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60)
860화
“??”
하지만 긍지 높은 고르곤 혼혈인 에안두르데는 초콜릿 하나 줬다고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는 가이난도와는 달리 멀뚱멀뚱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한은 낮게 속삭였다.
“전하하고 좀 친하게 지내줄래?”
“……”
에안두르데는 존경하는 선배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악하고 포악한 드래곤에 대한 적개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끙끙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모습에 제안한 이한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아니다. 내가 괜히 말한 것 같네. 에안두르데. 잊어버ㄹ…”
“…친구.”
에안두르데는 방금 당한 공격과 굴욕을 꾹 참고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새로 생긴 고르곤 혼혈 친구의 모습에 조우린은 너무나도 기뻐했다.
이한! 조우린의 새 친구야! 봤어? 조우린의 친구가 이렇게 많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하긴 생각해보니 볼라디 교수의 제자도 100% 증가했듯이 조우린의 친구도 100% 증가했을 수 있었다.
이한은 너그러운 미소로 축하했다.
“에인로가드의 기적이로군요.”
이한. 조우린은 에인로가드 친구를 더 사귀겠어! 어서!
조우린은 어서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을 여기 지하 무너진 비행장으로 불러오라는 듯이 앞발을 탕탕 두드렸다.
물론 이한은 분위기를 타서 동의하지 않았다.
“그건 안 됩니다. 전하.”
어째서?! 워, 워다나즈. 조우린은 에인로가드 친구를 더 사귀겠노라!
“예의바르게 말한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만…”
조우린은 자신이 버릇없게 말해서 거절당한 거라고 생각했는지 공손하게 다시 말했다.
물론 조우린이 어떻게 말하든 간에 이한은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당장 튼튼한 에안두르데도 뼈가 몇 개 부러질 뻔했는데 다른 학생들은 어떻겠는가.
그리고 학생들만 걱정이 아니었다. 조우린 본인도 걱정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힘들다.’
미친 선배들 중에 조우린을 사냥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도 나온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게다가 영지에는 미친 대마법사의 분신도 있지 않은가.
“전하. 전하께서는 시험 때문에 방문하셨습니다. 그러면 다른 곳을 멋대로 돌아다니시면 안 됩니다.”
힝.
조우린은 슬퍼했지만 의외로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
볼라디 교수와 이야기하기 전부터 해골 교장과 이미 대화한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학생들이 조우린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고 했어…
“전하께서 워낙 위엄이 넘치시다보니 그럴 수 있지요.”
이한도 그러는 건 아니지?
“저는…”
하긴 이한은 훨씬 더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많이 상대했으니까.
“……”
이한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옆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볼라디 교수와 에안두르데의 모습이 뒤통수를 한 대씩 때리고 싶을 만큼 얄미웠다.
“…전 전하를 두려워하지 않죠.”
당연하지! 자. 그러면 안내하도록 하거라.
“?”
이한은 자연스럽게 주제를 건너뛰는 조우린의 화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당황했다.
“어딜 말입니까?”
이한의 기숙사 방.
“왜?”
어찌나 당황했는지 존대가 아닌 반문이 바로 튀어나왔다.
다행히 조우린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거기서 묵기로 했는데?
“…누구하고 결정했는데?”
고나달테스하고?
정확히는 ‘워다나즈 방에 숨어 있을게!’ ‘전하께서 들어갈 크기가 아닙니다’ ‘인간 형태로 있으면 되잖아!’ ‘불편하실 텐데요’ 순서대로 진행된 대화였지만 조우린은 자신이 편한 대로 기억했다.
불행히도 대화의 내막까지 샅샅이 알지 못했던 이한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런 미친. 에인로가드가 망할 때가 됐나?’
황족이 왔으면 에인로가드의 가장 좋은 곳을 내줘도 모자랄 판에 무슨 비좁은 기숙사 방이란 말인가.
…생각해보니 다른 황족들도 비좁은 기숙사 방에 머물긴 했다. 일관성만 놓고 보면 말이 되는 소리였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이한은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도와달라는 눈빛이었지만 당연히 교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교수님. 전하가 다른 곳에 머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볼라디 교수가 대답하기도 전에 조우린이 먼저 대답했다.
싫어! 싫어! 싫어!
…애새끼 같은 난동으로.
거대한 드래곤이 양옆으로 롤링 동작을 펼치자 무너진 잔해가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에안두르데는 질색하며 이한 뒤로 숨었다.
“싫다고 하시는군.”
“…저도 보이는군요…”
이한은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
차라리 가르시아 교수라면 조우린을 달래거나 할 수 있었겠지만 볼라디 교수에게 그걸 맡기는 건 무리였다.
‘어쩔 수 없군. 일단 들여보낸 다음에 불편하다고 칭얼대면 바로 내보내야겠다. …잠깐, 닭 기르는 오두막에 두면 불경죄인가?’
조우린이 좁다고 칭얼대면 비밀기지나 바깥 오두막에 둘 생각이었던 이한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조금 많이 불경죄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에인로가드에 드래곤이 머물 만한 곳이…
“워다나즈.”
볼라디 교수가 이한을 불렀다. 이한은 고민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앗. 네. 교수님. 혹시 시험은 이번 주 안에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조우린을 상대로 대체 무슨 마법을 시험받는 게 좋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한은 일단 시간을 벌어보려고 했다.
도저히 지금 고를 만한 주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행히 볼라디 교수는 흔쾌히 허락해줬다.
“그러도록.”
“감사합니다.”
“전하를 옮기는 걸 도와주겠다.”
허락한 뒤 볼라디 교수는 방금 이한을 부른 이유를 꺼냈다.
옮기는 걸 도와주겠다는 말에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만?”
옮기는 건 이한도 할 수 있었다.
조우린이 인간으로 변하면 이한이 투명 마법을 건 뒤 기숙사를 통과하면 됐다.
그러나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는 힘들다.”
“그게 무슨…”
아니야. 기다려봐!
조우린은 호언장담하더니 인간 형태로 변신을 시도했다. 거대한 드래곤의 체구가 들썩거리더니 출렁이며 형상이 연신 뒤바뀌었다.
잠깐 인간 형태를 유지하나 싶더니 조우린은 곧바로 드래곤 형태로 돌아왔다. 볼라디 교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 자라지 않은 드래곤은 변신을 답답하게 여기지.”
“…어… 잠깐만요.”
이한은 조우린이 저 덩치 그대로 자기 방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들어갈 수는 있나?
‘아니. 방이 확장되긴 하는데, 저 정도까지 확장되나?’
“교수님. 전하가 방 안에 들어가는 건 맞습니까?”
“그래. 확장된다.”
‘이 사람은 어떻게 아는 거야?’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학창시절에 기숙사 방으로 무슨 실험을 해봤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지만, 지금 그걸 묻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기숙사의 개인실이 용의 둥지가 되기 직전 아닌가.
‘차라리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다행인가?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지낼 테니까… 불편해하면 더 빨리 내보낼 수도 있고…’
이한! 조우린은 얌전히 있겠다!
“하하.”
이한은 조우린 뒤에 부서진 잔해를 보며 웃었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푸른 용의 탑 역사상 처음으로 기숙사를 무너뜨린 학생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면 교수님. 부탁드리겠습니다.”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대한 드래곤 위로 투명과 인식 저해의 장막을 던졌다. 순식간에 드래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다음으로 볼라디 교수는 부서진 지하 비행장을 수리했다. 조우린은 겸연쩍은 듯 헛기침했다.
고의가 아니었어.
“전하. 안에서는 조용히 하셔야 합니다.”
알겠다! 조우린을 믿거라, 배그렉 교수!
조우린은 고개를 크게 끄덕인 뒤 ‘앙’하고 에안두르데를 가볍게 물었다. 당연히 에안두르데는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듯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왜, 왜?!
“그냥 어깨 위가 낫지 않겠습니까?”
“크르르릉! 크르르르르릉!”
조우린하고 같이 놀러가자!
뚝-
이한이 뭔 소리냐고 하기도 전에 에안두르데가 짖는 걸 멈췄다.
에안두르데도 요네르와 이한이 있는 푸른 용의 탑 2학년 기숙사는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교수님. 에안두르데도 잘 부탁드립니다.”
볼라디 교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한은 새삼 볼라디 교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교수였다면 이렇게 사정을 봐주지 않았을 것 아닌가.
‘…아니지. 애초에 이 사람이 데리고 온 거잖아!’
“???”
제자의 눈빛에 볼라디 교수는 의아해했다.
* * *
푸른 용의 탑, 2학년 휴게실에서는 가이난도가 어렵게 구한 강아지 수인족 탐정 토베리즈 시리즈를 읽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트릭에 가이난도는 투덜댔다.
“이게 말이 돼?”
“왜 또 불만이야? 황자 넌 맨날 투덜거리면서 그 잡지를 왜 보는 건데?”
“원래 이러면서 보는 거거든! 이거 봐. 이 내용을 보라고!”
가이난도는 흥분해서 친구들을 끌고 와 앞에 앉히고 설명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내가 왜 말을 걸었을까’후회했지만 늦었다.
“여기 마법사가 자기 소매 속에 뭘 숨겨서 마탑 기숙사에 가는 줄 알아?”
“뭘 숨겨서 가는데?”
“용이야! 용이라고!”
“뭐… 용일수도 있지 않나…”
“야! 어떻게 용을 소매 속에 숨기는데! 그리고 그걸 어떻게 기숙사 방에 숨기는데!”
가이난도는 친구들의 반응에 방방 뛰었다.
이런 기본적인 마법 상식도 없는 녀석들 같으니!
“작게 변신했나보지.”
“작게 변신할거면 그냥 사람으로 변신하는 게 훨씬 더 맞는 방법이거든! 뭐하러 소매에 넣어?!”
‘이 자식, 마법 공부를 이렇게 할 것이지.’
‘워다나즈한테 반드시 일러바치겠다.’
평소에는 마법 주문이나 동작을 틀려도 대충대충 하던 놈이 이럴 때만 교수처럼 까다롭게 굴다니.
끼이익-
그러는 사이 뒤에서 문이 열리더니 이한이 조용히 들어왔다. 이한은 친구들이 떠드는 걸 방해하지 않고 유령처럼 개인실로 올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가이난도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가이난도는 반갑게 외쳤다.
“이한! …하고 교수님??”
뒤에 붙은 말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옆으로 날렸다.
기숙사 안에 교수가 들어왔다는 말에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이한은 친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외쳤다.
“교장 선생님의 습격 같은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교수님은 잠깐 날 도와주러 방문하신 거야.”
“…대, 대체 뭘 도와주려고 기숙사에 방문하시는데?”
“어… 강의와 시험 관련해서 좀.”
“……”
친구들은 경악했다.
배그렉 교수의 강의가 지독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기숙사까지 학생을 쫓아와서 닦달할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에인로가드 교수들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자. 그러면 난 이만 가볼게. 다들 재밌게 놀아.”
“???”
가이난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한 칸씩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기괴한 현상이란 말인가?
볼라디 교수는 침착하게 지팡이를 휘둘러 계단을 복구시켰다. 그리고는 위로 올라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숙사까지 따라오시다니.”
“무섭다. 나는 정말로 에인로가드가 무서워. 우리도 3학년이 되면 저러는 거 아닐까??”
“설, 설마.”
친구들이 충격을 받아 떠드는 동안 가이난도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는 이한의 개인실 문을 똑똑 두드리고 열어젖혔다.
“크르르릉!”
미안! 미안! 조우린이 미안해하노라! 고의로 깔고 뭉갠 게 아니라…
“책이 상하지 않게 왼쪽에 옮기는 게 낫겠군.”
혼란스러운 안의 모습에 가이난도는 눈을 끔벅였다. 뒤늦게 친구를 알아차린 이한은 기겁해서 가이난도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너는 왜 따라왔어?!”
“이, 이게 대체 무슨…?”
“…어쩔 수 없군. 가이난도 너도 같이 돌보자.”
와! 하인이야!?
처음 보는 드래곤의 무례함에 가이난도는 발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