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56)
856화
“난 의외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말이지 키히히.”
라게사는 그렇게 말하더니 데스 나이트를 불렀다.
정문에서 있던 데스 나이트는 의아해하며 달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돛단배 보이냐?”
-보이는군요.
“이 돛단배를 여기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에게 넘기려고 하는데. 증인이 좀 되어주겠나?”
데스 나이트는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굳이 증인까지 필요한 일입니까?
“아. 비블레의 돛단배라서. 물론 내 금화로 연구했으니 정확히는 내 물건이 맞긴 한데. 비블레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
데스 나이트는 라게사의 말에 무슨 소리인지 즉시 이해했다.
그리고 동료들을 불렀다.
-이보게!
-무슨 일인가?
-여기 버두스 교수가 라게사 님의 자금으로 연구하던 돛단배의 소유권을 여기 워다나즈 님에게 옮긴다는군. 그대들 모두 증인이 되어주게.
-저런! 알겠네! 만약 버두스 교수가 제자의 물건을 추악하게 탐낸다면 심층 징벌방의 가장 뜨겁고 괴로운 자리에 처박아버리겠네!
-나 또한 맹세하지!
데스 나이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신나서 맹세했다
이한은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그러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너무 성가실 텐데요.”
-아뇨. 저희가 가두고 싶어서 그
러는 건데요?
“……”
라게사는 다 안다는 듯이 이한의 어깨를 두들기더니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잘 있어라. 미래의 마령관아.”
“예. 살펴 가십…”
공손하게 인사하며 라게사를 배웅하던 이한은 멈칫했다.
‘아니. 작별하는데 이런 막말을?’
누가 해적 아니랄까 봐!
* * *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
월요일 아침.
이한은 7층 주방 클럽의 식당 창고로 발걸음을 옮기며 인사했다.
평소라면 거대한 앞치마를 두르고 정체불명의 몬스터 고기에서 발골 작업을 했을 팔크리우스는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탁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
그 모습에 이한은 놀라서 물었다.
“혹시…”
“엇. 워다나즈. 왔냐?”
“졸업에 필요한 성적이 부족하신 겁니까?”
평소 언제나 호탕하게 웃던 팔크리우스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물었다.
“혹시 내가 그렇게 보였냐?”
“아, 아니. 창고에서는 일만 하셨잖습니까.”
“이번 주는 중간고사 준비해야 하니까.”
다음 주가 중간고사인 만큼 에인로가드 학생들도 평소 같을 수는 없었다.
1학년 때도 다들 비슷했기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여기서 공부하시는 거군요.”
“공부… 공부랑은 조금 다르지.”
“예?”
“이건 후배들이 볼 중간고사거든.”
“???”
팔크리우스의 말에 이한은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배들이 볼 중간고사를 팔크리우스가 왜 보고 있단 말인가?
“후배들이 볼 중간고사를 왜 선배님께서… 아. 혹시 교수님께서 준비를 도우라고 시키신 겁니까?”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팔크리우스는 피식 웃었다.
“푸흐 어지간히 미친 교수님이 아니고서야 5학년도 아닌 제자한테 시험을 준비하는 결 도우라고 하진 않지!”
“……”
어라?
“이건 클럽 전통이다. 워다나즈. 모르는 모양이구나.”
원래 클럽은 먹고 살기 위한 생존 모임이 아니라 공동의 취미와 관심사, 그리고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모임에 가까웠다.
착각하기 쉬웠지만 에인로가드의 클럽도 나름 품위와 전통이 있었다.
그 전통 중 하나는 바로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
주방 클럽을 포함한 에인로가드의 많은 클럽들이 후배들의 시험을 대비해 선배들이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다.
‘아니. 이런 문화가 있었다고?’
이한은 놀랐다.
차갑고 삭막한 사막 같은 에인로가드에 이런 문화가 있었을 줄이야.
“시험을 도와준다는 건 어떤 겁니까?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시거나, 요점을 정리해주시거나?”
“푸흐흐. 뭐 그런 것도 있고. 교수님 마탑을 털어서 시험 문제를 미리 알아내는 것도 돕는다고 볼 수 있지.
“……”
이한은 슬슬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봐도 이한이 처음 예상했던 따뜻한 선후배 간의 우정 같은 게 아닌 것 같았다.
팔크리우스는 계속 설명했다.
물론 후배가 방금 말한 것처럼 질문에 대답해주거나 요점을 정리해주는 것도 좋은 도움이었다.
하지만 클럽끼리 명예롭게 경쟁하다 보면 좀 더 적극적인, 가끔은 과격한 방법도 나오기 마련.
교수님의 마탑을 털어서 시험 문제를 알아내거나 혹은 시험 때 저지를 부정행위를 준비해준다거나…
“대체 왜 그렇게까지?”
“그러게 말이다. 워다나즈. 나도 참 안타까워. 다른 클럽 놈들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면 이럴 필요도 없을 텐데…”
팔크리우스는 안타깝다는 듯이 허공을 쳐다보았다.
에인로가드에 주방 클럽 같은 곳만 있다면 얼마나 웃음꽃 넘치는 화기애애한 학교가 되겠는가?
‘아닐 것 같은데.’
‘푸흐. 그러고 보니 네가 여러 클럽에 가입해서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하나에만 가입했으면 다들 얼마나 싸웠겠냐. 보통 후배를 건드리진 않지만, 워다나즈 너라면 건드렸을지도…”
“……”
” 어쨌든 워다나즈. 마침 잘 왔다! 넌 솔직히 알아서 잘할 거 같지만, 우리 클럽의 일원인 이상 선배로서 도와줘야 하거든.”
“저 알아서 잘 못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이한은 냉큼 대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시험 도와주겠다는데 안 받을 생각은 없었다.
“우하하하! 물론이지. 그럼 강의를 정해봐.”
“예?”
“넌 듣고 있는 강의가 너무 많아서 클럽 하나가 다 맡기는 힘들어. 다른 클럽 놈들하고 이야기해서 나누기로 했다.”
원래라면 후배가 듣는 강의를 알아서 선배들이 도와줘야 했지만, 가끔 전 학파를 수강하는 후배가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클럽 선배들이 쓰러지는 것보다는 각 클럽이 나눠서 맡는 게 낫지 않겠는가.
“……”
“푸흐. 참고로 말하자면 난 >복잡한 마법 대신 물약 한 방울로> 강의를 맡겨주면 좋겠다. 우리 클럽 회원들이 대체로 연금술을 잘하거든.”
“확실히 그렇겠군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연금술사들은 요리나 양조(釀造)에도 능통했다.
이한도 굳이 볼라디 교수의 >중급 전투 마법의 이해> 같은 걸 부탁해서 심술부릴 생각이 없었던 만큼 연금술 강의를 부탁하려고 마음먹었다.
쾅쾅쾅!
-뭐야! 왜 문 닫았어!
-주방 클럽! 오늘 장사 안 해?!
밖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에 팔크리우스가 고개를 불쑥 내밀고 소리쳤다.
“다음 주 시험 준비해야 해서 안 한다!”
“뭐… 무슨 소리야! 작년에는 시험 기간에도 했었잖아?!”
“작년에는 돈 없어서 시험 기간에도 한 거지. 올해는 충분히 모아서 안 해! 우하하!”
팔크리우스는 여유 넘치는 웃음을 터뜨렸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수상할 정도로 질 좋은 식재료를 잘 갖고 오는 후배 덕분에 매출의 자릿수부터 달랐다.
덕분에 이렇게 마음대로 닫아도 될 정도로.
“말… 말도 안 돼!”
“토마토 달걀 수프 먹으려고 일찍 일어나서 달려왔는데…”
선배들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작년과 달리 주방 클럽에서 나오는 식사의 품질이 매우 올라간 만큼 크게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한은 괜히 미안해져서 고개를 내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쉿. 조용히 하십시오. 두 분한테까지 만 차려드리겠습니다. ”
“워… 워다나즈!’
“이 2학년의 상냥한 보모 같으니라구!”
“?”
이한은 멈칫했다
“방금 그건 욕 아닙니까?”
“칭, 칭찬이었는데…?”
선배들은 어리둥절했다.
잘 보살펴줘서 이런 별명 붙은 게 아니었나?
잠시 후.
굶주린 두 선배가 허겁지겁 갖고 온 호밀빵을 잘라서 수프에 적셔 먹는 동안, 이한은 팔크리우스와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했다.
“그럼 어떻게 도와주시는 겁니까?”
“푸흐. >복잡한 마법 대신 물약 한 방울로> 강의 시험은 결국 절반이 시약 확보야. 나머지 절반은 만드는 거고.”
선배다운 노련함으로 팔크리우스는 핵심을 지적했다.
우레걸음 교수의 이 연금술 강의는 제조 자체의 난이도도 난이도였지만 시약을 학생이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게 한층 더 악명을 높였다.
“그나마 지금은 에인로가드 영지를 돌아다니며 구할 수 있다지만, 더 심화 과정으로 가면 보석을 구해오라고 한다니까! 푸흐. 완전 미친 소리지!”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한은 격분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어디 무슨 보석으로 연금술을! 미친놈들!”
“워, 워다나즈. 왜 그러냐? 혹시 배라도 고픈 거야? 보석도 언젠가 쓰긴 해야지…”
연금술은 단순히 물약만으로 끝나는 게 아닌, 온갖 물질에 대한 탐구의 학문이었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영원히 안 쓸 수는 없는 것이다.
팔크리우스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말했다.
“어떤 시약이 필요한지는 교수님의 마탑이나 약초밭들을 확인해야 해.”
“겸사겸사 빌리기도 하고 말입니까?
후배의 뛰어난 학습에 팔크리우스는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그런데 올해는 좀 경계가 강하더라고. 당장 각수관 남쪽에 위치한 우레걸음 교수님 오두막 알지? 거기 텃밭을 누가 지키고 있는지 아냐?”
“글쎄요?”
이한은 의아해했다.
그쪽 오두막 텃밭은 이한이 맡아서 관리하고 있는 만큼 비교적 잘 아는 곳이었다.
별도의 경비가 추가됐나?
“벤도졸 교수님! 푸흐. 믿겨지냐, 이게? 벤도졸 교수님이 직접 지키고 있다니!”
“……”
이한은 표정을 관리하기 위해 집중해야 했다.
동물들을 사랑하는 벤도졸 교수는 이한의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잡일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 과연… 확실히 어렵겠습니다.”
“그래도 뚫어보긴 해야지.”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토마토 달걀 수프를 싹 비우다 못해 남은 빵조각으로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닦아낸 3학년 학생이 팔크리우스를 불렀다
“우레걸음 교수님이 산맥 속에 몰래 만든 약초밭을 알고 있습니다.”
“뭐?! 정말? 어떻게 알아냈지?”
“과제 때문에 절벽에서 며칠 지냈는데 교수님이 그 밑으로 지나가시더라고요.”
“푸흐. 운이 좋았군.”
‘절벽에서 며칠 지낸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나 혼자뿐인가?’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팔크리우스는 3학년 학생의 증언을 흥미롭게 메모했다.
“과연, 과연… 좋아. 여기도 확인해봐야겠다. 필요한 게 있으면 싹 쓸어와야겠어. 넌 뭐 없냐? 후배가 일부러 솥에 불붙여서 식사 대접해줬는데?”
“어, 그게…”
친구와 달리 우레걸음 교수에 대해 고발할 게 없었던 선배는 당황하다가 내뱉었다.
‘작… 작년 여름에 우레걸음 교수님의 재료 마차를 습격한 게 누군지 알고 있긴 합니다.”
“뭐! 이것도 흥미롭군. 교수님과 교섭할 수 있겠어. 이름을 알려줘!”
“호르마시 가문의 카르넬ㄹ…”
팔크리우스가 두 학생과 대화하는 동안 주방클럽의 다른 회원들도 하나둘씩 도착했다.
학생들은 팔크리우스가 이것저것 심문하고 기록하는 걸 보고 뭘 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중간고사 준비하시는군.”
“잠깐. 워다나즈는 전 학파 수강 아닌가? 우리가 다 맡을 수 있어?”
“다른 클럽들하고 이야기해서 나눴대.”
“휴. 다행이다.”
“푸흐! 이 정도면 된 거 같다. 다들 출발하자! 이번 주 내내 열심히 움직여야 후배들 시험을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예!”
팔크리우스의 외침에 따라 회원들은 기세 좋게 모여서 출발했다.
아침으로 팔크리우스가 미리 준비한, 절인 텐타클 샌드위치를 나눠주자 회원들의 기세는 한층 더 올라갔다.
그래서 회원들은 처음에는 바로 눈치채지 못했다
‘…어, 워다나즈는 왜 같이 오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2학년 후배가 같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2학년은 안 해도 되는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