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76)
876화
옷깃에 묻은 그을음을 툭툭 털어낸 뒤 이한은 다시 확인에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추가 도발이 있었을 것 같았다.
“교수님. 이 지팡이 보이시죠? 사실 이 지팡이는…”
이한은 이 지팡이와 관련된 사연, 그러니까 유크벨티레가 먼저 제안했고 만들고 싶어했다는 이야기를 요약해서 설명했다.
그걸 다 들은 버두스 교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
“뭐가요?”
“지팡이는 가르시아가 나한테 강제로 시켜서 만들라고 한 거잖아. 심지어 난 유크벨티레가 하고 싶어한 거라고 말했는데 가르시아가 안 들어줬어.”
“……”
-이거 유크벨티레가 하고 싶어했던 것 같아서.
-제가 개수작부리지 말라고 했죠?
-악! 아악! 개, 개수작 아닌데!
-뭐가 유크벨티레 학생이 하고 싶어해요. 교수님은 제자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이건 진짜 유크벨티레가 하고 싶어했.. 악! 아악!
이한도 그 자리에 있었던 만큼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버두스 교수는 제자의 속마음도 모르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가르시아 잘못이네? 유크벨티레한테 말해주면 되겠다!”
“무슨 소리십니까? 전 그런 기억이 없는데요.”
“어?”
“전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가르시아 교수님이 그런 소리를 하셨습니까?”
“어어어?”
버두스 교수는 당황했다.
“했잖아! 여기! 여기 쇄골 부숴가면서 했어!”
“가르시아 교수님은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하는 분이십니다. 그런 협박을 하셨을 리가 없잖습니까. 워낙 기골장대하신 분이라 교수님께서 알아서 신체언어를 추가해 들으신 거겠죠.”
옆에서 듣던 벤도졸 교수도 이한을 거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킴 교수가 그런 협박을 할 사람은 아니지. 그럴 사람이면 애초에 네 잔심부름은 왜 해주냐? 바로 머리통을 으깨버리면 으깨버렸지.”
“진, 진짜 했는데…! 진짜 했다니까?!”
“교수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유크벨티레 선배님이 화났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이한은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버두스 교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건 그래.”
“그걸 풀어드려야 합니다.”
“비이성적으로 굴지 말라고 다시 한 번 훈계하고 올까?”
“…절대 그러지 마십시오. 그냥 사과하시죠.”
“그런 무가치한 걸로 풀릴까? 안 그럴 것 같은데.”
-그냥 가져다 바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보다 못한 악마들이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 * *
“선…”
쾅!
“…배…”
쾅!
“…님!”
쾅!
이한은 한 음절을 뱉을 때마다 방어하고 회피하며 유크벨티레를 불렀다.
뒤늦게 이한의 얼굴을 본 유크벨티레는 미심쩍은 시선을 던졌다. 다른 선배들도 수군거렸다.
-버두스 교수님이 변신한 것 아닌가?
-아냐. 교수님은 학생으로 변신할 만한 관찰력이 없으시잖아.
진짜 후배라는 걸 확인한 유크벨티레는 엄격한 태도로 물었다.
“무슨 일이지? 왜 거기 있는 거고?”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왔습니다.”
이한은 다시 공격이 재개되기 전에 서둘러 설명했다.
버두스 교수가 아티팩트도 다시 획득했고, 곧 파셀레트 교수 만나서 사과도 하러 갈 거고…
“그리고 선배님들에게 사과도 하고 싶으시답니다!”
“계략이군.”
“속임수군.”
“워다나즈가 속은 것 아닌가?”
학파의 선배들은 냉정했다.
버두스 교수는 수천 가지 마법을 시전할 줄 알았지만 사과는 절대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서!
조우린이 앞발로 버두스 교수의 등짝을 쳤다. 분노한 학생들이 이한을 공격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내가 사과할게!”
“!”
튕겨나간 버두스 교수가 다락방 입구에서 대롱대롱 고개를 내밀며 외치자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교수로서 너희들을 제대로 돕지 못했어!”
“미치신 것 아닌가??”
학생들의 경악에도 불구하고 버두스 교수는 방금 외운 대로 열심히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 한 번 무슨 소리를 하나 들어나 보자’하는 마음으로 팔짱을 끼고 듣던 학생들이었지만, 버두스 교수의 사과가 거듭될수록 살짝 흔들리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사과는 평생 안 하던 사람이 할수록 효과가 좋은 법.
버두스 교수의 사과는 냉정한 부여 마법 학파 학생들의 마음도 녹일 만큼 그 효과가 강했다.
“흠…”
“흐음…”
팔짱 낀 선배들의 엄격한 표정이 살짝 풀리는 것 같자 이한은 재빨리 재촉했다.
“빨리 유크벨티레 선배님한테도 사과하세요.”
“알겠어! 뭐라고 사과하라고 했었지?”
“…지팡이 말입니다.”
자기 비행선은 나무 못 하나까지도 다 기억하는 사람이 한 장도 안 되는 사과문은 까먹어서 끙끙대는 모습을 보자 한 대 치고 싶었다.
“유크벨티레,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네가 만들어야 하는 지팡이를 내가 멋대로 만들어버렸어.”
“!”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과가 들려오자 유크벨티레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그 말에 수군거렸다.
-도와달라는 건 죽어도 안 도와주셨으면서 유크벨티레 선배님이 만드시던 건 대신 만드셨다고?
-보나마나 뻔하지. 재밌어 보이니까 대신 만드셨을 걸.
-그냥 지금이라도 제압한 다음 크라어 교수님한테 넘기는 게 낫지 않나?
분위기가 흉흉하게 굴러가는 걸 깨달은 이한이 급히 버두스 교수의 등짝을 한 번 더 찔렀다.
마치 명령을 받은 골렘처럼 버두스 교수는 충실하게 사과를 추가했다.
“정말 미안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데요.”
그 대답에 버두스 교수는 이한을 보며 화를 냈다.
“봐! 신경 쓰지 않는다잖아!”
“닥치고 사과나 계속하십쇼.”
“…미안해! 그… 내가 너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서 어쩔 수 없었어!”
“???”
이한은 경악했다.
자꾸 재촉한 탓에 버두스 교수가 고장나서 이상한 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사과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한테 억지로 시킨 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외운 말은 다 짜냈으니 버두스 교수는 자기 나름대로 사과 내용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
급히 말리려고 했지만 버두스 교수는 다른 뜻으로 이해했는지 계속해서 사과했다.
“다음에 맡기면 되잖아! 어… 그 때까지 열심히 마법 연습해!”
“……”
안 그래도 평소 차가웠던 유크벨티레의 눈빛이 이제 거의 서리거인들의 차원만큼 싸늘해졌다.
뒤에서 조우린과 에안두르데가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아래로 밀어버려야 할 것 같노라…
“나도 그렇게 생각해.”
* * *
놀랍게도 유크벨티레는 사과를 받아줬다.
본인도 지팡이 절도 사건 때문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알겠지?”
“…예…”
이한은 뒤에 몰려온 선배들과 공성무기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충분히 지나친 것 같았지만, 그걸 지적했다가는 저 공성무기들이 자신에게 조준될까봐 무서웠다.
“그래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 네가 디레트의 친한 후배기도 하고, 방학 때 연구도 돕기로 했으니.”
옆에서 듣던 버두스 교수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 그럴 거면 그냥 내 연구가 더…”
“닥쳐라. 제발.”
벤도졸 교수는 버두스 교수를 질질 끌고 가 뒤로 던졌다. 파셀레트 교수에게 물건을 돌려주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놀랍다. 두 분이 같이 계시니 벤도졸 교수님이 상대적으로 정상처럼 느껴지는군.’
이한은 이걸 >교수 광기량 보존 가설>이라고 명명했다.
>수인 인성-귀여움 반비례 가설>에 이어서 새로운 가설을 찾아낸 것 같았다.
나중에 꼭 에인로가드 졸업생들에게 논문을 보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이한은 일행을 끌고 재빨리 이동했다.
조우린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이한. 조우린이 궁금한 게 있노라.
“말씀하십시오. 전하.”
크라어 교수에게 아티팩트를 돌려줘야 한다면 그냥 버두스 교수가 가서 돌려주면 되는 것 아닌가…?
왜 버두스 교수가 아티팩트를 돌려주고 사과하러 가는 자리에 이 일행이 모두 다 따라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 알겠노라! 버두스 교수에게 걸린 현상금이 풀렸다는 걸 모르는 학생들이 있을 테니까!
조우린은 자신이 명탐정 토베리즈가 된 것 같은 기쁨에 외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풀리지는 않았는데.’
“맞습니다. 전하.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다른 이유도 있지요.”
그게 뭔데?
“버두스 교수님이 또 안 돌려주고 도중에 사라지실 수 있잖습니까.”
조우린은 재밌는 농담에 까르르 웃었다.
그러나 나머지 일행은 모두 진지했다. 심지어 악마들까지 진지했다.
…농담이 아니야?
“예.”
……
조우린은 질색하며 버두스 교수를 쳐다보았다.
* * *
크라어 가문의 파셀레트 교수는 밴시 혼혈이었고, 여러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인격은 그 중에서도 가장 성질 더러운 인격.
모 교수가 약속했던 아티팩트를 가져오는 대신 ‘누가 훔쳐갔어!’같은 에인로가드 학생도 안 댈 핑계를 댄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버두스! 교장 선생님도 계시지 않는 지금! 네 목숨을 지켜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크라어 교수님 진짜 화나셨다.”
“어쩐지 오늘 점괘가 불길하다 싶더니!”
예지 마법 학파 학생들은 재빨리 시선을 피하며 공방 밖으로 도망쳤다.
파셀레트 교수는 평소 조금 괴팍한 면모가 있어도 대체로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지금 같은 분노의 인격이 나오면 일단 피해야 했다.
“저… 교수님…”
“누!”
누구냐고 화를 내려던 파셀레트 교수는 멈칫했다.
찾아온 일행이 너무나도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버두스 교수는 물론이고 벤도졸 교수에, 악마 노예들, 거기에 용과 학생들…?!
파셀레트 교수는 분노를 멈추고 물었다.
“이게 대체?”
“교수님. 버두스 교수님이 잃어버린 아티팩트를 찾았습니다.”
“…정말 잃어버린 거였다고?”
파셀레트 교수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조우린이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정말이다! 조우린이 보장할 수 있노라!
“전하. 전하의 증언은 믿습니다만, 버두스 교수는 믿으시면 안 됩니다. 작년에도 약속한 산통점(算筒占)용 산가지를 갖고 오는 대신 뭐라고 지껄였는지 아십니까? 더 좋게 만들어주고 있는데 왜 화를 내냐고 했습니다.”
그, 그건 근데 조금 다른…
“재작년에는 귀판(龜板)을 잘 만들어서 갖고 오라고 했더니 자기가 써버려서 없다고 하더군요. 보다 못한 교장 선생님이 잃어버렸다고 둘러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또 그 전에는…”
완전히 논파당한 조우린은 꼬리를 내리고 이한 뒤로 숨었다. 덩치가 워낙 차이나서 별로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교수님. 이번에는 정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흥.”
파셀레트 교수는 화를 내면서도 학생이 바치자 조금 기세가 누그러졌다.
버두스 교수가 잘못이지 그 밑의 제자가 무슨 잘못이겠는가.
게다가 저 제자는 에인로가드에서도 가장 불쌍한 학생이었다.
“좋아. 현상금은 풀어주도록 하지. 그래도 잘 만들었군…”
“시간 좀만 더 줬으면 사용자 보호까지 추가할 수 있는데.”
“그럼 진작 하지 그랬냐!”
파셀레트 교수의 일갈이 버두스 교수의 고막을 강타했다. 버두스 교수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용자 보호 마법을 추가 안 하셔서 내가 그 고생을 한 거였군…’
생각해보니 버두스 교수가 다른 쓸데없는 기능에 집착하기 전에 안전 마법부터 철저히 했으면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별 인도자>를 이리저리 확인하던 파셀레트 교수는 문득 생각났는지 이한을 보며 물었다.
“혹시 멋대로 쓰진 않았겠지?”
“어…”
“하긴 아무리 워다나즈 너라도 이건 쓰기 어려웠겠지. 중간고사 때 쓰는 법을 지도해줄 테니 조급해 할 필요 없다. 기대해도 좋아! 별을 찾는 건 즐거운 일이지.”
“계약도 그렇고요. 기대됩니다.”
“계약은 안 할 건데? 무슨 소리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