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71)
871화
마법을 취미로 익히는, 발 모 학교 학생들 같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기본적으로 마법사는 진리를 추구하는 존재였다.
애초에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그 구극(究極)을 쫓아도 쉽지 않은 게 마법의 길인데 취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든 것이다.
여기 차원은 수많은 차원들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강력한 차원.
그 차원의 정점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은 분명 진리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물론 이한처럼 부귀영화와 유유자적을 위해 지팡이를 잡은 사람은 조금 예외였다.
“영혼을 다친 게 아니라 너무 위험해보여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말 저 위에 원하는 모든 게 있는지는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야차왕은 의외로 순순히 이한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저 차원의 정점에서 빛나고 있는 광점은 예전부터 모든 것이며 소원 그 자체라고들 했지만, 정작 그게 증명된 적은 없었다.
애초에 저 곳으로 등반을 시도해서 살아 돌아온 존재가 극히 드문 것이다. 야차왕도 오수 이외의 다른 존재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보통 마법사들은 그렇게 계산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너를 제외한 모든 마법사들은 이 소문을 듣는 즉시 욕망을 드러냈지.
“제가 가르침을 잘 받았나봅니다. 원래 어디 가서 탐욕스럽게 행동하면 예절에 어긋나는 법이죠.”
흐음. 오수가 자신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나? 본인은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부탁하더니.
“그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만.”
이한은 즉시 말했다.
해골 교장의 수치스러운 과거는 저 위의 광점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말고 본론으로 돌아가자는 태도에 이한은 격분했다.
야차 주제에 인간 사회에 대해 뭘 안다고!
네 스승인 오수는 진리의 소문을 듣고 차원을 방문했다. 나는 오수의 선업과 마법을 존중해 최대한 도와주었지. 그는 한동안 왕국에 머물렀고, 요양하고 탐문했으며… 떠났다. 소문에 따르면 왕국을 떠나고 나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차원 안을 방황한 모양이더군.
“스승님께서는 위에 도착하셨습니까?”
흐음.
야차왕은 보기 드물게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나는 그 이후로 오수를 만난 적이 없다. 한 인간 마법사가 원하는 걸 얻고 떠났다는 소문이 들려오기에 오수라고 생각했을 뿐. 그러니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멀쩡히 살아서 너 같은 제자를 길러냈다는 것 자체가 위에 도착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지 않겠나?
“도중에 포기하신 다음에 진리를 얻었다고 가짜 소문을 퍼뜨리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흐음. 스승에 관한 네 그 감정적인 태도 때문에 아까 말한 오수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신빙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는군.
“……”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만 놓고 본다면 네 말도 맞다. 그럴 수 있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야차왕은 해골 교장이 진리를 얻고 떠났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야차왕 본인도 그걸 숨길 생각이 없었는지 이어서 말했다.
오수는 원하는 걸 얻기 전에는 망해(亡骸)와 혼백이 으스러져도 떠나지 않았을 마법사다.
“그건 확실히 그렇습니다.”
흐음. 방금 스승에 관한 비이성적인 태도를 지적받아서 억지로 스승을 칭찬하는 건가?
“…아닙니다.”
자. 도착했다.
야차왕은 저 먼 위로 손을 뻗더니 창공을 날고 있는 행성을 붙잡았다.
원근감을 무시하는 초현실적인 광경에 이한은 눈을 크게 떴다.
붙잡은 행성을 당겨서 앞으로 던지자 행성은 곧 왕궁으로 변했다. 야차왕은 수십의 야차왕으로 나눠지더니 다시 수백의 야차왕으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그 야차왕들은 제각각 문지기가 되고, 하인이 되고, 궁인(宮人)이 되었으며, 악공(樂工)이 되었다.
“야차들의 왕이신데 다른 야차들은 어디 있습니까?”
저 아래에. 혼자서도 궁을 꾸릴 수 있는데 억지로 아랫사람을 두는 건 자신의 권위에 자신감이 없는 존재들이나 하는 짓이지.
이한은 ‘해골 교장도 데스 나이트들을 엄청나게 부립니다’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무슨 말을 해도 야차왕이 심술난 제자로 몰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야차왕은 용암으로 된 의자와 칼날로 된 의자를 이한에게 권한 뒤 둘 다 거절하자 그제야 평범한 의자를 꺼내서 내밀었다.
말했듯이 인간은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서 어떤 의자에 앉는지 기억이 희미하군.
“칼날 의자에 앉는 걸 좋아하는 종족도 있습니까?”
오수는 저 의자에 앉았지.
“……”
이한이 충분히 황당해할 시간을 준 뒤 야차왕은 본론을 꺼냈다.
자. 오수의 제자. 나는 사실 조금 혼란스럽다. 너는 자격을 가지고 차원에 방문했고, 막대한 선업을 쌓았으며, 오수의 제자이기도 하지. 그렇기에 나는 네 목적을 이루는 걸 도와주기 위해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오수가 보낸 것도 아니고, 너 본인도 진리의 소문을 듣고 온 게 아니라면…
야차왕은 깊은 고민에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 온 야차왕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야차왕이 지켜 온 삶의 방식은 매우 단순하고 간단했다.
자격 있는 자는 도와주고 자격 없는 자는 추방한다.
그런데 여기에 별 욕심도 없이 그냥 심심해서 방문한 마법사가 나올 줄이야.
“심심해서 방문한 게 아니라 납치당했…”
흐음. 오수의 제자라면 차원문이 끌어들이는 것 정도는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저 검은 책이 속였단 말입니다!”
이한은 옆에서 펄럭이는 검은 책을 가리키며 분노했다.
검은 책은 슬쩍 이한의 뒤로 날아가 시선을 피했다.
“그보다 그런 것 때문에 고민이시면 그냥 돌려보내주시죠?”
억지로 끌려 온 만큼 이한은 이 차원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었다.
들어보니 광활하고 위험천만한 곳인데 오래 머물수록 검은 책이나 좋아하지 이한으로서는 힘들어지는 것이다.
검은 책은 온 김에 더 배워야 한다고 펄럭였지만 이한은 무시했다.
‘그런 논리면 난 지금 구울의 왕부터 시작해서 서리거인 왕 차원까지 방문해야 한다.’
아니. 그건 안 된다.
“…어째서입니까!? 혹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합니까?”
흐음. 그런 건 아니다. 원래 차원으로 돌아가는 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나는 원칙주의자라서, 자격을 갖고 방문한 손님이 원하는 걸 도와주지 않았는데 돌려보낼 수 없는 거지.
“…저 방금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자격을 가지고 차원을 방문한 만큼, 귀환 또한 당연히 자격이 보장된다. 그건 소원이 될 수 없다.
‘진짜 이 사람이 교수가 아니라서 다행이군.’
이한은 아찔함을 느꼈다.
만약 해골 교장이 귀환 전에 야차왕을 스카우트라도 했다면 에인로가드는 한층 더 지옥 같은 곳이 되었으리라.
어쩔 수 없군. 오수의 제자. 네 소원을 꺼내보도록 하겠다.
“저 그냥 보물 갖고 싶습니다. 보물로 하죠.”
흐음. 거짓말이 서투르군. 오수의 제자인 걸 아는데 그런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한의 주먹이 꽉 쥐어지는 걸 보자 검은 책은 말리듯이 펄럭였다.
야차왕은 아까처럼 저 멀리 있는 왕궁의 탑에 손을 뻗더니 붙잡았다. 커다란 탑이 마치 손바닥 안에 들어올 듯이 작아졌다.
그러자 탑 안에서 검은 쥐 한 마리가 나와서 야차왕에게 찍찍대며 속삭였다.
흐음. 흐음… 그래. 그렇군.
쥐와 탑을 돌려보낸 야차왕은 이한을 보며 말했다.
오수의 제자. 곧 시험을 보는 모양이군. 아주 중요한 시험인가?
“…그냥 학교 시험입니다…”
* * *
그 후로도 이한은 30분 정도를 더 설명해야 했다.
야차왕은 오수의 제자 정도 되는 마법사가 고작 마탑의 시험 때문에 이렇게 전심전력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실패한다고 마법사들의 목이 잘리는 것도 아니고, 마탑이 불태워지는 것도 아니라 이 말이지?
“징벌방은 좀 갈 수도…”
흐음. 왜 오수의 제자로 자원한 건지 모르겠군.
“제가 자원 안 했습니다!”
여하튼 알겠다. 마탑의 시험을 도와주도록 하지.
야차왕은 거대한 덩치를 굽혀서 탁자 앞에 앉았다. 주인만큼이나 커다란 탁자 위에 책들이 솟아났다.
그 중에는 이한이 글자를 모르는, 다른 차원의 책들도 즐비했다.
보자…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 흐음. 팔백 년 전 국왕시해자를 녹여서 추출한 혈은(血銀)이 어디 있을 텐데. 사기(邪氣)가 좀 강하겠지만 오수의 제자라면 통제할 수 있겠지?
“아뇨?”
이한은 즉시 대답했다.
이미 에인로가드의 교수들 앞에서 경험했던 만큼, 이런 상황에서 자신감을 보였다가는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확신한 것이다.
야차왕은 괜히 겸손한 척 하지 말라는 듯 지적했다.
오수의 제자. 물론 이 혈은이 조금 강한 재료긴 하다. 주인을 수십 명 넘게 미치게 만들었지. 하지만 오수의 제자라면…
“저 여기 지팡이 있습니다.”
흑자석?
보통 마법사라면 잘 고르지 않는 특이한 지팡이 금속에, 야차왕은 신기해했다.
“예. 어쩌다보니…”
과연. 마법사를 전문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나. 오수의 제자답군.
“……”
이한은 이제 해명하는 것도 지쳐서 대답하지 않았다.
알겠다. 그럼 다음 시험… >지독하게 아름다운 생물들>인가?
“이건 교수님께서 넘어가기로 하셨습니다.”
흐음. 그렇게 넘어가도 되는 쉬운 시험인데 왜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걱정하는 거지?
“시험이 아주 많잖습니까.”
글쎄. 수준 이하의 시험이 한 개든 열 개든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 어쩌면…
“?”
…네가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 성격일지도 모르겠군. 흥미로워.
“…다음 시험이나 보시죠.”
다음은 >독, 뼈, 피>다.
“그것도 넘어가게 됐습니다만.”
흐음.
‘상대는 왕이다. 상대는 왕이다.’
이한은 야차왕이 ‘내가 그럴 줄 알았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미치기 좋은 예지 마법들>… 이건 악마들이 잘 하는데.
“혹시 전하께서도 악마들을 붙잡아서 노예로 부리십니까?”
아니. 그런 짓을 하진 않는다. 야차를 비롯해 여러 종족의 왕으로서 천박하지 않나.
“하하. 그렇죠.”
방금 그런데 전하께서‘도’라고 하지 않았나?
“제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고 거짓말도 서투르고 영혼도 크게 다쳐서 가끔 말이 잘못 나옵니다.”
네 말에 숨은 은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야차왕은 미심쩍어했지만 일단은 넘어갔다.
지금 중요한 건 다른 것이었으니까.
이 >별 인도자>를 사용한 시험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었군.
“예. 혹시 아십니까?”
어렵지 않다. 인간 마법사가 별을 사용한다면 그건 명약관화한 일이지.
마법사들은 세계를 우악스럽게 바꾸는 사람들이 아니라 영리하고 교묘하게 바꾸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다른 존재의 힘을 빌리는 것도 그 영리하고 교묘한 방법에 들어갔다.
정령의 힘, 악마의 힘, 다른 차원에서 거주하는 존재들의 힘…
그리고 그 중에는 별의 힘도 있었다.
차원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불변의 상징.
이한도 들어서 알고 있었던 만큼 고개를 끄덕였다.
“수준 높은 마법사들도 별의 힘을 쓴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예지 마법에 별의 힘을 빌려서 쓰거나 정령과의 계약에 별의 힘을 빌려서 쓰거나 등등.
이런 것들은 이한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궁금한 건 저 >별 인도자>를 사용한 시험 내용이었다.
말했듯이 명약관화하다. 아티팩트를 사용해 별을 찾은 뒤, 그 별과 계약해 힘을 빌려오는 게 시험이겠지.
“과연… …어, 근데 너무 과한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좀 더 쉽지 않겠습니까?”
이한은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3학년 시험치고는 너무 난이도가 높게 들렸던 것이다.
별은 정령과 악마처럼 쉽게 계약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닐 텐데…
그러자 야차왕이 진지하게 훈계했다.
오수의 제자. 나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세월을 살아오며 수많은 마법사들을 만나왔고 그 마법의 비의를 들어왔다. 그런 내 지혜를 그리 멋대로 의심하다니. 치기(稚氣)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통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으음. 죄송합니다.”
살짝 피어나던 의심은 야차왕이 뿜어내는 권위에 압도되었다. 이한은 그대로 상대의 말에 설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