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67)
867화
용은 기본적으로 탐욕스럽다는 인상이 강한 종족이었다.
괜히 옛 이야기에 용의 둥지에 찾아가 보물을 훔치려다가 크게 벌을 받는 사람들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인상.
정확히 말하자면 용은 탐욕스럽기보다는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인식이 매우 확고한 종족이었다.
‘용의 둥지에 들어갔다가 벌을 받은 사람들을 보고서 용이 탐욕스럽다고 하는 것도 조금 억지긴 해.’
남의 둥지에 들어가서 도둑질한 사람이 탐욕스러운 거지 용이 탐욕스러운 게 아닌 것이다.
드래곤이 아무리 금은보화 수집이 취미라 하더라도 도둑들에게 그걸 훔쳐갈 권리가 있지는 않았다.
만약 이한이 드래곤이었다 하더라도 분노해서 날뛰었을 게 분명했다.
‘자기 재산의 소유권을 철저히 수호했을 뿐인데 탐욕스럽다는 인상이 남다니. 역시 종족의 숫자가 중요한 것인가?’
용족은 워낙 그 숫자가 적고 은둔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대륙의 나머지 종족들이 멋대로 낭설을 퍼뜨린다 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한은 다수결로 돌아가는 제국의 풍문 세태에 속으로 한탄했다.
“용은 그저 자신의 보물을 지키는 것뿐인데 탐욕스럽다는 오해까지 받고 있습니다.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헤헤.
조우린은 이한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자 앞발로 볼을 긁적이며 웃었다.
유크벨티레는 용의 풍문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헛소문은 별 의미가 없지. 중요한 건 용이 자신의 소유물을 절대 내주지 않는다는 거야.”
힝.
조우린은 다시 시무룩해졌다. 그리고는 이한에게 속삭였다.
이한. 저번 건 꼭 비밀로…
“뭐가 비밀이라는 거지?”
속삭임을 들은 유크벨티레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한은 재빨리 둘러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버두스 교수님을 욕한 걸 비밀로 해달라는 겁니다.”
“그건 전혀 비밀로 할 필요가 없을 텐데.”
유크벨티레를 완벽하게 속인 이한은 다시 조우린을 달랬다.
“전하도 선배님 말에 너무 휘둘리지 마십시오. 원래 사람도 다 각자 성격이 다르잖습니까. 용은 이래야 한다는 말 같은 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전하는 전하답게 지내십시오.”
이한!
감동한 조우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다음에도 또 선물 줘도 돼?
“절대 안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
조우린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방금 말과 다르지 않은가!
* * *
강의실을 나온 이한, 디레트, 유크벨티레, 볼라디 교수, 조우린은 복도 한복판에 우뚝 섰다.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접근하기 싫은 조합이다.’
만약 이한이 다른 학생이었다면 보이는 순간 투명 마법 걸고 창 밖으로 몸을 던져서라도 거리를 벌렸을 것이다.
주변에서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짐작도 가지 않는 끔찍한 조합이었다.
“다음 강의는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인가?”
“예.”
버두스 교수의 강의인 만큼 유크벨티레는 이한의 다음 시간표를 알고 있었다.
“딱히 갈 필요 없겠지?”
“예…”
이한은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원래라면 한 학기 강의를 벌써 끝낸 건 자랑해도 될 일이었지만, 눈앞에는 기대하던 지팡이 제작을 교수에게 찬탈당한 피해자가 있었다.
조우린이 혼내주려고 했는데.
조우린이 앞발을 슉슉 휘두르며 말했다.
“전하. 그러시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이한. 조우린은 품위 있는 황족이라 멋대로 공격하진 않겠노라!
“아뇨. 그러시면 한 대 치셔도 된다고 하려고 했는데요.”
…?!
유크벨티레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강의 시간이 비는군. 추천할 게 있어.”
“?”
이한과 디레트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크벨티레가 추천할 게 있다니?
“뭘 추천하시려는 걸까요?”
“글쎄. 유크벨티레가 후배한테 조언해주는 사람은 절대 아닌데…?”
디레트도 당황했다. 평소 유크벨티레의 태도와 너무 다른 것이다.
“마법 제도기(製圖器). >마법대수학과 비전기하학>을 듣고 있는 만큼 쓸만한 제도기를 구비해놓을 필요가 있겠지.”
‘오.’
제도기는 자나 각도기 같은 간단한 도구는 물론이고 컴퍼스나 디바이더까지 포함하는, 한마디로 도면을 그릴 때 쓰는 도구였다.
마법사들이 아무리 머릿속으로는 영원불멸의 마법진을 완성하고 건축물을 지어 올려도 제국의 투자자들에게 금화를 받으려면 최소한 그림으로라도 보여줘야 하는 법.
평범한 제도기는 마법사가 낑낑대며 전부 다 그리고 계산해야 했지만 좋은 마법 제도기는 이런 귀찮은 과정을 생략시켜주는 편리한 물건이었다.
정말 뛰어난 마법 제도기는 지능 높은 정령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거나, 혹은 아예 지능 높은 정령이 아예 깃들어 있을 정도였다.
유크벨티레가 천재들이 즐비한 에인로가드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여 마법사인 걸 아는 만큼, 이한은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었다.
“선배님께서 혹시 선물해주시는 겁니까?”
“아니. 난 갖고 있는 게 없어.”
“……”
조우린보다 쪼잔하다…
조우린도 실망한 기색으로 중얼거릴 정도였다. 저렇게 말해놓고 보물 하나 주지 못하다니.
심지어 볼라디 교수까지 한 마디 꺼냈다.
“재료가 없다면 도와주겠다.”
일행의 반응에 유크벨티레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버두스 교수의 지팡이 제작 탈취 영향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계속 듣도록 해.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 나는 갖고 있는 게 없지만, 구할 방법이 있으니까. 어디 있는지 위치를 알고 있어.”
“아하.”
이한은 실망감을 거두고 다시 기대의 시선을 보냈다.
사실 에인로가드에서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면, 그 물건을 갖고 있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지식은 곧 힘이지.’
아무래도 훔치는 입장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발하지.”
볼라디 교수도 좋다고 생각했는지 동의의 뜻을 밝혔다. 이한은 멈칫했다.
“…어, 교수님. 조우린 전하를 위치 이동 현장으로 데리고 가도 됩니까?”
“도둑질을 당하시는 게 아니라 하러 가시는 거니 상관없겠지.”
‘젠장. 내가 욕심 때문에 설득되는 건가?’
이한은 볼라디 교수의 논리에 묘하게 설득되는 자신을 경계했다.
보물을 갖고 싶어서 스스로 설득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이한. 조우린도 꼭 같이 가고 싶노라…
“아니… 그게… 음… 예. 가시죠.”
차마 어린 용 앞에서 ‘도둑질하러 가는 거예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이한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디레트는 친구에게 물었다.
“네가 쓸만하다고 할 정도의 아티팩트인데 학교의 다른 곳에 있다니. 신기한데? 어디에 있길래?”
“성각관.”
“……”
성각관.
즉 버두스 교수의 마탑이었다.
‘너 화난 거 맞잖아…!’
디레트는 속으로 외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버두스 교수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면 평생 챙겨준 적 없던 후배에 대한 배려심이 갑자기 생겨날 리 없었다.
* * *
하지만 일행은 성각관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어느 누구도 버두스 교수를 털어먹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르시아 교수님이 계셨어야 했나…?’
디레트는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디레트도 ‘버두스 교수님 마탑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갈래, 안 가져갈래?’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조금 고민하고 가져갈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지금 볼라디 교수처럼 적극적으로 마탑의 방어물을 파괴하는 걸 보니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이래도 되나?
콰직!
방어 골렘의 코어 부분만 정확히 붕괴된 후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력한 복구 마법이 골렘을 다시 복원하려고 했지만, 볼라디 교수가 추가로 건 분란 마법이 그 과정을 교란시켰다.
지금 쓰러진 방어 골렘은 평범한 골렘이 아니었다. 순도 높은 월장석과 자철을 사용해 만든 이 골렘은 한 대 한 대를 만드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제자들에게 한 푼도 내주지 않고 자기 연구에만 몰두하는 버두스 교수였기에 운용 가능한 골렘들인 것이다.
그런 비싼 골렘들을 볼라디 교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쓰러뜨렸다. 그 모습은 마치 양치기의 돌에 맞아 쓰러지는 대전사를 연상시켰다.
우와!
“교수님의 마법은 효율의 극치죠.”
‘…진짜 이래도 되나?!’
조우린과 이한이 신나서 떠드는 모습에 디레트는 속으로 다시 한 번 갈등했다.
털어먹는 것도 좋긴 한데 교수님이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유크벨티레. 어떻게 생각해?”
“방어가 한층 더 올라갔군.”
최근 험한 꼴을 많이 겪은 탓에 버두스 교수는 성각관의 방어를 더 올린 상태였다.
가 모 교수한테는 멱살을 잡히고 이 모 학생한테는 피 같은 재산을 도둑질당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반응이 당연했다.
…물론 디레트는 그걸 물은 게 아니었다.
“됐다. 물은 내가 바보지.”
“??”
쿠르릉-
대화하는 사이 볼라디 교수는 지하 1층 방어 골렘들을 모조리 해치워버렸다. 조우린과 이한은 감격해서 동시에 박수를 쳤다.
‘이게 교수구나!’
이한이었다면 힘으로 저 방어를 뚫기 위해 온갖 짓을 했을 텐데, 빠르게 접근해서 급소만 타격한 뒤 복원 마법만 빠르게 훼방놓으시다니.
이 정도는 되어야 다른 교수들의 공방을 터는구나 싶었다.
“아.”
볼라디 교수는 갑자기 멈춰서더니 무언가 찾는 듯 주변을 확인했다. 이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한 기는 남겨놨어야 했는데, 실수했군.”
워낙 전투력 높은 골렘들인 만큼 볼라디 교수도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골렘들이 자기 전력을 제대로 발휘하면 마치 톱니바퀴 사이에 낀 것처럼 갈려나갈 터였다.
“한 기가 왜 필요하죠?”
“상대해보고 싶은 것 아니었나?”
우와!
“우와 아닙니다. 전하.”
이한은 즉시 조우린을 말렸다.
조우린은 아마 이한이 볼라디 교수처럼 싸우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 같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저는 아직 저 정도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한도 대단히 뛰어난 마법사인데…
“흠.”
옆에서 볼라디 교수가 조우린의 말에 잠깐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는 게 이한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다.
‘배그렉 교수님도 빼고 다녀야 했을 줄이야!’
속으로 깊이 후회하며 이한은 조우린을 다시 말렸다.
“전 저 정도 아닙니다. 학년도 낮고요. 에인로가드에서 제 몸 하나 건수도 힘든데요.”
“그건 아니지.”
“그렇지 않은 것 같군.”
“……”
볼라디 교수는 물론이고 유크벨티레까지 튀어나오자 이한은 골치가 아파왔다.
정말 끔찍한 조합이 맞았다.
“선배님. 길이나 알려주시죠. 버두스 교수님이 오시기 전에 일을 끝내고 빠지고 싶은데요.”
“이쪽이야.”
유크벨티레는 초토화가 된 지하 1층 사이를 유유히 움직이며 길을 안내했다.
길을 걷던 유크벨티레가 자꾸 멈추자 이한은 혹시 싶어서 질문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움직이자.”
“…혹시 이 광경을 보는 게 기쁘시면 좀 더 보셔도 됩니다.”
이한은 슬며시 권했다.
만약 이한이 유크벨티레였다면 지금 개박살난 지하 1층을 한 1시간 정도는 감상하고 움직였을 것 같았다.
“그럴 이유가 없지.”
“이거 그림으로 남겨놓죠?”
이한의 속삭임에 디레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레트가 생각하기에도 이건 기록할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