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55)
855화
‘아니다. 지금은 아니야.’
한번 더 인내한 이한은 문득 두려워졌다.
지금 자신이 지나치게 인내하는 것이 아닐까?
나중에 찾아올 절호의 기회에 쓰는 게 아니라, 아껴두다가 졸업할 때까지 영원히 쓰지 못한다면?
‘…그럴 리 없다. 분명히 쓸 기회가 찾아올 거다.’
“>비블레의 출항 부여>부터 배워. 빨리. 왜 안 배운 거야?”
“그럼 교수님은 왜 자동 비행 범선을 아직도 완성 못 한 겁니까?”
“그… 그건 어렵잖아!”
제자의 폭언에 버두스 교수는 가슴이 미어질 듯한 억울함을 느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못된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흥. 이것도 어렵습니다.”
“이건 안 어려워!”
“범선도 안 어려운데요?”
“어렵다니까!?”
품위 있는 마법학교의 스승과 제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말다툼을 벌이며 이한은 빠르게 마법을 훑어나갔다.
다행히 >비블레의 출항 부여>는 막상 자세히 읽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잠깐. 방금 내가 뭐라고 생각했지??’
이한은 스스로에게 소름이 돋았다.
이 복잡한, 4서클에 해당하는 마법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다니!
1학년 때부터 버두스 교수가 시키는 온갖 잡일을 맡아서 처리하고, 그걸 처리하기 위해 마법을 또 따로 배우고 하다 보니 기초가 지나치게 탄탄해진 것이다.
당장 >비블레의 마력발산 부여>부터 시작해서 억지로 익힌 마법들도 강제로 이해를 돕고 있었다.
“안 어렵다고! 듣고 있어?”
버두스 교수가 옆에서 화를 내자 이한도 같이 화를 냈다.
“젠장, 안 어렵습니다! 됐습니까!”
“그, 그래.”
버두스 교수는 이한이 벌컥 화를 내자 움찔했다. 가르시아 교수에게서 종종 느껴지는 살기를 제자한테서도 감지한 것이다.
이한은 연신 투덜대며 마법을 익혔다.
“안 어렵다니… 제기랄.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혹시 미쳤나?’
버두스 교수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도저히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제자의 언행이 버두스 교수를 두렵게 만들었다.
“여기 들어간 마법은 >비블레의 마력 증량 부여>죠?”
“응.”
“이건 >만곡>, 이건 >가속>?”
“응.”
“글씨 좀 제대로 쓰시죠.”
“알아봤으면 제대로 쓴 거잖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저 안 하겠습니다.”
이한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마법이 쉬운 것 때문에 잔뜩 분노한 상황이었는데 교수가 그걸 자극한 것이다.
버두스 교수는 깜짝 놀랐다.
“뭐? 왜?”
“글씨 제대로 안 써서요.”
“알아봤잖아! 무슨 소리야!”
“모르겠고 저 갑니다.”
“케틀하고 약속한 대로 일한 값도 챙겨줄 건데?!”
버두스 교수는 허둥대며 이한의 왼쪽으로 뛰고 오른쪽으로 뛰며 어떻게든 가로막으려고 했다.
다른 제자라면 꺼지든 말든 대체가 가능했지만 이 제자는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한은 무시하고 옆으로 피하고 지팡이를 꺼내 마법 장벽을 해제했다.
“글씨 제대로 쓸게! 제대로 쓸게!”
“흥. 지켜보겠습니다.”
제자는 겨우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앉았다. 버두스 교수는 작게 구시렁대며 투덜댔다.
“알아봤으면 됐지. 왜 이런 비효율적인…”
“저 갑니다.”
“아냐! 아냐! 아냐!”
* * *
부우웅-
허공으로 부유하는 물체를 보며 이한은 감탄 섞인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는 문득 의문이 들어 물었다.
“교수님. 왜 돛단배를 안 띄우고 제가 새로 만들어서 띄우고 있는 겁니까?”
지금 공중으로 뜬 물체는 마구간의 기둥 하나를 뽑아서 급조한 나무 뗏목이었다. 이한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아마 안 되겠지.’
나중에 첨탑마구간 지기가 범인을 찾으면 버두스 교수의 이름을 꼭 투서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이한은 질문했다.
“네가 해봐야 정확하게 차이를 알 수 있거든.”
버두스 교수가 이한을 데리고 온 이유는 간단했다.
1.소형 돛단배 위에 이한을 태운다.
2.이한이 소형 돛단배에 설치된 마법진에 마력을 과부하시킨다.
3.>비블레의 출항 부여>나 >비블레의 비행 부여> 같은 마법들을 그렇게 확보된 마력으로 실험한다.
4.예상 밖의 상황이 일어날 경우 돛단배 위에 탄 이한이 즉시 예비 마법진에 마력을 투입해 안정화시킨다.
5.그것도 안 될 경우 대신 조종한다.
6.절대 부수면 안 돼!
“그럼 교수님은 진짜 아래에서 기록만 하는 겁니까?”
“마법도 시전하는데?”
“마력은 제가 투입한 마력으로 유지하고요?”
“응.”
이한은 새삼스럽게 화를 내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교수가 제자한테 실험 준비부터 실행, 확인, 기록 등등을 맡긴다고 해서 화낼 이유는 없었다.
교수는 원래 그런 족속이었으니까.
“그럼 시작하시죠.”
“갑판 가운데 빈칸을 비워줘. 시전한다!”
버두스 교수는 주문서를 꺼내더니 정확하게 갑판 가운데 빈칸에 던져 넣었다.
타륜을 조종하는 대신, 버두스 교수의 마법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추가한 함선 마법진의 빈칸이었다.
여기에 이제 마법을 거는 순간 출항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우웅-
소형 돛단배에 설치된 마력 확보 마법진에서 마력이 끌어져 나왔다.
이한이 추가로 마력을 과투입시킨 덕분에 손쉽게 여유 마력이 확보 가능했다.
만약 아니었다면 마법진을 전부 다 해체한 다음 자동 운행용으로 새로 구성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아티팩트는 마력 계산이 오차 없이 정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마법을 새로 추가하는 것도 상당히 복잡했다.
“가라! 출항 부여!”
버두스 교수가 방방 뛰며 외쳤다.
소형 돛단배는 이한이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순수한 마법의 힘으로만 움직이며 떠올랐다. 이한은 유심히 움직임을 관찰했다.
여기서 이한이 아까 직접 시전한 나무 뗏목과 다른 움직임으로 떠오르면 바로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지는 거였다.
‘일치하는군.’
“어때?! 일치하는 거 같지?!”
“예!”
“좋아!”
버두스 교수는 착륙시키라고 신호를 보냈다. 이한이 안의 닻을 던지자 천천히 돛단배가 착륙했다.
“대단하십니다. 일단 공중에 떠오르는 것만 보면 완전히 자동으로 가능한 것 아닙니까?”
“가장 쉬운 부분이니까. 또 이런 작은 돛단배는 오차가 적기도 하고.”
마법은 많아질수록, 겹칠수록 충돌이 늘어나고 오차도 늘어났다.
거대 범선보다 훨씬 작은 돛단배가 잘 굴러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 다음은 >비블레의 비행 부여>야.”
“과연. 뭘 하면 됩니까?”
“아까처럼 또 익혀야지.”
“……”
이한은 죽일 듯이 버두스 교수를 노려보았다. 버두스 교수는 당황해서 말했다.
“당연한 거잖아!”
교수의 제자는 살기 넘치는 중얼거림과 함께 다시 학습에 들어갔다.
아까보다 더 짧아진 학습 시간 끝에 이한은 >비블레의 비행 부여>도 나무 뗏목에 시전하는 데에 성공했다.
“오. 움직입니다. 속도는 여기서 더 못 늘립니까?”
“그건 이제 또 추가로 마법을 넣어야 해. 재밌지?”
“아뇨.”
이한은 솔직히 조금 재밌었지만 정색하고 부정했다. 버두스 교수는 투덜댔다.
“재밌으면서…”
“저 갑니다.”
“아, 아냐! 아냐! 재미없는 걸로 해! 자. 다시 올라타!”
버두스 교수는 제자가 도망갈까 봐 서둘러 돛단배 위에 태웠다.
이한은 올라탄 뒤 아까처럼 출항 주문서를 작동시키고, 공중에 뜬 다음에는 비행 주문서를 작동시켰다.
돛단배가 아무런 지시 없이 하늘 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달리 덜컹거리거나 비틀거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마력이 튀는군.’
돛단배 위에 있는 만큼 이한은 버두스 교수보다 휠씬 더 빨리 반응할 수 있었다.
돛단배 위에 설치된 마법진들 중 마력이 튀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었다. 새로 추가된 마법이 문제를 일으키는 게 분명했다.
‘선체 강화 마법인가? 이건… 바람 저항 마법 같고. 아니. 바다를 날아다니는데 굳이 부식 방지 마법까지 필요해? 이건 정 안 되면 꺼버려야겠다. 일단은 버틸 수 있겠는데.’
“안 되겠다 싶으면 예비 마법진에 마력을 넣어! 많이 흔들리고 있어!”
“일단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한은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방금 알아낸 것을 전달했다.
버두스 교수는 제자가 생각보다 알아서 잘하자 기특해하며 일을 추가로 선물해줬다.
“잘 됐네! 거기서 알아낼 수 있으면 그냥 기록해!”
“……”
자기가 유일하게 맡은 일도 제자한테 떠넘기는 모습에 이한은 침묵했다.
‘괜히 말했군…’
이한이 기록하는 동안 버두스 교수는 능력 있는 제자의 모습에 기삐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걸 보니 앞으로 다른 일들도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착륙!”
버두스 교수는 신호를 보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착륙할 준비를 했다.
“어!
“왜 그러십니까?”
“저기! 라게사야!”
버두스 교수가 먼 아래쪽을 가리켰다.
7층을 통해 떠나는 사람들과 달리 라게사는 당당하게 해적 노예들을 데리고 정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버두스 교수는 살짝 당황했다.
“예상보다 더 빨리 떠나잖아?”
“그럼 지금 드리죠?”
“안 돼! 이제 시작했잖아! 방금 나온 문제점 해결도 못 했는데! 어서 내려와!”
버두스 교수는 제자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손짓했다.
라게사가 실망하든 말든 중요한 건 더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잠깐. 어디 가? 야! 어디 가?!”
제자의 착륙을 기다리던 버두스 교수는 당황했다.
소형 돛단배가 첨탑 마구간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돌아와! 돌아오라니까!”
* * *
정문을 향해 걸어가던 라게사는 뒤에서 소형 단정(短艇)이 날아오자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지? 설마 비블레가 덤비는 건가?’
돛단배의 모습을 보아하니 버두스 교수가 만들던 놈이었던 것이다.
그 위에서 이한이 훌쩍 뛰어내리자 라게사는 더더욱 놀랐다.
“뭐냐?”
“라게사 님. 버두스 교수님께서 드디어 작품을 완성하셔서 전달하러 왔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어떻게 아셨지?’
이한은 라게사의 반응을 보고 신기해했다.
어떻게 안 거지?
“사실 완성 못 하셨는데 제가 훔쳐서 전달해 드리러 왔습니다.”
“…자세히 말해봐라.”
라게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한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했다. 버두스 교수가 어느 정도 완성은 했는데, 자기가 보기에는 더 욕심이 있어서…
“미친 새끼 아니냐 이거!”
라게사의 반응에 뒤에 쇠사슬을 차고 있던 해적 노예들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에서 온갖 약탈을 일삼던 해적들이 보기에도 미친 소리처럼 들렸다.
역시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다 정신 나간 놈들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다가는 교수님 원수만 쌓일 것 같아서 이렇게 훔쳐서 끌고 나왔습니다.”
라게사는 박장대소했다.
한참을 웃던 늙은 해적은 킬킬대며 말했다.
“비블레가 다른 건 몰라도 제자는 정말 운이 좋군. 꼭 지 닮은 제자들만 고르다가 이번에는 무슨 행운의 바람이 불었는지…”
“사실 버두스 교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제국의 정의를 위해서 갖고 나온 겁니다.”
“나중에 생각 있으면 제국 남부 사략함대로 찾아와라. 이 토르게르드의 딸 옆에서 신나게 약탈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이한은 살짝 솔깃했지만 금세 단념했다.
제국에서 해적은 아무리 생각해도 안정적인 직종이 아니었다.
“고맙다. 애송아.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어. 이걸로 이번 에인로가드 방문은 대만족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라게사는 돛단배를 이한에게 내밀었다.
이한은 깜짝 놀랐다.
“교수님한테 돌려주시려는 겁니까?!”
“정신 나갔냐? 비블레한테 왜 줘?”
라게사가 정색했다. 이한은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애송이 너한테 선물하는 거다. 비블레 말이 사실이라면 더 개선할 수 있겠지.”
“저는 버두스 교수님처럼 개선할 능력이 없습니다만…”
“1년이면 생길 것 같은데.”
“……”
“반년? 3개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