학문을 익히고3학년 때는 보석 연금술을 공부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한테 들어보니 염동력 마법도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몇 대 맞긴 했지만 이런 경험도 신선했다.
“재밌습니다! 재밌어요!”
“하하.”
이한은 가식적으로 웃었다. 머릿속으로는 볼라디 교수가 발드로가드에 초빙받아서 부임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는 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안의 공간을 감지해서 움직여보세요.”
“그 정도까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
“…그럼 그냥 제가 지시할 테니까 움직이시죠.”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금 갓 배운 염동력 마법으로 보석을 띄운 잔단니는 조심조심 움직였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워다나즈. 저희 되게 잘 맞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 가방을 만든 두 분처럼 말입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악! 아픕니다!”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잔단니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세비우스가 말리며 말했다.
“잠깐. 방금 미로 안에 뭔가 보였는데.”
“혹시 출구에 도착한 것 아닙니까?!”
“기다립…”
이한은 흥분한 잔단니를 말리고 감각을 넓히려고 했다.
처음 측정했을 때 미로의 넓이를 생각해보면 아직 출구가 나올 때가 아니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잔단니가 커프스 단추를 조종해서 날려 보내자 공간 미로에 숨겨진 저주가 이빨을 드러냈다.
혹시라도 미로를 파괴하는 침입자가 있다면 역으로 습격하기 위한 함정이었다.
푸확!
가방 안에서 저주가 역류하듯 쏟아져 나오자 이한은 잔단니의 뒷목을 붙잡아 옆으로 던져버리고 자신의 몸으로 막아버렸다.
기세 좋게 흘러나온 저주는 이한의 몸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갔다.
“……”
이한은 이를 갈며 잔단니를 쳐다보았다. 잔단니는 기가 죽어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됐습니다. 저주가 사라졌으니 다시 진행하시죠.
잔단니는 이한의 눈치를 보며 보석을 집어넣었다.
그 뒤로는 별다른 함정이 없었다. 있었던 보석을 다 쓸 때쯤 되자 출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철컥!
“열, 열렸다!”
잔단니의 외침에 자리에 있던 마법사들은 모두 긴장한 얼굴로 시선을 던졌다.
과연 6번째 방에는 뭐가 들어있었을까?
축하한다. 이걸 듣고 있다면 네가 잠금을 풀었다는 거겠지? 공간 미로에 약한 네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발드로가드는 왜 학생한테 강제로 가르치지 않는지 모르겠어.
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이한은 깜짝 놀라서 세비우스를 쳐다보았다. 세비우스도 비슷하게 놀란 표정이었다.
네가 고의로 서신을 보내지 않았다는 거, 나는 잘 알고 있어. 물론 내 친구들은 믿지 않았지만… 교장 선생님이 가끔 종이 새를 납치하는 걸 외부인이 어떻게 알겠어. 내가 경고했어야 하는데.
“……”
“……”
이걸 같이 만드는 동안 네게 참 많이 배웠다. 발드로가드 학생이라고 처음에 얕봤던 날 용서해줘. 그리고 너와의 우정을 에인로가드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한 것도. 대신 이 배낭을 우정의 징표로 삼아서 여기에 몰래 연락을 남긴다. 이걸 들으면 그만 자책하고 친구를 만나러 와.
‘이건 말도 안 된다.’
이한은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정말로 친구였다니.
참. 해골 교장한테 절대로 탄원하러 가지 마. 너도 괜히 징벌방에 끌려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배낭도 압수당할 수 있어. 배낭에 필요한 몇 가지를 해골 교장한테서 훔쳤거든.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봤을 때 거짓말해서 미안하다. 생각해보니 버두스 교수한테서도 훔쳤다. 버두스 교수한테도 보여주지 마.
잔단니는 감동으로 먹먹해진 얼굴로 말했다.
“기적 같습니다! 정말로 우정이 있었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이걸 열게 된 것도 운명…”
“그건 아닙니다.”
이한은 개수작 부리는 상대에게 정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