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68)
868화
정령을 시켜 그림을 그리게 하려던 디레트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런데 후배.”
“예.”
“너 저번에 버두스 교수님하고 협상해서 열쇠 받았다고 하지 않았어?”
“기왕 부수면 더 좋잖습니까.”
“……”
“선배. 농담한 건데요.”
“그걸 누가 농담이라고 생각해!”
진지한 얼굴로 머쓱해하는 후배의 모습에 디레트는 화를 냈다.
이한은 다시 설명했다.
“지하 창고 열쇠를 받긴 했는데, 어디까지나 재료나 시약 보관하는 창고들이라서요. 교수님 공방에 접근하려면 여기 골렘들 부수긴 해야 합니다.”
“그렇구나.”
디레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속 일말의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정말 후배의 열쇠가 지하 1층 공방 통로에 안 맞았을까?
* * *
일행은 지하 1층에 위치한 버두스 교수의 공방 앞까지 도착했다.
조우린은 신나서 외쳤다.
배그렉 교수! 저 문도 박살낼 것을 조우린이 명령하겠노라!
“전하. 저 문은 박살낼 수 없습니다.”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지하 1층에 방어 골렘들을 배치해놓는 것과, 지하 1층에 위치한 공방에 들어가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전자는 어느 정도 빈틈이 있었지만 후자는 버두스 교수도 집요하게 빈틈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탑 전체의 경보를 울리게 될지도 몰랐다.
“여기서는 유크벨티레가 활약할 거예요. 전하.”
디레트가 유크벨티레를 불렀다.
버두스 교수의 제자고,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만큼 걸린 마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게 분명했다.
어떤 마법이 걸렸는지만 파악하면 배그렉 교수님도 있으니 충분히 돌파할 수 있으리라.
“유크벨티레. 여기 무슨 마법 걸려 있어?”
“나도 모르는데.”
“…뭐?”
디레트가 황당해하는 사이 유크벨티레는 버두스 교수 몰래 복제한 공방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는 지하 1층 공방의 문을 열었다. 일행은(조우린을 포함한)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언제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이한은 놀라서 물었다.
물론 지하 1층이나 바깥 창고들의 방어 시스템도 살벌한 수준이었지만 그건 버두스 교수 기준에서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었다.
진짜 중요한 작품들을 보관해두는 공방 열쇠 같은 건 절대 쉽게 내주지 않는 것이다.
만약 발각되는 순간 공방의 모든 방어 마법들을 다시 바꿔놨으리라.
“3년 전에 우연히 손에 넣었어.”
“그 동안 어떻게 안 들키셨습니까??”
“간단하지. 한 번도 안 썼거든.”
“……”
이한은 다시 경악했다.
3년 동안 저 열쇠를 한 번도 안 쓴 유크벨티레도 놀라웠지만, 그걸 이번에 쓰고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만… 정말 쓰셔도 되는 거 맞습니까?”
“나는 재능 있는 후배에게 그에 걸맞은 아티팩트를 추천해주고 있어. 이건 아주 이성적인 행동이지.”
“아, 예.”
조우린은 유크벨티레 뒤에서 머리 옆에 양쪽 앞발을 뿔처럼 솟게 만드는 시늉을 했다. 이한은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화난 거 아니야?
‘일단 아니라고 해두죠…’
이한은 자신이 분노로 이성을 잃은 선배를 너무 이용해먹는 것 아닌가 고민이 살짝 들었다.
“교수님. 어떻게 생각하십…”
볼라디 교수한테 한 번 물어볼까 싶어 불렀는데 옆에 교수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볼라디 교수는 벌써 공방 안에 들어가서 마법 제도기를 찾고 있었다.
“…교수님…”
“?”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한은 안으로 들어갔다.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듯이 버두스 교수도 자신의 공방을 여럿 갖고 있었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공방을 여러 개 가지고서 각각 창조적인 활동을 한다지만, 이한은 버두스 교수가 공방을 여러 개 갖고 있는 건 한 군데를 털렸을 때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지하 1층 공방은 꽤 괜찮은 곳이었다.
버두스 교수가 학생들 대상으로 작업할 때 공개하는 공방보다 배치된 작품들의 품질이 훨씬 더 높았다.
아마 버두스 교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납품하거나 자기 취향대로 만드는 아티팩트들을 보관하는 모양이었다.
‘보통 교육적인 목적이라면 이런 걸 학생들한테 보여줘야 하지 않나?’
“찾았다. 여기 있군.”
유크벨티레가 이한을 불렀다.
작업대 위에 >비블레의 제도기>라고 붙어 있는 아티팩트 상자가 보였다.
“…이건 교수님이 만드신 게 아니라 교수님이 지금도 쓰시는 아티팩트 아닙니까?”
“?”
유크벨티레는 ‘뭐 어쩌라고’하는 듯이 후배를 쳐다보았다.
볼라디 교수도 ‘그게 무슨 상관이지’라는 눈빛으로 제자를 쳐다보았다.
디레트는 후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네 마음 이해해.’
‘감사합니다. 선배.’
이한은 그나마 정상인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잘 쓰겠습니다…”
“잠깐.”
유크벨티레는 이한을 말리며 설명했다.
여기 지하 1층의 물건들은 모두 버두스 교수가 아닌 사람이 건드리는 순간 바로 마탑 전체의 마법이 작동됐다.
이한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어서 말했다.
“문에 마법을 걸면 걸었지, 물건 하나하나에 그렇게 복잡한 마법을 걸었다고요?”
해제나 파괴뿐만 아니라 단순히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마탑 전체의 마법이 작동되게 하려면 보통 시간과 정성으로는 무리였다.
물건 하나하나에 막대한 노력을 쏟아넣어 마법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버두스 교수도 한가한 사람이 아닌데 그런 게 가능할리가…
유크벨티레는 즉답했다.
“그래.”
“……”
이한은 버두스 교수의 비범함을 새삼 느꼈다.
매번 재료나 시약, 가끔은 작업 중이던 비행선까지 털어서 몰랐지만 버두스 교수가 진짜 작정하고 지키는 물건들은 쉽게 가져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그런 사람의 애용품을 훔치려고 하고 있군.’
1초 정도 고민한 이한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나중에 걸리더라도 일단 훔치는 게 맞았다. 더군다나 상대가 버두스 교수라면 더더욱.
“물건을 붙잡는 순간 바로 탈출해야겠군.”
“그렇습니다.”
“한두개 정도는 더 챙길 수 있겠군. 확인해봐라.”
“…혹시 교수님도 버두스 교수님한테 화나신 게 있… 아닙니다.”
너무나도 철저하게 이득을 추구하는 볼라디 교수의 모습에 이한은 압도될 뻔했다.
‘일단 더 보긴 해야겠군.’
제도기는 내버려두고 이한은 공방 안을 다시 둘러보았다.
노화 저항의 아뮬렛
‘대단하다!’
이한은 벽에 걸린 아뮬렛을 보고 감탄했다.
단순히 그 겉모습이나 세공, 보석의 반짝임 때문에 감탄하는 게 아니라 안에 내장된 마법의 정교함 때문에 감탄하는 것이었다.
작은 톱니바퀴들이 연결되어서 거대한 움직임을 형성하듯이 작은 마법들이 연결되어서 사용자의 늙음을 몰아내고 젊음을 불러오다니.
‘밑에도 설명이 적혀있군.’
방어 마법 때문에 훔치기는 힘들더라도 버두스 교수가 뭐라고 썼는지 읽어보고 싶었다.
펭에린 가문의 의뢰로 제작함
납품 기한 7년 늦음
“……”
납품 좀 해라!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이 정도 완성도면 그냥 줘도 될 것 같은데 7년 동안 버티고 있다니.
펭에린 가문에서 암살자를 안 보내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아니. 내가 모르는 것뿐이지 보냈을지도 모른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다른 작품들도 비슷했다.
하나같이 뛰어났고, 아름다웠으며, 밑에 >납품 기한 몇 년 늦음>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한 번만 더 늦으면 진짜 지옥에 보내버리겠다-오수
한 번만 더 늦으면 진짜 심층 징벌방에서 강의하게 해주겠다-오수
한 번만 더 늦으면 진짜 공방을 불태워버리고 성문에 매달아버리겠다-오수
한 번만 더 늦으면…
대체 넌 뭐가 문제냐? 제발 일 좀 제 때 해라!-오수
이한은 두툼하게 쌓인 저주 편지를 발견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해골 교장한테 안쓰러움을 느끼는 건 쉽지 않았는데, 그 쉽지 않은 일을 버두스 교수가 해내고 있었다.
별 인도자, 파셀레트 크라어, 3학년 시험용
거대한 황동 망원경과 그 아래 적혀 있는 이름에 이한은 깜짝 놀랐다.
이한이 듣고 있는 강의 시험도 여기 있을 줄이야! 하긴 버두스 교수는 뛰어난 아티팩트 장인이었으니 다른 교수들이 시험용 아티팩트 의뢰를 맡기는 것도 당연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이한이 발걸음을 멈추고 황동 망원경을 기웃거리자 다른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몰려들었다.
“뭐지?”
“후배. 뭘 보고 있어?”
조우린은 이것보다 더 크고 멋진 망원경이 있노라. 지금은 폐하께서 갖고 있긴 한데, 이한이 필요하다면…
‘정신이 확 드는군.’
이한은 조우린의 입을 위아래로 꽉 눌러서 막아버린 뒤 말했다.
“제가 볼 시험에 쓰는 아티팩트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과연.”
“아하.”
“챙기도록.”
“?”
방금 나온 대답 중 이상한 대답이 하나 섞여 있는 것 같아 이한은 멈칫했다.
놀랍게도 말을 꺼낸 건 볼라디 교수였다.
‘아니. 생각해보니 안 놀랍군.’
“교수님. 이거 다른 교수님 시험인데요.”
“먼저 확보하는 것도 학생의 능력이지.”
볼라디 교수의 말에 유크벨티레가 동의했다.
“버두스 교수님이 잘 막으셨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이한이 할 말을 잃은 사이 디레트가 옆에서 속삭였다.
“후배.”
“예. 역시 이걸 챙기는 건 좀 그렇…”
“그냥 챙기자. 넌 시험 하나라도 더 줄여야 해.”
* * *
이악투스:버두스 교수의 공방이 털렸다! 버두스 교수의 공방이 털렸다!! 버두스 교수의 공방이 털렸다!!!
비버-펭귄-여우:한 줄만 써. 왜 그렇게 난리야.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이악투스:잘못 읽었나보군. 창고가 아니라 공방이 털렸다고! 그것도 지하 1층 공방!
비버-펭귄-여우:…버두스 교수의 공방이 털렸다!!!!
에인로가드의 속삭임은 마치 광기에 빠진 것처럼 ‘버두스 교수의 공방이 털렸다’만 계속 글씨가 새겨졌다.
그만큼 놀라운 일이었던 것이다.
창고도 1층 공방도 아닌 지하 1층 공방이 털렸다니?
바콴탈라나:버두스 교수는 적이 많았지. 당연한 대가를 치르는 거다.
이악투스:아니. 단순히 그렇게 평가할 수는 없어. 버두스 교수는 언제나 적이 많았지만 개인 공방까지 다 털린 적은 없었다고.
비버-펭귄-여우:혹시 이번에 온 용하고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용의 힘이라면…
이악투스:설마. 황족이야. 에인로가드에 입학한 것도 아닌 멀쩡한 황족. 그런 황족이 도둑질을 할까.
바콴탈라나:에인로가드에 입학했다고 해서 황족이 멀쩡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닐 텐데.
이악투스:무슨. 에인로가드 입학하면 그냥 에인로가드 학생이지.
비버-펭귄-여우:동의해. 저번에 황족 후배 한 번 본 적 있는데, 뒷골목 거지보다도 허겁지겁 빵을 먹더라. 에인로가드 들어오면 황족이고 뭐고 없다고.
이한은 눈치를 보다가 끼어들었다.
고나달테스:버두스 교수의 공방이 털렸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가짜 소문 아닌가?
이악투스:아니야. 크라어 교수가 지금 버두스 교수를 죽이려고 하고 있거든.
비버-펭귄-여우:누가 훔쳤다고 한 다음 몰래 빼돌린 거 아니야?
이악투스:설마 같은 교수의 물건을… 음… 그럴 수 있을지도.
고나달테스:확실히 그럴 수 있지.
바콴탈라나: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고나달테스:그보다 교장 선생님이 요즘 안 보이시는데, 이유를 아는 사람 있나?
이한은 슬쩍 궁금한 걸 물었다. 그러자 바로 욕설이 날아왔다.
이악투스:안 보여서 모두 행복한데 대체 왜 이유를 묻는 거냐?
비버-펭귄-여우:네가 물어서 내일부터 돌아오면 책임질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