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78)
878화
“으음.”
친구가 도망가 버리자 이한은 자신이 너무 악의적으로 말했나 싶어졌다.
차기 에인로가드 교장 자리를 노리는 것만 아니라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인…
‘아니다. 한 가지 단점이 너무 강하긴 하군.’
다시 생각해보니 친구가 겁을 먹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는 사이 이한을 납치하거나 버두스 교수처럼 데려가 일꾼으로 부려먹지 않겠다는 걸 증명한 조르직 교수가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조우린을 보며 눈빛을 빛냈다.
“오! 위대한 조우린 전하! 황금처럼 빛나는 그 풍채가 마치 태양과도 같습니다!”
히익.
조우린은 드래곤답게 본능적으로 이상한 사람을 알아차렸다. 새끼 바실리스크를 놓아준 뒤 재빨리 이한과 에안두르데 뒤에 숨어들어갔다.
에안두르데는 한심하다는 듯이 조우린을 쳐다보았다. 저 덩치로 어디 뒤에 숨는단 말인가.
“전하! 이 벤말파 가문의 조르직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단 말입니까?”
그, 그런 건 아니노라. 다만 조우린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서.
“?”
“??”
이한과 에안두르데는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조우린은 애원하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뿐이었다.
결국 이한이 중재에 나섰다.
“교수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좋은 질문이다,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자 전 학파 계승자, 교장 선생님의 수제자인 워다나즈 학생!”
‘마지막은 꼭 넣어야 하나?’
이한은 살짝 불쾌해했다.
“당연히 전하를 호위하러 온 거다. 물론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모두들 뛰어난 성품을 갖고 있는 보석 같은 존재들이지만…”
“?”
“??”
“그들 중에 실수로 전하에게 위해를 가하는 학생이 나올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선배들이 그렇게 보석 같은 존재면 그냥 믿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마법사 카드를 주섬주섬 줍던 가이난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조르직 교수는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정말 대단하시다. 저렇게까지 해서 교장이 되려고 하시다니.’
이한은 속으로 감탄했다.
해골 교장의 ‘할 수 있으면 해라’라는 허가를 받은 조르직 교수는 학생들의 지지와 교수들의 지지, 황제의 지지를 얻어 정정당당한 쿠데타를 일으키고 싶어했다.
그런 만큼 짐승 같은 에인로가드 학생들도 뛰어난 성품을 갖고 있다고 포장해주는 것이다. 이한은 절대 못할 짓이었다.
“하여간 호위 때문에 오신 거군요?”
“그렇지!”
“일단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르직 교수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뻔히 보였다. 조우린에게 잘 보여서 황제의 지지를 받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조우린의 비늘이나 발톱을 훔치려고 오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참. 워다나즈 학생. 워다나즈 학생이 교수들을 찾아가 시험을 미리 통과하고 있다던데, 이 조르직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네.”
“…그거 오해입니다.”
* * *
기본적으로 이한을 도와 조우린을 사악한 에인로가드 학생들로부터 지키는 교수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일단 이한이 듣는 강의의 교수여야 했는데, 이건 사실 그냥 에인로가드 교수여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별 의미가 없었다.
두 번째로는 어느 정도 시간이 비어 있어야 했다. 강의를 해야 하는데 호위를 설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벤 모 교수처럼 징벌방을 각오하고 자기 강의를 던져버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특수한 예외였다.
이런 특징들을 감안해보면 볼라디 교수가 자주 나타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흠.”
새로 도착한 볼라디 교수가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조르직 교수를 쳐다보자, 이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혹시 벤말파 교수님하고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니.”
“그런데 어째서?”
“조르직 교수의 교육 방식이 과격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
혹시 ‘조르직’과 ‘볼라디’를 착각했나 싶어서 다시 쳐다보았지만, 볼라디 교수는 진지했다.
‘아. 벤말파 교수님이 불을 붙이긴 했었지…’
>원소 마법과 그 응용> 강의를 맡고 있는 조르직 교수는 이한이 화염 원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자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바그니의 화염 황소>를 이한에게 시전한 것이다.
바그니의 화염 황소라고 하면 품위 있게 들렸지만 사실은 그냥 불을 지른 다음 이한이 알아서 버티라고 한 것에 가까웠다.
‘…과격하긴 한데 그걸 배그렉 교수님이 말하니까 정말 설득력이 하나도 없군!’
원래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조금 다르게 들리는 법이었다.
볼라디 교수는 미친 분신을 포함해 다른 과격한 교육자들을 종종 비판해왔는데 그럴 때마다 이한은 정신이 살짝 혼미해졌다.
“저한테 >바그니의 화염 황소>를 시전하신 건 조금 과격하긴 했습니다만 덕분에 화염 원소를 어떻게든 통제하게 됐잖습…”
“조르직 교수는 이번 학기 내에 청염(靑焰)을 통달시키겠다고 선언했는데, 이건 너무…”
“예?”
이한은 멈칫했다.
어라?
“>바그니의 화염 황소> 이야기가 아니었습니까?”
“청염 이야기였다. 조르직 교수는 학기 목표로 잡았지.”
화염 원소를 어느 정도 통제하고 다룰 줄 알게 되면, 이제 심화 속성으로 화염 원소의 성질을 변화시키게 됐다.
타오르고 불태우는 화염 원소의 성질 자체를 강화시키거나 변화시키는 방식의 심화 속성은 화염 원소와 잘 맞았던 것이다.
-아무리 워다나즈 학생이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별개의 성질을 변화시키고 부여하는 건 어려울 수 있으니…
-틀립니다. 교수님. 워다나즈는 이미 신성 마법으로 백염을 불러올 줄 압니다.
저번 강의 때 아덴아르트가 발끈해서 변호해준 덕분에 조르직 교수가 신이 났던 기억이 났다.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샌드위치 사이에 돌멩이를 넣어줄 거 그랬나.’
아덴아르트의 말실수와는 별개로 조르직 교수도 정말 어지간했다.
이번 학기 내에 이한이 화염 원소의 심화 속성 변화까지 다루게 하려고 하다니.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동의한다.”
볼라디 교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교수가 자신의 말에 동의해주면 기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도 이한은 왠지 조금 억울했다.
‘왜 동의를 해주는데도 억울한 기분이 들지?’
“현재 배우고 있는 마법들이 지나치게 많지.”
“교수님께서 따끔하게 한 마디 해주시죠!”
“흠.”
볼라디 교수는 잠깐 고민하다가 동의를 표했다.
원래 다른 교수들끼리는 서로 교육 방침에 대한 존중이 있었지만, 볼라디 교수는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는 편이었다.
“조르직 교수.”
“아. 배그렉 교수! 어서 오시오!”
조르직 교수는 볼라디 교수를 발견하자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나중에 해골 교장의 뒤를 이어서 에인로가드를 운영하려면 뛰어난 전투 마법사 교수들도 필요했다.
키르민 쿠 교수나 가르시아 킴 교수도 뛰어난 전투 마법사였지만 역시 가장 든든한 건 눈앞의 이 뱀파이어 교수 아니겠는가.
“안 그래도 저번에 모임에 오지 않아서 참으로 아쉬웠소.”
“모임이요? 무슨 모임이 있었습니까?”
옆에서 듣던 이한이 궁금해져서 물었다.
에인로가드 교수들끼리의 모임이라니.
대체 무슨 모임일까?
‘>해골 교장을 고발한다! 연판장 모임>이면 좋겠군.’
“>벤말파 가문의 조르직을 에인로가드의 교장으로> 모임이지.”
“…아, 아니. 그게 실제로 있는 모임이었습니까?”
“실제로 있냐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한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모임이 실제로 있었을 줄이야!
심지어 조르직 교수 본인이 운영하고 있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어떤 교수님들이 참가하셨습니까?”
“하하. 교수들은 참가하지 않았다네. 다들 바쁜 모양이지.”
“……”
“대신 학생들이 참가했지.”
“!”
이한은 놀랐다.
물론 이한도 처음에는 해골 교장 대신 조르직 교수가 자리에 앉으면 좋겠다 싶어서 머릿속으로 >벤말파 가문의 조르직을 에인로가드의 교장으로> 모임을 떠올리긴 했었다.
하지만 그 머릿속 모임은 조르직 교수가 이한에게 청염까지 강제로 익히게 하려고 했을 때 이미 완전히 탈퇴한 뒤였다.
에인로가드 교수들은 다 비슷하단 걸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참가했다니.
“그리고 거인들도.”
“예!??”
“참 훌륭한 친구들이지 않나?”
“…혹시 교수님. 모임에 식사가 넉넉히 나왔습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가능성에 이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 워다나즈 학생 자네도 이야기를 들었었나? 특별히 밖에서 요리사를 초빙해왔지. 이런 모임에 대접을 소홀히 할 수는 없으니까!”
‘식사하러 온 놈들이었군…’
이한은 선배들에게 감탄했다.
저런 모임에 식사 한 끼 거하게 때우려고 참석하다니. 괜히 선배가 아니었다.
“이유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소.”
“괜찮소, 괜찮소. 에인로가드 교수들은 다 바쁘기 마련이지.”
둘의 대화를 듣던 이한이 볼라디 교수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교수님. 무슨 이유 때문에 참석 못 하신 겁니까? 혹시 조우린 전하 때문에?”
“아니. 참석하고 싶지 않아서.”
“…아.”
그냥 ‘가기 싫다’는 간단한 이유였다. 이한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가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조르직 교수. 할 말이 있소.”
“무엇이든지! 경청하겠소.”
조르직 교수는 콧수염을 매만지며 눈앞의 전투 마법사를 응시했다.
만약 나중 에인로가드 교장 자리에 올랐을 때 오른팔의 자리를 요구한다면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워다나즈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걸 가르치고 있는 것 같소.”
“엥?”
예상 밖의 말에, 조르직 교수는 평소 보여주던 전통적인 신사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만큼 놀라웠던 것이다.
이한은 능청스럽게 끼어들었다.
“하하. 교수님. 배그렉 교수님은 절 걱정하시는 모양입니다. 워낙 학생을 걱정해주시는 자상한 분이셔서.”
조르직 교수는 방금 이한이 말한 이상한 소리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보다 신경 써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무슨…?”
“그. 청염 있잖습니까. 화염 원소 심화 속성.”
간신배처럼 이한은 슬쩍슬쩍 옆에서 말을 던졌다. 그 말에 조르직 교수는 끄덕였다.
“알고 있네. 워다나즈 학생. 청염을 말하는 거겠지.”
“예. 그런데 왜?”
“아니… 배그렉 교수… 당신이 추천한 것 아니었소? 난 그런 줄 알았는데?”
“???”
이한은 벼락을 맞은 표정으로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옆에서 숨죽이고 듣고 있던 조우린과 에안두르데, 새끼 바실리스크도 깜짝 놀라서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이 사건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반전이 있었을 줄이야?
볼라디 교수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적 없소.”
“어어? 잘 생각해보시오. 교수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눴잖소.”
조르직 교수는 볼라디 교수가 잊고 있는 것 같자 있었던 일을 상기시켜줬다.
첫 번째 일화.
-수옥탄은 완성했소.
-…예? 뭘 완성했다고요?
-다음은…
-뭘 다음이에요, 교수님!
두 번째 일화.
-5서클 마법을 익혔소.
-교수님…!
-고대 분신의 가르침이 위험하고 가혹하다… 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군.
-…교수님이 가르치신 게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그 말을 하면서 느껴지시는 게 정말 없나요?
-?
세 번째 일화.
-흠. 배그렉 교수. 예전부터 워다나즈 학생의 재능에 대해 종종 말했던 것 같은데, 역시 그렇게 뛰어나오?
-그렇소.
-으음! 이 조르직도 이번 학기에 가르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 어쩌면 이 제자가 조르직의 명예를 더욱 빛내주지 않을까…
-정확한 판단이오.
-과연! 배그렉 교수. 몇 가지만 더 물어보고 싶소. 워다나즈 학생한테 원소 심화 속성은 너무 어려울 것 같소?
-그렇지 않소.
-그렇단 말이오? 하긴. 번개나 냉기, 암흑 원소도 다룰 줄 아니. 참. 그건 수준이 어느 정도요?
-그건…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이제는 이한까지 배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그럼에도 한 점 흔들림 없이 볼라디 교수는 차분히 대답했다.
“화염 원소의 심화 속성을 가르치라고 권한 게 아니었소.”
“그런 거였소? 어쨌거나 물이나 염력의 심화 속성을 다룰 줄 알고, 번개나 냉기, 암흑처럼 까다로운 원소도 그렇게 잘 다룰 줄 알면 화염 원소의 심화 속성 정도는 충분할 것 같은데?”
“……”
보기 드물게 볼라디 교수가 말문이 막혀서 머뭇거리자, 이한은 속으로 한탄했다.
‘자업자득이구나!’
한 가지 억울한 점이 있다면, 교수 휴게실에서 떠들고 다닌 건 볼라디 교수인데 왜 고통은 이한이 받아야 하는가였다.