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54)
854화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님이 잡았던 부위에 똑같이 힘을 주려다가 말았다.
‘지금 쓰긴 아깝지.’
한 번 쓰면 다음부터 버두스 교수는 절대 안전거리를 내주지 않을 텐데, 고작 이런 화풀이 때문에 쓰기에는 아까운 일이었다.
‘후후. 버두스 교수는 자기 약점을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
버두스 교수는 제자의 사악한 속셈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이 소형 공중 돛단배 이전부터 버두스 교수의 숙원은 비행선이었다.
이런 작은 돛단배가 아닌 거대한 비행 범선. 그것도 완전히 자동화된 비행 범선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지금도 제국에 날아다니는 탈것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폰이나 유니콘 같은 날개 달린 짐승을 이용해서 날아다니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 있는 부여 마법사는 비행 아티팩트를 만들어 날아다니는 게 가능했으니까.
여기서 더 실력이 뛰어난 부여 마법사들은 그 아티팩트의 크기를 키우고 균형을 조정해 여러 사람을 추가로 태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마법사가 타서 직접 그 아티팩트를 조종할 때의 이야기.
버두스 교수는 그런 불완전한 타협 대신 마법사 한 명 타지 않아도 비행 범선 자체가 알아서 날아다니는 완벽함을 원했다.
물론 당연히 난이도는 수천 배 이상 올라갔다.
돛과 돛대, 선수와 망대에는 바람을 끌어모으고 증폭시키는 마법들을 새겨 넣어야 했고 선체 바닥의 중앙을 지탱하는 커다란 용골에는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중력을 역전시키는 마법들을 새겨 넣어야 했다.
이런 마법진들을 서로 조화롭게 연계시키는 것도 뇌가 불타버릴 만큼 어려운 일이었는데, 거기에 버금갈 만큼 어려운 일들을 여럿 더 처리
해야 했으니 버두스 교수가 수십 년을 꽁꽁 앓고도 아직 해결 못 한 것도 당연했다.
‘덕분에 나도 방학 때 고생했지.’
이한도 거대 비행 범선에 필요한 마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제로)버두스 교수를 도운 적이 있었다.
대충 몇몇 마법진에 마력을 과포화시켜서 얼마만큼 효율이 나오는지 측정하고 그걸로 충당을 해보겠단 생각이었는데…
‘잠깐. 이걸 내가 다 기억하고 있다고?!’
이한은 작년에 버두스 교수를 따라서 일한 내용이 머릿속에 다 남아있자 경악했다.
하다못해 가이난도가 쓴 어설픈 추리소설의 아이디어를 기억하는 게 덜 억울할 것 같았다.
그런 건 벌써 까먹었는데 버두스 교수의 이론은 이렇게 남아있다니. 생각만 해도 매우 불쾌했다.
“이건 저번에 보여준 것과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처럼 수준이 낮은 물건이긴 해.”
“라게사 님이 들으시면 정말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라게사 님은 원래 수준이 낮으시니까 그렇지.”
“……”
‘이건 꼭 밀고해야겠군.’
이한은 마음속에 방금 들은 걸 깊이 메모했다.
“완전히 자동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누군가 조종을 해줘야 하지. 여기 타륜을 잡고서.”
“어느 정도 수준의 마법사가 해야 합니까?”
마법사라면 이런 비행 아티팩트를 조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어느 수준의 마법사도 조종할 수 있느냐?
정말 잘 만들어진 비행 아티팩트라면 발드로가드 학생도 몰 수 있었고, 못 만든 비행 아티팩트는 버두스 교수 정도는 되어야 몰 수 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추락할 때 슬퍼할 사람이 없지 않겠는가.
“마법사라니?”
“예? 마법사가 조종하는 거 아닙니까?”
“이건 애초에 마법사 아니어도 조종할 수 있게 만든 물건이야. 해적들 중에 마법사가 얼마나 되겠어.”
“…!”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버두스 교수의 모습에 이한은 크게 충격받았다.
잊고 있었지만, 눈앞의 비버 새, 아니, 비버 수인 교수는 확실히 천재가 맞았다.
‘잊고 있었다. 버두스 교수는 저 성격으로도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었지.’
저 성격으로 해골 교장 밑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가 천재성의 증거라고 봐도 좋았다.
마법사가 아니어도 조종할 수 있다니.
말은 간단하게 들렸지만, 바다를 돌아다닐 때 쓰는 바퀴 모양의 조타륜(操舵輪)을 허공을 날아다닐 때 일반인도 쓰게 하는 것부터가 막대한 양의 마법이 필요했다.
일단 공기의 저항을 바닷물의 저항처럼 느끼게 감각을 바꿔야 하고, 돛도 바다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하나하나 맞춰서 적용해줘야 했으며, 그걸 제외하고도 마법사가 없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상황들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마법사가 없으면 착륙은 어떻게 하죠?”
“여기 중력 마법이 걸린 닻을 던지면 알아서 배가 내려가.”
“출항은요?”
“닻 올리는 순간 배가 뜨게 되어있지.”
“선회는? 비구름을 만났을 때는? 몬스터를 만났을 때는?”
이한은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버두스 교수는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고 하나하나 대답해줬다.
세심하게 완성된 소형 비행 돛단배의 모습에 이한은 감탄하려다가 멈칫했다.
“그런데 교수님. 그럼 이미 완성된 거 아닙니까?”
지금 들어보니 딱히 부족한 게 없어 보였다.
혹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성 후 스펙을 말한 건가?
“아냐.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았어.”
“어디요? 혹시 여기 칠 벗겨진 부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괜찮아.”
“그럼 여기 돛단배 앞에 붙인 선수상(船首像)말씀하시는 겁니까? 아직 덜 완성된 것 같긴 한데 크게 중요해 보이진…”
“응? 완성된 건데 그거. 비버야.”
“…어. 음. 그,그렇군요. 위풍당당합니다.”
이한은 버두스 교수가 비버라고 달아놓은 조각상을 보고 속으로 놀랐다.
‘키메라인 줄 알았네.’
“그럼 그것도 아니면 뭡니까?”
“키잡이 없이 완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해야지!”
버두스 교수의 말에 이한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지금도 충분히 놀라웠는데 여기서 한층 더 어려운 걸 노리다니.
무엇보다 그건 버두스 교수 본인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거대 비행 범선이긴 했지만) 문제 아닌가
‘라게사 님도 보통이 아니시군.’
하긴 투자한 금화의 액수를 보면 저 정도는 노려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버두스 교수한테 투자하겠는가.
“라게사 님도 배포가 대단하십니다. 솔직히 투자나 후원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목표를 보고 하는 건데, 저런 걸 노리시다니.”
“응? 무슨 소리야?”
“…라게사 님이 요구한 게 아닙니까?”
“라게사는 이거 요구 안 했는데?”
“???”
이한은 슬슬 환상 마법에 당한 것처럼 영혼이 어지러워졌다.
버두스 교수가 언령 마법이라도 쓰고 있는 것일까?
“…그럼 이건 대체 뭡니까? 라게사 님한테 바친다면서요?”
“아. 라게사는 그냥 조종만 가능해도 충분하댔어.”
라게사는 현실적인 해적이었고 완전 자동으로 움직이는 소형 비행선 같은 건 꿈꾸지도 않았다.
그냥 마법을 쓰지 못하는 해적이라도 다룰 수 있는 정찰선이 있다면 좋겠다 싶어서 투자한 것이다.
“그러면… 지금 완성된 거 아닙니까? 바치면 되잖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까지 완성했는데 더 개선안하고 남한테 넘기라고? 네가 그러고도 마법사야?
“……”
투자의 개념을 그 사이에 잊어버린 버두스 교수의 모습에 이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왜 편지를 받고 왔을까!’
흑자석을 줬든 지팡이를 만들어줬든 그냥 잊어버리고 무시했어야 했는데!
“그러니까 교수님. 이미 완성했고, 라게사 님은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교수님이 보기에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까워서 그냥 붙잡고
있으시다는 거군요. 상대가 달라는데도 안 주고요.”
“응!”
“…그럼 내일까지 완성 못 하면 포기하시고 넘기실 겁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어깨에 먼지가 또 있군요.”
이한은 버두스 교수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렸다.
혹시 지금인가?
* * *
결국 이한은 한 번 더 참았다.
‘차라리 기회를 봐서 빼돌리자.’
어차피 돕다 보면 기회가 있을 테니, 안 되겠다 싶으면 이한이 직접 돛단배를 훔친 뒤 라게사한테 갖고 갈 생각이었다.
마침 배낭도 생겼고…
‘배낭에 들어갈지 모르겠군. 6번 공간 다 비우면 되려나? 아슬아슬할 것 같은데.’
“자. 따라와.”
버두스 교수는 이한을 데리고 다락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빼꼼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습격이 있을까 봐!”
“…여긴 교수님 마탑 안인데요?”
“배신자가 있을 수도 있잖아.”
‘이상한 부분에서 예리하시군.’
버두스 교수의 제자들이 스승을 얼마에 팔지 이야기했던 만큼, 버두스 교수의 걱정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었다.
버두스 교수는 주변을 확인하고도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마탑의 정문을 나설 때 다시 한번 탐지에 들어갔다.
10분 가까이 주변에 습격자, 암살자, 첩자, 라게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모습에 이한은 하품했다.
“그러게 좀 착하게 사셨어야죠.”
‘철저하시네요.’
이한은 말하고 나서 속마음이 먼저 나왔다는 걸 깨달았지만 버두스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나 착하게 살았는데?”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됩니까?”
버두스 교수는 끌고 나온 돛단배를 낑낑대며 꺼내더니 이한에게 올라타라고 손짓했다.
둘 다 올라타자 돛단배가 붕 날아올랐다. 거대한 본관 건물 위쪽이 목적지였다.
에인로가드 영지 안, 그것도 본관 건물 근처에서 비행하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탈주를 감시하는 데스 나이트들이 바로 탈것을 타고 날아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데스 나이트들은 날아오르지 않았다.
이한은 버두스 교수의 돛단배를 기사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과연. 하긴 교수의 탈것도 일일이 감시하는 건 서로 너무 귀찮을 테니.’
이것도 좋은 정보였다.
나중에 외출해야 할 때 버두스 교수를 납치해서 태우기만 한다면…
“엇. 잘못 들어왔다.”
버두스 교수는 본관 건물이 위로 갑자기 솟구치며 높이가 쭉 늘어나자 돛단배를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조금 높이를 조정한 뒤 다시 들어갔다. 방금 늘어났던 본관 건물이 이번에는 잠잠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한도 몇 번 본 적 있는 첨탑 마구간이었다.
가볍게 착지한 버두스 교수는 배낭에서 두꺼운 주문서를 차곡차곡 꺼냈다. 키잡이 없이도 알아서 움직이게 하려면 여러 조종 마법들이 필요했다.
“자. 이걸 하나씩 실험해보면서 오차를 기록할 거야.”
“그런데 교수님. 저는 이 마법들을 모릅니다만.”
이한은 버두스 교수가 꺼낸 마법들을 확인했다.
강제로 제자 노릇을 한 덕분에 이한은 >비블레의 마력 발산 부여>부터 시작해서 흡수나 증폭, 만곡이나 환산 등 다양한 마법들을 배워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훨씬 더 복합적이고 직관적인 결과를 요구했다.
>비블레의 출항 부여>, >비블레의 비행 부여>, >비블레의 착륙 부여>…
아마 비행에 필요한 각종 상황을 나눠서 대비한 마법인 모양이었다.
당연히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비행 아티팩트 제작에 필요한 마법들이나 마찬가지니까.
‘비행 아티팩트는 이런 식으로 합쳐서 만드는 모양이군.’
이한도 2학년이 된 만큼 빠르게 이해했다.
앞에서 말한 >비블레의 마력발산 부여> 같은 마법들이 아티팩트 제작에서 사칙연산 같은 기초를 담당한다면, >비블레의 출항 부여> 같은 마법들은 특정 상황에 필요한 공식 같은 거였다.
특정 상황, 그러니까 비행 아티팩트 제작을 하려면 익혀두는 게 반쯤 필수적인 마법들.
“아. 그래?”
버두스 교수는 제자가 모른다는 말에 의아함을 표했다.
당연히 알 줄 알았던 것이다.
“예. 교수님이 실험하시면 제가 오차만 기록할까요?”
“응? 안 돼. 네 마력이 필요해서 데리고 온 거라서. 그럼 지금 배워야겠다.”
“……”
이한은 버두스 교수의 어깨를 다시 한번 유심히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