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74)
874화
가이난도는 노련한 사냥꾼처럼 스테이크를 잡아채더니 용맹한 사자처럼 물어뜯었다.
이한은 놀라서 물었다.
“안 뜨겁냐?”
“으바법브보 바비이벗어.”
“뭐?”
꿀꺽!
“흑마법으로 마비시켰어!”
가이난도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입 안의 감각을 국소적으로 마비시킴으로서 뜨거운 음식도 남들보다 한 발 앞서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에 이한은 가이난도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어째서!?’
가이난도는 자신이 왜 맞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이한이 말한 대로 마법을 열심히 연습해서 활용했는데!
그러는 사이 조우린은 케이크와 쿠키, 수플레와 푸딩을 한 입씩 먹은 뒤 얌전히 그릇을 밀었다.
애초에 드래곤은 음식을 꼭 섭취해야 하는 종족이 아닌 만큼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전하. 더 드시죠.”
음. 조우린은 충분하노라.
이한이 야채가 담긴 접시를 갖고 오자 조우린은 못 본 척 대답했다.
그러나 조우린의 상대는 이미 편식하는 황족들을 몇 명이고 제압한 적 있는 마법사였다.
“안 됩니다. 골고루 드셔야죠.”
“내가 대신 먹을까?”
“넌 저리 가라. 자. 전하.”
조우린은 드래곤이라 상관없는데…
“확실히 비쩍 마르시긴 하셨다. 잘 관찰했군. 그렇게 보필하는 거다!”
벤도졸 교수는 옆에서 거들었다.
못마땅한 제자 놈이었지만 방금 일처리는 제법 괜찮았다.
드래곤이라면 훨씬 더 풍채가 좋아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그 말에 조우린은 벤도졸 교수를 남몰래 노려보았다. 이한을 괴롭히는 것도 그렇고 정말 나쁜 마법사였다.
이한은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하느라 잠깐 자리를 비웠다.
조우린은 슬쩍 눈치를 보더니 샐러드를 우걱우걱 삼켰다.
“???”
옆에 있던 에안두르데가 빤히 접시 위를 쳐다보았다. 우걱우걱 삼킨 것치고는 정말 눈꼽만큼 사라진 것이다.
…이, 이만큼이나 많이 남았노라…
에안두르데는 애원하듯 말하는 조우린을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접시를 뺏어가서 대신 먹었다. 접시 위 당근이 무자비하게 사라졌다.
조우린은 반짝이는 눈동자로 에안두르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와락 껴안으려고 했다.
“크르르르르릉!”
“둘이 뭐하는 거지? 오. 전하. 다 드셨군요.”
그… 그게…
거짓말에 서투른 조우린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창문 밖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앞발을 뻗었다.
저기 종이 새가 있노라!
“감히 어떤 놈이 드래곤 님의 식사를 방해해!”
벤도졸 교수는 벌컥 화를 내며 종이 새를 격추했다.
그리고는 창가로 다가가 고함을 쳤다.
“이 게으른 악마 놈들. 일 똑바로 못하나? 한 번만 더 드래곤 님의 식사를 방해하면 네놈들을 잡아먹겠다!!”
……
조우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야채는 어떻게든 먹는다 치더라도 악마를 먹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누가 보낸 종이 새야?”
“아마 버두스 교수님.”
“버두스 교수님이 보낸 건 어떻게 알아?”
“아까도 왔었거든.”
“???”
친구들은 이해가 가지 않아 이한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뒤늦게 깨달았다.
‘아하. 워다나즈가 격추한 거구나!’
“눈치 없는 질문을 해버렸군. 다들 종이 새 오면 떨어뜨리자고.”
“버두스 교수한테서 워다나즈를 지키는 거다.”
“…내가 격추시킨 게 아니라 전하께서 하셨다.”
?!
조우린은 깜짝 놀랐다.
조우린이 언제 그랬어!
“아까 주무실 때 잠꼬대로 격추하셨습니다.”
…그건 잠들었을 때의 조우린이니까 깨있을 때의 조우린과는 다르도다! 용서해줘야 하노라!
가이난도는 그 논리에 감탄했다. 과연 손윗사람답게 논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버두스 교수님 종이 새는 마음대로 격추하셔도 됩니다. 전하.”
“맞아요! 오히려 잘하신 거예요!”
???
학생들의 응원에 조우린은 혼란스러워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버두스 교수는…!?
그러는 사이 이한은 창가로 다가가 악마들한테 부탁했다.
“혹시 종이 새 하나만 보내주시겠습니까? 그래도 내용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요.”
미친 교수 밑에서 혹사당하다가 부탁을 받은 악마들은 감격해서 말했다.
-우리들을 자비롭게 대하는 당신은 대체 어느 가문의 마법사요? 가문을 알려주시오. 훗날 은혜를 갚고 싶소.
“…가문을 밝힐 만한 선행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종이 새나 좀 주시죠.”
마침 종이 새 하나가 더 날아왔다. 이한은 드디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와줘!
‘그렇겠지.’
버두스 교수의 도움 요청에도 이한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파셀레트 교수가 분노해서 현상금을 걸었으니…
‘확인은 끝났으니 아티팩트는 돌려드려야겠군.’
야차왕에게서 배움을 받은 만큼 별 인도자를 더 들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버두스 교수가 아무리 얄밉다 하더라도…
‘거꾸로 매달려서 화형당하기 직전인데 내버려둘 수는 있지. 아니, 없지. 검은 책 때문에 피곤한가?’
이한은 스스로 버두스 교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성각관 안에 적들이 들어왔어! 빨리 와야 해!
“??”
이건 좀 놀라웠다.
지하실이 의문의 정의로운 마법사들에게 습격당한 만큼, 버두스 교수는 당연히 성각관의 경계 태세를 최고로 강화했을 터였다.
그런데 그걸 뚫고 적들이 들어왔다니.
‘어떻게? 아니. 혹시 배그렉 교수님이 다시 나섰나?’
만약 볼라디 교수가 다시 의뢰를 받고 나선 거라면 이한은 감탄할 것 같았다.
전투 마법사라면 저 정도로 지독해야 하는구나!
하지만 범인은 볼라디 교수가 아니었다.
-부여 학파 학생들이 배신했어! 아무도 믿으면 안 돼!
“……”
자기 제자들한테 배반당했다는 말에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잠깐. 그러면 유크벨티레 선배님도 배신한 건가?’
유크벨티레는 그래도 버두스 교수의 수제자인 만큼 최소한 중립을 지켰을지도…
‘음. 그럴 리 없겠군.’
이한은 최근에 보여줬던 유크벨티레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지금 부여 학파 학생들을 가장 앞에서 진두지휘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앞으로 유크벨티레를 상대할 때는 한층 더 조심해야겠다고, 이한은 굳게 다짐했다.
* * *
이한은 식사를 마치고 조우린과 함께 출발했다.
에안두르데는 조우린이 붙잡고 늘어져서 어쩔 수 없이 동행했다.
벤도졸 교수는 본인이 이한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져서 어쩔 수 없이 동행했다.
교수가 데리고 온 악마들은 당연히 어쩔 수 없이 동행했고…
‘음. 어쩔 수 없이 동행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조우린과 같이 가는 만큼 호위가 적으면 위험했던 것이다.
-저 자비로운 마법사는 대체 어느 가문의 마법사입니까?
“저거 말이냐? 워다나즈 가문 출신인데.”
-……
뒤에서 악마들과 벤도졸 교수의 심상찮은 대화가 들려왔지만 이한은 다른 생각을 하느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부여 마법 학파 선배들이 배신했다면 어떻게 들어가지?’
원래라면 성각관에만 들어가면 버두스 교수를 만날 수 있었지만, 부여 마법 학파 선배들이 배신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마탑 밖부터 안까지 감시의 눈이 번뜩일 것 아닌가. 수상한 짓을 했다가는 아무리 후배라 하더라도 즉시 공격이 날아올 터였다.
“정지!”
“잠깐 들어가야 합니다. 이번에 안파곤과 같이 마법 연구를 진행했는데, 결과물이 안에 있어서…”
“지금 성각관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버두스 교수님을 붙잡기 전까지는 어떤 변수도 출입금지야.”
“과연.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군요. 꼭 붙잡기 바랍니다.”
“응원 고맙다.”
“……”
저 앞에서 오가는 대화에 이한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옆에 있던 조우린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중요한 물건이 안에 있는데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납득하고 돌아가다니.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참으로 이성적이구나!
“그건 아닙니다만…”
버두스 교수를 붙잡는다는 이야기만 듣고서도 이해해주는 다른 학파 학생들은 일단 제외하고, 이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여 마법 학파 선배들은 혹시 모를 버두스 교수의 역습을 대비해 탑 자체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기습으로 버두스 교수를 안에 가뒀다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을 줬다가는 탑 안에 있는 버두스 교수의 작품들이 가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대번에 전세가 역전됐다. 버두스 교수의 제자들은 강력한 스승에게 마법을 쓸 기회를 주면 어떻게 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막막하군. 힘으로 돌파하는 것도…’
볼라디 교수도 없는데다가 조우린과 에안두르데까지 옆에 있는데 힘으로 돌파하는 건 피하고 싶었다.
만약 힘으로 돌파한다면 둘은 돌려보내고 벤도졸 교수를 앞장세워야…
“워다나즈 후배?”
후배를 알아본 부여 마법 학파 학생들의 부름에 이한은 움찔했다.
“여긴 무슨 일로?”
“어… 그게… 안에 두고 온 게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 들어가.”
“…???”
선배들의 대답에 이한은 당황했다.
이렇게 쉽게??
‘부여 마법 학파 소속이라 그런가?’
당황하는 사이 살코가 길 뒤쪽에서 걸어왔다.
선배들이 탑 접근을 막고 있는 모습에 놀란 살코는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안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안 돼. 지금 성각관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아무리 선배라도 이리 멋대로…!”
“버두스 교수님을 붙잡기 전까지는 어떤 변수도 출입금지야.”
“아. 과연. 응원하겠습니다.”
살코는 정중히 선배를 응원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같은 부여 마법 학파 소속 친구가 거절당하는 모습에 이한은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저. 선배님.”
“안 들어가고 뭐하는 거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어서 말입니다. 왜 저는 되는데 살코는 안 되는 겁니까?”
“투탄타 가문의 후배는 뒤늦게 왔어. 교수님께 매수당했을 수 있다.”
“…저도 늦게 왔는데요?”
이한의 질문에 부여 마법 학파 선배들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에인로가드에서 버두스 교수님을 가장 증오할 후배인 네가?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
부여 마법 학파가 선후배끼리 돕는 끈끈한 학파는 아니었지만, 교수의 악행은 철저히 공유하는 학파였다.
그래야 나중에 교수의 악행에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는 무려 1학년 방학 때부터 버두스 교수의 괴롭힘을 당해왔었다.
무려 교수가 직접 찾아가서 일을 시킨 것이다.
만약 부여 마법 학파 학생들이 저런 일을 당했다면 진지하게 외부 암살자들에게 스승을 밀고했을지도 몰랐다.
“뭐하냐? 안 들어가고.”
“아… 예… 감사합니다. 그, 뒤에 일행이 있긴 한데…”
“버두스 교수님을 잡으려고 준비한 전력인가?”
“아뇨. 전하께서는 그냥 따라오신 건데요.”
“흠. 잘 설득해서 버두스 교수님을 잡도록 해봐. 용은 아주 강력한 종족이지.”
알겠노라! 버두스 교수를 만난다면 조우린이 붙잡아주겠다!
조우린은 자기한테 맡겨달라는 듯이 가슴팍을 탕탕 두드렸다. 이한은 조우린에게 속삭였다.
“전하. 저희 버두스 교수님 잡으러 가는 거 아닙니다. 아시죠?”
알고 있노라. 그런데 이한. 버두스 교수를 왜 도와주려는 건지 모르겠다.
“…전하. 저번에 아이템들을 빌려간 곳이 버두스 교수의 지하 공방이었잖습니까.”
하지만 조우린이 알기로는 버두스 교수는 그걸로는 갚기 어려울 만큼 이한을 괴롭혔다. 더 털어도 모자라지 않나?
어?
그런가?
이한은 순간 조우린의 말에 흔들렸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악마가 조심스럽게 간언했다.
-저, 워ㄷ… 가문의 마법사 님. 감히 말을 올리자면, 처음에 정하신 대로 너그럽게 자비를 베푸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보기 드문 자비로운 마법사(심지어 놀랍게도 워다나즈 가문 출신인)가 사악한 용에게 타락할까봐 악마들은 적잖게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